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90.6%가 이야기한 등록금 인상 반대
내년에 등록금 인상된다고요? 지금도 너무 비쌉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교육부 “대학 등록금 인상, 2024년부터 사실상 허용”
비싸도 너무 비싼 대학 등록금, 이제는 15년째 동결 기조 폐지하고 인상했습니다. 가뜩이나 물가도 올랐는데 대학 등록금까지 오르니, 미래가 기다려져야할 대학 생활이 시작부터 버겁기만 합니다.
최근 대학가에서 사립대 총장 대부분이 15년동안 동결이었던 등록금을 인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올해 대학 학부 등록금이 인상된 대학만 국립대학 8곳, 사립대학 9곳 총 17개입니다. 학생들에게 맡겨진 부담의 무게는 등록금뿐만이 아닙니다. 날이 갈수록 치솟고있는 물가로 인해 생활고 또한 체감하는 학생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국가장학금 지원 포기하고 등록금 인상하는 대학들
대학 본부에서 등록금 인상을 결정할 경우, 교육부의 국가장학금 2 유형을 지원받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2022년 물가가 대폭 상승하면서 등록금 인상 법정 상한(3개년 물가상승률의 평균X1.5배)이 1.5%에서 4%까지 인상되었습니다. 대학들이 등록금 동결 시 지원받는 금액보다 등록금 인상으로 인한 수입이 더 커지게 된 것이죠. 대학들은 계산기를 두드리며 어떤 선택이 경제적으로 효율적인지를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대학이 재정적으로 어렵다는 기사가 쏟아지고 대학 총장 중 40%가 내년도 등록금을 인상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현재까지 등록금 동결을 유인할 추가적인 정책과 등록금 인상 시 제재를 할 정책을 발표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말로는 “등록금 동결”을 하겠다고 하지만, 추가적인 정책이 없는 상황에서는 사실상 대학 등록금 인상을 방기하고 있습니다.
결국 등록금을 인상하려는 결심을 한 순간부터 등록금을 인상한 순간까지 그 속에 학생들의 의견은 부재했던 셈입니다.
<대학교육연구소 ‘2023학년도 등록금 인상 현황’>
대학생 말고 대학원생, 유학생에게 책임 떠넘기기
대학 학부 등록금을 올리려다 학생들과 학부모의 반발이 일자, 대학 본부는 대학 재정을 대학원생과 유학생의 등록금 인상으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책임이 쉽게 전가될 수 있었던 이유는 대학원생과 유학생 등록금 인상에 대한 교육부 규제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서울시립대학교, 서강대학교, 성균관대학교를 포함한 69개 대학이 인상을 결정하였고 물가인상률 상승으로 인상폭도 대폭 늘어났습니다.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을 두고 ‘눈치게임’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대학원과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 인상을 자구책으로 삼고있는 것입니다. 현재 등록금 논의가 진행되는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 기구에서 대학원, 유학생 등록금 인상이 상정되더라도 회의 구조상 이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대학원생, 유학생 대표는 등심위 성원으로도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당사자 의견은 배제된 채 등록금 인상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당사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고지서를 받고 있습니다.
대학 등록금, 누가 책임져야할까?
