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팩트체크] EU 회원국이 되려면 사형제 폐지가 법적으로 명문화 되어있어야 하는지 박지원 의원의 발언을 사실 확인했습니다.

2024.06.10

506
3
팩트체크
EU 회원국이 되려면 사형제 폐지가 법적으로 명문화 돼 있어야 한다?
EU 회원국이 되려면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 할까요. 박지원 의원이 언급한 사형제 폐지를 중심으로 EU 회원국의 법을 살펴본 결과 확인 가능했던 모든 나라에서 사형제 폐지 조문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사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하 박지원 의원)이 지난 6월 3일, 시사IN의 유튜브 채널 김은지의 뉴스IN에 출연해 “EU 회원국이 되려면 사형제 폐지가 법적으로 명문화 돼 있어야” 한다고 발언하였습니다.

EU의 회원국이 되려면 사형제와 관련해서는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 할까요.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진 출처: Unsplash, Guillaume Périgois)


EU에 가입하려면… 조건은?

EU(유럽연합)는 “제1,2차 세계대전의 주원인이었던 독일과 프랑스 간의 적대 요인을 극복하고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1950년 5월 9일 로베르 슈망 프랑스 외무장관은 자국 경제계획청장인 장 모네의 구상을 빌어, 석탄 및 철강 산업을 초국가적인 기구를 통해 공동 관리하자는 슈망 선언을 발표”하면서 첫 걸음을 뗐습니다.

1952년 8월, 독일과 프랑스 외 4개국이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를 발족한 이후 경제(EEEC), 원자력(EURATOM), 단일시장 및 통화까지 연합 범위를 확장하였고, 1993년 지금의 EU가 출범하였습니다.

EU는 “공동안보방위정책을 포함한 공동외교안보정책 이행을 통한 국제무대에서의 EU 위상 제고, 회원국 국민의 권리와 이익보호 강화, 자유, 안전, 정의의 공동 영역으로 발전” 등을 목적으로 창립되었으며, 2024년 현재, 2020년 탈퇴한 영국을 제외하면 모두 27개 국가가 회원국으로서 함께 하고 있습니다.

(※ EU 개황(2020.6)에서 발췌. 외교부 제공)


그렇다면 이들 국가들은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 EU 회원국으로서의 지위를 얻을 수 있을까요.

그 내용 역시 외교부에서 제공한  <EU 개황(2020.6)>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EU 개황’ 확인 결과, 1993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EU가입을 위한 3가지 정치• 경제적 기준이 결정되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기준에 대한 내용을 발췌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민주주의, 법치주의, 인권, 소수민족 존중 및 보호를 보장하는 제도의 확립

2) 시장경제 체제 유지 및 EU 경제와의 조화 능력

3) EU 회원국으로서의 의무 준수 능력 보유

(※ <EU 개황(2020.6)>에서 발췌. 외교부 제공)

다시 말하면 EU의 가입을 위해서는 위의 세 가지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김현정 동아대 국제전문대학원 교수는 이투데이에 기고한 ‘[유럽은 지금] EU 가입후보국 지위와 우크라이나’에서 “대상국이 회원국으로서 적합한지 판정하기 위한 지침은 1993년 6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개최된 유럽이사회에서 결정되었으며, 이후 코펜하겐 기준(Copenhagen criteria)으로 통칭된다. 코펜하겐 기준은 △첫째, 정치적 기준(민주주의, 법치주의, 인권, 소수자 보호를 보장하는 제도의 안정성) △둘째, 경제적 기준(시장경제 및 경쟁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 △셋째, 회원국 자격의 의무(정치동맹, 경제동맹, 통화동맹 등)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으로 구성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세 가지 중 첫 번째 기준을 살펴보면 ‘인권’이라는 단어가 들어있습니다. 사형제와 관련된 내용을 규정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는데요. 보다 명확하게, 사형제와 관련한 EU의 입장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살펴보던 중 EU의 기본권 헌장에서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내용을 먼저 확인해보겠습니다.

EU 기본권 헌장(CHARTER OF FUNDAMENTAL RIGHTS OF THE EUROPEAN UNION)

제2항의 2

누구도 사형을 선고받거나 처형당해서는 안 된다.

(No one shall be condemned to the death penalty, or executed.)

사형뿐만 아니라, 4항에서는 ‘누구든지 고문을 받거나 비인간적이거나 품위를 손상하는 처우나 처벌을 받지 아니한다.(No one shall be subjected to torture or to inhuman or degrading treatment or punishment.)’고 규정하고 있어 EU가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EU에 가입된 회원국들도 기본권 헌장을 준수하고 있을까요. 각 회원국들의 현황을 살펴보겠습니다.

 

EU 회원국의 법에는 사형제에 관해 규정되어 있을까

앞서 말씀드린 EU 기본권 헌장은 EU의 회원국이라면 준수해야 할 조약입니다. 실제 EU회원국가들은 이를 어떻게 반영하고 있을까요. 박지원 의원의 말처럼 EU에 가입하기 위해서 사형제 폐지를 법에 규정하고 있을까요. 발언 내용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EU 회원국의 법 조문을 찾아보았습니다. 그 결과 2024년 현재 27개 국 중 확인 가능했던 17개 국가가 모두 법으로 사형제 폐지를 금하고 있었습니다.

