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소방 공무원 준비생에게 이준석 대표 공약에 대해 묻다

2024.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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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량입니다

제목 : 소방 공무원 준비생에게 이준석 대표 공약에 대해 묻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연일 논쟁적이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폐지에 이어, 소방・경찰・해양경찰・교정직 공무원의 경우, 군복무를 해야지만 지원할 수 있게 한다는 공약이다. 적용은 2030년부터이며, 이를 통해 감소하는 군복무 인원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이준석 대표는 공약을 발표하며, “이제 더 많은 여성이 국방의 의무를 담임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자 합니다.” 라고 말했다. 또한, “노량진에서 수험생활 하면서 몇 문제 더 맞고, 덜 맞고로 우열을 가리는 경쟁보다, 국가를 위해 군복무를 자발적으로 한 진정성 있는 사람들로 제한해 경쟁을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경쟁일 것이다.” 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해당 방안이 논쟁이 있을 수 있지만, 현재 병역자원 감소 문제 해결을 위해선 병역제도 개혁이 필요하며 (중략) 여성 신규 공무원 병역 의무에 대해 활발한 토론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준석 대표 공약 취지에 공감하는 부분도 있고, 의문이 드는 부분도 있었다. 공감되는 부분은 문제 몇 개 더 맞고, 틀리고로 우열을 가린다는 부분이었고, 의문이 드는 부분은 “국가를 위해 군복무를 자발적으로 한 진정성 있는 사람들로 제한해 경쟁하게 한다.”는 부분이었다.

평소에도 현행 공무원 시험 과목이 직무 수행에 얼마나 필요한지 의문이 있었다. 때문에 자칫 직무에 필요 없는 시험을 위한 성적으로 사람을 뽑는게 적합한 건가 의문이 들었다. 그 점에서 시험 점수 경쟁이 적합하지 않다는 부분에서는 공감했다.

반면, 군복무를 해야지만 소방・경찰・해양경찰・교정 공무원에 지원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는 의문이었다. 거기에 더해 “자발적으로 한 진정성 있는 사람"이라는 부분은 더욱 그랬다. 나 역시 군복무를 했지만, 자발적으로 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군복무 자발성과 소방, 경찰, 해양경찰, 교정직 근무와의 연관성에 의문이 들었다. 군복무가 해당 직무 근무 능력을 보장한다는 근거는 없다고 생각해서다.

이준석 대표가 활발한 토론을 바랐다. 까짓거 해주겠다고 생각했다. 해당 사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해당 직무 공무원 준비생들의 생각이 너무 궁금했다. 설날 긴 연휴를 맞아, 노량진으로 가서 공시생 몇 명을 인터뷰 했다. 설 연휴를 노량진에서 보냈다.

공부에 방해될까봐 걱정 했는데, 괜찮다며 인터뷰에 참여해 주고, 외부 게재를 허락해 소방 공무원 준비생 분께 이 글을 빌어 감사드린다. 꼭 합격하셨으면 좋겠다. 인터뷰 내용이다.

Q.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노량진 공시생이다. 현재 소방 공무원 준비 중이다. 원서 접수가 얼마 안 남았다. 합격하고 싶다.

Q. 소방공무원을 선택한 이유는

중학생 때 집에 불이 났었다. 그 불로 집이 까맣게 탔었다. 당시 우리 가족 전부 집에 있었다. 새벽에 난 불이라 대피가 어려웠다. 죽는 줄 알았고, 무서워서 벌벌 떨었다. 기침이 계속 났고, 눈이 따가웠다. 뜨거운 화마가 주는 공포에 몸이 얼어서 움직이지 못했다. 공포에 질려본 사람만이, 그 공포가 뭔지 알 수 있다. 정말 무서웠다. 그때 우리를 구하러 와준 게 소방관 분들이었다. 소방관분들이 들어오시는 걸 본 것까지 기억하고 그 뒤론 기억이 안난다. 아마 기절했던 것 같다. 일어나니 병원이었다. 소방관분들이 나를 살려준 거다. 조금만 늦었어도, 난 없을 거다. 그렇게 누군가의 생명을 살린다는 것이 참 멋지고 고귀한 거라는 걸 체험하고 나니, 소방관이 되고 싶다고 어릴 때부터 생각했었다. 이젠 이루고 싶다.

