토론

[세상을 바꾸는 공론장] 시민의 힘을 모으는 ‘디지털 시민 광장'을 향해

2023.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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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민 활동의 확산으로 더 나은 사회를 향해 나아갑니다.
사회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과 대안 마련을 위해 노력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 공론장이 원활히 작동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중에서도 주요한 공론장의 일원인 학계와 언론의 역할을 중심으로 그동안의 노력과 성과, 한계 그리고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을 되짚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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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힘을 모으는 ‘디지털 시민 광장'을 향해


시민의 집단지성이 발휘되는 디지털 시민 광장의 등장, 2008년 ‘다음 아고라’

2008년 촛불시위는 PD수첩이 정부가 수입하기로 한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에 걸릴 위험이 있다는 보도가 뇌관이 되어 촉발되어 3달 내내 100만명 이상 참여한 역사적 사건이 되었습니다. 5월 2일 첫 집회는 ‘안티이명박 카페’,두 번째 집회는 ‘미친소닷넷’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 의해 시작되었습니다. 사회운동조직들의 연대체인 ’광우병국민대책회의‘는 5월 6일이 돼서야 출범합니다. 이후 벌어진 집회는 대책회의 주도로 청계광장에서 문화제 형태로 이어졌지만, 5월 25일 인근의 다른 장소에서 집회를 연 ’다음 아고라‘의 주도로 거리 행진이 시작되었습니다. 촛불이 급진화 된 것입니다(김연수, 2010, 2017).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다음 아고라‘가 디지털 공론장인 동시에 시민직접행동의 근거지로 기능했다는 것입니다. 온라인에서 논의하고, 서명운동을 벌이고, 전략을 짜서 오프라인으로 세력화 되어 시위를 주도했습니다. ‘안티이명박카페' 등 수많은 인터넷 커뮤니티들이 다음 아고라와의 유기적 관계 속에서 소규모 공론장 및 온라인에서의 조직 단위로 기능했습니다. 대책회의와 자신들을 구별하며 긴장 관계 속에서 수많은 깃발을 들고 시위를 주도하는 또 다른 구심점이 되었습니다. 처음 거리를 나선 것도, 광우병 이슈를 넘어 여러 의제를 확산하고자 한 것도, 대책회의가 시위를 정리하고자 할 때 끝까지 남아서 투쟁하려 한 것도 그들입니다(김연수, 2010, 2017).

다음 아고라의 ‘이슈 청원'에서 ‘안단테'가 개설한 대통령 탄핵 요구 서명운동은 148만명의 서명을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2008 촛불의 최초 참여 주체인 여중여고생, 그리고 소울드레서, 쌍코 등 여초 커뮤니티에서의 활동을 매개로 거리로 나온 여성 청년들의 비폭력 구호로부터 출발하여 다음 아고라를 통해 ‘비폭력 무저항’ 담론이 광범하게 퍼져 나갔고, 이는 광장에서 ‘자발적 연행’, ‘닭장차 투어’ 실천 전략 등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김연수, 2010, 2017). 이처럼 다음 아고라는 디지털 캠페인의 공간이자 디지털 공론장으로 ‘디지털 시민 광장'이라 부를만 했습니다. 

다음 아고라에서 형성된 주장과 그에 따른 시민들의 행동이 항상 옳았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음 아고라에서의 수많은 시민들의 논의를 거쳐 그들만의 관점과 전략이 형성되고 그에 따라 오프라인 직접행동에서의 응집력을 발휘했던 현상을 주목하자는 것입니다. 기존의 정당과 사회운동의 리더십과는 구별되는 디지털 공간을 매개한 시민들의 집단지성 리더십이 형성되고 실제로 작동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역사적 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2008년 촛불시위 이후,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고 서로 의견을 나누는 ‘디지털 시민 광장’이 디지털 시대의 민주주의 실현에 필수임을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디지털 공간에서의 시민들의 집단적인 소통에 기반한 응집력의 확산은 피할 수 없는 현상입니다. 시민들이 자유롭게 목소리를 내고, 숙의를 통해 공론이 형성되고, 그에 따른 직접행동이 이어지는 ‘디지털 시민 광장’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과제가 도출 된 셈입니다. 