EU회원국 사형제 폐지 법 조문

확인 O

(17곳)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스웨덴, 핀란드,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크로아티아

확인 X

(10곳)

덴마크, 헝가리, 폴란드, 체코, 에스토니아, 사이프러스,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몰타, 불가리아


나머지 10개국은 어떨까요. 비록 법 조문을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으나 남은 10개 국도 사형을 선고하지 않거나 사형제를 폐지했다는 것을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아래의 이미지는 유럽평의회에서 확인한 전 세계의 사형제 폐지 현황입니다. 유럽지역 내 벨라루스와 러시아를 제외한 모든 나라가 사형제 폐지를 의미하는 초록색으로 칠해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유럽평의회에는 EU 회원국보다 많은 46개 국이 가입되어 있는데, 유럽평의회의 회원국이 되기 위해서는 사형제도 금지가 전제조건이므로 법 조문을 직접 확인하지 못한 나머지 10개 나라도 사형제를 폐지했을 것으로 파악됩니다. 따라서 EU에 가입하려면 사형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박지원 의원의 말은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아쉽게도 법에 명시를 해야만 EU의 회원국이 될 수 있는지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EU의 기본권 헌장은 ‘EU 회원국이 EU 지침을 시행하는 국내법을 채택하거나 EU의 지침을 직접 준수할 때 적용’되므로 모든 EU 회원국 모든 나라가 사형제 폐지를 적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상황은 어떨까

사형제와 관련해 대한민국은 어떤 상황일까요.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2007년부터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되었습니다. 2023년 11월 기준으로 59명의 미집행 사형수(법률신문 기사 참조)가 있으나 1997년 12월 30일 마지막으로 사형을 집행한 이후 한 번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사형 선고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2022년 6월 열린 연쇄살인범 권재찬의 1심 판결에서 인천지방법원은 사형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2심에서 무기징역이 감형 선고됨에 따라 사형 확정판결이 내려진 경우는 2016년 2월 이후 없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사형제의 존폐에 대한 대한민국의 입장은 무엇일까요.

국제앰네스티에서 발행한 <2022년 전 세계 연례 사형현황 보고서>를 보면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열린 유엔총회에서 사형 집행 모라토리엄 결의안에 찬성 표결했습니다. 이는 2020년 문재인 대통령의 찬성 이후 두 번째입니다. 그러나 사형제를 법으로 폐지하는 움직임은 없으며 사형제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한겨레신문은 법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여 “‘한국이 결의안에 찬성 표결을 한 것은 간접적·사실적으로 추인해 온 사형집행을 유예하는 현 상태를 인정하는 것으로, 국제사회의 인권 옹호 노력에 동참한다는 의의가 있다’면서도 ‘결의안 찬성으로 사형제 폐지나 형법체계 변경 등에 대한 책임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근본적으로 유엔총회 결의는 법적 구속력을 가지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어느 나라에서는 수천 명에 달하는 사람을 사형에 처하고, 어느 나라는 사형제 폐지를 법으로 규정하고, 어느 나라는 제도는 유지하면서도 실행하는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번 기회에 사형제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알아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콘텐츠는 노무현시민센터의 지원으로 진행되는 캠페인즈 시민팩트체커 활동으로 작성됐습니다.

**노무현시민센터는 지원 외에 캠페인즈 시민팩트체커의 활동에 개입하지 않으며, 캠페인즈 시민팩트체커가 작성하는 콘텐츠는 독립적으로 기획, 작성됩니다.

***콘텐츠 작성은 캠페인즈 시민팩트체커와 시민팩트체커 그룹 K.F.C.의 협업을 통해 진행됐습니다.

공유하기

이슈

공론장

구독자 173명
whitedesert 님의
활동을 응원해주세요
whitedesert 님의
활동을 응원해주세요

한국의 사법제도가 범죄자들에 대해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회적 인식이 극도로 높아져 있는 상태이라 '사형제 폐지'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를 않고 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사형제는 인간의 권리라는 차원에서 민주주의라는 차원에서 피해야 할 제도임이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악에 대한 단죄라는 차원에서 사형이라는 속시원함을 추구하다 못해 실현한다면 그것은 우리 사회를 뒤로 되돌리는 일이 될 것 같습니다. 사회분위기상 점점 걱정되네요.

한때 사형제도에 대해 엄청 뜨겁게 이야기했던 시기가 있었는데요(정확하게 언제쯤이었는지까지는 기억이 잘...), 최근에는 사형제에 대한 언급이 없었는데... 지금 다시 사형제도에 대해 오랜만에 돌아보게 되네요.

근거가 없는 발언은 아니었네요. 사형제에 대한 논의가 한국에선 조금 사그라 든 것 같네요. 이젠 사실상 사형제가 폐지된 국가에 속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다만 흉악범죄가 일어나면 '사형시켜야 한다'와 같은 극단적 주장이 인터넷에서 반복되어서 나오는 현상은 더 심해진 것 같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