출처 : 네이버 영화 <분노의 역류> 스틸컷

Q. 큰 일을 겪으셨다. 나였다면 불이 무서웠을 것 같은데, 소방관이 됐을 때 마주할 화마가 무섭지는 않은지 궁금하다

물론 무섭다. 한동안은 작은 불도 무서워했다. 성냥 불, 라이터 불 처럼 작은 불씨도 무서웠다. 그때문에 아버지가 담배를 끊으셨다. 라이터 불과 담배 불이 자식 트라우마 심는 것 같다고. 솔직히 내가 그 화마 앞에서 다시 얼지 않을 수 있을까? 생각도 한다. 하지만, 이건 모든 소방관들이 다 겪고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소방관이라고 불이 무섭지 않을까?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섭지만, 화마 안에 사람이 있고, 그 속에서 느끼는 공포가 무엇인지 알기에 불에 뛰어드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 무서운 불과 마주하고 싸우기에 소방관이 대단하고,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그때 느낀 공포를 알기에, 그 공포에서 사람을 구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또 조금이라도 빨리, 더 많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 훈련하는 게 아닌가 싶다. 격투기 선수들이 항상 훈련을 하듯, 소방관들도 훈련을 한다. 영어로 소방관을 Fire fighter라고 하지 않나. 불과 싸우는 사람들. 이길지 질지 모르지만, 항상 불에 맞서는 사람들. 정말 응원하고 싶다.

Q. 말만 들으면 이미 소방관인 것 같다. (웃음) 준비를 많이 한 것 같다.

공부 안 하고 딴짓을 많이 해서 그렇다. (웃음) 사실 뒷 부분에 말한 건 예전에 현직 소방관에게 들은 말이다. 학교 다닐 때 현직에 있는 분들을 학교에 초청해서 강의를 듣는 게 있었는데, 그때 들었던 말이다. 

당시 내가 “불이 무섭진 않으신가요?” 라는 질문을 했었는데, “소방관도 불이 무섭습니다.” 라고 하셨다. 또 가족이 있기에 더욱 무섭다고 하셨다. 소방관인 가장은 화재 현장의 사람도 구해야 하지만, 가정도 지켜야 한다고 하셨다. 소방관의 무게를 말씀하려고 하셨던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러한 고민은 화재 현장에서 하고 있을 순 없다. 현장에선 빠르게 판단해서 움직여야 한다고 하셨다. 찰나의 고민의 순간에 나와 시민, 내 동료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빠른 판단을 하기 위해, 훈련을 계속한다고 말씀하셨다. 혹여나 소방관을 꿈꾸시는 분들이 있다면, 생각 이상으로 혹독하고, 무서운 일이라고 조언해주셨다. 또 그 만큼 값지고, 가치 있다고 하셨다.

출처 : 네이버 영화 <분노의 역류> 스틸컷

Q. 소방관에 대한 마음가짐이 남다른 것 같아서 묻고 싶다. 소방관이 되는데 필요한 자격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마음가짐이나, 능력이나 그런 것들.

현직이 아니라서 모르겠다. 현직 소방관에게 묻는 게 확실할 것 같다. (웃음). 뭐 사실 소방관도 어째든 공무원이니, 짤리지 않는 직업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다를 거다. 근데 그걸 다 재단할 수 없으니, 나 같은 수험생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개인 생각으로 판단할 수 없으니, 시험 성적으로 판단하는 게 아닌가 싶다. 모든 시험이 다 그렇지 않나. 하지만 소방관이라면 어느 정도의 사명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째든 목숨 내놓고 하고, 죄책감도 느끼는 직업이니까.

Q. 목숨을 내놓고 사람을 살리는데, 죄책감을 느낀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지금도 종종 보는 웹툰이 있다. <죽음에 관하여>라는 웹툰이다. 거기에 소방관 에피소드가 나온다. 소방관이 화재 현장에서 다른 동료를 구하다 사망한다. 눈 떠보니 신이 그 앞에 있었고, 무엇이든 물어보라고 한다. 너라면 어떤 이야기라도 들어주겠다고. 그때 그 소방관이 십 수년 전 자신이 화염 속에 놓고 온 것이 사람인지, 물건이었는지 묻는다. 과거 한 화재 현장에서 물건인지, 사람인지 판단이 안 되 도망치듯 나온 현장이 있었다. 신은 “물건이었어.”라고 말한다.

