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사회문제해결형 연구훈련플랫폼 NAOITH의 "2024 연구원정 LAUNCH Conference"에서 발표될 내용을 발제문의 형태로 작성한 글입니다.
0. 들어가기에 앞서
본 발제문은 나이오트가 제안하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Active Research)와 나이오트가 그리는 새로운 연구생태계에 대한 제언 및 스케치입니다. 지면 및 발표시간의 관계상 밑그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며,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Active Research Journal와 나이오트의 활동을 통해 이야기 나눌 예정입니다.
1. 서론 : 왜 사회문제 해결에 연구가 필요한가?
"내가 고통스러웠던 건 범죄의 잔혹성을 봐야 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죄책감과 무력감 때문이었다.”
- <나는 텔레그램 n번방에 있었다>, 한겨레 오연서 기자 기고문. Esquire. 2020년 4월 17일
2020년. 경악할만한 사건 앞에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을 때에, 본래 패션잡지인 에스콰이어 지에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 대해 주요하게 보도했던 한겨레 오연서 기자님의 기고문이 올라왔습니다. 처음 제보를 받은 순간부터 피해자와 긴밀히 연락했던 긴박한 상황들에 대한 소회를 기록한 그 기고문에는 사회문제 해결의 일선에 서 있는 기자를 비롯한 여러 체인지메이커들이 실제 마주할 감정들이 기록되어 있었고, 그 감정 중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무력감’이었습니다.
무력감.
Helplessness로 번역되는 이 단어에 대해 네이버 지식백과는 ‘영아가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킬 때 반드시 양육자와 같은 타인들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뜻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마치 갓 태어난 아이가 자신의 생존과 모든 욕구를 완전히 타인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듯이, 거대한 사회문제 앞에서 그것을 어찌 해야 할 지 모르겠고 개개인 한 두 명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임을 알게 될 때에 느끼는 감정. 사실 이 감정은 사회문제 해결에 진심을 가졌던 모두가 한번쯤은 느꼈을, 어쩌면 항상 지니고 다니는 감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우리는, 사회문제 앞에서 이러한 무력감을 느끼게 된 것일까요.
VUCA :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는 상태
현대사회를 나타내는 주요한 용어로 사용되는 VUCA는 급변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을 줄인 말입니다. 1990년대 미국 육군대학원에서 군사용어로 사용되던 이 단어가 사회 전반에 확대되게 된 데에는 그만큼 사회의 변화가 급격해지면서 국가안보 뿐만 아니라 사회일반에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VUCA라는 특성에 대해서는 보통 2가지 축을 가지고 설명하는데요. 하나는 ‘현재의 문제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가’이고 또 다른 하나는 ‘내가 행동 했을 때에 내 행동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가’입니다. 이에 대해 여러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이 두 가지 축 앞에서 마주하는 현실은 우리가 ‘상황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 과 그 이상으로 ‘우리의 행동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일 것입니다. 말 그대로,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모르기에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태. 그것이 우리가 느끼는 ‘무력감’의 실체이지 않을까요.
사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이 사회문제의 해결에 있어 ‘연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결국 문제상황에 대한 이해와 나의 행동에 대한 이해 모두 각각에 대한 정보와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여전히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연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꺼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것은 연구가 가지는 선입견 때문인데요. 연구는 ‘현장성이 없고’, ‘느리고’, ‘탁상공론만 반복한다’는 것이죠.
사실 이러한 선입견에 근거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연구의 대부분은 ‘이미 일어난 사건’을 중심으로 그에 대해 ‘깊이 있게 탐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그것은 연구 자체가 추구하는 ‘학문적 엄밀성’으로 인함일텐데요. 과학적 사실에 입각한 지식을 도출하고자 하다보니 연구의 자료를 설정함에 있어 의견이 가라앉고 사실이 확실해진 과거의 자료를 보다 선호하게 되고, 이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지금껏 축적되어 온 전문지식을 활용하면서 그 내용이 점점 난해해지기도 했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연구 없는 사회문제 해결’은 가능한 것일까요? 연구에는 그 자체로 기록과 축적, 사유라는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연구를 하지 않고 사회문제의 해결에 뛰어드는 것은, 마치 전쟁터에서 적에 대한 정보와 지형에 대한 정보, 그리고 아군의 전략전술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그저 눈 앞의 적들만을 상대하는 것과 같습니다. 연구를 통해 우리는 앞선 세대의 지식과 연결되고, 또 문제의 본질을 파악해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죠.
