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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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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반려견을 사시겠습니까?
저는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에서 활동하고 있는 변호사입니다. 동물과 관련된 글을 쓸 일이 있으면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항상 제 첫 반려견이었던 ‘해피’의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기회가 될 때마다 반성과 속죄의 뜻으로 해피를 언급합니다. 30년 전 어린이였던 저는 엄마에게 집 근처에 있는 ‘애견샵(그 당시에는 펫샵보다는 애견샵이라고 불렀습니다)’에서 ‘파는’ 요크셔테리어를 사달라고 졸랐습니다. 사실 그 당시에는 해피가 요크셔테리어인 줄도 몰랐습니다. 금색과 회색의 긴 털이 아름답게 섞인 조그마한 강아지가 예뻐보였죠. 저는 엄마를 4개월간 졸랐고, 엄마는 ‘애견샵’에서 ‘30만 원’을 주고 요크셔테리어를 ‘사’주었습니다. 30년 전의 30만 원은 적은 돈이 아니었지만 돈의 가치를 몰랐던 저는 그저 해피와 함께 돌아오는 길이 행복했습니다. 집에 돌아와 밥도 주고 물도 주고 해피와 놀던 저는 해피의 배에 길게 난 10센치미터쯤 되는 흉터를 발견했습니다. 그 당시의 저는 임신과 출산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고, 그저 ‘배에 흉터가 있나보다’하고 말았는데 30년이 지나 PNR에서 활동하면서 해피 배에 있는 길다란 흉터 자국이 무엇인지, 임신과 출산을 반복한 해피가 어떻게 작은 동네의 펫샵까지 흘러들어왔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여기까지 글을 읽으신 분들은 애견샵, 강아지를 파는 곳, 강아지를 사는 사람과 같은 단어가 눈에 걸리셨을 겁니다. 30년 전에는 당연히 강아지는 애견 또는 애완견이라고 불렀고 돈으로 사고 파는 대상이었습니다. 그 이후부터 아주 천천히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 ‘살 수 있는 애완견’에서 ‘입양하는 반려견’이 되었습니다. 반려동물이 물건에서 생명의 가치를 갖는 대상으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사지말고, 입양하세요”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매우 익숙한 시대입니다. 반려동물이 생명을 가진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반려견이 어디서 오는지까지는 잘 알지 못합니다. 또는 반려견이 어떻게 공급되는지 알더라도 귀여운 강아지를 쉽게 만날 수 있다는 이유로 펫샵에서 ‘비싼 돈을 주고’ ‘품종이 있는’ 귀여운 반려견을 입양하기도 합니다. 펫샵에 전시되어 판매를 기다리는 강아지들은 허가를 받았건 받지 않았건 ‘번식장’에서 나와 경매를 통해 가격이 매겨진 뒤 펫샵으로 들어옵니다. 허가여부를 불문하고 대부분의 번식장은 오로지 품종견 또는 말티푸, 폼피츠, 골든두들 등과 같이 유행하는 믹스견을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 생산하기 위하여 열악한 환경에 개들을 방치하고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게 합니다. 개의 임신기간은 약 9주이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소형의 귀여운 품종의 개들은 통상 1회에 2~4마리의 새끼를 낳습니다. 소형견을 기준으로 할 때 1년 중 임신이 가능한 횟수는 약 2회입니다. 그렇다면 단순하게 개 1마리가 1년간 낳을 수 있는 강아지는 약 4~8마리 가량입니다. 흔히 펫샵에서 판매하는 강아지는 품종에 따라 50만 원에서 200만 원 또는 그 이상의 비용을 받습니다. 대략 평균적으로 한 마리당 100만 원을 받고 있다고 가정할 수 있습니다. 펫샵에서 강아지를 사는 사람들은 어린 강아지를 선호하므로 2~3개월령 내의 강아지들이 판매될 것이고, 그 이상 나이가 들어 강아지가 성장하면 판매가치가 없어져 펫샵의 손해가 되니, 강아지가 판매되지 않아 손해가 나는 비용도 강아지의 판매 가격에 포함하여 책정되어 있을 겁니다. 경매장에서 낙찰되는 강아지의 금액은 판매되는 금액의 30~40%가량일 것으로 추측이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강이지 1마리의 원가는 약 30만 원가량입니다. 이제 다시 번식업자의 입장에서 수익을 계산해보면, 개 1마리가 1년간 최소 4마리, 최대 8마리의 강아지를 낳으므로 경매장에서 강아지를 팔아 얻는 수익은 최소 120만 원에서 최대 240만 원입니다. 번식업자의 입장에서는 개를 1마리만 키워서는 수익을 낼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니, 한 번에 많은 수를 키우게 됩니다. 출산을 위한 암컷과 흔히 말하는 순종을 만들기 위한 수컷이 필요하므로 50마리, 100마리 이상의 개들을 사육하면서 발정제와 자궁수축제를 놓습니다. 이렇게 많은 개체를 사육하니 정상적인 관리가 힘들 수밖에 없어 뜬장(개의 배설물이 장 아래로 빠지도록 격자무늬 철망으로 만들어진 장)에 3~4마리의 개들을 넣어두는 것입니다. 번식업자에게 개는 수익을 내는 수단일 뿐이므로 정상적인 먹이 공급도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업자로부터 돈을 받고 음식물 쓰레기를 받아 개에게 공급하는 번식장도 있습니다. 개에 들어가는 비용을 최소화하고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번식장 내의 환경이 좋지 않아 개들은 당연히 질병을 얻고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여 죽는 경우가 허다하고, 번식업자는 개의 사체를 뜬 장 아래 버려두거나 구석에 쌓아 방치하기가 부지기수입니다. 우리가 반려견을 보며 생명 존중과 보호를 외치고 있지만 정작 대부분의 반려견이 공급되는 번식장에서는 사람에 의한 동물학대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번식장에서 태어나 살아가다가 죽거나, 경매장으로 반출되는 강아지의 모든 삶에서 동물학대를 받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펫샵에서 우리가 손쉽게 만나는 귀여운 생명은 동물학대의 대가와도 같습니다. 이래도 반려견을 사시겠습니까?
동물권
2023.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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