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원주 아카데미극장 국가등록문화재 지정 및 철거 중단을 촉구하는 영화인 긴급 기자회견_231025
2023.10.25
🗣 [기자회견]
원주 아카데미극장 국가등록문화재 지정 및 철거 중단을 촉구하는 영화인 긴급 기자회견_231025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원주 아카데미극장을 국가등록문화재로 직권 지정하라!
🔥원강수 원주시장은 원주 아카데미극장 철거를 중단하고 시정토론을 개최하라!
원주 아카데미극장은 1963년 개관한 지역극장입니다. 이 극장이 개관한 1960년대는 한국영화의 황금기였습니다. 1960년대는 연간 100~200편이 넘는 영화가 제작되었으며, 극장 수도 급격하게 늘어났습니다. 전국 극장 수는 1958년 225개에서 1971년 717개로 계속 증가했습니다. 이런 영화산업의 급격한 성장은 관객 수의 증가에 힘입은 것입니다. 1960년대 관객 수는 연평균 15% 성장했으며, 1인당 평균 영화관람횟수도 1965년 5.4회, 최고조에 달했던 1968년에는 5.7회를 기록했습니다. 원주 아카데미극장은 바로 이 시기에 개관한 지역극장 중 하나입니다. 아카데미극장은 지역민이 영화를 보며 여가를 즐기던 공간이었으며, 때로는 공연이 열리고 지역 행사가 개최되는 공동체의 공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단관극장’의 시대는 1998년 멀티플렉스가 등장하면서 조금씩 저물어 갔습니다. 아카데미극장 등 원주의 단관극장도 2005년 신도심에 멀티플렉스가 들어서자 2006년 문을 닫았습니다.
폐관 이후 10여 년간 방치되었던 아카데미극장은 2016년 다시 시민들의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시민들은 아카데미극장 보존을 위한 활동을 전개하였고, 이 활동은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런 시민들의 노력의 결과로 원주시는 2022년 1월 아카데미극장을 매입했고, 2023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유휴공간 문화재생 활성화’ 사업에 선정되어 모두 39억 원의 예산을 확보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민선 8기 원주시는 시민과의 약속을 깨고, 일방적으로 아카데미극장 철거를 결정했습니다. 이에 원주시민들은 지역의 80여 개 단체와 함께 범시민연대를 구성하고 아카데미 띠잇기 챌린지, 시정토론 청구, 서명운동, 거리 집회, 천막농성, 단식 노숙 농성 등을 통해 아카데미극장의 보존 운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원주시는 지난 10월 19일, 아카데미극장 철거를 강행했습니다. 이에 시민들은 철거 강행에 항의했고, 1명의 시민이 아카데미극장 천장 트러스에 올라 철거 중단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 중입니다. 당장 철거는 중단되었지만, 23일 원주시는 극장 건물이 원주시의 소유라며 시위를 진행하는 시민을 무단침입으로 고발하고 강제로 끌어내린 뒤 철거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우리는 원주시의 아카데미극장 철거 강행 의지에 깊은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애초에 원주시가 아카데미극장을 매입한 것은 아카데미극장의 보존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시장이 바뀌어 시정의 변화가 필요하다면, 시민들과 토론하며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원주시정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원주시는 시의회에 철거안을 상정하는 과정에서 공유재산심의회의 심사를 졸속으로 진행하고, 사전공고를 하지 않는 등 지방자치법을 위반하였습니다. 시민 250명이 청구한 시정토론은 주민등록번호 기재라는 억지 행정으로 반려시켰고, 개정하겠다던 조례는 차일피일 미루고 있습니다. 단식과 노숙 농성을 이어가는 시민들의 의견을 듣는 대신 강제해산을 시도했습니다. 또 문화재보호법을 이행하라는 정당한 요구도 묵살하고 있습니다. 법을 어기면서까지 아카데미극장을 철거해야 하는 이유를 우리 영화인들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원주시의 아카데미극장 철거는 그저 오래된 건물을 철거하는 행위가 아닙니다. 지역민/관객의 근대적 문화 실천인 ‘극장가기’와 ‘영화관람’이 일어났던 ‘극장’이라는 근대적 사회문화 공간을 해체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극장은 한국영화의 제작보다 먼저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과거 영화를 상영했던 공간은 거의 다 사라지고 있습니다. 1913년 설립된 국도극장은 1935년 재건축 당시의 골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지만 1999년 호텔 건축을 위해 소리소문없이 철거되었고, 1907년 설립된 단성사는 2005년에 멀티플렉스로 재개장했다가 문을 닫았습니다. 2005년 12월에는 1935년에 설립된 스카라극장이 문화재청의 근대문화재 지정에 반대하는 건물주에 의해 기습적으로 철거되기도 했습니다. 2006년 11월에는 1944년 문을 열었던 부산 삼일극장이, 2011년 5월에는 1959년 개관한 부산 범일동의 삼성극장이 철거되었습니다. 2018년 12월엔 1944년 문을 연 제주도의 가장 오래된 극장인 현대극장이 철거되었습니다. 각 극장들은 지역민들에 의해 보존의 필요성이 제기되었지만, 안타깝게도 보존되지 못했습니다.
외국에서는 오래된 극장을 문화유산으로 보존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클리브던에 있는 ‘커존 시네마(Curzon cinema)’는 앨런 릭맨, 테리 길리엄, 닉 파크 등 영화인과 지역민의 지지 속에 문화유산 복권 기금(Heritage Lottery Fund)의 지원을 받아 복원하여 지역사회의 소유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의 룩소극장(Louxor-Palais du Cinéma)은 극장이 문화재로 지정되자 파리시가 매입해 리노베이션하여 운영 중이며, 일본의 다카사키시에 있는 ‘다카사키덴키관(高崎電気館)’은 경영상의 문제로 문을 닫게 되자 시가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인정하여 예산을 투입, 다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많은 극장이 보존되어 여전히 영화를 상영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례들은 오래된 극장이 단순히 영화를 상영했던 장소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오래된 극장은 건축유산이고, 현대의 멀티플렉스가 재현할 수 없는 공동체의 경험을 공유하는 장이자 원도심의 경제적 활력에 기여할 수 있는 도시 개발의 구심이며, 미래세대가 전통을 풍부하게 경험할 수 있는 문화유산입니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에게 호소합니다.
아카데미극장이 문화재로 미래세대에 계승될 수 있도록, 원주시의 철거 강행으로 아카데미극장이 더 이상 파손되지 않도록 국가등록문화재로 직권 지정해 주십시오. 근대 문화유산인 극장이 철거되어 사라지지 않도록 방관하지 말고 권한을 실행해 주십시오.
원강수 원주시장에게도 호소합니다. 원주시의 자랑거리인 아카데미극장을 우리 영화인도 자랑할 수 있도록 철거를 중단해 주십시오. 그리고 시민들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 주십시오. 원주시가 다시 아카데미극장 보존과 재생에 나선다면, 우리 영화인들은 원주시민의 요구에 부응할 것입니다. 아카데미극장이 원주 중앙시장을 비롯한 원도심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을 것입니다.
2023년 10월 25일
원주 아카데미극장 국가등록문화재 지정 및 철거 중단을 촉구하는 영화인 일동
(영화인 및 관객 1,194명, 영화 및 문화예술단체 42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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