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극장을지켜주세요

”10살 무렵 ‘우뢰매’라는 괴수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갔습니다. 장내에 점차로 불이 꺼지며 마침내 완전히 깜깜해졌는데, 그 순간 뒤쪽에서 한줄기 빛이 쏘아져 나오더니 엄청난 크기의 그림판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완벽한 어둠과 날카롭게 쏘아진 빛줄기 그리고 밝고 다채로운 엄청난 크기의 스크린에 단번에 매료되었습니다.

이는 오늘날의 멀티플렉스 극장에서와는 차원이 다른 경험입니다. 오랜 단관극장만이 줄 수 있는 시공간적이고 공감각적인 체험입니다. 역사 그 자체이자 극장을 다녀간 무수한 첫 경험들이 켜켜이 쌓여 피부에 닿는 사건이기도 합니다.

부디 오늘의 10살 아이들도 저와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어딘가에 남아있다는 믿음을 잃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그렇게 원주에 가면, 현존하는 사료이자 온전한 영화적 체험을 할 수 있는 아카데미 극장이 있다는 자부심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휘몰아치는 폭풍우 한가운데 놓인 들꽃을 웅크려 돌보는 이들의 마음으로, 부디 이 극장만은 지켜 주십사 간곡히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