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문제의 장: 보호자는 ‘아이’를 어떻게 인식하는가?
2. 문제 배경: 무엇이 이들을 '미치게' 했을까?
3. 연구 가설: 이들은 '왜'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
4. 제언: '올바른 아이 키우기'라는 교육의 본령과 교육공동체 회복을 향하여
2023년 7월 18일, 서울 서초구 소재의 한 초등학교에서 신규 담임 교사 A(24)씨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경찰 조사는 무혐의로 종결되었으나 2024년 2월경 인사혁신처가 순직을 인정하면서 A씨의 사망에 사회적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공고히 하기 위한 한 걸음을 내딛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국 교육계에 ‘무언가 큰 문제가 있다’는 점에는 폭넓은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다양한 이슈와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대체 무엇이 문제이며, 그 해결에 어떠한 기여를 할 수 있는지에 질문함으로써 보다 효과적이고 의미 있는 연구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교사 A씨를 보호하지 못한 학교에 대한 분노를 기반으로 교권 보호를 위한 정책적 방안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기존 논의와 달리, 이번 연구에서는 공교육 외 B2C 교육 종사자의 관점에서 사건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과 사업·서비스의 형태로 제공할 수 있는 대응안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1. 문제의 장: 보호자는 ‘아이’를 어떻게 인식하는가?
보호자 B씨의 컴플레인은 교사 A씨가 삶을 포기하게 할 정도로 그를 끝없는 고통으로 이끌었으며, 이는 공교육 이해관계자의 뜨거운 논의의 장을 열었습니다. 이때 이 문제를 잠시 조금 다른 관점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민원을 신청한 보호자 B씨의 인생은 행복했을까요, 혹은 그 또한 지옥의 한가운데에 서서 삶을 버티고 있었을까요? B씨의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관계로 사실 확인은 쉽지 않겠으나 저는 B씨 또한 그 언행의 강도만큼 행복보다는 불행에 가깝게 위치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초등 공교육 영역의 서이초교 교사 자살 사건(monster parents) 뿐만 아니라 중·고교의 공교육 붕괴와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 및 청년 자녀의 헬리콥터 보호자까지 전 연령에 걸쳐 자녀-보호자의 문제는 현대 사회에 폭넓게 퍼져 있습니다. 추가 연구가 필요하겠으나 저는 '자녀를 인식하는 보호자의 가치관 변화'가 이러한 문제의 원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등으로 대표되는 과거의 양육관과 다르게, 현대 보호자는 '옆집 철수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n세에는 알파벳을 떼야 하며 이렇게 귀하게 키워 엘리트로 성장한 내 자식은 나의 노후를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와 같은 말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현재 한국 보호자는 자녀를 존재 being 의 관점보다는 소유와 성취 doing 의 관점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해 있으며, 각 가정은 사회적 지지 체계를 잃고 여성 및 아동 혐오 문화 아래에 과거 대비 보다 큰 양육의 부담을 느끼고 있을 수 있습니다.
2. 문제 배경: 무엇이 이들을 '미치게' 했을까?
전시 상황의 우크라이나보다 낮은 대한민국의 출산율은 가정 내 양육의 어려움을 대표하는 수치 중 하나입니다.
보다 상세한 원인과 환경을 살펴보기 전에 '양육'이라는 문제의 특성을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누구보다 자녀를 사랑하는 보호자의 마음에서 "내 아이에게만 안 그럴 순 없어."로 대표되는 FOMO Fear of Missing Out 은 한국 교육 사업의 특징 중 하나이며, 특히 동양의 공동체주의 문화 내 SNS 발달로 인한 비교 문화의 활성화로 이러한 공포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여 B씨로 대표되는 현대 보호자들의 심리적 문제의 원인을 한국의 사회적 배경을 기반으로 살펴보겠습니다.
