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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평화] 죽음의 불꽃놀이로 낭비하는 골든타임
얼마 전 DX KOREA 2022 (대한민국 방위산업전 2022) 저항 평화행동으로 재판을 받은 평화 활동가 8명이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고 한다. 전시된 탱크 위에서 바이올린과 기타를 연주한 그들에게 사법당국은 총 1,7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주변인들에게 그들의 탄원을 애원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세상의 이 부정의하고 기울어진 판을 내가 어떻게 할 수 있긴 한 걸까?' 이런 생각을 매일같이 하며 점점 깊은 심연으로 가라앉는 것 같다. 나는 언젠가부터 "불꽃놀이"를 직접 보거나 그 단어를 듣게 되면 묘한 기분을 느낀다. 아마도 불꽃놀이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알게 된 후, 불꽃놀이가 환경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 일 것이다. 사람들은 불꽃놀이를 낭만적인 이벤트라고 여기는 것 같다. 서울 여의도에서 매년 열리는 서울세계불꽃축제를 사랑하는 연인 혹은 가족, 친구들과 함께 '명당'에서 보기 위해 일찍이 자리 경쟁을 시작하기도 하니까. 불꽃놀이를 그저 낭만적인 "놀이"로 여기는 비약을 저지르기 전에 짚어야 할 사실이 있을 것이다. 폭죽과 폭약의 차이점은 그저 사람을 향하느냐 공중을 향하느냐의 차이다. 불꽃놀이는 화약 제조법을 연구하던 과정에 우연히 발견하게 되어 시작되었다. 군사용 화약이 정교해짐에 따라 불꽃놀이 기술도 발달되었던 것이다. 서울세계불꽃축제는 대기업 한화에서 주최한다. 시민들의 일상을 위한다는, 겉보기에 언제나 좋은 대의명분을 앞세운다. 전쟁에서 대의명분이 없었던 적 없듯이. 서울세계불꽃축제는 한화가 주력하는 정교한 화약 제조기술을 홍보하는 박람회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죽어가고 있는 이들이 눈앞에 보이지 않아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불꽃놀이를 보며 의식해야 할 것이다. 전쟁의 비윤리성을 이야기하자면 아마 시민들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평화를 외치며 한국이 무기 수출 및 군사훈련을 중단해야 한다는 사람들에게는 온갖 감투가 다 씐다. 빨갱이, 종북좌파 등 흔히 포털 댓글 창만 봐도 나오는 그런 단어들 말이다. 그들의 논리는 더 많은 무기 확보와 군사 훈련 및 동맹 즉 "힘"만이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지켜주는 평화의 전제조건이라 한다. 정말 그럴까? 탄소중립을 외치는 시대에 군대는 그야말로 숨은 기후 악당이다. 글로벌 책임을 위한 과학자(SGR)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군사활동에서 비롯된 탄소 배출량은 전체의 약 5.5%를 차지한다. 군사 부문이 항공·해운·철도 부문 배출량을 합한 것보다 더 많다. 또한 전략폭격기 연비는 승용차의 100분의 1 수준이고, 소비하는 연료도 엄청나다. 전략폭격기의 1시간 소비 연료량이 자동차 1대의 7년 사용량에 맞먹는다고 한다. 하나 이 수치는 매우 보수적이고 비공식적인 추정치일 것이다. 군사 부문의 탄소 배출량 보고 의무는 모든 국가가 지고 있지 않다. 심지어 일부 선진국에서 공개가 되더라도 "일부"만을 공개할 뿐이다. 1997년 체결된 교토의정서에는 미국의 반대로 인해 탄소 배출량 보고 의무 중 군사 부문이 제외되었고, 2015년이 돼서야 선진국만 배출량 보고 의무를 가진 상태다. 또 배출량 보고 의무만 질 뿐 탄소 배출량 절감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국가 안보, 국방과 직결된다는 이유로 매우 축소 보고되었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숨은 기후 악당임을 직관적으로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기후 위기가 우리 평화를 위협한다는 것은 이제 보편적이고 자명한 "사실"로서 받아들여지는데, 왜 그 기후 위기를 부추기는 군비 경쟁과 전쟁을 하기 위한 군사 훈련은 우리 평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생각에 한치의 의심도 보태지 않는가? 물가 상승이 연쇄적으로 이뤄지듯이 하나의 국가가 때아닌 이념 전쟁을 자초하며 안보를 강조하고 군사력을 강화할수록 주변국의 군비 경쟁은 심화되고 군사적 긴장감은 고조된다. 누군가가 나를 언제 찌를지 몰라 무장하고 다니는 상태를 우리는 평화로운 상태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거대한 농담 같은 세상 속에서 우리는 의심의 미덕을 지녀야 한다. 힘의 논리에 의해 쓰인 수많은 글 속에서 진실을 찾기 위해 눈을 부릅떠야 한다. 세계 곳곳에서 죽음의 불꽃놀이가 터지고 위험을 감지할 수 있는 우리의 통각은 점점 마비되며 그렇게 골든타임은 지나가고 있다는 것도 의식해야만 한다.
국제관계
2023.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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