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AI와 디지털의 환경 비용, 그 뒤에 숨은 논리

2024.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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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량입니다

빨리 가기에 대한 분노

지난 2018년 제주도 비자림로 확장 공사가 시작됐다. 2차선의 4차선 확장 공사였다. 제주도 관계자는 “하루 1만 4천 대 통행량으로 주민의 불편이 크다”며 공사 이유를 밝혔다. 책정 예산은 240억 원이었다.

공사 전 비자림로 도로 출처 : 오마이뉴스 포토

시민단체는 반발하며 비자림 지키기 활동을 벌였다.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는 시민들 모임'은 “4차선 도로 확장을 해도 전체 구간이 3km밖에 되지 않고, 시간 단축 또한 27초밖에 되지 않는다.”며 반발했다. 비자림로는 차로 5분이 걸렸다. 확장 공사로 벌목 된 나무는 900여 그루다.

비자림로 도로 확장 공사 반대 활동. 출처 : 오마이뉴스 포토

비자림로 확장 공사가 알려진 2018년 8월 9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제주도의 아름다운 비자림이 파괴되지 않게 막아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몇 시간 만에 1만 9,000명이 청원에 참여했다.

현재도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고 하려는 시민모임’ 인스타그램에는 비자림로 공사 게시물이 올라오며, 수십 개의 좋아요가 눌려 있다. 또한, 비자림로 도로 확장 공사를 비판하는 #비자림로를지켜주세요, #비자림로확장공사반대  게시물 모두 1,000개 이상 업로드 됐다.


빨리 가지 못 한다는 분노

코로나19 팬데믹은 오프라인을 온라인으로 전환시켰다. 인터넷 수요가 증가했고, 속도가 중요해졌다. 넷플릭스, 유튜브 동영상은 1,080p에 로딩이 없어야 했다. 도로든 인터넷이든 트래픽이 많으면 느려진다. 기업들이 초고속 인터넷, 더 빠른 Wi-Fi 서비스를 내놓은 이유다.

출처 : 삼성전자 뉴스룸 캡쳐

문제는 초고속이 초고속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1기가 바이트 속도의 인터넷이 실제로는 절반밖에 되지 않았고, “넷플릭스 속도 왜 이래" 혹은 “사진도 전송이 안 된다.” “굼벵이 인터넷 속 터져"라는 말이 나왔다.

비판이 코로나 팬데믹 특수라고 보긴 어렵다. 2017년 구글 리서치에 따르면, 모바일 기준 홈페이지 로딩 시간이 3초 이상일 경우 32%가 이탈하고, 5초 이상은 90%, 6초 이상은 106%, 10초 이상은 123%가 이탈한다. 2014년 우리나라 사람들은 홈페이지 로딩 6초가 길다고 느꼈다. 기대 시간은 3초였다. 현실이 이러니 기업들은 더 빠르고, 더 많이 이용할 수 있는 홈페이지와 기술을 개발했다.

그에 따라 "1995년부터 2015년까지, 웹사이트 한 페이지의 무게가 115배 증가했다"1) 프랑스 데이터센터 대표이자, 민간싱크탱크 ‘전환기의 데이터 센터(Datacenter en transition)’’의 공동 설립자 ‘필리프 뤼스(Philippe Luce)’는 “1990년대 말엔 웹사이트의 초기화면이 8초 안에 떠야 했다. 오늘날엔 0.8초 안에 초기화면이 완전히 뜨지 않으면 다른 플랫폼으로 가버린다.”1) 고 말한다.


같은 속도, 다른 비판, 다른 태도

온라인에서는 3초도 못 기다리는데, 오프라인에서는 5분이 느려도 괜찮다는 차이점이 왜 발생하는 걸까. 오프라인의 비판이 왜 온라인에는 적용되지 않을까. 오프라인에서의 악이 왜 온라인에서는 선일까. 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비판이 다를까. 그 이유는 아마도 온라인이 발전하면서 누리는 편리함과 효율성 때문일 것이다.