결국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현장에서는 “현장의 문제해결에 즉시 사용할 수 있는”, 그리고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현상에 맞추어 대응할 수 있는” 연구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회문제의 해결에 필요한 연구’는 어떻게 해야 가능할 수 있을까요?
2. Agile Research : 문제해결을 위해 빠르고 민첩하게 연구하기
사실 사회문제의 해결에 앞서 이러한 VUCA에 발빠르게 대처한 영역이 있습니다. 그들은 바로 ‘비즈니스 영역’인데요. 앞서 이야기한 VUCA의 성격이 그들이 문제를 해결하고 돈을 벌 수 있는 고객들에게도 동일하게 나타났고, 기존의 방식으로는 풀 수 없는 고객들의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비즈니스 영역에 있어서 새롭게 풀리지 않는 고객의 문제는 곧 그들의 ‘사업기회’라는 것을 의미했죠. 이러한 새로운 사업기회를 잡기 위한 많은 시도들이 있었지만, 오늘 소개해드릴 시도 중 하나는 ‘애자일(Agile)’이라는 방식입니다.
애자일(Agile)이란 단어는 사전적 의미로 ‘민첩한’이라는 뜻을 가집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말하는 것은 일종의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인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2001년 17명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 선언’이라는 성명서를 만들면서 시작되었는데요.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설명 드릴 기회가 있겠지만, 간단하게는 “프로세스를 짧게 가져가면서 결과물을 만들고 발전시키는 사이클을 반복해서 변화에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방법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수개월의 시간이 소요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보신 분들은 프로젝트의 진행과정에서 프로젝트 본연의 목적보다 프로젝트 계약서의 요구사항만을 충족하기에 급급했던 기억들이 있으실 것입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있어서도 같은 상황들을 마주했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특히 고객들의 요구가 빠르게 변하는 불확실한 환경에서, 정작 오랜 시간에 걸쳐 제품을 개발했는데 그 제품이 제대로 쓰이지 못하는 상황들을 마주합니다. 이에 따라 제품 자체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키는 엄격함보다 빠르고 유연하게 니즈에 대응하는 방법론이 필요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개발된 방법론이 애자일 방법론(Agile Methodology)입니다.
애자일 방법론 상에서는 큰 프로젝트의 요구사항들을 여러 단계로 쪼개어서 빠르게 개발하고 테스트하면서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그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프로젝트의 목적(비전)에 맞춰 방향성을 조정할 수 있고, 동시에 테스트 과정에서의 피드백을 빠르게 반영하여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되었죠. 현재의 애자일 방법론은 소프트웨어 개발에 있어서도 일대 혁신을 가져다주었고, 이를 바탕으로 신속하고 민첩하게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스타트업(Startup)들의 등장과 스타트업 생태계의 산업 혁신에까지 영향을 주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VUCA로 대표되는 사회적 난제들을 해결하는 연구방법론에 있어서도 이러한 애자일(Agile)한 접근 방식을 사용하게 된다면 어떨까요? 연구프로세스 자체보다 진정한 ‘연구협업’이 일어날 수 있다면, 논문화 자체보다 문제해결에의 기여에 초점이 맞춰진 연구를 할 수 있다면, 현장과 연구자가 ‘문제해결’에 초점을 맞춰 협업할 수 있다면, 연구계획 자체보다 연구를 통해 해결할 가치에 초점을 맞춰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는 어떻게 바뀔 수 있을까요?
저희는 그런 연구를 적극적 연구, Active Research라고 이름 짓고 사회문제별로 연구공동체를 조성하면서 정말로 사회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목표를 가진, 빠르고 뾰족한 연구들을 만들어보고자 합니다.