현 시대의 디지털 시민 광장, 캠페인즈&믹스

‘다음 아고라’가 주목 받았던 2008년으로부터 15년이 지났습니다. 다음 아고라는 서비스를 종료하고 없어졌습니다. 세상은 여전히 혼란스럽습니다. 지구적 차원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의 신냉전이 이야기 되고 있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등 국가간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지구적인 경제 위기도 심각합니다. 국내 정치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 속에서 다른 진영에 대한 무조건적 적대라는 정치 양극화(정치적 부족주의)에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플랫폼의 알고리즘에 의한 편향의 발생과 허위조작정보의 범람은 정치 양극화 현상을 뒷받침합니다. 기후위기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 역시 여전합니다. 기업간의 경쟁, 국가간의 경쟁 속에서 기업에 의한 디지털 기술의 혁신은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민주주의와 시민사회의 관점에서 대응이 부재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민주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시민의 주도적 참여를 모을 수 있는 최소한의 토대를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민들이 민주적으로 공유하며 활동하는 공간인 공공재로서의 디지털 민주주의 플랫폼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시대 상황에서 빠띠는 캠페인즈믹스를 통해 ‘디지털 시민 광장'을 구축해 나가고자 합니다. 디지털 시민 광장을 만드는 일은 어떤 의미에서 ‘다음 아고라'를 현 시대에 맞게 발전시켜 재현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시민, 시민사회단체 및 비영리조직, 전문가, 이해당사자, 사회적 소수자 등 다양한 주체들이 여러 사회 이슈에 대해 디지털 캠페인을 통해 직접 목소리를 내고, 투표·토론 등을 통해 서로 의견을 나눠 공론을 형성할 수 있는 이 공간은 시민들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자유롭게 목소리를 내고, 서로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한다는 점에서 ‘디지털 시민 광장'입니다. 월 100만명이 캠페인즈에서 사회 이슈에 대해 활발하게 목소리를 내고 논의하게 된다면 한국사회는 어떻게 바뀔까요?

빠띠는 지난 1년동안 캠페인즈를 디지털 시민광장으로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2022년 한 해 동안 166건의 캠페인, 148,026건의 서명, 37,507건의 댓글, 총 185,553건의 시민참여를 이끌어냈습니다. 캠페인뿐만 아니라 투표, 토론, 데이터, 뉴스 등 다양한 방식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하반기에 오픈한 투표, 토론 기능을 통해 만들어진 48개의 투표, 131개의 토론으로 시민들이 논의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현재는 훨씬 더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미디어’로서의 성격을 강화하기 위해 ‘투데이’를 만들었습니다. 시의성 있고 중요한 사회 이슈에 관한 캠페인·투표·토론이 메인 슬라이드와 메인 섹션에서 보여지고 ‘주목할 이슈'를 노출하고, ‘오늘의 캠페이너’를 노출하여 활동하는 시민들을 주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 외에도 ‘오리지널’을 신설하여 실시간 공론장 행사에서의 논의 과정과 결과, 워킹그룹 활동의 과정과 결과 등과 관련된 콘텐츠를 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텍스트 중심의 캠페인, 투표, 토론뿐만 아니라 행사와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를 시민들과 함께 나누는 공간으로 만들어 갈 예정입니다.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 시민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디지털 시민 광장을 만들 최소한의 준비를 마친 셈입니다.

그리고 최근 베타 오픈 날(6/13)에 ‘캠페이너 응원하기’ 기능의 개발을 통해 시민사회단체 및 비영리조직뿐만 아니라 캠페이너 개인까지 캠페인, 투표, 토론 등 다양한 활동, 콘텐츠의 생산을 통해 지지하는 사람의 응원(후원)을 받을 수 있도록 개발하였습니다. 아직은 베타 테스터 30여명을 대상으로 하지만, 그랜드 오픈 이후에는 모든 분들이 활동의 지속가능성을 확보 할 수 있는 ‘내 활동의 중심지'로 이용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캠페인즈에서의 다양한 활동 과정에서 이슈와 사람 중심으로 지지자들이 모이면, 믹스에서 멤버십을 형성하여 공동의 지속가능한 활동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믹스의 멤버십 기능 또한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캠페인즈는 ‘내 활동의 중심지’, 믹스는 ‘우리 활동의 중심지'가 될 수 있는 최소한의 토대가 마련됩니다. 시민들의 서로에 대한 지지와 응원이 좀더 많이, 좀더 깊이 결합되어 이루어진다면 캠페인즈와 믹스는 ‘디지털 시민 광장'이 됩니다. 


사회적 대화와 협력의 시민공간, 공론장과 워킹그룹

디지털 시민 광장의 실현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시민의 권리와 주권을 확대함으로써 ‘더 많은 민주주의'를 실현하겠다는 빠띠의 비전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캠페인즈와 믹스에서의 시민들의 자발적인 활동은, 공론을 형성하는 실시간 공론장과 시민들이 협업하는 워킹그룹 활동과 결합 될 수 있다면 훨씬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공론장과 워킹그룹은 사회적 대화와 협력의 공간을 만들고 확장합니다. 이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신뢰와 협력의 기반을 조성함으로써 ‘더 나은 민주주의'를 실현하겠다는 빠띠의 두 번째 비전을 심화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디지털 시민 광장과 사회적 대화와 협업의 시민 공간은 자연스럽게 연결 될 수밖에 없고, 또한 의식적으로 연계하여 추진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월 100만명이 캠페인즈와 믹스에서 활동하고, 연간 1만명이 공론장워킹그룹에 참여하며 역량을 강화하고 캠페인즈와 믹스를 넘나들며 활동을 벌여 나간다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사회적 임팩트를 발휘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캠페인즈라는 ‘일상의 공론장'에서 스마트폰을 활용하여 비동기로 원하는 시간에 접속해서 이슈에 대한 정보를 얻고 의견을 나눌 수도 있지만, 관심을 가지는 이슈에 관한 ‘실시간 공론장' 행사에 참여하여 좀더 응집력 있게 토론하여 더 나은 공동의 의견을 도출할 수도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형성된 논의 결과들을 다시 캠페인즈에 콘텐츠로 공유하고 새롭고 더 나은 의견을 촉발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전적인 일상의 공론장은 실시간 공론장을 좀더 효과적으로 만들고, 사후적인 일상의 공론장은 실시간 공론장의 사회적 확산으로 이어지며 다음 단계의 실시간 공론장으로 나아가는 매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참여자의 관점에서 보면 캠페인즈의 캠페이너들이 ‘들썩들썩떠들썩'의 발제자 혹은 참여자로 실시간 공론장에 참여하거나 ‘들썩들썩떠들썩'의 발제자 혹은 참여자들이 캠페인즈의 캠페이너가 되는 것입니다. 

