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집게손을 문제삼고 이를 통제하려는 움직임까지 정당화를 하려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게임 커뮤니티에서 느낀 분위기는 말씀하신 것과는 결이 다른 경우도 많이 봤습니다. 완전히 다른 분위기라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게 당연할 정도인데,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진지하게 일부 여성들이 지나치게 남성의 권리를 억압하려 한다고 하고 있으며, 이미 '페미'라는 단어 자체가 부정적으로 프레이밍된 상황이기도 합니다. 이 상태에서는 '페미니즘'을 달고 대화 시도 자체가 되지 않는 것이죠. 그래서 이 '집게손'논란에 '페미련들 다 죽어 마땅하다'라고 하는 남성들조차, 온정적 성차별주의(Benevolent sexism)를 비판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기존 40대 이상이 주로 보이는 온정적 성차별주의도 비판하고, '일베'로 대표되는 적대적 성차별주의(hostile sexism)도 비판하는 남성들이 '집게손'을 문제삼습니다. 심지어 20대 ~ 30대 초의 남성들은 여성들에게 뺏길 권리도 별로 없다는 점에서, '기득권을 침해하는 여성'을 밟으려고 한다는 해석은 더더욱 적용이 어렵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다수의 인식 차이는 그렇게 큽니다.


여성우월주의는 제가 맨 처음 여성학을 교양수업으로 배울 때 교수님께 들었던 단어로, '남성은 없어도 된다' '여성이 남성 위에 있어야 한다'는 사상입니다. 저는 '크리에이터 클럽'이라는, 트레바리와 비슷한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실제로 '여성이 당했던 것 만큼 남성이 당해야 한다', '여성 권리 이야기에 남성이 왜 끼느냐'와 같은 말을 현실에서 들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나 생각은 반드시 잘못되지는 않았습니다. 왜냐면 모든 인권운동은 기득권을 뺏어오는 과정에서 공격적 성격을 띄게 되기 때문입니다. 노예 제도 폐지, 선거권 확대 등이 모두 폭력을 동반한 권리의 투쟁에 의해 발생했습니다. 때문에 레디컬 페니미즘과 여성우월주의는 '공격성'이라는 교집합을 띕니다. 문제는 이런 공격성은 대중에게 수용성이 낮아진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이런 이슈에 대해, 페미니즘 진영의 분들에게 '왜 이렇게 되었는지 천천히 이해하고 분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대화조차 통하지 않거든요..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정성스러운 덧글을 달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조호님도 마찬가지겠지만, 긴 이야기를 하려면 이 덧글창의 분량은 아쉽습니다. 시간이 허락하면 이 이슈에 대해 제 생각들을 풀어내려고 합니다. 저는 남초도, 페미니즘도 마음에 들지 않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입니다.


p.s. 아시겠지만 캠페인즈가 덧글 태그에 따른 알림 기능이 없어서, 늦게 보고 달았습니다 ㅠ

재경님) 메갈은 태어나자마자 죽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개설되었을 때가 피크였죠. 그리고 설사 그 때 페미니즘과 여성우월주의의 교집합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제 와 갑자기 특정 손동작에 멋대로 의미부여를 해서 여성의 언행을 통제하려는 여성혐오적, 음모론적 행동이 정당화되진 않습니다.

그리고 만약 현재까지 여성우월주의(저는 이게 뭘 말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와 페미니즘이 교집합을 갖고있다 하더라도, 조직된 세력이 아닌 이상 페미니즘을 표방하며 "여성우월주의"를 펼치는 사람이 있다 한들 무엇을 어떻게 막을 수 있겠으며, 그에 대한 징벌(?)이 왜 그와 상관없는 대상을 향하는지에 대한 답은 남초 커뮤니티에서 해명해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일련의 집게손 논란이 권력을 누리고자 하는 욕망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남성 권력을 위협하는 페미니스트들을 찍어눌러 본보기를 보여주겠다는 욕망이요. 현재 이 비뚤어진 욕망이 통하는 사회라는 게 상당히 위험한 징후같고요. 지금이라도 안티페미니즘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모두 목소리를 모아 브레이크를 강하게 걸어야 합니다.

메갈리아가 일베처럼 실제로 최근 많이 죽은 상태인가요? 집게손 문제에 관해선 개인적으로 어느 진영에게도 환영받지 못할 입장을 가지고 있는 저인데, 게이머 정체성과 페미니즘 정체성을 모두 가지고 있거든요.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경로에는 페미니즘과 여성우월주의의 교집합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