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와 영화를 보면 종종 등장인물이 멋지게 길을 걸으며 커피를 마시는 장면이 나옵니다. 넥타이를 맨 직장인도, 캠퍼스를 걷는 대학생도, 손에 커피잔을 들고 걷고, 대화합니다. 문득 생각합니다. 저게 다 일회용품인데….플라스틱인데….
흡연장면은 뿌옇게 보이는데 왜…
폭력, 마약 등의 장면이 있는 영화나 드라마는 연령등급을 통해 볼 수 있는 사람들을 제한합니다.
지금 티비 드라마에서는 담배를 피우는 등장인물을 보기는 어렵죠. 다들 라이터가 없어 불을 붙이지 못하거나 비가오거나 다른 누군가와 대화하기 위해 담배를 피우지 못하죠. 청소년들이 보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때문입니다. 영화/드라마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없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멋진 등장인물이 하는 행동은 때론 모방하고 싶은 심리를 알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드라마 속 패션이 유행하는 것도, PPL도 그런 우리의 마음을 알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흡연 장면도 때로는 뿌옇게 처리하거나 직접 흡연하는 장면은 이제 볼 수가 없죠.
차량 안전벨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바빠도, 아무리 급해도 우리의 주인공은 뒷좌석에서도 꼭 안전벨트를 착용합니다. 바로 영상 미디어가 갖는 사회적 영향력 때문입니다. 혹은 문화산업이 갖는 사회적 책임감 때문이겠지요. 일례로 1990년대 슬램덩크의 서태웅은 이어폰을 끼고 자전거로 해안 도로를 달리지만 2023년의 서태웅은 이어폰을 끼지 않습니다. 이어폰을 끼고 자전거를 타는 것은 일본의 도로교통법 위배이기 때문이지요. 사회의 변화에 따라 미디어 속 등장인물의 행동도 달라집니다.
하지만 기후위기, 생태위기 시대, 드라마나 영화속에서 일회용품 문제는 별로 그런 고민들이 없는 것 같습니다. 다들 일회용 커피컵을 들고 거리를 걷습니다.
해외는 어떨까요
우선 뉴질랜드의 사례를 살펴볼까요.
뉴질랜드의 “GreeningtheScreen: A Practical Environmental Toolkit for the Screen Production Industry” 즉, 스크린산업의 환경 가이드에 적혀있는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미디어 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흡연이나 음주운전, 안전 등과 같은 인식의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 노력해왔던 것처럼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친환경 관행이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출연자의 행동에 ‘부정적 환경 메세지가 노출되는 경우에 대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작가, 제작자, 감독, 배우가 사전에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도록 하고 스트리 라인에 대한 아이디어를 통해 환경적으로 부정적 행위를 최소화할 것을 권합니다.
미국의 경우, ,PGA(Producer’s Guild of America)와 헐리우드 스튜디오가 함께 제작한 ‘녹색제작 가이드(Green Production Guide)’와 ‘생산환경조치 점검표(PEACH)’ 체크리스트라는 것이 있습니다. 굉장히 자세하고 많은 내용이지만, 간단히 살펴보면,
작가가 환경관련대사, 환경적 책임에 관한 대사나 행동, 장면이 있다면 표기하고 그 내용을 설명하도록 권장하고, 소품음식 역시 플라스틱 일회용 병이 노출되지 않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세트 장식에서도 화면에 친환경적 행동이나 내용이 있는지 확인하도록 하고, 독성물질을 함부로 버리거나 태우는 장면이 노출되지 않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영국도, 캐나다도, 프랑스도, 네덜란드도 모두 조금씩 다르지만 비슷한 가이드라인들을 갖고 있습니다.
단순히 화면에 보이는 장면만에 국한된 가이드라인이 아닙니다.
해외의 가이드라인들이 단지 우리가 보는 화면의 등장인물들의 행위에만 적용되는 가이드라인은 아닙니다. 사전 제작 준비단계,. 메이크업, 헤어, 의상, 소품, 조명, 사운드, 로케이션, 케이터링, 차량, 숙박, 세트장 관리 등 다양한 제작 단계마다 친환경적 행동지침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아예 사전 준비 단계부터 환경적 영향과 환경문제에 대한 교육이나 인식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지요.
