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서비스분야 외국인력 도입의 진실과 거짓
가사서비스 분야 외국인력 도입의 진실과 거짓
최영미(가사‧돌봄유니온 위원장)
1. 경과
지난 해 9월 28일, 오세훈 시장은 싱가포르의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임금은 월 38-76만원 수준이므로 저출생문제 해결을 위해 저임금 외국인력을 도입하자고 국무회의에서 제안했다고 공표했다. 그리고 올해 3월 시대전환 조정훈의원은 외국인 가사노동자에게는 최저임금 적용 배제를 골자로 한 가사근로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에 노동, 이주, 여성단체 등 각계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몇몇 여론조사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높자 드디어 5월 23일,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서 이른바 ‘외국인 가사도우미’ 정책 도입을 주문했다. 그동안 미적거리던 노동부는 직후인 5월 25일 이에 관한 공개토론회를 열었으며 7월 31일에는 공청회를 개최하여 시범사업안을 발표했다.
2. 시범사업의 내용
정부는 도입인력에 대해 E9비자를 적용하기로 했다. E9은 이전의 ‘산업연수생 제도’가 각종 비리와 인권 침해의 문제를 야기하자 ‘고용허가제’로 전환함에 따라 만들어진 비자이다. 이는 내국인을 구하지 못한 중소기업이 정부로부터 고용허가서를 발급받아 합법적으로 비전문 외국인력을 고용하게 하는 제도이다. 고용허가제의 운영원칙은 ‘보충성의 원리(내국인 우선 구인노력 의무 부과, 매년 적정 수준의 도입규모 결정 등)’를 기반으로 정부가 인력을 보내는 송출국과 협약(MOU)을 체결하고 산업인력공단이 프로세스를 관할한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외국인력과 ‘근로계약’을 맺는 형태이기 때문에 당연히 최저임금을 비롯하여 노동법이 적용된다.
외국인 노동자는 입국 뒤 산업인력공단이나 지정 교육기관에서 외국인 취업교육을 받아야 하고 귀국시 필요한 비용에 충당하기 위해 보험이나 신탁에 가입해야 한다. 사용자는 퇴직금 지급을 위해 출국만기보험에 가입해야 하고 기숙사를 제공해야 하며(기숙사 비용부담은 의무가 아님) 보증보험, 상해보험 등에 가입해야 한다.
이를 전제로 정부는 서울시 전역을 대상지역으로 하여 올해 하반기에 필리핀에서 100명을 도입해 최소 6개월 이상 시범사업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인력을 채용할 기업 요건은 ‘가사근로자 고용개선에 관한 법’에 따라 정부 인증을 받은 제공기관으로 한정하며, 관련 경력`지식, 연령, 언어능력, 범죄이력 등을 검증하고 취업 전후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외국인력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이용자들은 직장을 다니며 육아부담을 지고 있는 20-40대 맞벌이 부부, 한부모, 임산부이고 입주형 근로가 아닌 통근형 근로를 원칙으로 하겠다는 것이 요지이다.
3. 시범사업을 둘러싼 진실과 거짓
1) 무엇을 위한 정책인가
지난해 9월 오세훈시장의 주장에서는 ‘저출산’을 정책의 목표로 제시했다. 그런데 2021년 현재 세계 238개국 중에서 홍콩은 저출산 1위, 싱가포르는 5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이 드러나자 어느 사이엔가 저출산보다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촉진’이 목표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홍콩, 싱가포르가 외국인력을 도입한 것은 1970년대 산업화과정에서 내국인력을 노동시장에 끌어내기 위한 것이었고 당시 홍콩의 인구는 약 400만, 싱가포르는 약 200만의 극소인구 국가로서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였다. 연구자들은 2000년대 들어서 이들 국가에서 외국인력 도입과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 증가 사이에 유의미한 관계를 찾기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1년 가까이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이 논의의 국가적 정책 목표는 무엇이란 말인가.
2)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이제 ‘저임금 값싼 노동력’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주40시간 근로를 기준으로 하면 최저임금을 적용한다고 쳐도 주휴 및 각종 수당 지급, 사회보험료 사용자 부담분에 기업의 이윤을 합치면 이용자가 지불해야 하는 서비스 비용은 월250만원을 훌쩍 넘을 것이다. 과연 이 비용을 내고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가구는 어떤 가구일까. 정부가 발표한 20-40대 맞벌이, 한부모가정 중 얼마나 가능할까.