2.1) 시대·사회적 배경
(정치) '사농공상' 식의 직업 귀천 의식을 기반으로 한 암묵적 계급주의 (경제) 물질만능주의로 인한 'all or nothing' 의 이분법적 사고 (사회) 암묵적 계급주의를 기반으로 한 학력 차별 관행
2.2) 정책·제도적 배경
(정책) 청년 정치인 부재 등으로 인한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 운영 (제도) 기업 내 육아휴직 활성화 실패로 인한 여성의 경력 단절
이와 같은 다양한 사회문제는 보호자에게 더 다양하고 복합적인 부하를 가중시키고 있으나, 그에 대한 사회적 지원의 미비로 현대 사회에서 개인 및 가정의 양육 부담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보호자를 '미치게' 만드는 사회에서, B2C 서비스 형태로 아동과 보호자를 지속적으로 격려하며 이들의 심리적 부담 경감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에 관해 더 살펴보고자 합니다.
3. 연구 가설: 이들은 '왜'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
가설 설정에 앞서 저는 사회 문제 해결의 다양한 방식 중 ‘how’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즉 "지금 내가 서이초 교사 자살 이라는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바는 무엇인가?” 에 초점을 맞춰 이를 다시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이전까지의 서이초 사건은 아래와 같이 공공 교육 내 문제로 해석되어 왔습니다. 다시 말해 '선생님으로 대표되는 교육자를 왜 상위 관리자가 보호하지 못하였는가? 국가 기관은 올바른 정책 및 시스템을 제공하지 못하지 않았는가?' 와 같은 논의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다만 교육 환경 밖으로 렌즈를 돌려 본다면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가정’ -특히 ‘보호자의 지속적인 강성 민원 제기'- 으로 고려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서 한 가지의 질문을 더 던져 보겠습니다. 강성 민원의 제기 과정은 피해자 뿐만 아니라 신청자에게도 적지 않은 에너지를 소모하도록 하는 과정입니다. 그 힘든 과정을 거치고 보호자들은 대체 ‘왜’ 그럴 수 밖에 없었을까요? 저는 여기에서 문제의 배경으로 다시 돌아가 한국의 시대사회적 배경이, 그리고 이로 인한 부담을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현재 한국의 정치 문화적 상황이 why 영역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이러한 정책·문화적 변화를 만들어내기 까지는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와 같은 문제 상황에서 당사자들은 끊임없이 고통받으며, 여러 사슬의 고리로 얽혀 사회문제의 눈덩이가 커져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사회 자체를 당장 바꿀 수는 없지만 상황을 대하는 ‘나의 마음’과 나를 지지하고 함께 해 줄 ‘공동체'는 바꿀 수 있습니다. 상담심리 영역에서는 공감과 신뢰의 관계를 기반으로 인지적 오류를 수정하며 회복탄력성과 스트레스 대처 기술 등을 개선한다고 표현합니다. 이처럼 다양한 문제를 직면하고 해결하기 위해 도전하기 전에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언제 어디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도 모르는 우리들에게 '너의 탓이 아니야. 우리는 최선을 다 하고 있어. 잘 하고 있어.' 와 같은 메시지를 던져볼 수는 없을까요? 이것이 문제 해결의 작은 불씨가 될 수 있을까요?
4. 제언: '올바른 아이 키우기'라는 교육의 본령과 교육공동체 회복을 향하여
이제 사회 문제로 다시 되돌아 오겠습니다. 서이초 사건은 학교 내외를 막론하고 한국 교육계의 다양한 상황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입니다. 작게는 가정 내 개인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방안으로 시작할 수 있겠으나 우리가 최종적으로 지향해야 할 바는 현재 한국 교육이 잃어버린 본질과 의미를 찾으며 공동체 내 신뢰를 회복하는 일입니다.
다양한 교내외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문제 의식을 가지고 해결을 위한 방향성을 공유한다면 작은 걸음이 모여 큰 결과를 이루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인류의 역사가 문제 해결의 역사 이듯이 우리 또한 그 과정에서 하나의 점을 찍고, 이를 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fn사설] "부자동네 대입 상한" 한은 총재의 일리 있는 일침. 파이낸셜뉴스.