2. Active Research란 무엇인가? (Ver 1.0)
저희가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인 Active Research의 경우, 기존의 연구라는 관점만으로 해석하기에 분명하게 다른 점들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따라서 이에 대해 적극적 연구, 즉 Active Research라고 명명하고 그에 대한 특징들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아직 스케치단계이고, 보다 구체적인 원칙과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데에는 많은 연구와 시행착오, 고민들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Ver 1.0 정도의 내용으로 봐주시면 좋을거 같습니다.
저희가 지금까지 정리해본 Active Research는 아래와 같은 특징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1) 문제해결 지향
먼저 Active Research는 먼저 ‘사회문제를 해결한다’라는 명확한 목적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를 해결한다는 명확한 지향과, 그 지향의 중심이 생각이나 글이 아닌 현장의 변화에 있다는 것은 기존 연구와 분명하게 다른 점들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Active Researcher들은 아래와 같은 특징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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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특정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 및 ’진정성‘을 연구의 동력으로 삼는다.
Active Researcher들이 가지고 있는 공적 의식(Public Mind)은 연구의 동력이 되는 동시에 전혀 새로운 형태의 연구를 가져가게 합니다. 연구의 여러 난관에도 불구하고 문제의식과 진정성은 그 모든 난관들을 넘게 해주고 연구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북극성‘과 같은 요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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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장기적 관점‘으로 연구를 수행한다.
Active Researcher들이 풀고자 하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다양한 층위의 연구가 연속적으로 수행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이들은 연구를 설계함에 있어 단회적인 연구설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연구계획을 가지고 연속적인 연구를 수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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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동시에 이들은 ’지식인’의 유산을 계승합니다.
Active Researcher들은 학문공동체의 엄밀성과 연구윤리를 중시하며 기존 학계의 단단하고 깊이 있는 학술문화를 존중합니다. 기존 학계의 연구유산을 계승하며 앞선 연구자들의 선행연구들을 토대로 연구를 수행하고, 과학적 사고와 기준에 따라 연구의 스탠다드를 맞추기 위해 노력합니다.
(2) 혁신성
사회적 난제가 풀리지 않는 이유는 기존의 방식이 더 이상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유효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Active Research의 주요한 특징은 혁신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제중심으로 연구하면서 간학문적이고 융합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필요한 과감한 연구도전이 이루어집니다. 이 모든 것은 실패를 학습의 일환으로 여기는 문화에서 기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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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주제중심‘으로 학습하고 연구합니다.
이들의 목표는 사회문제의 해결이기 때문에 해당 문제를 이해하는 데에 필요한 여러 자료와 정보, 지식들을 주제중심으로 습득합니다. 모든 문제들은 다층적이고 복합적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들은 필연적으로 ’다학문적‘ 속성을 가지고 있고, 주제를 중심으로 필요한 지식들을 습득하고 활용하는 데에 능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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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도전적인 연구‘를 하는 데 있어 주저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해결의 실마리나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서는 보다 새롭고 도전적인 방식의 연구가 요구되며, 이들은 이러한 연구를 수행함에 있어 가질 수 있는 위험성을 인지하며 도전적인 방법론과 연구방식을 차용하는 데에 주저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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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빠르게 실패하고 학습하면서’ 성장합니다.
동시에 이들은 연구의 ’실패‘를 서로 격려하며 보다 나은 연구로 이어질 수 있는 ’학습‘을 중시합니다. 연구 하나하나의 성패여부보다 연구들을 통해 문제해결을 향해 얼마나 ‘성장’했는가에 초점을 맞춥니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에 따라 연구계획을 바꾸는 데에 주저하지 않고, 그에 맞는 지식과 툴들을 적극적으로 학습합니다.
(3) 협력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한 명의 뛰어난 연구자가 뛰어난 연구물을 낸다고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Active Research를 지향하는 연구자들은 서로의 연구과정과 연구자료를 공유하며 함께 연구를 수행해나가는 데에 주저함이 없습니다. 동시에 연구와 현장, 대중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사회가 함께 연구를 활용해서 문제를 해결해나가도록 돕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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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협력‘하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이들이 풀고자 하는 사회문제는 한명의 영웅이 모든 문제의 원인과 내용을 파악하고 대안까지 제시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이들은 기꺼이 자신과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연구하고자 하는 이들을 환영하고, 이들과 연구교류와 데이터 공유, 상호학습을 하고자 하며 여러 협력 연구를 통한 문제해결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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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현장성 있는 연구‘를 수행하고자 합니다.