물건이라는 말을 듣고 소방관은 울며 주저앉아, 내내 마음 속에 품고 살았다고 말한다. 내가 생명을 버리고 도망친 것은 아닌지, 계속 마음에 걸렸다고. 의문이 풀린 소방관은 다시 환생하는 문을 통과한다. 소방관이 가고 나자, 까맣게 그을린 어린이가 신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흔든다. 신은 그 꼬마에게 “이제 그를 용서해. 이런 사람들이야.” 라고 말한다. 소방관이 두고 온 건 물건이 아니라, 어린 아이였고 모두가 해당 사실을 알지만 숨겨줬던 거다. 진실을 알고 싶어 신에게 물었지만, 그 신 마저도 그에게 진실을 숨겨준다. 그가 느낄 죄책감과 소방관이 어떤 사람들인지를 알기에 했던 행동이다.

그 웹툰을 볼때면 소방관이라는 직업과 사명감, 죄책감에 대해 생각한다. 까만 어린 꼬마의 모습처럼, 수 많은 소방관들의 마음도 그렇게 까맣게 그을려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소방관도 한 명의 사람이다. 아무리 잘 훈련된 사람이라도 화마 앞에서 도망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싸움에서 이길 순 없다. 때론 질 때도 있다. 또 개인적으론 소방관 자신을 가장 먼저 챙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때 어쩔 수 없이 사람을 두고 올 수도 있는데, 그것이 소방관에겐 평생의 죄책감으로 남는 게 아닌가 싶다. 그 웹툰의 그 장면을 보면서, 모든 소방관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고,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사람들이 그런 소방관들을 더욱 알아주고, 지지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고, 소방관이 많아지고 또 소방관을 위한 지원도 많았으면 좋겠다.

Q. 최근 정치에서는 소방관 지원 자격을 추가하려고 하고 있다. 군복무를 해야지만, 지원할 수 있다는 방식으로. 그런 장벽이 논의 되는 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그런 것이 정말 소방관이 되는데 필요한 자격이라고 생각하나?

해당 공약을 봤다. 유튜브에 공약과 취지를 말하는 영상이 있어서 몇 번이나 봤었다. 솔직한 심정은, 군인 수를 채우기 위해 소방관, 경찰관을 이용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소방관과 경찰관이 군인 수 채우는 도구인가? 묻고 싶었다. 군인 수가 부족하다던데, 소방관, 경찰관은 충분한가? 묻고 싶다.

만약 이준석 대표가 군복무 경험이 소방관 업무에 얼마나 필요하고, 어떤 점에서 필요하고 연관되는지 설명하고, 그 필요성 때문에 군복무를 말한 거라면 납득 했을 수도 있을 거다. 일반 사병 경력을 말하던데, 사병들의 어떤 경험이 도움이 된다고 근거로 제시했다면 설득력이 있었을 거다.

하지만 그것 마저도 군 경력이 높은 가산 점의 형태로 되어야지, 전제 조건으로 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근거도, 논리도 없이 소방관이 되려면 군대를 다녀와라? 그저 주목 받고, 여성 징병을 위한 수단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Q. 현재 군 특수부대 출신은 소방 특채로 뽑는 것으로 안다. 군 경력을 내세우려면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건지?

맞다. 해당 경력들은 분명 소방 현장에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불을 끄는 것만큼이나 사람을 구하는 것도 중요한 임무다. 간호사, 의사, 혹은 군 특수부대에서 관련 경험을 했다면 그들은 빠르게 소방 현장에 투입돼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해당 직무 들은 특수한 능력이 필요한 만큼, 그런 사람들을 위주로 뽑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사람을 구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거고, 그들의 경력이 그것을 뒷받침 해주는 근거가 되니까.

몇 년 전이다. 소방항공대원 5명이 독도 인근 해상에서 사고로 순직한 일이 있었다. 당시 합동영결식에서 순직한 5명의 동료 소방관들에게 하는 고별사를 본 적이 있다. 보고 많이 울었다. 순직한 분 중 해군해난구조대에서 군 복무 후 소방에 임용되신 걸로 안다. 그런 분도 현장에서 사고로 순직하는 게 소방현장 같다. 사병 경험이 그들에게 준하는 경력을 주는건지 의문이다.

