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을 부르는 영어 표현, '드래곤(Dragon)'이 아닌 '룽(Loong)'으로? 🐉
2024.02.16
2024년 청룡의 해, 갑진년을 맞아 용(龍)의 공식 영문 표기를 '드래곤(dragon)'에서 '(룽)loong'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중국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어떤 이야기와 입장이 있을지 들여다보겠습니다.
[긍정] 앞으로 용을 '룽(loong)'으로 부르면 좋겠어요 ✅
CGTN(China Global Television Network, 중국국제TV)은 중국을 대표하는 관영 방송사 CCTV(China Central Television, 중국중앙TV)에서 운영하는 영어방송 채널입니다. CGTN 채널에서 이번 용의 해를 맞아 용의 영문 표기를 '드래곤(dragon)'이 아닌 '룽(loong)'으로 표기하며 “룽의 해(Loong Year)”와 같이 소개했습니다. (CGTN, 2024.02.09)
서양 문화의 드래곤(dragon)과 중국의 용이 전혀 다르다는 중국의 입장입니다. 날개가 없는 용은 행운의 상징이지만 큰 날개를 지닌 드래곤은 주로 악을 상징한다고 해석합니다.
또한 '룽'의 어원은 지난 18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영국의 한 선교사가 논어를 번역하면서 중국 용의 음성표기를 '룽'이라고 달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룽으로 번역했을 때 비로소 서구권에서의 불필요한 오해를 피할 수 있다는 게 주요한 입장입니다. (YTN, 2024.02.11)
[부정] 다른 아시아 문화권을 고려하지 않은 중국 중심의 표현이에요 ⛔
아직 용의 ‘룽’ 표기에 대한 구체적인 반대 입장과 논의는 없지만 비슷한 맥락에서 음력 새해를 중국과 영어권에서 단순히 ‘중국 설(Chinese New Year)’로 표기하는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성신여대 서경덕 교수는 “‘음력 설’은 중국만의 명절이 아닌 한국, 베트남, 필리핀 등 다양한 아시아 국가들이 기념하는 명절이기에 ‘Lunar New Year’로 바꾸는 것이 맞다. 아시아권의 보편적인 문화를 중국만의 문화인양 전 세계에 소개되는 것은 반드시 바로 잡아야만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동아일보, 2023.01.19)
매기 잉 장 서부오스트레일리아 대학 교수는 이러한 논의 자체가 중국과 주변국들 사이의 문화 충돌과 지정학적 갈등을 반영한다고 짚었습니다. 예를 들어 ‘음력설’ 주장에는 중국 주변국들이 자신만의 문화적 정체성을 세우고 알리려는 노력을 깔려 있으며, 반대로 중국은 이들이 자신들의 고유 문화를 빼앗으려 한다고 경계한다는 것입니다. (한겨레, 2023.01.30)
단순히 서양 용과 동양 용의 상징성을 비교하기 이전에 그렇다면 동양 용을 중국어 표기인 ‘룽’으로 불러도 문제가 없는지는 또다른 쟁점일 것입니다.
용을 부르는 영어 표기,
‘룽(loong)’으로 제안하는 입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용띠해, 청룡과 백호, 개천에서 용 난다, 용비어천가의 육룡이 나르샤, 용에게 받은 영험한 대나무 피리 만파식적 등 용은 한국 사회와 역사 속에서도 친숙하고 가까운 존재입니다. 이렇듯 동양에서 용은 성스러운 기운을 지닌 수호신으로 인식되지만, 서양의 용은 퇴치해야 할 괴물 또는 사악한 짐승으로 표현되고는 합니다. 그 차이를 구분하고자 용의 영문 표기를 '룽(loong)'으로 제안하는 중국의 입장에 대해서 여러분의 의견을 들려주세요!
🟢 [긍정] 영문으로 용을 '룽(loong)'이라 부르면 좋겠어요
- 중국 입장처럼 동서양 용의 의미가 다르다는 부분 공감해요
🔴 [부정] 영문 '드래곤(dragon)' 표현을 유지하는 게 나아요
- '룽'은 중국 중심의 해석과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혹은 현재 영문 드래곤으로 충분해요
🟡 [중립] 각 문화권에서 부르기 나름, 여러 방식이 공존할 수 있어요
⚪ [기타] 잘 모르겠어요, 더 궁금해요, 새로운 제안 등
- 댓글을 통해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코멘트
8각 나라마다 부르는 명칭이 다를수있다.