이들의 목표는 결국 ’사회문제해결을 통한 현장의 변화‘이기 때문에 이들의 연구는 결국 사회문제가 일어나고 있는 현장과 현실 그 자체를 향할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들은 현장의 당사자 및 현장전문가들과의 교류를 중시하며 현장의 1차 데이터를 토대로 연구를 수행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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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연구를 통한 ’대중과의 소통‘에 주저함이 없습니다.
이들의 연구는 결국 사회문제의 본질과 원인, 그리고 대안을 통찰하는 데에 있지만 결국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중의 관심과 지지, 그리고 행동이 요구되어집니다. 이들은 대중의 언어로 자신들의 연구결과를 공유하고, 대중들과의 소통을 통해 이러한 연구를 확산시키며 또 대중적인 방식으로 연구를 풀어나가고자 합니다.
3. Active Research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Active Research라는 연구방식은 기존의 연구와 비슷한 것 같지만 조금씩 다른 측면들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기존의 연구계에서 Active Research를 수행하기에는 다소 다른 기준들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Active Research를 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요소들이 필요할까요? 이번 발제문에서는 스케치만 그려봅니다.
(1) 연구자들의 공동체
먼저는 Active Research의 방향성에 공감하고 이를 지지해줄 수 있는 연구공동체가 필요합니다. Active Research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체득하고, 이미 Active Research를 수행하고 계셨던 연구자들이 그 길을 보여주고 또 함께 Active Research를 진행해나간다면 그 공간이 연구자들이 안전하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Active Research를 수행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 줄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Active Research가 무엇인가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들이 필요합니다. Active Research의 특성이 잘 구분되고, 그 관점으로 어떻게 연구를 바라볼 수 있는지, 더 나아가 Active Research가 가능할 수 있는 연구 프로세스에 대한 개발이 필요하겠죠.
그리고 Active Research의 관점으로 닮아갈만한 기존 연구와 연구자에 대한 발굴이 필요합니다. 이미 누군가는 사회문제해결을 위해 Active Research의 방식으로 연구를 해온 연구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을 Active Researcher로 호명하고, 이들이 축적해온 연구의 유산을 Active Research의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또 이들과 함께 그러한 공동체를 만들어나가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영역별로 함께 연구해나갈 연구공동체를 꾸려나가야 할 것입니다. 아직 연구를 모르지만 Active Researcher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과 이미 연구를 하고 또 배우고 있는 사람들 중에 Active Research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주기적으로 Active Research에 맞는 활동들을 수행하면서 그 서사를 단단하게 세워나가는 것.
이러한 활동들이 Active Research의 주체가 되는 연구자를 길러내는 연구공동체를 만들어나가는 활동들이 되어 줄 것입니다.
(2) 연구자들을 담아낼 공간
Active Research가 가능하기 위해서 연구자들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이러한 연구를 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 공간의 개념은 그저 물리적 공간을 넘어서서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 전반을 의미합니다. 기존의 연구공간과 연구 프로세스는 Active Research에 있어서 보수적으로 반응하기 쉽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먼저는 연구자 개개인을 위한 공간이 필요합니다. 중장기적인 연구를 지향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에, 연구자들이 긴 호흡으로 연구자료들과 연구과정들을 아카이빙할 수 있는 공간들을 마련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나 같은 방향성을 가진 연구자들의 경우, 서로의 연구과정을 공유하면서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동시에 연구를 실제 해낼 수 있는 단계별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Active Research의 특성상 장기간의 주제를 가지고 도전적인 연구를 하게 되기 때문에, 모험적인 활동들을 수행하는 데에 연구를 지탱해 줄 안전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연구자금에 대한 지원이나 연구계획에 대한 펀딩, 연구도전들에 대한 피드백과 코칭 등을 받을 수 있는 여러 환경들의 조성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각 문제별, 주제별로 함께 연구를 축적하고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의 조성이 필요합니다. 결국 ‘사회문제의 해결’이라는 지향을 가지게 되는 연구의 특성상, 한 두 연구자의 특출난 노력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각 주제별, 영역별 연구자들이 서로의 기여를 보장하는 선에서 연구자료와 연구과정들을 적극적으로 교류하면서 함께 연구를 해나갈 수 있는 협업의 환경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연구자들이 연구할 수 있는 ‘공간’은 어떠한 연구 ‘플랫폼’의 형태를 가질 것이며 그 플랫폼 내에서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자신들의 연구물을 정리하고 작성하고 교류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3) 연구자들 주변의 지지공동체
