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31일. 연구자 복지를 위한 공동추진위원회가 출범됩니다!
한국 사회에서 연구 노동은 지속불가능하다. 대표적으로 인문학의 철학 전공자 현황을 살펴보면, 2024년 기준 한국연구자정보(KRI)에 등록되어 있는 철학 전공자는 50대 약 900명, 30대 약 250명이다. 전공자 수가 20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하락한 것이다. 이는 사실상 학문으로서의 철학의 위기를 나타내며 전공의 다양성 또한 심각하게 저하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인문사회계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추세이다.
일부 연구자들이 대학이나 한국연구재단 소속으로 강의나 사업에 참여를 하고 있으나 이는 매우 제한된 기회로 연구자들의 불안정성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인문사회기초연구 학문후속세대지원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 A유형의 경우 2024년 선정률 24.6%에 그쳤으며 B유형의 경우 선정률 약 30%로, 사업 시행 초기 선정률 약 60%에 비교해봤을 때 절반 수준으로 하락하였다. 이러한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를 비롯한 일반연구지원, 저술출판지원사업, 명저번역지원사업 등 2024년 인문사회분야 신규과제 평균 선정률은 21.2%이다. 즉, 10명 중 8명은 1년 동안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연구자 안전망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연구자 안전망 구축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있어서 우리는 여러 가지 선택지가 있다. 특히 2021년 정청래 의원 대표 발의 ‘기초학술기본법안’, 2022년 강득구 의원 대표 발의 ‘기초학술기본법안’, 그리고 2023년 유기홍 의원 대표 발의 ‘인문사회학술기본법안’ 등, 실제 입법 절차까지 진행되지는 않았으나 이처럼 기본법에 대한 논의는 다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연구자 복지법으로 기본법이 아닌 공제회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기본법의 경우 법적 수혜 대상에 대한 법과 그 대상에 대한 기본법을 따로 제정해야 한다. 이러한 기본법의 경우 대표적으로 예술인 복지법을 들 수 있는데,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과 ‘예술인 복지법’, 크게 두 가지 법안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에서는 예술 활동의 의미와 예술인의 정의를 명시하고 있다. 즉, 기본법을 통한 안전망 구축은 두 단계로 법을 제정해야 하기 때문에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예술인은 헌법 제22조 2항 “저작가·발명가·과학기술자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와 같이 헌법적으로 그 권리를 보장받고 있다. 공제회법의 경우 해당 법만을 제정하면 공제회를 설립할 수 있다. 다만 연구자 공제회법을 추진함에 있어서도 연구자를 정의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둘째, 기본법의 경우 국가 예산에 의해 사업 방향과 규모가 정해지는 등 국가에 종속될 수 있는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다. 우리는 2023년 R&D 예산 삭감 사태를 통해 국가 주도의 사업이 가지는 위험성을 경험한 바 있다. 따라서 우리는 공제회법을 통해 법적 교원뿐만 아니라 사각지대에 놓인 불안정 연구자, 예비 연구자 등을 폭넓게 포괄하여 연구자의 생활 안정과 복지증진을 도모하고 고등교육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연구자 안전망을 구축하고자 한다.
연구자 공제회법은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약칭 건설근로자법을 뼈대로 한다. 그 이유는 건설근로자의 초단기 노동, 비연속 노동 등과 같은 근무 형태가 불안정 연구자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다만 연구자 공제회법을 제정함에 있어서 쟁점 또한 존재하는데, 첫째, 사업주가 다양하다. 연구자의 경우 사용자가 학교, 기관, 정부 부처 등으로 강의에 따라, 사업에 따라 사용자가 다를 수 있다.
