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함께 변화]선거제, 다음 선거까지 진짜 논의되어야 할 것들

2024.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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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과 사회에 관심이 많은 연구활동가

Dall E 3로 생성

2024년 2월 5일, 총선을 두 달 앞두고 민주당은 최종적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기로 발표했다. 이와 동시에, 진보당, 새진보연합과 함께 ‘비례연합정당’을 꾸렸다. 이번 민주당의 준연동형 선거제에 관해 여러 냉철한 평가가 이미 이루어졌지만, 정작 선거제와 관련해 다루어져야 할 내용들은 충분히 다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 글을 작성하게 됐다. 


1. 국회의원 정원 수 확대? 축소?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최근 이야기를 꺼내면서 점화가 된 국회의원 정원 수 논란은 꽤 오래되었습니다. 하지만 지난번에도 홍준표가 대선 후보 공약으로 꺼내는 등 주로 선거 기간에 반짝 관심 끌기용으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요. 일반적으로 국민들의 여론은 국회의원 숫자를 줄이자는 데 동의합니다. 보통 ‘국회의원들 꼴 보기 싫다’는 이유, 즉 ‘정치 혐오’ 때문입니다.

하지만 국회의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오히려 국회의원 수는 늘려야 합니다. 국회의원의 가장 막강한 권한인 ‘입법권’이 일반적으로 머릿수 - 의결정족수를 채우면 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의원 숫자를 줄이면 국회의원의 권한은 더 강해지고, 더 기고만장해집니다. 기존 국민여론을 의식하여, 이탄희 의원의 제안대로 국회의원 급여를 줄이며 국회의원 정원 수를 늘리는 것도 고려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국회의원이 마음에 안들면 국회의원 정원을 왜 늘려야 하는지, 국회의원 정원을 줄이면 의원에게 들어가는 세비보다 국민이 더 큰 손해를 보는지 등 국회의원 정원과 관련된 배경 지식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여러 대안을 함께 토론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국회의원 정원을 어떻게 확대할지도 중요합니다. 늘린다면 비례대표 의석을 얼마나 늘릴 것인지, 지역구를 더 확대할 것인지에 따라 많은 게 바뀌니까요. 다음 챕터에서 더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 비례 의석이 많이 늘어난다고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닙니다.


2. 연동형 VS 병립형 이 아닌, 양당제* VS 다당제를 이야기해야

이번 선거제 논란을 짧게 요약하면 ‘준연동형이냐, 병립형 회귀냐’입니다. 이 과정에서 오간 다양한 논점이 있는데요. 예를 들어, ‘국민의 뜻이 더 잘 반영되려면, 연동형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주장과 근거는 위성 정당이 창당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사실입니다. 그리고 병립형 → 준연동형 → 연동형 비례제로 갈 수록 다당제가 성립할 확률이 높아지죠. 그렇다면, ‘국민의 뜻이 더 잘 반영되는 다당제’가 무조건 옳을까요?

저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100% 연동형을 지지하고 비례대표 의원 수나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양당제를 지지하는 의견도 타당한 지점이 있습니다. 극단적인 소수 의견이 결집되어 정당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다당제 특성상 협의가 되지 않으면 국정 운영이 양당제에 비해 마비되기 더 쉬우며,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한국의 정치 현실에서 소수 정당의 역량이 충분한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합니다.

아직 22대 총선까지 시간이 남았지만,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가 갈라서는 모습이나 기존 진보 정당의 대표자로 있던 정의당의 지지율 추락(한국갤럽 기준 최근 1~2퍼대)을 보면, 제대로 국회에 진입할 소수 정당이 얼마나 될 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3. 선거제, 특정 정당의 승리가 아닌 국민의 승리를 목표로 이야기돼야

무당층인 제 입장에서 이번 선거제에 대한 논의를 지켜보며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난 특정 정당이 몇 표 더 얻는 것은 큰 관심이 없는데, 왜 다들 거대 양당 표 계산만 하고 있지’입니다. 선거제를 어떻게 하면 어떤 정당이 몇 표 더 받을 거다, 그래서 특정 제도가 유불리가 어떻다는 이야기는 당연히 정당 지지자와 정치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겠지만, 선거제에 대한 담론의 주류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위에 두 가지 논점을 포함하여, 선거제에서 가장 주류로 다뤄져야 할 점은 ‘어떤 선거제가 국민에게 어떻게 이득이 될까’입니다. 물론 자신의 지지 정당 승리가 국가에 더 좋다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소수 정당이나 지역구/비례제 등의 장단점을 생각해서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국민들이 자신들의 더 지속적인 큰 이익을 위해 선거제에 대해 논의하게 되길 바랍니다.

선거법 눈알 감시단의 리포트에 따르면, 2016년에 치뤄진 20대 총선에서는 D-42에, 2020년에 치뤄진 지난 총선에서는 D-39에 선거제가 정해졌다고 합니다. 다음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전까지 미리미리 개헌을 포함한 선거제 논의가 이루어져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선거제가 시행되길 바랍니다.


*여기서의 양당제는 제도적 양당제가 아닌, 사실상 국정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정당이 두 정당만 존재하는 '실질적 양당제'를 의미한다.

[22대 총선 논의 시리즈]
1편 - 선거제도가 바뀌면 정치가 바뀐다(선거제도의 중요성)

2편 - 선거제, 진짜 논의되어야 할 것들 <-
3편 - 미정(22대 총선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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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오히려 국회의원 수는 늘려야 합니다."
"특정 정당의 승리가 아닌 국민의 승리가 돼야"
라는 부분에 공감합니다.