마지막으로 Active Research에서 꼭 필요한 요소 중 하나는 연구자들의 연구가 실제 사회문제의 해결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지지공동체의 존재입니다. 연구자들의 연구를 지지하고 응원할 뿐만 아니라, 현장과 대중의 시선으로 연구에 적극적으로 피드백하고 더 나아가 연구를 활용해서 실제 사회문제 해결에 적용함으로서 사회문제를 실제로 해결해나가는 공동체의 존재가 연구자들에게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연구자들이 연구해내는 결과물을 대중과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지식 포맷이 필요합니다. 현재의 논문구조는 학술적으로 엄밀하게 정리된 지식을 담기에는 적합하지만, 관련 자료들을 검색하고 필요한 지식들을 얻고 대중적으로 이해하는 데에는 다소 어렵게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연구에 흥미를 가지는 대중들과 긴밀하게 연결될 수 있고 또 필요한 지식들이 적절하게 연결될 수 있는 새로운 지식 포맷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연구물에 대해서 대중들과 함께 토론하고 피드백을 나눌 공론장이 필요합니다. 학회 중심으로 학자들만의 전유물로 지식이 공유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당사자들과 관심을 갖게 되는 전문가 및 일반 대중들이 자유롭게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하고 피드백할 수 있는 공론장이 필요합니다. 이 공론장을 통해 연구자들 또한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들의 연구에 피드백을 반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연구를 지속하고 나아가 사회에 임팩트를 내는 때까지 지속적으로 지지해줄 수 있는 지지공동체가 필요합니다. 마치 아티스트에게 팬들이 있듯이 연구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연구과정에서 필요한 지원과 지지를 해주고 더 나아가 연구와 현장을 잇는 가교역할을 해줄 수 있는 연구지지자들의 공동체가 필요합니다. 지지공동체의 존재는 연구자가 연구를 계속해서 수행하는 동력이 될 뿐만 아니라 해당 연구의 공공성을 담보하면서 동시에 연구가 실제 사회문제의 해결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에너지를 제공해줄 것입니다.
4. 결론 : Active Research의 시작을 선언합니다.
저희는 이러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Active Research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그 중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24주 사회문제해결형 연구자 부트캠프인 <연구원정>에 참여하신 분들이 발표를 진행하게 되는데요.
(1) 연구원정
연구원정(Research Fellowship)은 24주 사회문제해결형 연구자 부트캠프입니다. 총 6개의 트랙으로 구성되어 있는 연구원정 프로그램은 처음 ‘연구주제설정’부터 시작해서 실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연구계획서 작성 까지의 전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연구원정의 개발 자체가 Active Research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Active Research에 대한 필요성과 중요성을 느끼고 있는 중에, 결국 이 연구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연구 프로세스 자체가 사회문제해결에 초점을 맞추어 재구성되어야 할 필요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를 실제로 수행해보기 위해 저희는 기존의 연구를 수행하는 프로세스와 대학원 과정 자체에 대한 해킹을 진행하고, 이 내용을 문제정의 및 문제해결프로세스와 접목시켜서 24주 과정의 연구 프로세스를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 자체가 사회문제해결에 진심인 사람들이 연구를 배울 수 있는 부트캠프 프로그램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베타테스트를 거친 끝에 현재 기후위기 4기, 공공문제 1기, 교육문제 1기가 진행이 완료된 상황입니다. (다음 기수는 2월 중에 모집 예정입니다.)
연구원정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배경의 대원들을 만나고 함께 연구를 수행하면서, Active Research에 대한 실체를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Active Research의 방향성은 연구연차를 막론하고 누구나 가져갈 수 있는 부분이라는 점과 함께 연구원정을 부트캠프 형태로 운영하면서, 사회문제해결의 진심을 보전하면서 연구역량을 길러가는 연구환경의 중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되았죠.