둘째, 연구자의 범위 또한 합의가 필요하다. 2023년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인문정책연구총서 2023-02 “대학 밖 학술단체에 대한 현황조사와 불안정 연구자를 위한 지원 및 연구안전망구축 방안 연구”에서 제시한 연구자 공제회법 가안에 따르면, 제2조(정의) 2항 ““연구자”란 「학술진흥법」 제2조에 따른 국내의 연구자로서 연구 및 교육에 종사하는 자와 「고등교육법」 제29조2 및 제30조에 따른 대학원·대학원대학에 재학·수료 등을 하거나 한 자를 말한다”로 제시되어 있다. 「학술진흥법」 제2조에 따르면 교원 및 겸임교원, 평생교육시설 교원, 연구원, 과학자 및 예술가, 박사학위소지자 등인데, 여기에 「고등교육법」 제29조2 및 제30조에 따른 대학원생을 포함한 것이 연구자 공제회법 가안의 연구자의 범위이다. 이것이 사각지대에 있는 불안정 연구자 및 예비 연구자 등을 충분히 포괄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셋째, 연구자의 자격 증명에 관한 문제이다. 이는 아래 연구자의 자격 예시 표와 같은 방식으로 연구자의 자격을 증명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 즉, 재직증명서, 재학증명서, 연구실적, 강의실적 등으로 연구자의 자격을 등록 및 갱신할 필요가 있다. 다만 몇 편의 논문을 기준으로 할지, 몇 년을 기준으로 삼을지에 관하여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연구자의 자격 예시>
지위 |
상태 |
증명 |
전임 교원 |
|
재직증명서 |
박사학위 소지자 |
소속 O |
재직증명서 |
소속 X |
연구업적 5년 1편 |
|
강의 5년 3학점 | ||
대학원생 (박사학위 미소지자) |
수료 |
연구업적 5년 1편 |
수료 5년 미만 | ||
강의 5년 3학점 | ||
재학 |
재학증명서 |
연구자 공제회법은 가안 제1조(목적)에서 명시한 바와 같이 “이 법은 연구자의 고용안정과 직업능력의 개발·향상을 지원·촉진하고 연구자에게 퇴직공제금을 지급하는 등의 복지사업을 실시함으로써 연구자의 고용개선과 복지증진을 도모하고 고등교육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연구자 공제회법에서 필요한 것은 상상력이다. 연구자 공제회는 퇴직공제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연구자의 연구 생애 주기에 맞춰 각종 복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논문 게재료 지원, 저금리 등록금 대출, 도서 구입비 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다만 연구자 공제회법 제정과 공제회 운영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사항 또한 존재한다. 첫째, 공제회법은 규모의 경제를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정 정도 이상의 인원을 갖춰야 한다. 둘째, 공제회는 연구자와 사업주, 국가의 재원 등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대학의 참여를 유도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이처럼 연구자 공제회법은 기본법보다 절차상으로는 간단하나 여전히 고려해야 하는 문제, 해결하는 문제 등이 존재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신속한 연구자 안전망 구축을 위해서는 기본법보다 공제회법이 효과적이며 퇴직금을 쌓을 수 없는 불안정 연구자의 퇴직금 지급과 더불어 각종 복지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자의 최소 안전망이 보장되지 않고 있는 현재 제시할 수 있는 효과적인 법안으로 연구자 공제회법을 제안한다.
코멘트
3연구자의 불안정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자 안전망 구축의 한 방법으로서의 기본법이 아닌 공제회법 대안은 저로서는 처음 접하는데, 글을 읽으면서 깊이 들여다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가로부터의 종속 가능성을 낮추는 방향일 수 있다는 점에 특히 솔깃하게 되네요. 토론회 당일날 발제 듣고 좀더 깊이 이해하고 싶습니다. :)
연구자 공제회법 제안은 매우 흥미롭고 실용적인 접근 방식인 것 같아요. 기본법보다 신속하게 도입할 수 있고, 국가 예산에 덜 종속적이라는 점이 큰 장점으로 보입니다. 특히 불안정 연구자와 예비 연구자들까지 포괄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에요.
공제회법이라는 생소한 표현이 낯설긴 하는데요.. 적어주신 내용을 보면 왜 그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지 이해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