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돈 작가의 글쓰기 방식 자체가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 거의 당연한 방식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제기에 대해 성실하고 자신있게 대응하리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회피를 택하는 모습이더군요. 저는 거기서 실망했습니다. 하지만 기사에 써있듯 손절 문화만이 답은 아니지요.. '잘못했으니 사라져라' 그렇게 끝나는 문제가 아니니까요. 다행히 삶을 인용당한 피해자인 김현지씨의 성숙한 태도로 인해 여러 사람들의 여러 이야기들이 나눠졌고, 신중한 글쓰기를 위한 새로운 방식이랄지 예의랄지가 고민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지돈 작가는 2017년 책 "작은 겁쟁이 겁쟁이 새로운 파티"에서도 정수일 소장님(무하마드 깐수) 캐릭터를 그대로 사용해서 문제가 됐었죠. 당시에도 문제제기를 하고 작가가 사과하는 일이 있었는데 공론화되지는 않았던 것 같고요. 이번 일을 보며 실존 인물의 서사를 허락없이 그대로 가져다가 소설의 재료로 쓰는 걸 '반복'하는 작가구나를 생각하고 실망이 깊어졌었습니다. 이후 작가와 출판사의 대처에도 문제가 있었군요. 공론화되고 문제제기 되었으니 회고하고 앞으로 나아지기를 바랍니다.

이 상황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작가들에게도 물어야 하지만 한쪽에만 책임을 전가할 수는 없다. 작가, 독자, 출판사가 질문을 나눠 가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간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출판사의 대응에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작가의 동의를 전제로 하지만 사과와 동시에 판매 금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숙의의 시간’은 생략되기 마련이다. 캔슬 컬처(유명인이 논란이 될 만한 발언을 했을 때 SNS의 팔로를 취소한다는 뜻), 즉 ‘손절’ 문화가 연상되는 대응 방식이 과연 올바른 해결책인지 재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본인의 경험을 모티브로 쓰는 창작의 영역에서 재현 윤리를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정지돈 작가의 잘못이 큽니다. 그 문제에 대해 질문하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었는가? 라면 작가의 창작과 출판사 사이에서 논의될 수 없었다는 한계와 또 이런 부분이 이분법으로 딱 잘라서 논의하기 어려우니 창작자, 피해자 그리고 출판관계자라는 삼자의 논의에서 바로 잡아야할 지점을 찾아야한다는 게 중요하다고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