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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시민의 문화자산, ‘아카데미극장'을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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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친구들] #국회토론회 "시대의 흐름에 사회의 흐름에 반하는 움직임이곳곳에서 감지되는 것으로 넘어 역행하는 현실이 벌어지고 있다"

2023.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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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시민의 문화자산, ‘아카데미극장'을 지켜주세요!

#국회토론회 

"시대의 흐름에 사회의 흐름에 반하는 움직임이곳곳에서 감지되는 것으로 넘어 역행하는 현실이 벌어지고 있다"


"시민사회는 물론 지자체에서도 스스로의 의지로 근대유산에 대한 자신들의 바람직한 모델을 각자의 처지에 맞게 만들어가는 사회가 되었다고 생각한 순간, 시대의 흐름에 사회의 흐름에 반하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되는 것으로 넘어 역행하는 현실이 벌어지고 있다"

 안창모 (경기대 건축학과 교수)

1999년 을지로에 위치했던 국도극장이 전격적으로 철거되면서, 우리가 어려웠던 시절을 함께하면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었던 극장을 비롯해서 많은 삶의 현장들이 소리 없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이 가감 없이 눈앞에 펼쳐진 바 있다. 이로 인해 전 국민의 근대기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었고, 국민적 관심과 지지를 배경으로 등록문화재 제도가 만들어졌다.

등록문화재 제도가 관 주도로 시작되었지만 짧은 시간 안에 시민사회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는 성과를 거두었다. 전문가의 절대 부족 상황에서도 근대유산의 소중함에 대한 사회적 인식 확산은 우리 사회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는 중요한 시점의 중요한 시험대이기도 했다.

청주시에서 보존을 전제로 진행된 국제현상설계의 당선안을 무효화하면서 청주시민과의 약속이었던 ‘청주시 청사’ 보존이 선거 결과에 따라 일 순간 ‘청주시 청사’ 철거로 이어지고, 청주시 청사 철거를 모델로 한, 또 다른 근대유산(원주 아카데미극장)의 철거추진이 원주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안양시가 산업화 시대의 유산인 ‘공장 터’를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의 박물관으로 만들어 지역 명소가 되었음은 물론 세종시에서 추진되고 있는 ‘국립건축박물관’의 모델이 된 것과 비교된다.

청주시와 원주시의 사례가 충격적인 것은 민간이 아닌 관이 주도적으로 시민과의 약속과 노력을 파기하고 무력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등록문화재 제도를 주관하는 문화재청이 적극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청주시 청사의 철거를 방치함으로써 유사한 사례가 반복될 여지를 준 것이 원주시의 원주 아카데미극장 철거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근대유산은 당대와 후속세대를 연결하여 세대 간의 간극을 메워주는 다리와 같다. 우리가 어떤 생각을 담아 무엇을 어떻게 남기느냐는 곧 우리가 문화유산을 통해 후속세대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될 것이다. 특히 가치가 형성 중인 근대유산에서 이 문제는 더욱 중요하다. 근대유산 보호에 있어 정책 추진을 위해서 당장은 경제적 효과를 내세울 필요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경제적 가치보다는 역사 문화적 가치와 의미에 기초한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인식 확대가 필요하다.


"지난 5월 국가유산기본법이 제정되면서 ‘문화재’라는 용어 대신 ‘국가유산’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게 되었다. 과거,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유산’으로 명칭을 변경, 확장하고 세계유산과 유사한 문화유산, 자연유산, 무형유산의 세부 분류체계를 갖춘다는 취지이다. 이 법에서는 ‘문화유산’을 우리 역사와 전통의 산물로서 문화의 고유성,겨레의 정체성 및 국민생활의 변화를 나타내는 유형의 문화적 유산이라 정의하고 있다"

송석기 (군산대 교수)

현상 보존 중심에서 살아있는 사회경제적 기능을 중시하고 변화를 관리하는 문화유산 관리 개념으로의 전환이 나타나고 있다. 문화유산 그 자체의 보존에서 더 나아가목적성 있는 문화유산의 보존과 지속 가능한 활용을 강조하는 기능적 문화유산 관리로 전환되고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과 사회적 가치라는 보다 큰 틀에서 문화유산을 관리하는 것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문화유산은 지역 발전과 지역 재생에 기여하고 있다. 문화유산은 관광자원, 교육자원, 산업자원, 학술자원 등 자원으로서 경제적 효과를 발생시킨다. 문화유산은 국가 및 지역의 자산(asset)으로서 지역 축제나 관광 등을 통한 지역 일자리 창출, 문화유산 보존을 통한 문화유산의 자산가치 상승 등의 형태로 지역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UN의 New Urban Agenda에서는 문화유산을 도시에서 지속가능한 개발의 주요 요소로 인식하였고, 세부적으로는 사회통합과 빈곤퇴치, 도시번영과 기회균등, 그리고 도심 공간 개발계획과 관리에 있어 문화유산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문화유산 활용 과정에서 관광, 교육, 사회 캠페인, 비즈니스 등을 포괄하는 보다 심화되고 확장된 인식을 도입하여 사회·경제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하는 요구가 확대되고 있다.

