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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를 넘어서는 힘> 공대생의 완강 후기
“지금부터 토의를 시작해주세요.”
당황스러웠다. 그동안 기후 관련 강연들을 많이 다녀봤지만 내 의견을 궁금해하는 곳은 한 번도 없었다. 게다가 정책을 만들기 위한 토의라니 이런 건 중학교 사회 수업시간 이후로 처음이었다. 전문가 강연이 진행된 후였고, 추가 자료도 제공되었지만, 정책을 떠올리는 것은 무리였다. 결국 첫 주 토의시간에 나는 입을 떼지 못했다.
공과대학에 재학중인 저에게 이번 강좌는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평소에는 만날 수 없었던 다양한 연령층의 다양한 직업을 가진 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고 조율하는 과정에서 얻는 것이 정말 많았고, 학습의 방향성을 재고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번에 새롭게 경험한 학습과정이 저에게 정말 뜻깊었기에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1강이 마무리되고 일주일 뒤, 두 번째 시간의 주제는 재생에너지였습니다. 1강보다는 친숙한 주제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착각이었습니다. 토의 주제가 전기세 인상에 대한 내용이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전기세 인상에 대한 정책 초안을 적어서 내야 했는데 결국 제한 시간을 몇 초 남기고 헛소리를 적어서 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토의 진행자님께서 제가 작성한 초안을 보시고 이해가 잘 안 된다며 누가 작성한 것인지 애타게 찾으셨지만 저는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우선 너무 부끄러웠고, 대답한다고 한들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부끄러움을 견디고 이겨내는 사람이 한 걸음 더 성장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세 번째 시간부터 저는 무지를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오히려 모르면서도 배우려 하지 않았던 태도가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질문하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조원분들에게 궁금했던 내용을 질문하고, 함께 얘기를 하다가 결론이 나지 않을 때는 강연자님께 질문하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주제에 대한 저의 견해를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자 타인의 의견을 들을 때에도 제 의견과 비교하며 들을 수 있게 되었고, 수정한 제 의견을 공유하고 발표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는 것이 없어 입도 떼지 못하고, 직접 쓴 글을 자기가 썼다고 말도 못하던 저에게 큰 발전이 있었습니다. 토의를 더 잘 하기 위해 주제에 대해 미리 공부를 하기도 했고, 공부한 내용을 토대로 정책을 고안해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번 강좌를 신청하기 전까지는 사회나 정책 분야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강좌를 수강하면서 알게 된 것은, 연구 성과를 내고 세상을 구할 기술을 만들어도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구조를 이해하고 그에 맞는 사용 방법을 제시하는 것도 제가 갖춰야 할 역량입니다. 이번 강좌를 통해 더 넓은 시야를 얻게 되었고, 제 진로에도 큰 영향을 줄 것 같습니다.
지구 공동체가 공동으로 처한 위기 앞에 개인이 할 수 있는 실천들은 너무 작습니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기후 우울을 겪고 있고, 기후 문제를 외면하기도 합니다.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희망이 없는 곳에 도전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기후 위기 극복에 대한 희망이 필요합니다. 저는 이번 강좌에서 저와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동료들을 만났고, 그 자체만으로도 저에겐 큰 희망이 되었습니다.
앞으로의 10년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한다는데, 이제 겨우 대학교 2학년인 제가 그 10년 안에 무언가 해낼 수 있을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해내야죠. 정책, 기술, 언론, 교육, 패션 등 각자의 분야에서 환경을 위해 힘쓰는 모든 동료들을 응원합니다.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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