물론 군인도 고귀한 직업이다. 소방관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경찰이 치안을 담당한다면, 군인은 국방을 맡아 외부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군인도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군인에 대한 처우와 인식도 안 좋은 것 같다. 이러한 인식 개선과 처우 개선을 말해도 부족할 것 같은데, 그런 공약을 보니 솔직히 후졌다고 생각했다. 감정이입이 돼서 말이 좀 센 거 같다.

Q. 솔직해서 좋다. 노골적으로 묻자면, 여성도 의무적으로 군대에 가야한다고 보는지? 사실 이준석 대표는 경찰과 소방을 미끼로 여성 징병을 말하고 싶은 거였다.

이거 정치 인터뷰인가? (웃음) 지극히 개인적으론 여성도 군대에 가고 싶다면 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가는 여성도 있지 않나. 내가 소방관이 꿈이듯, 누군가에겐 군인이 꿈일 수도 있다. 그걸 막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월드 인베이전>이라는 영화가 있다. 미국 영환데, 외계인이 전 세계를 침공한다는 내용이다. 거기에 맞서 싸우는 군인들을 그린다. 그 중에는 여성 군인도 있다. 공군인데, 주인공 분대와 합류하면서 분대장이 “싸울 줄 아나?” 라고 묻는다. 그때 그 여성 군인의 답변이 인상 깊었다. “얼굴 반반해서 살아 남은 게 아닙니다.” 라고 말한다. ‘니들이 할 수 있으면, 나도 할 수 있다.’ 라는 걸로 느껴졌다.

그렇게 누군가에겐 군인이라는 직업이 평생의 꿈이자, 사명감 넘치는 직업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중엔 분명 여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분들이라면 사명감과 나라를 위한다는 마음에서 군 복무를 할 것 같다. 그런 분들의 사기는 조금 더 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의무로 복무하는 사람에게 그런 사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의문이긴 하다. 군인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사회 분위기와 지원이 필요할텐데, 그런 게 있나? 라고 물어보고 싶다. 의무로 인원 수를 채우는 게 아니라, 자긍심으로 군에 지원할 수 있게 하는 게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재밌었다. 노량진은 분위기가 우중충 한 게 있다. 공시생들만 모여서 그런 것 같다. 잠깐 이지만 분위기 전환도 되고 좋았다. 이제 현실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불 조심 하시고, 연휴 잘 보내시라.


노량진에서 공시생 찾기가 생각보다 어려웠다. 설날이어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건지, 학원에 간 건지, 독서실에 간 건지 찾기가 어려웠다. 공시생을 인터뷰 하는 유튜브도 검색해서 어떻게 찾았나도 살펴보고, PC방에도 가보고, 식당에도 가봤다. 그렇게 만난 공시생들 대부분은 인터뷰를 거절했다. 시간 아깝고, 본인에게 떨어지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 당연할 것이다. 검색해보니 공무원 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쉽지 않겠다 생각했다.

그렇게 며칠간 노량진을 서성였다. 그리고 모 카페에서 우연히 소방 공무원 교재로 공부하는 분을 봤고,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인터뷰 문의를 드렸다. 처음엔 나를 의심스럽게 쳐다 봤으나, 예전에 했던 인터뷰들을 보여드리고, 내가 준비한 질문들을 보여드리자 재밌을 것 같다며 흔쾌히 응해주셨다. 앞서 인터뷰 내용은 그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해당 인터뷰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는 각자의 생각이니, 내 생각을 정리하며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몇 년 전, 코로나가 아직 한창일 때 집 근처 보건소에 간 적이 있었다. 코로나 의심 증상이 있었고, 검사를 위해서 선별 진료소를 간 거였다. 선별진료소가 있던 게 벌써 몇 년 전이라니 시간이 빠르다. 검사를 마치고, 집으로 가려는데 보건소 근처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걸 봤다. 그 쪽으로 가니 시뻘건 불길에 상점이 불타고 있었다. 불길은 거셌고, 검은 연기는 계속 위로 솟아 오르고 있었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유리창이 깨지고, 깨진 파편이 튀어 나왔다.

당시 찍은 동영상 캡처 사진

그리고 불과 1분이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방차가 왔고, 이미 준비를 끝 낸 소방관 분들이 내려 신속히 화재를 진압했다. 화재 진압은 순식간이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는 것 같았다. 소방관 분들은 뜨거운 불에 다가가며 물을 뿌리셨다. 멀찍이 서있는 내게도 화마의 뜨거움이 전달 됐다. 방화복을 입었다고 해도 그 뜨거움을 막지는 못할텐데 라며 숨을 죽였던 게 기억난다.