디지털은 효율성을 추구한다. 더 빠르게, 더 많은 일을 처리하게 한다. AI, 사물 인터넷, OTT 등 디지털이 발전할수록, 과거보다 더 편하고, 많은 일을, 더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다. 명령어 몇 개만 입력하면 내가 원하는 글과 동영상을 만들 수 있고, 자동화로 업무 효율성이 증가한다. 발전 속도를 보면, 앞으로 얼마나 더 빠르고, 편리한 유토피아가 펼쳐질지 상상이 안 된다. 유토피아도 멀지 않아 보인다.

AI와 디지털이 유토피아를 보여줄 때, 우리는 감춰진 디스토피아도 함께 봐야 한다. 동전은 양면을 갖고, 햇빛은 그림자를 만든다. 디스토피아를 보면 AI와 디지털 발전이 다르게 보인다. 디스토피아를 보면서 오프라인에서 한 비판을 온라인에도 똑같이 해야 한다.


NVIDIA는 왜 전 세계 시가총액 3위 기업이 됐나

NVIDIA는 콘솔 게임기와 PC, 노트북의 그래픽 처리 장치를 디자인 하는 미국의 반도체 회사다. 시가총액은 2조 3,751억 달러로 전 세계 3위다. 10년 전보다 10배 이상 성장했다.

출처 : https://www.nasdaq.com/market-activity/stocks/nvda 2024.03.26 한국시간 오후 8시 기준

NVIDIA의 주력 제품은 GPU(Graphics Processing Unit)다. 컴퓨터 그래픽 연산을 빠르게 처리하고, 결과 값을 출력하는 장치다. 고해상도 디자인과 게임 그래픽 구현에 쓰였다. CPU(Central Processing Unit)와 비교하면 속도 차이가 극명하다. NVIDIA는 그 차이를 영상으로 공개했다.

CPU 작동 방식, 출처 : NVIDA 유튜브 캡쳐

GPU 작동 방식, 출처 : NVIDA 유튜브 캡쳐

NVIDIA가 단순 GPU 때문에 성장한 것은 아니다. GPU에 CUDA(Compute Unified Device Architecture) 기술이 결합된 결과다. 그 결과 GPU에서 수행하는 알고리즘을 C 프로그래밍 언어에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CUDA 도입으로 NVIDIA는 AI가 원하는 대량 연산 처리를 할 수 있게 됐다. AI 소프트웨어에 딱 맞는 하드웨어가 된 것이다. AI 핵심이 딥러닝이 되면서 GPU는 필수가 됐다. 현재 NVIDIA의 전 세계 GPU 점유율은 98%다. AI 산업 수요는 더 커질 전망이다. NVIDIA가 급성장한 이유다.

출처 : https://openai.com/sora 

ChatGPT 개발사 오픈 AI의 SORA 서비스로 누구나 명령어 몇 개로 동영상을 만들 수 있다. 기업들도 AI로 만든 영상을 제품 바이럴에 사용하고 있다. 한 기업은 자사 바디워시 제품 바이럴 영상을 AI로 만들어 공개했다. 이제는 불편한 골짜기도 느껴지지 않는다.


NVIDIA 창업자 젠슨황 
“전 세계 1천 조 규모의 데이터 센터가 있다. 현재 생성형 AI로 전환하는 과정”

NVIDIA가 급성장하자, 창업자 젠슨황의 발언도 주목받고 있다. 그는 “전 세계 1천조 규모의 데이터 센터가 있으며 생성형 AI로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20년 9월에 “몇 년 안에 수조 대의 컴퓨터가 AI를 실행 하면서 새로운 사물 인터넷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AI든 사물 인터넷이든 핵심은 데이터다. AI는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하고 처리한다. 사물인터넷은 인터넷을 통해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움직인다. 데이터는 SNS, OTT, 유튜브, 블로그, 각종 앱을 사용할 때마다 생성되고 쌓인다. “하루에 5엑사바이트”가 생성된다. 엑사바이트는 10¹⁸에 해당한다. 이는 “정보화 산업이 시작된 시기부터 2003년까지 생산된 모든 정보의 양”이다.1) 1분 동안 벌어지는 디지털 활동을 보면 이 말이 이해가 간다.