이에 대한 연장선으로 저희는 2월 중에 ARC(Active Researcher Crew)라고 불리는 사회문제해결형 연구 커뮤니티를 런칭할 예정입니다. ARC는 영역별 문제의 해결에 진심인 연구자들이 함께 모여서 연구를 훈련하고 실제 수행하면서 연구 결과를 만들어내는 온라인 커뮤니티 프로그램입니다. 앞선 연구원정 프로그램이 연구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교육과 연구계획서 완성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라면, ARC는 실제 연구를 빠르고 뾰족하게 수행하면서 여러 연구자들과의 협력과 교류를 통해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커뮤니티가 될 예정입니다. ARC에 대해서도 조만간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2) 2024 연구원정 LAUNCH Conference
네, 긴 이야기를 돌고돌아 2024 연구원정 LAUNCH Conference에 도달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24주 내내 함께 진행한 대원분들의 연구주제가 너무도 반짝였기에 그 문제해결에 대한 바이브를 더 많은 분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구요. 다음으로는 이 반짝반짝한 연구주제들이 실제 연구로까지 이어지기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지속적으로 연구에 대해 지지해주고 지원해줄 수 있는 ‘지지공동체’의 존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컨퍼런스를 통해 연구계획을 선언하는 대원들을 지지해주고 지원해줄 수 있는 지지자들을 찾고자 하구요. 동시에 연구자분들에게도 이번 컨퍼런스가 계속해서 이 연구들을 수행해나가실 수 있는 큰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기술과 기업가정신을 통해 산업을 혁신하는 기업들인 스타트업 생태계에는 데모데이Demoday라는 문화가 있습니다. 창업 3년 이내의 극초기 기업들이 투자자들 앞에서 자신들의 사업계획을 발표하는 행사이지요. 사실 이때까지 창업가들은 이렇다 할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합니다. 하지만 MVP(Minimum Viable Product)라는 파일럿 결과물과 자신들의 사업계획을 가지고 사업의 가능성을 설득하고, 투자자들은 기업의 현재 자산과 수익이 아닌, 창업가의 역량과 사업계획의 잠재성을 중심으로 투자를 집행합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토스, 배달의민족과 같은 산업을 혁신하는 기업들이 초기자원을 확보할 수 있었고 자신들의 사업계획을 실현해서 산업을 혁신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Active Research 또한 스타트업 생태계 못지않게 큰 임팩트를 낼 수 있는 생태계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이 6명의 반짝반짝한, 가슴 뛰는 연구 만큼이나 수백, 수천가지의 문제들이 꼭 연구할 연구자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관심 있으신 연구자 및 예비연구자분들도 언제든 함께 해주시길 기다리겠구요. 연구자가 아니더라도 이 분들의 연구에 대해 계속해서 관심 가져주시고, 사회문제들의 해결과 사회의 건강성을 유지할 수 있는 “면역체계”를 구축하는 그 날까지 함께 해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문헌
Bennett, N., & Lemoine, J. (2014). What VUCA really means for you. Harvard business review, 92(1/2).
오연서. "나는 텔레그램 N번방에 있었다." Esquire. 2020년 4월 17일자. https://www.esquirekorea.co.kr...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선언. (2001). https://agilemanifesto.org/iso...
"무력감". 네이버 위키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
애자일(Agile)이란 무엇인가, https://m.post.naver.com/viewe...