@생생이 사실 제 원래 주장은 이 덧글과 더 가깝습니다. 어찌보면 제 본문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과 이런 덧글이 공론장에서 서로 부딪쳐 더 좋은 대안들이 사회에 나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논의되어야 할 것들'이라고 써 두었습니다.

본문에 쓰지 못한 내용을 좀 더 담자면, 저는 소수 정당 진입이 용이한 제도 하에서 극단적(나치즘 등을 주장할)정당이 원내에 봉쇄조항마저 뚫고 진입한다면, 이는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그 국가의 민주주의의 위기이자 실패를 우선적으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통합진보당이 헌법제판소의 판정을 받아 해체되는 게 아닌, 사람들의 비판과 선거로 해체됐어야 한다고 보는 의견과 맥락이 같습니다. 이외에 말씀하신 내용들도 고려할 부분입니다. 절차적 민주성과 실질적 민주성은 언제나 함께 고려되어야 하겠습니다.


양당제와 다당제 비교에서 국정 운영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말씀하신 부분도 충분히 맞다고 생각합니다. 실질적 양당제 하에서도 편가르기 싸움을 하는 상황은 충분히 여러 국면에서 국정 운영의 어려움을 야기합니다. 하지만 분명 일반의결정족수를 근거로 한 입법과정에서 연합이 필요하냐 필요하지 않냐에 따른 차이는 큽니다. '그래서 절반 넘는 의석을 가진 정당이 밀어붙이는게 옳냐'를 떠나, '국정운영의 속도와 효율'만큼은 확실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소수 정당에 대한 부분은 사실.. 제가 소수 정당의 필요성을 말하면서, 정작 관심을 많이 주지 못하고 있다는 반성과 함께 저 부분을 역으로 작성해 보았습니다. 제가 뭉뚱그려 작성하긴 했지만 역량 부분은 주로 지지율과 의석 수, 정당을 운영하는 능력, 정책 제안 능력, 국민 설득 능력 등을 포함합니다. 정당에 대한 이야기를 이 덧글 하나, 글 하나에 하기엔 무리가 있겠지만... 저는 절차적 평등(형식적 평등)이 어느 정도 앞서야 실질적 평등이 이루어 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소수 정당의 역량을 논하기 전에, 그런 소수 정당의 역량이 펼쳐질 환경이 부족하다'는게 더 핵심적인 입장입니다. 그리고 소수 정당 자체의 필요성 역시, 다른 스터디에서 밝힌 바 있는데, 거대 양당만으로 다루기 어려운 의제(기후, 소수자 문제 등 사회에 필요하지만 다수가 제1의제로 다루자고 하기 어려운 것들)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덧글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다른 분들의 덧글도 정말 감사합니다.

정치학과 정치가 어떻게 다른지 많이 배울게요

양당제의 장점도 분명히 있고, 다당제 그 자체로 충분하거나 선은 아니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경제적 지향(신자유주의의 추진)에 있어 큰 차이가 있지 않아서 단순히 양당이 아니라 보수양당에 가깝기 때문에 정치적 대의가 충분 할 수 없는 정치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맥락에서 살펴볼 필요도 있습니다. (여러 이유중 하나이겠지만요.)


"극단적인 소수 의견이 결집되어 정당화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하셨지만, 생길 수 있는 하나의 작은 가능성으로 인해 다양한 관점에 대한 정치적 대의의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막을 이유가 되지는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뿐만 아니라 결집되어 표를 얻는다고, 그것이 '정당화'인 것은 아닐 것이기도 하고, 다수의 의견이 양당제라는 구조적 안전판 속에서 다수라고 그 자체로 정당화 되어 있다고 보는 것 또한 민주적인지 질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당제 특성상 협의가 되지 않으면 국정 운영이 양당제에 비해 마비되기 더" 쉽다고 하셨는데, 현재의 맥락에서는 양당제 하에서의 정치양극화/정치적 부족주의/팬덤정치가 '우리편 아니면 너네편'의 구도 속에서 '정치'를 마비시키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사회에 있지 못했던 다당제 하에서의 하나의 가능성을 가지고 반대하기에는 현재의 양당제가 더 문제가 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근본적으로 한국의 정치 현실에서 소수 정당의 역량이 충분한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고 하셨는데, 말씀하시는 역량의 의미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질 것 같습니다. 다만 소수 정당이 성장 할 수 없는 구조 하에서의 역량의 충분함을 말하는 것은 달성하기 어려운 수준을 요구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느낌은 문득 생깁니다. 그리고 2000년대 초반 제3당이었던 민주노동당이 생산한 정책들은 그 이후의 선거 등에서, 이전에는 이야기 하지 않던 양당이 수용하여 받아들이게 만들었습니다. 3당의 존재의 필요성을 증명했던 역사적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소수정당의 역량에 대한 검증은 비례대표제 하에서 몇 명이 당선되고나서부터 이루어지게 되는 것 같고,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다당제 그 자체가 정답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현재의 한국정치 맥락에서는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조차도 제한적이고 가능성도 요원해 보이지만요...) 양당제의 극복은 누군가는 자신이 속한/지지하는 소수정당의 이득을 위해서 주창 될 수도 있겠지만, 양당이 대의하지 못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대의하거나, 그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주장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비례대표제의 확대는 현 시점에서는 시민조차 되지 못하는 비시민들의 들리지 않던 목소리를 들리게 하는 정치적 제도화의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하루 빨리 논의되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