출처 : 2023년 한 해, 1분 동안 온라인에서 일어나는 일

2023년에 1분 동안 3억 4,700만 회의 유튜브 영상 조회, 45만 2천 시간의 넷플릭스 영상 스트림, 6억 2,500만 개의 틱톡 동영상 조회, 2,100만 명의 페이스북 유저 활성화, 65,972개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이 공유됐다. 하루가 아니라 1분이다. 단순 계산으로 유튜브 동영상은 하루에 약 5천억 회 조회된다. 전 세계 스마트폰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한 사람이 초당 만들어 내는 데이터는 1.7mb다.

전 세계 데이터센터 분포도, 출처 : Data Center Map

“전화기며 태블릿 PC, 컴퓨터 등에는 분명 감춰진 비용이 존재한다. 이는 계산에 포함되지 않았거나 우리의 감각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는 이유로 무시되어 온 빙산의 아랫부분이다. (중략) 디지털 업계는 최근 몇 년 사이 이러한 데이터들끼리의 교류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놀랄만한 인프라를 구축했으니, 그것은 바로 데이터 센터다.”1)

“우리가 어떻게 스마트폰을 사용하든, 스마트폰은 데이터센터와 연결되어 있다.”1) 또한, “오늘날 전 세계의 데이터센터는 면적이 500제곱미터에 미치지 못하는 규모가 거의 300만 개가량, 그보다는 큰 중간 규모가 8만 5,000개, 그리고 에퀴닉스 AM4에 버금가는 규모가 수만 개 정도 분포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1)

바다 속에 설치된 해저 케이블 분포도. 출처 : 해저 케이블 맵

바로 앞 친구 SNS 게시물에 누른 좋아요는 총 7번의 과정을 거쳐 전달된다. 데이터센터를 반드시 거치며, 데이터는 해저 케이블로 전달된다. SNS뿐만 아니라 앞서 1분 동안 이루어진 활동 모두 마찬가지다.


방해금지 모드가 없는 데이터센터

데이터센터의 미덕은 꺼지지 않는 것이다. 데이터센터가 꺼지면 연관 산업은 셧다운 된다. 지난 2022년 10월 SK C&C의 데이터센터 화재가 발생하면서 데이터 처리가 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카카오톡, 카카오 택시, 카카오 페이 등 카카오 관련 서비스가 모두 먹통이 됐고, 신한카드도 결제되지 않았다.

네이버 데이터센터 홍보 문구 캡쳐. 출처 : 네이버 데이터 센터

데이터센터 화재로 데이터 처리가 되지 않으니, 해당 데이터센터를 이용하던 모든 서비스가 중단 된 것이다. SNS, OTT 시청, 온라인 결제, 이메일 전송, 무선 인터넷 등은 24시간 내내 작동해야 한다. 때문에 데이터센터는 멈추면 안 된다. ‘단 1초도 멈추지 않는' 게 데이터센터의 안정성이다. 데이터센터에게 방해금지 모드는 존재하지 않는다.

24시간 켜져있는 디지털은 24시간 내내 기후변화를 가속화 한다

꺼지지 않는 데이터센터와 24시간 접속 가능한 산업을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전기가 소모된다. “디지털 산업계가 하나의 나라라면, 이 나라는 전기 소비 면에서 미국과 중국의 뒤를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할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전기의 35퍼센트가량은 여전히 석탄을 통해서 생산된다. 사정이 이러니, 지구의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가운데 약 4퍼센트는 디지털 산업에서 발생하는 형편이다.”1)

자동차가 차고에 있을 때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반면, 디지털은 24시간 켜진 상태로 24시간 내내 열을 방출한다. 이 열을 24시간 내내 식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SK C&C 사태가 재발한다. 열기를 식히는 데는 HFCs 등 불소화가스가 사용된다. 이는 온난화 가스들이다. 온난화 효과는 이산화탄소의 배가 된다. 

