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지식인 생태계 창출의 조건: 연구+활동 네트워크의 비전과 실천을 위한 단상
공공지식인 생태계 창출의 조건: 연구+활동 네트워크의 비전과 실천을 위한 단상     2023.9.21. 이승원 (지식공유 연구자의 집)     공론장이란 일반적으로 사생활, 비밀, 사익 추구와 달리, 모두가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접근 가능하고, 공통 경험을 하는 모두의 영역이며, 따라서, 위로와 공감 또는 혐오와 배제가 가능한 상태에서 사회적 정체성과 존엄성의 수준이 결정되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또한 이것은 공간적으로만이 아니라, 시간적으로 형성되는 역사의 영역이자 세대가 연결되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공론장은 모두가 함께 경험하는 공통의 것들이 나와 타자, 즉 모두의 자유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가를 살피고, 그 자유가 잘 유지될 수 있도록 서로 의사소통을 통해서 실천적 합의를 이루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공론장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개개인 모두의 자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모두의 자유를 위해 필요한 공통적인 것, 이것이 바로 공론장에서 논의할 대상일 것입니다. 공론장 구성원의 공통 이익, 공통 자산, 보편적 복지, 공통 규범과 질서 등이 그 대상일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여기서 공공성은 우리가 모두 마주하고 경험하는 세계란 바로 우리에게 이미 주어진 자연은 물론, 우리가 함께 어떤 식으로든 공동 창조, 공동생산하는 공동 창작물이라는 인식에 기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식이란 바로 인류가 시간과 공간, 역사와 세계를 관통하면서 축적해온 공동 창작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가 공론장의 핵심을 자유로, 그리고 공공성의 핵심을 공동 생산이나 공동 창작물로 강조한 것은 사실 시대와 맥락에 따라 공론장의 핵심이 자유가 아닌 순종일 때도, 공공성의 핵심이 반공주의나 국민 총동원 양적 경제 성장일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즉, 공론장이 자유를 중시하고, 공공성이 모두의 공동 생산을 강조한다는 것은 주어진 것이 아니라, 어떤 헤게모니 투쟁의 결과이고 실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공론장을 활성화한다는 것은 사실 공론장에서 어떤 의제가 다뤄지도록 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을 전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한국의 공론장은 비활성화된 것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헤게모니를 통해서 경쟁, 공정, 투기, 자기계발, 자산 증식, 취업이라는 의제가, 또는 세상을 왜곡하거나 그 방향을 정하는 특정한 이념논쟁이 공론장을 지배하고 있고, 이것이 자유, 민주주의, 진보라는 기표를 오염시키고 있고, 그 속에서 이상한 좌우, 보수진보 구도가 형성되어 있는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공론장을 활성화시킨다는 것, 그리고 지식인 혹은 연구자가 이에 기여한다는 것은 세가지 차원에서 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첫째, 비활성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신자유주의에 의해 오염되고 지배된 공론장의 기원을 밝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중요한 것은 바로 우리가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서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서로에게 우리라고 말할 수 있는 공통 정서를 가지고 있는지를 성찰적으로 살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무기력하고, 지치고, 뭔가 답답하긴 하지만, 뭔가 풀리지 않는, 그래서 계속 모여 이야기하고 싶지만, 뭔가 진전되지 않는 이 심연의 교착 상태를 돌파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공공성의 내용을 채우는 논쟁과 연구가 필요합니다. 현 정부도 공공성을 말합니다. 그리고 민영화 반대 투쟁을 하는 철도노조도 공공성을 말합니다. 하지만, 많은 시민들은 이들이 주장하는 공공성에 대해 공감하지 않습니다. 공공성이 곧 우리 모두의 공동 생산과 공동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논하는것인데도 말입니다. 그 말은 지금 회자되는 공공성이 지칭하는 것이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저는 오늘날 공공성은 사회경제적 불평등, 기후 재난, 민주주의의 후퇴라는 복합위기에 대응하는 대안적 가치와 실천이라고 생각합니다. 논쟁을 위한 제 생각입니다. 그리고 공공성에 대한 이와 같은 정의는 많은 층위와 편차가 있습니다. 이를 조정해 나가는 것이 공론장에서 하는 일이고, 어떤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가가 중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연구, 지식, 사회운동, 그리고 정책과 그 결과가 만나는 것도 바로 이 논쟁과 연구 과정에서 가능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공론장은 언제나 존재하고 활성화되어있습니다. 다만 좋은 공론장인가, 나쁜 공론장인가, 어떤 의제가 강요되는가, 외쳐지는가의 문제일 것입니다.    셋째, 공론장을 활성화, 아니 우리의 방향으로 전환하기 위한 앞의 첫째, 둘째 과업을 지속할 수 있는 공통의 협력 체계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런데 한가지 고려할 것은 하필 지식인/연구자라는 지위가 (적어도 다른 생계형 업이 있지 않는 한) 바로 저 공통 지식을 가공하고 유통하는 것을 업으로 하면서 생계를 이어가는 직업이라는 것입니다. 즉, 그 자체가 업이자 자유를 지키는 일이다보니, 지식의 공공성을 강조하면서도 그것을 생업과 연결해야 하는 난처함에 처해있는 것이 지식인/연구자입니다. 그래서 오픈 엑세스를 주창하면서도, 자신의 생계와 연결된 자신의 글이 돈이 되는 방법을 찾는 딜레마에 빠지기도 합니다. 연구자들이 이 시대의 공공성을 실현하기 위한 지식의 가공과 유통을 업으로 할 때, 그것이 오히려 공공성에 반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공통의 협력 체계는 연구자의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 이 주장 또한 발표자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난처함’을 느낍니다만, 피할 수 없는 출발점이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공론장
·
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