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에서 필자는, 뉴진스 하니의 국정감사 출석을 다룬 언론보도를 다루면서, ‘왜 하니가 거기 있어야 했나’라는 질문에 우리 모두가 답하지 않으면 또다시 국정감사를 둘러싼 문제는 반복된다고 언급했다. 이것은 국정감사가,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게 쥐여진 하나의 중요 권한으로서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우려와 관련있다. 즉, 국가기관이 제대로 일을 수행하고 있느냐 못하고 있느냐를 우리 모두 감시해야 한다는 맥락에서 나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와는 조금 다르게, 국정감사에 대해 생각해볼 부분이 있다. 바로, 국정감사를 수행하는 주체로서 국회와, 이를 그대로 기사로 받아써낸다는 가정 하에 언론이, 어떠한 공모를 통해 우리에게 특정 사실을 주입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다소 뜬금 없지만, 필자는 저널리즘 연구자로서 ‘김어준 저널리즘’에 대한 관심을 갖고 연구를 수행 중이다. ‘김어준 저널리즘’을 둘러싸고 흔히 공정성 시비가 있는데, 이것이 어떠한 맥락에서 ‘공정성 시비’가 되는지 살펴보고 있다. 즉, <김어준의 뉴스공장> 내용이 편파적이냐 그렇지 않느냐는 둘째치고 ‘그것은 불공정하다’라는 담론이 어떻게 구성되는지에 관심 갖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김어준 씨가 TBS에서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시작한 2016년부터 2024년 최근까지 관련 기사를 두루 살펴보니, ‘<뉴스공장> 프로그램은 문제적’이라는 담론이 주로 국회 국정감사 시즌에 생산된다는 점이었다.
2016년 9월 프로그램 편성 이후, 그해 국정감사에서 곧바로로 TBS가 거론됐다. (국정감사는 9~10월 통상 진행된다.) 당시 박대출 새누리당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TBS가 시사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하며 <뉴스공장>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물론 특정 프로그램을 거론한 것은 아니었으나, 당시 <뉴스공장>에서 다루던 아이템을 지적하며 그것이 ‘교통방송’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단순히 TBS의 기능을 문제 삼았다기보다는, 김어준 씨가 <나는 꼼수다> 시절부터 보수 진영 비판을 주로 다뤄왔고, <뉴스공장>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다뤘기 때문에 미리 지적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비슷한 문제제기는 그 다음해 국정감사에도 또 등장했다. 2017년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당시 최명길 국민의당 의원이 TBS를 지적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은 2016년과 2017년 사이엔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있었기 때문에, 언론 보도를 두고 ‘특정 언론사는 편파적이다’라는 담론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당시 보수 언론을 포함한 많은 언론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서의 실정을 보도했다. 이는 <뉴스공장>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는 <뉴스공장>을 통해 새롭게 나오는 소식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 시기 동안 보수 언론에서 <뉴스공장>에 대해 편파적이라고 날 세우지 않았다. 그러다 2017년 국회 국정감사 시즌이 되자 또다시 TBS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왔던 것이다.
<뉴스공장>이 실제로 편파적이거나 문제가 있으니 지적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 그러나 국정감사에서 어떤 것을 다루고, 부각하고, 선전할 것인지는 선택되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국정감사라는 도마에 오르지 않는다. 국정감사 기간이 되면 각 의원실 마다 스스로를 부각시킬 만한 이슈를 준비하고, 그것을 국정감사장에서 언급하며, 그 국정감사장이 화제가 되면 될수록 언론 보도에 많이 오르내리고, 기사화가 많이 되면 일반 국민, 대중, 독자들에게 더 많이 도달한다.
당시 박대출 의원실이나 최명길 의원실에서는 TBS 방송사에 대한 문제제기를, 그 해의 자신들이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제기할 이슈 중 하나로 정한 것이다. 탄핵 기간 사그라들었던 <뉴스공장> 편파성 담론이 국정감사 기간이 되자 다시금 수면위로 올라왔다. 그렇게 국정감사 기간 한국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이슈인 것처럼 부각된다. 앞서 ‘공모를 통한 특정 사실 주입’을 언급한 것은 이 때문이다.
한편 당시 국민의당이 2017년 국정감사에서 TBS를 집중 공격한 것은 <뉴스공장>에서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표를 비판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뉴스공장>은 그해 4월부터 ‘안철수 혼밥’, ‘철수당’ 등의 발언으로 선거방송심의위원회로부터 법정제재를 받은 바 있다. 즉,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에서 무엇을 이야기할지는 이런 방식으로 선택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진실 레짐(regime of truth)’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는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역사학자, 사회이론가인 미셸 푸코(Michel Foucault, 1926-1984)가 말한 개념으로, 사회에는, 한 사회가 참과 거짓을 구분하는 기준이자, ‘진실’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일종의 체계가 있다는 점을 일러주는 개념이다. 진실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체제·제도(Regime)를 진실 레짐이라 하는데, 이는 단순히 진실이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권력관계와 제도들 속에서 ‘생산’된다는 것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어떤 지식이 진실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특정한 절차나 제도(예를 들어 학술적 검증을 거쳐야 한다든지)를 거쳐야 하며, 특정한 자격을 가진 사람들(예를 들어 전문가, 학자)이 진실을 말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권력분립의 원리, 대의제의 원리 등에서 출발한 국정감사는 의회가 정부를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현재는 국정감사가 이 제도의 취지인 행정부에 대한 통제, 권력 감시, 공공적 차원에서의 제도 개선 등에는 한참 부족하다는 비판이 많지만, 어쨌든 이 문제를 해결한다 하더라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국정감사가 일부 정치인들이 특정 담론을 유포하는 통로가 되고 특정 진실을 만들어가는 도구로 쓰일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는 사회의 공익을 위해 쓰일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것은 많은 부분 언론에 달려있다. 언론이 국회를 감시할 수 있는 여러 기구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국정감사를 지켜볼 떄는 일종의 메타인지가 필요하다. 단순히 정부가 제대로 일하고 있는지 들여다보는 것을 넘어, 그 감시의 과정 자체를 다시 한번 성찰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뜻이다. 뉴진스 하니가 출석한 올해의 국정감사나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겨냥했던 과거의 국정감사나, 결국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국정감사가 만들어내는 ‘이슈’의 이면에는 항상 누군가의 의도가 숨어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의도를 여과 없이 전달하는 언론의 행태 역시 우리가 감시해야 할 대상이다. 국정감사는 감시의 도구이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감시의 과정 자체도 우리의 감시를 필요로 한다.
참고문헌
금준경. (2016, 10, 13).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불법? 법이 문제다. 미디어오늘.
배정철. (2017, 10, 15). 국민의당이 국감서 tbs ‘김어준 뉴스공장’ 집중 공격하는 사연은. 한국경제.
주원진. (2017, 10, 13). [국감] "TBS 김어준 프로그램은 불법"…이효성 방통위장 뒤늦게 인정. 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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