현재 해당 가스 배출량 계산 지침도 없는 상태이며, 기업의 배출량 파악도 명확치 않다. 아마존, 메타, 넷플릭스, 유튜브 등 주요 디지털 기업은 자사 지속가능경영보고서 혹은 ESG 보고서에 HFCs 가스 배출량을 공개하고 있지 않다. 편리함과 효율성, 속도에 감춰진 환경 비용 계산을 못 하는 것이다. 디지털 산업은 제품 “가격 책정 기능은 뛰어난지 몰라도 비용을 파악하는 능력은 없다"2)

우리가 사용하는 디지털은 24시간 내내 전기를 사용하고, 24시간 내내 열을 내뿜으며, 그 열을 식히는 HFCs 등 불소화가스를 24시간 내내 사용해야 한다. 이 모든 건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이다. 24시간 내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달리는 자동차인 셈이다.

기업의 잘못만도 아니다. 인터넷 사용자  모두에게도 인터넷을 끊임없이 긴장 상태로 몰아간 책임이 있다. 한 엔지니어가 말했다. "인터넷 사용자들은 웹이 기능하는 방식을 우습게 알죠. 이들은 인터넷이 늘 빨리, 더 빨리 일하기를 기대하는 버릇없는 아이들 같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다 보면 결국 모두가 이러한 빨리빨리 논리의 지옥에 떨어져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됩니다."1)


디지털 산업 뒤에 감춰진 논리를 봐야 한다

생성형 AI가 산업에 더욱 쓰이고, 편리함과 효율성, 속도에 취해 더 빨리, 더 많이 논리를 살찌우면 데이터는 점점 더 커진다. 이미 “텍스트 하나를 작성하는 데 필요한 출력은 2~3년마다 두 배로 늘어났”으며 “점점 더 복잡해지는 명령행을 점점 더 많이 소화하느라 컴퓨터들은 쉼 없이 고군분투”1) 하고 있다. 2035년까지 생성될 데이터의 기울기는 매해 가파르게 올라간다. 2035년이 되면, 2,142 제타 바이트의 데이터가 만들어 질 전망이다. 1제타 바이트는 10²¹이다.

출처 : 픽사베이

젠슨황의 말처럼 모든 데이터센터가 생성형 AI로 전환되면, 더 많은 데이터가 처리되고, 처리된 양만큼 더 많은 데이터가 생성될 것이다. 이는 신규 데이터센터 건립과 더 많은 데이터처리로 이어질 것이다.

더 빠르고, 더 많다는 기준은 항상 이전의 속도와 양이다. 1990년대 말 8초를 견딘 사람들은, 이제 3초도 못 견딘다. 더 빨리, 더 많이를 추구하는 우리는 이미 “빨리빨리 논리의 지옥"에 떨어져 있으며, 이 논리에는 성장 논리가 숨어있다.

‘더 빨리, 더 많이’ 뒤에 ‘생산과 소비’를 넣어도 이상하지 않다. ‘더 빨리 생산, 더 많이 생산' 과 ‘더 빨리 소비, 더 많이 소비'는 성장의 논리다. 작년보다 더 많이 생산되고 소비될 때 성장했다고 말한다. 또한 그 성장을 신화처럼 여기고 건드리지 않으려 한다. 설령 성장하지 못해도 ‘성장' 단어를 절대 놓지 않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 경제가 후퇴했을 때, 언론과 정부는 후퇴를 ‘마이너스 성장' 혹은 ‘제로 성장' 이라고 불렀다. 성장을 얼마나 추구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프란츠 알트는 ‘마이너스 성장과 제로 성장'이라는 단어가 의아하다며 “성장 없이는 아무 일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3)고 비판한 바 있다.

AI 등 디지털의 발전은 우리 사회를 전에 없던 성장의 길로 이끌 것처럼 보인다. 몇 시간이 걸러셔 하던 영상 편집을 명령어 몇 개로 단숨에 끝내버리니, 당연하다. 구글에서 긁고 긁어서 찾은 자료를 ChatGPT가 단숨에 찾아주니, 당연하다. 비단 영상과 자료 리서치만이 아니라, AI가 펀드도 관리하고 있다

이러한 발전은 우리를 달콤한 편리함과 효율성에 취하게해, AI와 디지털을 더욱 쓰게끔 만든다. 그리고 디지털이 더욱 확대되고 발전해야 한다고 말한다. "성장하면 더 좋은 걸 쓸 수 있어"라고 말한다. 달콤한 속삭임이다. 달콤한 건 언제나 독이다. 그 속삭임 뒤에 있는 환경 비용을 보고, 우리는 반드시 질문해야 한다.