미디어 산업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노동, 인권, 부패, 투명성 등)의 지침을 갖고 있고, 지속가능한 생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알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미디어 산업은 큰 사회적 영향력을 갖고 있고, 환경적 책임 노력은 이러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제작사는 미디어 콘텐츠 제작 사전에 환경에 대한 영향을 인지하고 있어야 하며, 제작과정에서 환경을 훼손할 수 있는 가능성을 미리 고려하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강제사항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렇게 제작된 영화는 ‘녹색 영화 인증’을 해줍니다. 소비자들, 즉 관객들에게 인권이나 아동권, 동물권을 존중하면서 만들어진 영화라는 것을 알리는 것 처럼 친환경적인 생산과정으로 만들어진 제품이라는 것을 알리는 것이지요.
친환경적으로 만들어진 영화의 사례를 알아볼까요
<닥터 두리틀>은 사무실과 촬영현장에서 재활용과 퇴비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세트장 폐기물의 100% 가까이 재활용되었다고 합니다. 스태프들을 위한 음용수도 재활용이 가능한 물병이나 정수기를 배치했고, 온실가스 배출을 위한 바이오디젤 사용, 효율높은 LED 조명도 사용했구요
<캣츠> 역시 재사용 가능한 물병을 스태프와 출연진에게 제공하고, 스태프들이 함께 하는 ‘그린 챌린지’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악세서리나 의류는 런던영화아카데미에 기증했다고 합니다.
<다운튼 애비>의 경우 현장에서 일회용 식품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해요. 일회용 물병 사용을 규제하고 재사용이 가능한 배터리를 이용한 음향을 썼구요. 의상을 인근 예술대학에 기부해 재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합니다.
<50가지 그림자> 3부작은 원자재의 99%를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의상과 소품은 영화학교나 비영리 단체에 기부하고, 환경담당 스태프를 배치해서 제작과정에 관련 계획을 수립하고 진행했다고 합니다. 폐기물의 75%나 재활용할 수 있었다고 하네요.
미국에서는 비영리단체 ‘환경 미디어 협회(Environmental Media Association, EMA)라고 있는 여기서는 EMA Green Seal이라는 것을 만들어 ‘지속가능한 영화제작 인증’제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매년 EMA Award에서 환경적으로 제작된 미디어 제작물에 대한 시상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닥터 두리틀>, <캣츠>, <다운튼 애비>, 그리고 <50가지 그림자>도 이 상을 받은바 있습니다.
(참고 : 위 내용은 영회진흥위원회(2020) '지속가능한 영화제작을 위한 환경 가이드라인' 보고서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우리도 뭔가 가이드라인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저는 잘 모르지만 촬영현장에 가면 커피차나 간식차 이벤트도 많고, 현장 스태프들의 식사를 위한 캐이터링도 일회용이 많다고 하네요. 2018년 제작된 영화 <봉오동 전투>는 동장 생태경관보전지역에서 전쟁장면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환경파괴를 일으켰다는 논란이 있었죠. 이후로 영화진흥위원회에서는 '지속가능한 영화제작을 위한 환경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미디어 산업 전반적으로 알려지고 활발하게 활용되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가끔은 드라마를 보다가 궁금해집니다. 이 영화는, 이 드라마는 친환경적으로 제작되었을까. 물론 쉽지 않은 일이겠지요. 하지만 아동권, 동물권과 같은 안내 문구처럼 ‘이 영화는 친환경적 제작 가이드라인에 따라 제작되었습니다’라는 안내문구를 볼 수는 없을까.
영화나 드라마에 일회용품을 규제하도록 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혹시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일회용품을 보신 적이 있나요? 있다면 목소리를 모아주세요
혹시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환경적이지 않은 장면을 보신 적이 있나요? 있다면 목소리를 모아주세요
그리고 여러분의 의견을 다양하게 모아주세요.
담배처럼 영화나 드라마에 일회용품 노출이 규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K드라마, K영화가 친환경적으로 생산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친환경적으로 미디어 콘텐츠가 생산되도록 유도하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