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을 반대하는 이유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달 28일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보를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지명했다. 대통령실은 이 후보자가 “언론 분야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과 다양한 인간관계 리더십을 바탕으로 윤석열 정부의 방송·통신 국정 과제를 추진할 적임자”라고 밝혔다. 반면,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인 단체와 언론시민단체들은 이명박 정부에서 반헌법적인 언론탄압을 진두지휘했던 인물이라며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오는 18일 국회 인사청문회가 예정된 가운데 이동관이 과연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적합한 인물인지 검증해본다. 검증기준 1. 방통위 독립성 방송통신위원회는 미디어 정책과 규제에 가장 중요한 영향력을 미치는 기관이다. 사회 여론 형성에 커다란 영향을 준다는 의미다. 따라서 모든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을 미디어 규제기관을 구성하는 최우선 원칙으로 삼는다. 방통위법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한다. 정당의 당원이나 대통령직인수위원(3년 이내)을 배제하도록 정한 것도 정치권력이 미디어 환경을 통제하려는 시도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동관은 정치적으로 독립적인 인물인가. 전혀 아니다. 그는 과거 언론사에서 이명박 대선캠프로 직행하여 대통령을 대변하고, 권력을 홍보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이후에는 선거철마다 특정 정당의 공천에 도전하고 탈락하기를 반복하며 정치 낭인으로 지냈다. 권력의 주위를 오래 맴돌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발탁되어 대선캠프와 인수위에서 일했다. 스스로는 ‘20년 언론인 출신’이라고 말하지만 폴리널리스트→청와대 대변인→홍보수석→언론특보→새누리당 경선후보→대선캠프·선대위 출신으로 이어지는 주요 이력은 정치적 독립성과 거리가 매우 멀다. 더군다나 현직 대통령 특보(장관급)를 곧바로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지명한다는 건 미디어 규제기관의 독립성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다. 정부의 간섭을 천명한 것이나 다름없다. 기준 2. 언론의 자유와 방송의 독립 방통위의 주요 임무인 언론 자유와 방송 독립의 기준으로 보면 어떤가. 작년 4월 <뉴스타파>는 이명박 대통령기록물을 공개했다. 그 중 2010년 5월 31일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작성한 문서제목은 <YTN 보도 리스트>다. YTN, MBN 뉴스를 모니터한 이 문서에서 홍보수석실은 한중일 정상회담에 대한 외신의 부정적 반응을 전하는 보도를 ‘문제 내용’으로 분류했다. 놀라운 건 화살표로 이어지는 ‘조치 결과’다. 여기엔 “오전 10시 이후부터 해당 기사 비보도”라고 쓰여 있다. YTN은 더 이상 외신을 인용한 보도를 내보내지 않는 대신 정권의 외교성과를 홍보하는 기사를 잇달아 냈다. 청와대가 언론 동향 파악을 넘어 정부에 부정적인 내용을 방송하지 않도록 조치한 것은 언론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한 것이다. 당시 홍보수석은 이동관이다. 지난 6월 <경향신문>은 2017~2018년 국정원 불법사찰 관련 검찰 수사기록을 확보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2017년 11월 <MBC 방송장악 관련 청와대 홍보수석실 관련성 검토>라는 수사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에는 “청와대 홍보수석실에서 국정원을 통해 MBC에 청와대의 지시를 잘 따르는 경영진을 구축하고,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방송을 제작하는 기자·피디·간부진을 모두 퇴출시키고, MBC의 프로그램 제작 환경을 경영진이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방송사 장악의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기재되어 있다. 청와대 홍보수석실과 국정원이 유착하여 방송장악을 기획했다고 본 것이다. 수사팀은 “청와대 홍보수석실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적었다. 진술조서에는 국정원 직원이 홍보수석실 행정관으로부터 ‘진보 성향 특정 일간지(경향신문)의 광고 수주 동향 및 견제방안’을 알아보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증언도 담겨 있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사람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홍보수석은 이동관이다. 이런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뿐, 이동관이 해명해야 할 의혹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한국기자협회 조사에서 현직 기자 1천여 명이 이동관 임명을 반대하는 이유로 ‘이명박 정부에서 언론탄압에 앞장선 인물’이라고 답한 건 이런 이유에서다. 수많은 기자들이 이동관을 언론의 자유를 훼손하고 방송독립을 침해했던 인물로 평가하는 것이다. 기준 3. 전문성 방송통신위원장이 방송과 정보통신 정책의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건 너무나 상식적인 이야기다. 전문성이 방송통신위원장의 자질을 평가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미디어 기술 환경이 변화하는 속도를 고려하면 전문성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동관은 방송, 통신 관련 경력이 전무하다. 20년 언론인 경력을 내세우나 신문기자 출신에, 언론사를 떠난 지도 15년이 훌쩍 넘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한다. 디지털 환경은 1년이 무섭게,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15년 전이면 3G폰을 쓰던 시절이다. 일생에 걸쳐 한 번도 방송통신 일을 해본 적 없는 사람이 디지털 혁신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디지털 시대에 왜 아날로그 위원장인가? 디지털 시대 방통위원장은 언론 통제 기술이 아니라 디지털 기술 통제에 능해야 한다. 기술 혁신을 지원하면서도 빅테크와 인공지능 기술이 초래하는 위험성을 예상하고 판단하는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산업 정책이 정치에 휩쓸리고, 규제 정책은 기업 로비에 흔들리게 된다. ‘공산당 방송’ 운운하며 미디어 정책을 이념과 진영대결로 몰고 가는 방통위원장은 미디어 공공성은 물론 산업발전에도 독이 될 뿐이다. 기준 4. 절차적 정당성 민주주의 경쟁에 영향을 미치는 미디어 기관(장) 인사를 사회적 협의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미디어 규제기관이 특정 정당이나 한쪽 진영에 유리하게 운영되는 것으로 인식되어 신뢰와 정당성을 잃고 만다. 즉, 미디어 거버넌스 결정은 더 높은 절차적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이동관처럼 정당 간 지지와 합의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시민 다수가 반대하는 극단적인 인사를 밀어붙이는 건 미디어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에 심각한 해를 끼친다. ‘내가 하면 방송 정상화, 남이 하면 방송 장악’이란 대결논리는 올바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대안은 정당을 초월하는 사회적 협의를 통해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인사를 임명한다는 미디어 거버넌스의 원칙을 회복하는 것이다. 무책임한 정치가 망가뜨린 방송 규범을 ‘정상화’하는 것, 이게 바로 이동관을 반대하는 이유다.  
공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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