그렇다면 비싸도 너무 비싼 대학 등록금 인상 문제, 누가 책임져야할까요? 이에 대해서는 ‘수익자 부담 원칙’을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학 등록금을 학생과 학부모가 내야한다는 논리는 바로 이 ‘수익자 부담 원칙’에 의거해서 성립되는 것입니다. 수익자 부담원칙이란 교육 서비스의 효용을 얻는 학생이 그 비용을 지불해야한다는 논리를 말합니다. 하지만 급격하게 학령인구가 줄고, 대학 재정난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더이상 기존 학생과 학부모가 등록금을 부담하는 방식만으로는 충당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등록금에 의존해온 고등교육이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입니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자료를 보면, 2020학년도 기준으로 우리나라 사립대 평균 등록금은 8582달러입니다. 미국(3만 1875달러), 스페인(1만 342달러), 호주(9226달러), 일본(8,879달러)에 이어 일곱번째로 높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대학 재정 투자는 OECD 36개 국 중 30위이며, 대학에 투자하는 정부 재정은 학생 1인당 4318달러로, 다른 나라의 재정 규모의 30%에 미치는 수준입니다. 독일(1만5918달러), 프랑스(1만3650달러), 미국(1만2612달러), 캐나다(1만990달러)에 비해 대학에 투자하는 비용이 현저히 적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대학 교육의 질은 학생과 학부모의 등록금으로 결정되는 수준으로 대학 교육의 위상이 매우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재 등록금은 우리나라 사립대 수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등록금 수입 다음으로 비중이 큰 것은 국가장학금을 포함한 국고보조금과 대학 설립 주체인 학교 법인이 대학에 지원하는 돈인 법인전입금이 있는데, 그러나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재정수입총액의 39.9%, 3.7%에 불과합니다. 그나마 사립대학에 비해 등록금 의존 편중이 낮은 국립대학 또한 최근 들어 정부 지원인 국고보조금이 낮아지며 등록금 의존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현황입니다. 올해 교육대학 8곳이 등록금 인상을 결정한 것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죠.
많은 사립대학들이 비싼 수준의 등록금과 많은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으면서도, 법인 전입금 비율이 가장 낮고, 학생들이 낸 등록금에 비해 비해 터무니 없이 낮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며 수업과 학생복지를 제대로 책임지지 않고 있는 것은 문제입니다. 학생들은 수강신청 기간만 되면, 학생들 사이에서 “망한 수강신청 대회”가 진행될 정도로 비싼 등록금을 내면서도 원하는 수업조차 들을 수 없는 대학을 다니고 있습니다.
또한 사립대학 재정 비리 및 적립금 문제 등 투명하게 대학 재정이 운용되고 있지 않은 현황이 발견되는 가운데, 수익자에게 오롯이 재정 문제의 책임을 지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사학비리를 근절할 대책을 정부에서 내지 않아 재단과 본부의 잘못된 판단과 비리로 인한 모든 피해는 학생들이 겪고 있습니다. 학교 본부가 재정 문제를 해결하고 제대로 책임지려는 자정작용이 필요합니다.
등록금 걱정 없는 대학 생활, 꿈꾸기 어려울까요?
결국 대학 등록금 인상을 비롯한 재정 문제의 책임은 대학 본부, 궁극적으로는 이를 관리 및 감독할 정부에게 있습니다. 정부에게 책임을 묻는 대학생들의 요구는 꾸준히 있어왔습니다. 특히 2000년대 초부터 중반까지 일반 대학 등록금 인상률이 평균 6.7%에 이르자 등록금을 벌기 위해 과도하게 아르바이트 일정을 소화하다가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반값등록금’에 대한 대학생을 포함한 시민들의 요구안이 담긴 목소리와 행동은 불어나며 촛불을 들게 되었습니다. 이는 ‘국가장학금 정책’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국가장학금 지원 제도 도입과 대학 입학금 폐지를 만들어낸 것은 결국 대학생들의 움직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무상 학자금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독일에서도 시민과 학생들이 끊임없이 투쟁하며 싸워온 역사가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1971년 헌법재판소가 헌법의 평등권을 대학 교육에 대한 평등한 접근 권리로 해석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등록금이 폐지됐습니다. ‘모두를 위한 교육’이라는 대학 공공성을 치열하게 고민하며 투쟁한 결과이자 대학 민주화운동이 들불처럼 번졌다는 시대의 성과이기도 합니다.
결국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대학생인 우리가 등록금 인상을 반대하고 막아야하는 이유는 등록금이 교육 불평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모두를 위한 대학 고등 교육이 실현되려면 결국 정부의 책임이 지금보다 더 커져야합니다. 더 이상 등록금 고지서에 눈물짓지 않고, 일상과 학업이 포기해야하는 선택지로 자리잡지 않도록 대학 본부와 교육부, 정부가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할 때입니다. 대학생들의 힘으로 등록금 인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는 계속해서 행동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