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싸고 시작된 갈등이 여전합니다. 지속되는 의정갈등으로 인해 의료 공백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는 한 언론 보도로 기정사실화되었습니다.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진료환자 209만명 줄고 사망자 2129명 늘”었다는 뉴스1 보도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한편 의대생의 불만 역시 지속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의 기사에 따르면 “전국 주요 의과대학들이 2학기 개강을 했지만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하며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의대생들의 복귀는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 여파로 “장래 의사가 될 의대생들의 수업거부마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 의료 붕괴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졌는데요.
이런 가운데 얼마 전 X(엑스)에 글 하나가 올라왔습니다. 교육부가 발표한 ‘의료과정운영학교의 평가•인증에 대한 특례 신설’ 내용의 캡처 화면과 함께 올라온 글에는 “인증 기준을 만족하지 못한 의대를 나온 의대생에게도 의사 면허 발급하겠다”라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자료 출처: X(엑스) 화면 캡처>
교육부가 내놓은 평가인증에 대한 특례 신설이 무엇이길래 논란이 되는 것일까요? 과연 글의 주장대로 인증 기준을 만족하지 못한 의대를 나온 의대생도 의사 면허를 받을 수 있는 걸까요? 해당 내용을 팩트 체크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의사 국가시험 보려면 의평원 인증 받아야 한다?
X(엑스)의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 파악하기 위해선 의사가 되기 위한 과정에 관한 배경지식이 있으면 도움이 될 듯합니다. 관련된 부분만 간략히 알아보겠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의사 면허를 받으려면, 의과대학을 졸업해 학위를 취득해야 합니다. 이후 의사 국가시험을 치르는 데요. 이 시험에 합격해야 의사 면허가 주어집니다.
그러나 학사 학위를 취득한 모든 의대생이 국가시험을 치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시험을 치를 수 있는 제약 조건이 있기 때문인데요.
의료법 제5조에선 “고등교육법 제11조의 2에 따른 인정 기관의 인증을 받은 의학ㆍ치의학 또는 한의학을 전공하는 대학을 졸업”하고, “학위를 받은 자”를 국가시험의 자격 대상자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고등교육법 제11조의 2에는 “의학ㆍ치의학ㆍ한의학 또는 간호학에 해당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절차에 따라 인정기관의 평가ㆍ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이 내용을 쉽게 정리하면 ‘의대생이 의사 국가시험 자격을 얻으려면 졸업한 의과대학이 인정기관으로부터 인증을 받은 곳이어야 한다’가 됩니다. 다시 말해 의과대학이 인증을 받지 못하면 해당 의과대학 학생은 의사 국가시험을 치를 수 없게 되는 거죠.
여기서 말하는 인정기관은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하 의평원)입니다. 1996년 창립된 의평원은 “의과대학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의학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교육 과정, 학생 평가, 교수 활동 및 교육 자원 등의 평가 기준을 바탕으로 의과대학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의평원의 인증 결과는 의대생의 의사 국가시험 자격에만 영향을 주는 게 아닙니다. “의평원의 인증을 받지 못하면 신입생 모집이 중단되고 최악의 경우 폐교”되기도 합니다.
불인증 의대에게 유예기간 제공하는 개정안
이제 다시 X(엑스)에 올라온 글로 돌아오겠습니다. 해당 게시글에선 “인증 기준을 만족하지 못한 의대를 나온 의대생에게도 의사 면허 발급하겠다고 한다”는 주장이 있었죠. 이 주장의 배경은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령안 입법예고’로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9월 25일, 국민참여입법센터에 올라온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령안 입법예고’를 찾아봤습니다. 관련 내용은 아래와 같은데요.
평가인증 개정령안 제2조의 4(의료과정운영학교의 평가ㆍ인증에 대한 특례) 의료과정운영학교에 대한 인정기관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14조제1항의 대규모 재난이 발생한 상황에서 의료과정운영학교의 학사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거나 교육여건이 저하되는 경우, 불인증을 하기 전에 1년 이상의 보완기간을 부여하여야 하며, 보완기간동안 해당 학교가 받은 기존 인증은 유효한 것으로 본다. |
이번 개정안에는 기존 고등교육기관의 평가ㆍ인증 등에 관한 규정에 없던 신설 조항이 추가됐습니다. “불인증을 하기 전에 1년 이상의 보완기간을 부여”한다는 점, “보완기간동안 해당 학교가 받은 기존 인증은 유효”하다는 점이 핵심인데요.
쉽게 풀어서 정리해보겠습니다. 앞서 의평원의 인증을 받지 못한 의대 졸업생은 국가시험을 응시할 수 없다고 확인했죠. 그래서 의대 입장에선 의평원 인증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 신설 조항을 적용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교육부의 개정안이 시행되면 의평원의 인증을 받지 못한 의대도 1년 이상 인증받은 것과 같은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인증 기준 미달 의대 졸업생에게 면허를 발급해주는 개정안이 나왔다?...대체로 사실
입법이 실제 이뤄질지 등을 더 지켜봐야하지만 개정안 내용만 본다면 의평원의 인증을 받지 못한 의대 졸업생도 국가시험 자격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다만 새 개정안을 살펴보면 기존에 인증을 받은 의대에만 해당 조항이 적용되고, 개정안이 최종 통과되어 시행되기까지 수정되거나 폐기될 가능성도 남아있습니다. 이에 ‘인증 기준 미달 의대 졸업생에게 면허를 발급해주는 개정안이 나왔다?’라는 소셜미디어 게시글은 ‘대체로 사실’로 판정합니다.
개정안을 둘러싼 반응은?
교육부는 평가인증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인정기관이 불인증 할 경우, 학교와 학생의 막대한 불이익과 국가 의료 인력 양성의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보완기간동안 교육여건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여 학교와 학생의 불이익을 최소화하고 국가의료인력양성의 차질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의대 교수들은 정부의 정책에 반대 입장을 내고 있습니다. 한국의학교육협의회는 지난 7일 성명서를 통해 "부족한 교육 여건인데도 학생을 방치하고, 이러한 환경에서 배출된 졸업생이 의사 국가고시에 응시할 자격을 허용하는 건 국민 건강에 위해를 끼치는 상황을 초래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제도든, 법이든 음과 양이 있습니다. 이번에 입법예고한 평가인증 개정령안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육부는 학교와 학생의 불이익을 줄이고 의료인력 양성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일각에서는 후진국 수준의 의사를 양산하려는 것이며 국민 건강에 위해를 끼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 평가인증 개정령안은 앞으로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시스템은 발전시키고,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제도와 법이 생겨나길 바라며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이 결과물은 시민 협업 팩트체크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K.F.C.(Korean Factcheckers’ Community)의 수호, whitedesert 시민팩트체커의 협업으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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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3에휴. 문재인 정부 때 공공의대 만들려고 했는데 의협이 수준미달 의료진 양산 운운하며 반발해 무산되었죠. 강의실도 교원도 없는데 대책 없이 정원만 늘리려는 윤석열도 무한이기주의와 능력주의로 점철된 의협도 노답입니다. 답은 하나. 공공의료 확충. 홍준표가 없앤 진주의료원 재개원 준비하고 있듯이, 공공의대와 공공의료원을 만들어야 합니다.
헉, '사실이 아닐거야'하며 들어왔는데 '대체로 사실'이라고 판정되어있어서 놀랐습니다 ㅠㅠ.
의료 공공성과 질이 저해될까 걱정되네요.
여전히 계속되는 갈등 속에서 우리가 잘 모르는 일들이 진행 중이군요. 문제의 시작과 진행 과정을 잘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