특정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모인 시민들이 개방적이고 안전한 네트워크에서, 자율적이고 주도적인 활동을 통해 일상의 문제를 정의하고 대안을 논의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업하는 워킹그룹은 믹스에서 멤버십을 형성하며 좀더 효과적으로 활동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활동은 동시에 캠페인즈에서 캠페이너로서 다양한 방법으로 전개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활동을 한 성평등 커뮤니티, 공익데이터 실험실에 함께 한 참가자, 민주주의활동가학교에 함께 한 참가자들은 캠페인즈와 믹스에서 민주주의 활동가, 혹은 협력가로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이 공론장과 워킹그룹 활동이 연결되어 있는 캠페인즈와 믹스의 활성화를 통해 ‘시민 활동 플랫폼'이 만들어집니다. 시민 활동 플랫폼을 만드는 것은 ‘시민 활동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또 하나의 필수적인 조건이기도 합니다. 캠페인즈와 믹스에서 월 100만명의 활동이 이루어지고 공론장과 워킹그룹 활동에 연간 1만명이 참여할 수 있게 된다면, 이 시민 활동 플랫폼은 한국사회의 문제를 시민들이 직접 해결 할 수 있는 사회적 임팩트를 실현하는 디지털 민주주의 플랫폼, 사회문제 해결 플랫폼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시민들과 공동체의 힘을 모아 함께 만들어가는 시민 활동 플랫폼

이렇듯 활동의 전개 과정에서도, 디지털 기술과 플랫폼의 활용에서도, 활동하는 주체들의 연결에서도 시민주도의 다양한 활동과 민주주의 플랫폼은 떼려야 뗄 수 없게 맞물려 돌아갑니다. ‘오리지널’ 페이지는 캠페인즈에서 이를 더욱 부각시킬 것입니다.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고 서로 의견을 나누는 ‘디지털 시민 광장’, 캠페인즈&믹스에 사회적 대화와 협력의 ‘시민 공간’을 만들어가는 공론장과 워킹그룹의 활동이 연결됨으로써 다채롭고도 고도화 된 시민 활동이 가능해지는 ‘시민 활동 플랫폼’을 만들어가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빠띠의 힘만으로는 쉽지 않습니다. 플랫폼의 구축 및 활성화는 플랫폼을 활용하여 활동하고 또 함께 발전시켜 나가는 시민들이 함께 해야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민들과 공동체의 힘을 모아 ‘시민 활동 플랫폼’을 함께 만들어 가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 가기 때문에 시민 활동 플랫폼을 만드는 일이 곧 ‘시민 활동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기업이 아닌 시민들이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민주주의 플랫폼, 혐오와 차별 없는 더 나은 공론장 플랫폼에서 시민들이 자유롭게 목소리를 내고 서로 의견을 나누고, 서로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생태계를 꿈꾸게 됩니다.



참고문헌

- 김연수, 2010, "2008 촛불항쟁 담론 연구", 석사학위논문

- 김연수, 2017, '2008, 2016 촛불시위와 사회운동', "정동하는 청춘들", 채륜

- 디지털 시민 광장, 시민 활동 플랫폼, 시민 활동 생태계와 관련한 논의들은 빠띠 내에서의 논의를 통해 형성된 담론을 이 글의 저자의 이해에 따라 작성한 것입니다. 특히 '시스'(권오현 대표)의 논의에 빚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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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막론하고 공론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걸 읽으면서 느꼈습니다. 한켠으로는 그 때의 아고라와 지금의 캠페인즈는 어떻게 다를까, 지금 시대에 맞는 공론장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고민이 들기도 합니다. 그 때와 지금의 디지털 시민 광장은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을 가지고 있을까요?

디지털이라고 해서 최근의 일처럼 느껴지지만 굉장히 오래전부터 있었던 일이군요? 앞으로는 이 공간에서 계속 함께 이야기나누면 좋겠네요!

정치 양극화, 내 편이 아니면 배척하는 문화가 너무 심해졌습니다. 싸우더라도 대화할 수 있고, 타협해도 괜찮다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절실합니다. 본문에서 설명해주신 디지털 시민 광장이 그런 역할을 해주길 간절히 바랍니다.

디지털 광장은 광화문 광장보다 더 가서 참여하기가 쉬울 것 같아요. 어디에 살아도, 시간이 좀 부족해도 핸드폰으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디지털 시민 광장, 소중하네요.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