외국인력도 마찬가지이다. 값비싼 서울에서 숙소 비용에 식대, 교통비, 귀국 비용 등을 합치면 실질임금은 줄어들 것이다. 이를 감안하여 서울시는 숙소비, 교통비 등을 지원하기 위해 1.5억원의 추경예산을 확보했다고 한다. 서울에서 일하는 내국인 가사노동자들도 본인이 값비싼 주거비용, 교통비를 부담하기는 마찬가지이지만 여기에서는 논외로 하자.
현재 이용자 일부 자부담으로 중앙정부는 ‘아이돌봄서비스’를 확대하고 있고, 지방정부는 한부모, 임산부를 시작으로 맞벌이에 이르기까지 ‘가사돌봄서비스’를 도입하는 중이다. 이러한 공공정책을 통해 국민의 돌봄복지와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도모하는 것이 정부가 우선 해야 할 일이지 않을까.
3) 정말로 일할 사람이 부족한가
정부는 공청회에서 외국인력 도입 필요성으로 내국인력이 지속 감소하고 있으며 고령화가 심각하다는 점을 들었다.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먼저 수도권에서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지방에서는 아직 그렇지 않아 지역 격차가 있다. 다음으로 왜 일할 사람이 줄어들고 있는지 원인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현장에서는 이구동성으로 수요(구인자)는 늘어나고 있지만 이 일자리의 불안정, 낮은 사회적 대우로 인하여 공급(구직자)쪽에서 진입을 꺼려하거나 진입했다 해도 이동이 심하다고 이야기한다.
사실 가사서비스 분야는 1953년 근로기준법 적용이 제외된 이후 70년 이상 개인간 거래에 머물며, 퇴직금과 사회보험은커녕 직업훈련조차 마련되지 않은 분야이다. 개인 가정에서 일을 하다보니 업무범위도 불분명하고 이용자의 무리한 요구에 대응하기 어렵고 사건사고에서도 보호를 받지 못하고 1년을 일하나 10년을 일하나 경력으로 인정을 못받으니 이러한 불안정한 일자리에서 오래 일할 사람은 당연히 없을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22년 ‘가사근로자 고용개선법’이 실시되어 조금씩 노동시장을 바꿔가는 중이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다. 고령화를 예로 드는 것은 더욱 문제이다. 이 분야는 지금까지 50대 이상 여성들의 중요한 일자리로 작동하고 있다. 초고령사회를 맞은 한국은 오히려 이 분야의 노동환경을 개선함으로써 건강한 고령자들에게 더 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여야 한다.
이상에서 외국인력 도입사업의 개요와 문제점을 간략히 정리했지만 이밖에도 무수한 문제가 제기된다. 제조업과 달리 가정 안에서, 가정생활과 가구원을 돌보는 일이기 때문이다. 언어소통은 잘 될 것인가, 한국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일할 수 있는가, 가정이라는 고립된 환경에서 노동자들의 인권은 잘 보장될 수 있는가, 이것이 그렇지 않아도 불안정하고 대우가 낮은 가사서비스 시장을 하위 노동시장으로 고착시키는 것은 아닐까, 결혼이민여성 그리고 그 자녀들까지 가난한 나라에서 온 이등국민이라는 낙인을 찍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얘기를 할 시간에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과 남녀 공히 육아휴직의 원활한 사용, 주거와 교육격차의 해소, 돌봄시설과 서비스의 확대처럼 그동안 합의되어 온 정책을 조속히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각계각층에서 많은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그만큼 준비 없이 돌출된 정책이기 때문이다. 어떠한 국가이건 실태조사와 최소 3-4년 이상의 준비기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지금 한국은 실태조사, 수요조사조차 하지 않은 채 막무가내로 시범사업을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에 생산적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외국인력 도입에서 핵심 원칙은 보충성과 평등의 원칙이라고 믿는다. 보충성은 내국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외국인력 도입이 필요함을 입증해야 하는 것이고, 평등은 그렇게 도입된 외국인력에게는 내국인 노동자와 똑같은 보호와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정부가 할 일은 내리꽂기식 시범사업이 아니다. 당장 이해관계자를 모아 초고령화시대, 인구절벽의 시대를 앞두고 외국인력 도입의 필요성과 조건에 관해 진지한 논의부터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