곤란한 질문을 해야 한다

“우리 자식들과 손자들은 우리가 연금을 80마르크나 100마르크 더 받거나 덜 받는 것을 가지고 우리를 평가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우리가 그들에게 맑은 물, 건강한 땅, 그리고 깨끗한 공기를 물려주는 것을 가지고 우리를 평가할 것이다.”3)

독일 화폐 마르크는 2002년에 폐지됐다. 프란츠 알트가 말한 자식과 손자는 지금 세대다. 그의 예측은 빗나갔다. 지금 세대는 신규 아이폰, 새로운 넷플릭스와 유튜브 콘텐츠, 릴스, ChatGPT가 만든 효율성에 열광한다. 

그레타 툰베리 등 기후세대가 등장했지만, 디지털 네이티브인 “'기후세대'는 2025년에 이르러 디지털 업계의 전력 소비량 (전 세계 전기 생산량의 20퍼센트)과 온실가스 배출량 (전 세계 배출량의 7.5퍼센트)을 두 배 증가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될 것이다.”1)

성장만의 추구가 멈추지 않는 이상, 모든 환경 캠페인은 현상만 제거할 뿐 원인 제거를 하지 못한다. 디지털 클린 업 데이에 참여해 메일함 비우기에 만족하는 건, “타이타닉호에 고인 물을 티스푼으로 떠내는 것만큼 소용없는 일이다.”2) 물론 필요하다. 무의미하고 의무적인 댓글과 좋아요를 남기는 것 보단, 지우는 편이 더 낫고, 의무적인 댓글과 좋아요는 없는 게 낫다.

“제일 중요한 건 얼마만큼의 기가바이트를 절약했느냐가 아니라 행사를 통해서 사고방식이 바뀌는 것"1)이다. 메일함을 비운 뒤, 신규 콘텐츠에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고, 공유하는 행위가 반복된다면, 이는 실상 아무 변화도 없는 것이다.

사고가 바뀌고, 성장만을 추구하는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시스템을 바꾼다는 것은 곧 우리를 지배하는 규칙이나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화를 바꾼다는 것이다.”4) 이를 위해선 “사실이 신념에 영향을 주게 만들어야 할 뿐 아니라 곤란한 질문을 많이 던져야 한다. 한두 개의 질문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질문이 충분치 않으면 오히려 거짓된 안도감에 빠질 수 있다.”5) 

몇 가지 질문으로 도달한 친환경 소비, 친환경 생산, 녹색 성장은 오히려 거짓된 안도감일 뿐이다. 이는 친환경과 녹색이라는 이름 하에 더 많은 소비와 생산을 만들 뿐이다. 그로인해 환경 비용이 더 커진다는 게 사실이다.


오프라인과 동일한 비판, 온라인에 해야 할 '곤란한 질문'

AI로 더욱 주목받기 시작한 디지털 산업이 커질수록, 우리 눈에 보이지 않던 비용도 점차 커질 것이다. 그 규모는 비자림로 도로 확장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거대하다. 그린피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십중팔구 인간이라는 종에 의해 건설 된 가장 광대한 것"이다.1) 

인류의 진화를 말한 유발하라리는 호모 사피엔스 이후 인류를 호모 데우스라고 말하면서, 현대 세계가 성장을 절대선이자 절대가치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성장에 반하는 걸 이단적인 생각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한다.6) 그는 이 성장 신화를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 신화가 환경 문제를 볼러오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원하는 세상에 살기 위해서는 성장이 가져올 유토피아만 바라봐선 안 된다. 함께 따라오는 어쩌면 그 보다 더 거대한 디스토피아를 함께 봐야 한다. 그 시작은 감춰진 비용을 보는 것이다. 우리가 해야할 곤란한 질문이다.