화마(火魔)란 화재를 마귀에 이르는 말이다. 화재 현장이 마치 마귀가 할 퀴고 간 듯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해당 화재 현장을 보고 화마가 할 퀸 자국이 어떤 것인지 체감할 수 있었다. 저 안에 사람이 있었다면, 그 공포가 어느정도 일까. 경험하지 못한 나는 감히 상상할 수 없다. 그리고 저 불 속으로 들어가 내가 아닌 남을 구하는 사람들의 심정과 사명감이란 무엇일까도 역시 상상할 수 없다. 확실한 건, 나는 할 수 없다는 점 뿐이다.

그런 사명감 있고, 위험한 직업에 도전하는 한 분과의 인터뷰는 그래서 특별했다. 어느정도 불이었는지는 모르지만, 그 불길을 경험하고도 도망치지 않고 오히려 불에 맞서고 싶다는 분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그 분 외에 수 많은 소방 공무원 준비생 분들에게도 동일한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준석 대표는 군복무를 해야 공무원 응시 자격을 주겠다며, 공무원 경쟁률에 대해서 말했다. 2023년 소방 공무원 경쟁률은 합계 21.2이었고, 남성의 경우 20.3, 여성의 경우 30.8이었다. 선발 인원 자체에서도 남성은 730명을 뽑고, 여성은 63명을 뽑았다. 여성 지원자는 1,939명이었다. 2023년 경찰 공무원 2차 하반기 경쟁률은 남성이 15.1, 여성이 28.9이었다. 여성 지원자는 10,552명이었다. 이준석 대표는 해당 경쟁률과 지원자를 근거로 연 1만에서 2만 명의 병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지만, 실제로 어떻게 될지는 의문이 든다.

얼마전 문경 육가공 공장 화재 현장을 진압하다가 2명의 소방관 분들이 순직했다. 두 사람은 공장안에 사람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갇힌 사람을 구하러 들어간 것이었다. 불행히 들어간 두 사람은 순직했고, 그 안에 그 두 사람이 구해야 할 시민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수색 역시 인원이 부족한 상태로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만성적인 인원 부족 상태에, 이준석 대표의 공약이 과연 득이 될지 독이 될지 모르겠다. 인원 부족에 또 하나의 자격이 있어야만 지원할 수 있다면, 그건 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소방, 국방, 경찰 등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정치권에서 해야할 건, 이들이 보다 안전하고 사명감을 갖고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일 것이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다루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세금을 투입해도 아깝지 않은 게 개인적으론 소방과 국방이다. 그것을 집행하는 사람들의 탐욕과 무능이 개탄스러울 뿐이다. 부디 새로운 정치인들은 그러지 않기를 바래본다.

철골을 엿가락 처럼 휘게 만드는 그 화마 속에서 누구보다 살고 싶었을 문경 화재 공장 순직 소방관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 부디 좋은 곳에 가셔서 편안하셨으면 좋겠다. 왠지 그 두 사람은 좋은 곳에 가서도 웹툰의 이야기처럼, “제가 구하려고했던 시민은 무사한가요?”라며 첫 마디를 내뱉을 것 같다. 소방관들은 그런 사람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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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군과 소방은 전문성이 다를텐데 어떻게 연결되는지 잘 이해가지 않습니다. 사명감과 헌신하는 마음은 모두 있을테구요.

인터뷰를 읽고 정책을 다시 보니 새로운 면을 추가로 보게 되네요. 정책이 발표됐을 당시에도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이라고 느꼈지만 인터뷰에서 지적한 것처럼 연관성이 없는 자격조건을 추가로 덧붙이고 있다는 게 더 명확하게 보이네요. 이준석 대표가 내세운 정책은 하고싶은 말에 그럴 듯한 통계를 조금 덧붙인 정도일 뿐 현실과는 동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정책보다 현실적으로 필요한 건 소방인력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난해 말에 장비 지원 등 소방 예산이 축소된다는 발표가 있었는데요. 이런 부분에 더 관심이 필요해보입니다.

진솔한 인터뷰 잘 읽었습니다. 어떤 정책에 대해서 논의하든 당사자들의 의견을 많이 알리고 들으면 들을수록 더 나은 논의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일상을 지켜주는 분들에 대한 대우가 제대로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