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개서한] 시장님의 ‘생각의 전환’으로 놀라운 변화를 기대합니다. 이것은 소수를 넘어, 원주시민 전체의 품격을 높이는 일입니다.
2023.08.10
"시장님의 ‘생각의 전환’으로 놀라운 변화를 기대합니다. 이것은 소수를 넘어, 원주시민 전체의 품격을 높이는 일입니다" - 최재석 (전_한라대학교건축학과교수) 공개서한 내용 중
[공개서한 내용]
원강수 시장님께! 시정에 노고가 많으십니다.
저는 한라대학교(건축학과)에서 30년 근무하고, 2022년 2월에 퇴직한 최재석입니다. 학교를 떠나 타지역에 살고 있지만, 주민등록상 원주시민입니다.
대학에 근무하면서, 원주를 이해하고자 매주 중앙동을 방문하여, A-B-C도로를 걸어보면서 어떻게 하면 명품의 도심으로 태어날 수 없을까 고민을 많이 했던 적이 있습니다. 원주 구도심을 걸으면서 광장이라든가 소공원도 없어, 원주시민들이 힘겹게 생활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게, 중앙로를 비우면 중앙로 자체가 공원 역할을 할 수도 있어, 원주시 연구 지원을 받아, 기본계획서를 작성했습니다. 중앙로는 다양한 사람들이 얽혀있어, 접근하기가 쉽지만 않았습니다. 상인연합회를 설득하는 일, 시민단체, 학계, 매스컴 등의 협조를 받는 일 등, 모두가 협력하여 차 없는 거리(문화의 거리)로 추진하게 됐습니다. 추진 이후에 디자인이라든가 관리가 부실한 면이 있지만, 잘만 관리하면 훌륭한 도시공간으로 유지될 것입니다.
구도심에서 필요한 것이 비어있는 공간(오픈 스페이스)이고, 이와 더불어 중요한 것이 볼거리입니다. 다양한 이벤트를 통하여 볼거리를 창출할 수도 있지만, 일회성으로 끝나기 쉽습니다.
도시공간에서의 볼거리는 한 지역에 오랫동안 유지되고, 시민들의 기억과 함께한 역사 건축물을 빼놓고 얘기하기 힘듭니다. 역사 건축물 하나로 그 도시를 대변하기도 합니다.
요코하마시(동경 다음으로 큰 도시로, 제가 있을 때는 일본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요코하마에 건축되었습니다.)에서 7년 동안 유학 생활을 하면서, 요코하마시를 대표하는 것이 무엇일까 궁금했던 적이 있습니다. 적벽돌 창고(아카렌가소고)라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요코하마시=적벽돌 창고’라는 인식이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적벽돌 창고는 요코하마 항구에 있는 2동으로 되어 있는 물류창고로, 100여 년 전에 지어진 창고건축물입니다. 이 지역은 해변가로 풍광이 기가 막힙니다. 이곳에 5성급 호텔을 지어도 손색이 없을 텐데, 보잘 것 없는 물류창고를 애정을 갖고 지킨 것이 요코하마시의 명물이 됐고, 도시연구가나 외국 관광객들이 필수적으로 찾는 곳입니다.
또 다른 대표적인 사례는, 영국 런던의 구도심에 있는 화력발전소입니다. 보잘것없은 화력발전소 건물을 현대미술관(데이트 모던)으로 재탄생시켜, 런던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명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세계적인 소설가 알랭 드 보통은 영국의 정신을 알려면, ‘데이트 모던으로 가라.’라고 얘기할 정도입니다. 그 많은 볼거리 중에, 데이트 모던을 런던의 으뜸으로 생각한 것입니다.
현재, 아카데미 극장 철거에 대한 논란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철거하고 새로운 건축물을 지을 수도 있지만, 철거보다는 보존하여 재탄생시킨다면, 간현관광지 개발보다 더 큰 가치를 창출하고, 국내는 물론 외국에 홍보될 정도로 명성을 얻게 될 것입니다. 도시공간을 양적 변화만시킬 것이 아니라 가치를 창출하고 변신을 통해 놀라움을 원주시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최근에 서울 경동시장 내에 있는 경동극장이 리모델링하여 지역의 명물로 재탄생했습니다. 시장님께서 시간을 내시어, 경동극장을 한번 방문하시면 아카데미 극장의 미래가 보일 것입니다. 경동극장은 밋밋한 사무형 건물 내부에 있지만, 아카데미 극장은 단독으로 되어 있고, 공지가 커서 중앙로와 연계성을 갖고, 5일장과 새벽시장에 몰리는 많은 시민들을 아카데미 극장으로 흡수한다면, MZ세대는 물론 중장년 노년층까지 통합하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재탄생할 것입니다.
5일장이나 새벽시장 때, 이곳을 방문한 시골 할머니나 할아버지도 서울 등 타지역에서 사는 자식들에게, ‘아카데미 극장 한 번 가봐라.’라고 자랑거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시장님의 ‘생각의 전환’으로 놀라운 변화를 기대합니다. 이것은 소수를 넘어, 원주시민 전체의 품격을 높이는 일입니다.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리고, 건강하십시오.
2023년 8월 8일
전) 한라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최 재 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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