… 입시 과열이 부의 양극화와 불평등 심화, 저출산으로 이어지고 사회계층의 사다리를 끊어놓는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서울 강남권 8학군과 대치동 학원가를 중심으로 인근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고소득 부유층은 한둘 정도의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기 위해 돈을 쏟아붓고 있다. 한달 수백만원짜리 영어유치원, 초등학생 의대 입시반은 놀라운 일도 아니다. 성장기 인성보다 시험점수를 더 중시하는 삐뚤어진 우리 사회의 민낯에 씁쓸하다. 경쟁에 치인 많은 청소년들이 목숨을 끊는 어두운 이면도 있다. … 입시 과열이 이유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어렵게 대학에 들어가 졸업해도 대기업 일자리가 없어 '그냥 쉬는' 청년이 100만명에 육박한다. 학벌을 중시하는 풍조와 입시 과열이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는 이 총재의 말은 조금도 틀림이 없다.
[사설] ‘서이초 1년’ 학부모도 학교도 교육 본령 자성 계기로. 국제신문.
… 제도적 빈 틈은 채워야 하지만 그게 완벽한 해법은 아니다. 분명한 것은 학교가 갈등과 상처의 공간이 아니라 존중과 배움의 공간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교육공동체 회복이다. … 부모와 교사 모두 ‘올바른 아이 키우기’라는 교육의 본령을 되돌아볼 때다.
코멘트
7서이초 교사 사건을 사회적 문제로 바라볼 수 있게 제시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세정님의 깊은 고민이 느껴지는 발표와 주제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앞으로의 여정에 힘찬 응원과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화이팅!
좋은 연구주제를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리 제도를 잘 만들어도 그 사이 사이에 간극을 메우는 방법은 문화의 영역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왜 스승을 존경하고, 제자를 사랑했을까요,, :)
@세정 님의 글을 통해서 서이초 교사 자살 사건을 또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하면 양육자에게 '레이스에 들어왔다'라고 합니다. 8살 아이의 입학이 양육자에게 경쟁과 압박으로 들어온다는 것인데요. 이러한 압박이 사회적 현상이 된 것은 어떤 이유에서 였을까요...
서이초가 벌써 1주기를 맞이했군요. 사회적 죽음들을 그저 넘기지 않고, 생명을 둘러싼 구조적 폭력을 드러내는 연구는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빠른 시간 내에 피피티까지! 너무 멋집니다, 응원할게요~
와... 서이초 사건을 보호자의 양육 불안과 죄책감 측면에서 바라보셨다니 정말 새로운 것 같습니다. 오건호 사회학자의 책 중에, 한국 부모들이 사교육/자녀교육/입시과열에 목을 매게 되는 이유가, 부모는 개인의 삶속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낮은, 무력감을 주는 사회구조이기 때문에, 자녀 교육만큼은 성공하겠다는 의지에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던 것 같습니다.
단순히 저출산 시대에서 더 많은 아이를 낳자! 라는 담론 보다, 어떻게 아이를 올바르게 양육할 수 있을까? 에 대한 논의도 중요하겠다는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었습니다. 피피티까지 너무 잘 봤습니다! 앞으로도 세정 님의 연구를 기대하겠습니다!@
FOMO와 보호자의 양육환경 그리고 교육 현장까지의 연결이 인상적이네요.
교육 문제가 우리 사회의 수많은 문제의 토양이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드는데, 이 연구가 양육-교육-돌봄에 대한 고민을 심화하는데 큰 도움이 될것 같아요. 응원합니다!
이번 연구원정 원데이클래스 함께 하면서 세정님이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중심으로 연구주제를 발전시켜 가시는 부분이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서이초 사건을 둘러싼 공교육환경 이상으로 한국사회를 관통하는 가족, 양육, 계급이 얽힌 문제를 포착하고 이를 풀기 위한 고민으로 가져가시는 부분이 너무 타당하고 또 필요하다 생각했어요.
연구의 발전을 통해 이 주제가 정말 실천적인 대안과 구체적이고 입체적인 분석으로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기대하고 또 응원할게요! 계속 지지하고 지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