개개인의 나라존중!
룽드래곤이고 불려야하는 이유도 이해가 가지만 언어란 것은 문화에 따라 정착되는데 기존에 잘 유지되던 걸 굳이 바꿀 필요가 있나 싶어요
제시된 '부정' 안의 두 갈레는 완전히 상이한 입장 같습니다. 단순하게 중국 쪽 인사들의 주장에 대한 반대라고 해서 '부정'으로 묶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중국 쪽 일부 인사들의 제기가 타당한 측면이 있는데, 이에 비판하며 제기된 말들처럼 龙(龍)의 한자 발음은 보통화, 광둥어, 한국어, 일본어, 베트남어에서 모두 다릅니다.
또 다른 면도 있습니다. 동북아시아에서 용에 관한 얘기가 등장한 것은 7세기경입니다. 힌두교나 조로아스터교에서 온 개념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입니다. 힌두교나 조로아스터교를 단순히 동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어차피 동양 역시 제국주의 시대 이래 형성된 서양에 대한 상대적인 개념입니다. 기원이 동북아시아라는 것도 틀렸고, 동양/서양 구분도 허구적입니다. 그래서 타당한 논리가 있는 측면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기원 따지기 놀이에 빠지면 밑 빠진 독처럼 기원을 계속 따지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취사선택에 동참하기보다는 왜 지금 이런 정념이 여기저기서 나오는지가 더 질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르기 나름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동물 울음 소리를 표현하는 게 각 언어마다 조금씩 다르듯이 표현도 바꿔서 부를 수 있지 않나 싶은데요. 다만 공통된 표기법이 있고, 각자의 표기법을 존중하는 방향이 병행되면 좋겠네요.
흔히 말하는 서양권의 드래곤과 동양권의 용은 다르다는 생각을 해왔는데요. 이런 논의가 있었군요. 드래곤과 용은 다르게 표기하는게 맞다고 생각하는데요. 또 반드시 그래야하냐? 라고 물어보면 그건 아닙니다. 엄연히 구분하자면 그렇다는 것이고.
또 동양식 용의 표현을 룽으로 해야하냐라고 물으면 그건 또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Loong'이라고 부르고 베트남은 'Rong'이라 일본은 'Ryu'라고 부릅니다. 동양식=중국식이 아니듯이 꼭 Loong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도란 님 말씀에 매우 공감합니다! 몸통이 길고 날개가 없는 형태의 용은 아시아 각 나라에서 여러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데, 중국어 발음으로 영어 표기를 바꿔야만 하는지가 가장 큰 의문입니다. 덧붙여서 한국의 귀여운 다람쥐를 daramjui라고 표기하지 않는다는 말씀에서 빵터졌습니다ㅎㅎ 정말 적절한 예시입니다(* • ω • )b
중국에서 운영하는 영어방송에서는 Loong Year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용’의 영문표기를 ‘Loong’으로 바꾸는 건 공감되지 않네요.
첫째로, Dragon이 가지는 이미지와 동양의 용龍이 가지는 이미지가 다르다고는 하지만, 한 단어에 대한 동서양 혹은 나라별 인식이 다른 경우는 용 이외에도 많습니다. 서양 다람쥐는 안 귀엽게 생겼고 한국 다람쥐는 귀엽게 생겨서 다르게 생겼으니까 squirrel 대신 daramjui를 써야한다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한국 다람쥐’를 특정해 꼭 전달할 필요가 있으면 설명이나 영문표기를 병기하면 될 일입니다.
둘째로 글에서 지적했듯 동양 용이 서양 용과 달라 대체할 단어가 필요하다면 동양 용을 가진 나라들의 ‘용’을 뜻하는 수많은 단어들 중에 왜 하필 중국의 Loong을 택해야하는지는 근거가 없네요.
다시 반복하자면 중국의 영어방송에서는 Loong Year라고 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자국의 언어와 문화를 영어로 전달하는 것이니까요. 우리의 영어방송에서도 용을 말하면서 더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Yong’을 사용할 수 있겠고요. 그러나 어디까지나 ‘용’을 뜻하는 영단어는 dragon이라고 세계적으로 합의가 되어 통용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자문화권 안에서도 각자 독자적인 문화와 언어를 가지고 있는데 하나로 통합해 뭉뚱그리려다보면 누군가의 문화와 언어는 지워지게 됩니다. 그런 일은 피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기존 표현이 더 어울리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