코멘트
3기본적으로는 사회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모든 연구는 어떤 방식으로든 근원적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목적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특정한 (사회)과학철학의 영향 속에서 가치와 사실을 분리하여 사실만을 다뤄야 과학적일 수 있다는 실증주의적 관점이 지배적이 됨에 따라 사회문제 해결에 대한 지향이 희석되어 왔던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적극적인 표명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개발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애자일 방법론'을 언급하시는 것이 흥미롭고도 반갑습니다. "연구는 ‘현장성이 없고’, ‘느리고’, ‘탁상공론만 반복한다’"는 선입견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에 대해 말씀해 주셨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꼭 참조해야 하는 방법론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과학방법론 내에도 유사한 시도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하지만, 상당히 경직되어 있는 상황에서, 현실에서의 급진적 변화를 실질적으로 이루어내고 있는 일들의 저변에 있는 방법론을 검토하고 적용하려고 하는 시도는 신선하도고 파격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잠깐 딴 길로 새자면.. 흔히 과학의 목적을 '설명'과 '예측'이라고 말하지만, 대안적인 과학철학의 한 논의에 따르면 예측이 엄밀히 가능한 경우는 예외적인 소수에 불과하고, 과학의 대상은 예상이 불가능한 복합적인 대상이며, 그것이 과학의 대상이 아니어서는 안된다고 말하며 과학의 목적은 '설명'이라고 말합니다. 벌어지는 복잡한 현상들의 원인으로서의 기제를 밝혀내는 것이 설명이고, 그 기제들은 여러 기제들의 부딪힘 속에서 발현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예측이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니며, 제한적으로 조심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측이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것은 사회뿐만 아니라 자연의 대부분도 그러합니다.
이러한 논의에 따르면 자연은 과학의 대상이고 사회는 철학/해석학의 대상이라는 인간중심의 이분법적 구분이 아니라 자연이든 사회든 과학의 대상이라고 볼 수 있게 되고, 자연도 그렇지만 사회는 더더욱 필연적 기제들의 우연적인 조합에 따른 예측하고 해석하기 어려운 복잡한 현상들로 가득 차 있다고 볼 수 있게 됩니다. 자연이든 사회든 과학의 대상은 인간의 인식 및 언어와 분리하여 실재하고 인간의 인식 및 언어는 이를 파악하고자 하면서도 언제든 틀릴 수 있습니다.(인식론적 상대주의) 인간이 인식을 하든 못하든 대상은 독자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그것을 설명하기 위한 더 나은 인식 및 언어는 있을 수밖에 없고, 이론/과학/연구는 그것에 더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과학자들의 민주적 토론과 협업이 과학의 발전에 필수적임을 함의합니다.
인간이 대상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인간의 인식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철학적 관점은 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실을 밝혀나가는 것이 최선으로 이어져 현대의 주류 관점인 경험주의와 실증주의로 이어졌는데요. 이러한 관점은 가치와 사실을 분리하고 사회과학은 (경험적) 사실만을 다뤄야 한다는 가치자유과학으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사실 또한 인간의 경험에 기초한다는 점에서 주관적이고, 문제를 해결한다는 지향에 필연적으로 결합될 수밖에 없는 가치 또한 객관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이분법적 분리는 부당합니다.(특정 사회구조가 인간에 대한 억압을 발생시킨다는 것을 밝혀낸다면 그 구조를 다른 것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가치는 객관적인 것이 된다.) 누군가에게는 당연 할 수도 있는 이러한 관점은 철학과 인문사회를 다루는 영역에서는 현대의 주류 관점과는 다른 것이기도 합니다. (후다닥 써놓고 보니 너무 과하게 멀리 가긴 했네요.. ^^;;)
다시 돌아오면.. 본문에 필요하다고 써주신 ‘액티브 리서치'의 특징들, (1) 현장 중심의 ‘문제해결 지향’, (2) ‘주제중심'의 ‘실패하고 학습’하는 ‘도전적인 연구'의 ‘혁신성’, (3)동료 연구자와 대중과의 ‘소통’과 ‘협력’은 제가 위에서 말씀드린 관점과도 상당 부분 조응한다고 느꼈습니다. 연구와 현장, 이론과 실천이 변증법적 종합을 이룰 필요가 있다는 철학적 명제는 오래됐지만, 현재는 너무 멀어져 있는 상태였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제 해결을 지향하는 현장중심의 연구가 필요하다는 제안은 반가울 따름입니다. 연구자들을 위한 공간과 연구자들과 지자하는 사람들의 공동체가 필요하다는 제언 또한 공감하게 되구요.
그간의 사회를 탐구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현장과, 혹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목적과 의도와는 달리 간극이 벌어진 상태였다고 한다면, 이러한 시도들이 그 간극을 다시 좁혀주는데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