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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기억] 이태원을 가지 않는 게 해결 방법은 아닐 겁니다.
잊고 살았던 이태원 참사일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달력을 보니 작년 10월 29일은 토요일이었더라고요. 주변인들 사이에 알아주는 집순이인 저는 그날도 집에서 조용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이른 저녁잠을 한숨 자고 늦은 밤 느지막이 깨어 핸드폰을 켜보니, 속보 기사가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압사. 사람들이 서로에게 깔려 죽는 일이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졌다는 걸 처음에는 믿기 힘들었습니다. 어릴 적 위기 탈출 넘버원에서나 봤던 경우가 실제로 일어나다니. 너무 당황스러운 내용에 현실 감각이 없어졌다가, 회사 메신저 방에서 다들 괜찮은지 묻는 국장님의 메시지와 혹시나 하는 걱정에 연락한 친구들의 카톡, 그리고 실제 이태원에 있었던 지인들의 실시간 스토리 공유를 동시에 겪고 나서야 실제 상황이라는 감각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끔찍했던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고 암묵적으로 ‘이태원’이라는 공간은 놀러 가기 껄끄러운 곳이 되었습니다. 그해 12월, 친구의 전시를 축하하러 오랜만에 들른 이태원은 이전과는 다른 조용하고 허전한 분위기로 변해있었습니다. 그리고 일 년이 지난 2023년 10월 29일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누구도 할로윈을 기념해 즐겼다는 내용의 소식을 올리지 않았어요. 그저 지나가는 주말인 것처럼 소소한 본인들의 일상을 공유할 뿐, 그 어디서도 ‘할로윈’과 ‘이태원’의 흔적은 없었습니다. 영화 속 캐릭터 분장이나 파티룸을 예약해 친구들과 만난다는 내용조차도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마치 할로윈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요.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하더라도, 끔찍한 참사가 연상되는 장소와 이벤트를 굳이 다시 입 밖에 꺼낼 필요는 없으니까요. 이번에는 조용하게 할로윈을 보내는 것이 예의고 미덕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지만요, 그것이 곧 해결법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작년의 사고는 사실, 다른 어떤 곳에서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요. 당장 오늘 출퇴근 길만 생각해도 지하철 인파에 양팔만 겨우 들어갈 정도의 틈으로 수십 분을 버텼으니 말입니다. 이태원 참사는 이태원에서만 벌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러니 할로윈 데이를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이태원을 가지 않는 것이 해결 방법은 아닐 겁니다.
오히려 그 일을 계속 이야기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잊지 않았다는 것을 계속해서 말하는 것. 그리고 지금도 아슬아슬한 상황이 어딘가에서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알리는 것. 안타깝지만 세상엔 이태원 참사만큼이나 끔찍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고, 야속하게도 계속해서 말하지 않으면 금방 다른 것들에 밀려나기 쉬우니까요. 세상에서도, 우리 기억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