문화유산의 가치를 고정적, 절대적 가치로 이해하여 그러한 정도의 가치를 갖는 대상만을 보존할 필요가 있는 문화유산으로 인식하려는 경향을 접하게 된다. 때문에 문화적 산물로서 누구나 공감하는 정도로 높은 수준의 가치를 갖고 있지 않거나 가치 판단 과정에서 서로 다른 상반된 의견이 공존할 수 있는 근현대 건축문화유산은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낮은 것으로 치부되고 우선 눈에 드러나는 단기간의 경제적 가치로만 평가되어 멸실될 위험에 처하게 된다.

근현대 건축문화유산을 온전하게 가치 평가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에 의해 제기되는 서로 다른 가치의 주장이 다양성으로 수용되어야 한다. 그리고 근현대 건축문화유산을 합리적으로 보존하고 활용하기 위한 정부와 지자체, 민간 차원의 적정한 역할 분배와 협력적인 보존 및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



"6.25전쟁 당시 지리산 대화엄사를 불태우라는 상부의 지시에 “태우는 건 하루면 족하지만 다시 세우려면 천 년도 부족하다”라고 하며 이 지시를 따르지 않은 고 차일혁 경무관의 말을 되새겨본다. 차 경무관은 당시 화엄사 전각들에서 문만 떼어내어 불태우고 화엄사는 그대로 두었다. 그렇게 한 덕분에 오늘날 풍부한 문화재를 간직한 화엄사가 있는 것이다"

류호철 (안양대 교수)

문화재로서의 가치는 가지면서도 여전히 보호 대상으로서 법적 지위를 확보하지 못한 것들이 적지 않고, 그중에서 문화재로 보존되거나 활용될 기회도 가져보지 못한 채 없어지는 사례들도 있다. 그 역사가 깊은 문화재들보다는 근대문화재에서 이처럼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보존하지 못하는 사례들이 많은 편이다. 한번 없어져 버리면 아무리 긴 시간이 흐르고, 아무리 많은 비용을 치르더라도 회복할 수 없는 것이 문화재임을 생각하면 이러한 문화재 멸실은 역사와 문화를 잃어버리는 치명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2024년 05월 17일, 문화재 보존·관리에 큰 변화가 생긴다. 올해 제정된 「국가유산기본법」이 이날을 기해 시행되기 때문이다. 이 새로운 법에서 주목할 만한 것이 있다.

「국가유산기본법」
제14조(포괄적 보호체계의 마련)
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제13조에 따라 지정·등록되지 아니한 국가유산의 현황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
②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미래에 국가유산이 될 잠재성이 있는 자원을 선제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지금까지 문화재 보존·관리와 활용은 법률에 따라 지정 또는 등록된 것을 중심으로 해왔다. 이에 비해 위 조항은 국가나 시·도에 의해 지정 또는 등록되지 않은 유산도 그 현황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문화유산으로 지정·등록될만한 잠재적 가치를 가진 것들은 선제적으로 보호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법률로 명확히 정했다는 점에서 현실적 의미가 크며, 이전 제도와 비교해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미지정문화재는 문화재가 아닌 것이 아니라, 지금으로서는 지정·등록한 만큼 그 가치를 크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지만, 문화재로의 가치는 있는 것들이다. 2000년대 초까지도 쓰레기장이나 다름없이 방치된 채 앞에는 ‘사진 촬영 금지’ 라는 글이 붙어있던 옛 동양척식회사 목포지점 건물 등이 ‘목포근대역사문화유산공간’의 일부로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것은 아직 지정·등록되지 않은 문화재를 보호해야 할 필요성을 잘 말해준다.

임시지정은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문화재를 긴급하게 보호하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준용규정에 따라 시·도 지정문화재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임시지정 제도는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저항되지 않게 하면서도 그 가치와 문화재 지정·등록 필요성 등을 검토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국가지정문화재나 시·도 지정문화재로 임시 지정되면 그 문화재는 그로부터 6개월 동안 지정문화재에 동일하게 보호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문화재 지정권을 가진 문화재청이나 시·도지사가 필요한 경우 문화재를 임시지정하면 문화재 보호를 그만큼 적극적으로 할 수 있다. 정말 국가나 시·도 문화재로 지정·등록하는 것은 확보한 6개월 동안 면밀히 검토하고 관계자와 지역사회, 문화재 전문가 등이 지혜를 모아서 결정하면 된다. 이 기회를 확보해 주는 것이 문화재 임시지정 제도이므로,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문화재의 가치를 보존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임시지정이 유지되는 6개월이라는 시간은 문화재 보존 관련 주체들이 서로 감정적 대립에서 벗어나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논의할 수 있는 기회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원주시 ‘옛 아카데미극장 건물’ 보존을 두고 벌어지는 갈등은 이미 해당 주체들 간에 몸싸움이 일어날 만큼 감정적으로 격화되어 있는데, 이런 상태에서 문화재 보존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문화재를 보존할 것인지 여부는 한번 결정하면 오랫동안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며, 보존해야 할 문화재를 없애버린다면 그것은 후손들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히는 것이므로 임시지정 제도를 활용해 사회적 합의 과정을 충분히 거치는 것이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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