출처 : Unsplash

유튜브 영상 조회와 넷플릭스 스트리밍 시간, SNS에 누른 좋아요에는 감춰진 비용이 존재한다. 전 세계의 비트코인 채굴 전기 소비량은 호주 전체와 맞먹는다. 또한, "싸이의 강남스타일 유튜브 조회수 17억 회 당시, 전기 소비량이 297기가와트시"1)였다고 추정된다. 이는 프랑스 도시인 "트루아의 연간 전기 소비량과 같은 양"1)이다. 현재 강남스타일의 유튜브 조회수는 50억 회가 넘었다. 이 보다 더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은 2021년 기준으로도 5개가 존재한다

여기에 곤란한 질문을 해야한다. 유튜브 영상 조회수를 보고, "이 영상으로 얼마를 벌었냐"가 아니라, "이 영상의 조회수로 만들어진 환경 비용은 얼마인지", "이 영상을 계속 보여주기 위해 쓰인 전기는 얼마인지" 등 상대방이 곤란해 할 질문을 해야한다. 곤란한 질문을 할 때 디지털 산업과 성장 논리가 감춰 놓은 비용이 드러나고, 숨길 수 없을 것이다. 질문 할 수 없다면, 최소 높은 조회수에는 높은 환경 비용이 감춰져 있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

디지털에 남기는 모든 흔적은 환경 비용을 가지고 있다. 이 글도, 이 글에 눌린 좋아요도, 공유도, 이 글이 올라가는 플랫폼 자체도 환경 비용을 만들고 있는 건 틀림 없는 사실이다. 눈에 보이지 않고, 보려고 하지 않을 뿐이다. 이 모든 사실을 알고 비판해야 한다. AI가 더 빠른 속도와 편리함과 효율성을 기반으로 확산될 수록, 환경 비용은 더욱 커질 것이다.

부디 내가 사용하는 디지털 산업이 어느 정도의 환경 비용을 유발하는지 생각하고, 산업과 그 기업에 환경 비용이 얼마인지 물었으면 좋겠다. 또한, 현재 산업을 이끄는 지배적 논리가 무엇인지 알고, 그것에 대한 비판을 가했으면 좋겠다. 

은유 작가는 “우리가 의심없이 행했던 일을 의심하는 순간 해방의 바람은 불어오고 있을 것입니다.”7)라고 말했다. 우리가 의심없이 받아들였던 성장과 시스템을 의심하는 순간, 변화의 바람은 불어오고 있을 지도 모른다.

*참고서적*

1)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 (기욤 피트롱/ 갈라파고스/ 2023) p.23, 43, 75, 105, 109, 112, 113, 139, 142, 161, 188

2) ⟪비즈니스 생태학⟫ (폴 호켄/ 에코리브르/ 2004) p.23, 122

3) ⟪생태적 경제기적⟫ (프란츠 알트/ 양문/ 2005) p.32, 33

4) ⟪업스트림⟫ (댄히스/ 웅진지식하우스/ 2021) p.140

5)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이본 쉬나드/ 라이팅하우스/ 2020) p.320

6) ⟪호모데우스⟫ (유발 하라리/ 김영사/ 2021)  p.285~304

7) ⟪해방의 밤⟫ (은유/ 창비/ 2024)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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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변화를 잘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일회용품을 엄청 많이 쓰고 소비적인 사회가 지속되는 데에는, 우리가 만들고 내놓은 쓰레기의 양과 처리과정이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밤에 쓰레기를 집밖에 내놓으면 제 시야에서는 사라져버리니 마치 더이상 제 일이 아닌 것 같이 느껴지고,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생겨나고 있는지 가늠도 잘 안 가더라구요.
디지털과 데이터도 그런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양의 에너지와 영향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뤄지고 있고, 제 앞에 있는 건 쓰레기나 잔해물이 하나도 나오지 않는 깨끗한 액정뿐인 느낌이에요. 눈에 보이지 않는 이면의 영향을 생각해 볼 수 있게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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