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수신료 통합징수 vs 분리징수?
2023.06.13
사진출처 : 대통령실 국민참여 토론
지난 3월 9일 대통령 비서실이 ‘TV 수신료 징수 방식 개선’이라는 국민제안을 올려 이슈가 되었습니다. 대통령 비서실은 “소비자 선택권 및 수신료 납부 거부권 행사가 제한된다는 지적”, “수신료를 통합 징수하는 것은 헌법에 규정된 조세법률주의, 평등의 원칙, 법률유보의 원칙 등에 위배된다는 주장”이 헌법소원심판에 청구된 적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프랑스,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수신료를 폐지하거나 인하한다며 현행 징수 방식은 시대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제도라는 목소리가 있다는 내용을 제시했습니다.
사진출처 : 대통령실 국민참여 토론
지난 5일,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수신료와 전기 요금 통합 징수 방식에 대한 분리징수 관계법령 개정 및 후속 조처 방안 마련을 방송통신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에 권고했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실의 권고와 여론조사에 대한 의견을 살펴보기 전에 수신료 징수 방식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 방송법과 KBS 수신료
먼저, KBS는 방송법 제43조에 따라 설립된 공영방송입니다. 공영방송은 국가권력이나 상업자본으로부터 독립, 자율적인 위치에서 공정과 공익을 추구하며 보편적 서비스를 통해 방송문화의 공공복지를 향상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나옵니다. 이를 위해서 수신료가 필요한 것입니다. 방송법을 통해 수신료에 의해 재원을 조달하도록 보장한다고 나와있습니다.
방송법 제64조에 텔레비전 방송을 수신하기 위해 텔레비전 수상기를 소지한 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KBS에 수상기를 등록하고 수신료를 납부하여야 한다고 나옵니다. KBS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우리나라 수신료 제도를 살펴보면 ”수신료는 시청하는 채널의 종류나 시청량, 유료방송 가입 여부 등과 관계없이 TV 수상기 소지만으로 법적인 납부 의무를 가지게 되는 것”, “특별규정에 따라 면제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내외국인 누구나 수신료를 납부” 등 납부 거부권이 제한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KBS 수신료와 관련해서 어떤 의견들이 나오고 있을까요?
❌ 통합징수 유지와 사회적 공론화 필요
8일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서 언론노조 KBS본부 지역부본부장 박상현 기자는 애초에 통합징수가 국회 차원에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 도입된 것이라서 분리징수를 할 때도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생각을 밝혔습니다. 또한, 통합징수가 다른 징수 방식에 비해 징수율을 높이면서 징수 비용을 낮출 수 있어 40년 동안 한 달에 2500원이라는 낮은 수신료가 가능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3월 16일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서 문희정 국제정치평론가는 대통령실 국민제안에 대통령실 비서실님의 생각이라고 게시된 글에 대해 자의적인 이슈 띄우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공영방송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국민적으로 공론화시켜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덧붙였습니다. 생각해 보면 이상합니다. 대통령실 국민제안은 국민들이 대통령실에 제안하는 것인데 대통령 비서실에서 대통령실에 제안을 한 것으로 보이니까요. 적절하지 않은 공론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성일 KBS 수신료국장은 징수기반이 취약해지면 수입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고, 수신료 징수 비용은 2배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2022년 기준 KBS 전체 수입 1조 5305억의 약 45%인 6934억 원이 수신료 수입이고 수신료 징수비용은 660억이다.) 대통령실의 수신료 분리 징수 근거인 수신료 납부 선택권에 대해선 TV 소지자가 수신료를 내야 하는 규정이 있는데 납부 선택권을 부여한다면 그 자체가 문제라며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한, 수신료 제도가 지속되는 이상 수신료를 내도 되고 안 내도 되는 제도는 있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정준희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는 납부 선택권이라는 말로 대중들을 자극해 사회적 비용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하며 분리징수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수신료 제도를 공론장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더불어 대통령실은 법 개정이 아닌 시행령을 바꿔 한전의 kbs 수신료 위탁 징수 계약을 취소하게 할 수 있다며 KBS가 징수 방법을 바꿔서 해결할지, 수신료를 조세화할지, 미디어 서비스 자금으로 사용할지 등 논의의 큰 담론을 내걸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KBS는 수신료와 전기 요금 분리 징수 소송이 세 차례 있었지만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모두 통합징수의 정당성을 인정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수신료가 특별부담금으로 당사자에게 납부 여부에 대한 선택권이 없고, 전기 요금과 수신료를 분리해 납부할 권리도 없다는 점에서 통합징수가 적법하다고 사법부가 판결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수신료 징수 자체에 대해서 헌법재판소가 민주주의에 필요한 요소라며 합헌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 수신료 분리 징수 가즈아!
그렇다면, KBS 수신료 분리 징수에 찬성하는 의견은 어떨까요?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방만 경영, 공정성 상실, 미디어 환경의 시대적 변화를 좇아가지 못한 무능한 경영진의 책임 등을 이유로 수신료 분리 징수를 요구하는 국민 여론은 KBS를 이끌어 온 김 사장 스스로가 만든 현재라고 발언했습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기 요금에 통합 징수되는 KBS 수신료에 대한 국민들 불만이 높아지고 있고 KBS를 시청하지 않는데 꼬박꼬박 수신료를 징수하는 것은 미래 환경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지난 20대 국회에서 민주당도 분리 징수법을 발의한 바가 있었던 만큼 여야가 논의를 해나가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분리 징수 방안을 마련하는 데 민주당이 협조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2014년, 2017년 각각 노웅래, 박주민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위탁 징수 금지법과 분리 징수 법안을 추진했던 것을 두고 이번에는 방송의 공정성을 이유로 분리 징수를 반대하고 있다며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분리 징수 사유와 내용 모두 윤정부가 추진하는 것과 같다며 민주당이 주장한 공영방송의 공정성은 허울에 불과하다는 말도 했습니다.
이헌율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자동적으로 수신료가 징수되다 보니 KBS가 콘텐츠나 경영 측면에서 안일한 면이 없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덧붙여 스스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할 때이며 위기의식을 위해서라도 KBS의 수신료 분리 징수가 원칙적으로 맞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코멘트
12KBS와 EBS의 수신료 분리 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어제 국무 회의를 통과했다고 하네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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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이익이 되는 언론이 되도록 내부구성원들도 뼈를깍는 노력을 기대합니다
KBS 수신료 분리징수 후 폐지하라!!!
동의합니다
윤석열 정부의 공영방송 길들이기입니다.
언론을 제 입맛대로 주무르려 돈줄을 압박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적법한 절차를 통해 징수 방식을 바꿔나갔겠지만 그게 아니니 이렇게 급하게 추진하는 것입니다.
MBC는 압수수색, KBS는 돈줄 틀어막기로 국민의 눈과 귀를 틀어막고 독재를 준비하는 중인가봅니다.
Kbs가 광고를 안하면 모를까
다른회사는 그것만으로 밥줄 충분히 연명하는데 자체제작 드라마나 예능에도 광고 엄청하면서 밥줄 운운하는건 아니라고 봅니다
수신료 아깝습니다
공적인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수신료라는 이름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되어야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은 보고 싶지 않더라도 강제로 매체를 받고 돈을 내야하는 형태이다보니 '왜 내가 보지도 않는데 내야하지?'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듯 합니다. 조금 더 설득적이고, 실질적인 고민이 필요해요.
KBS가 보다 나은 저널리즘과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당과 정부가 KBS 보도에 대한 불만을 이유로 혹은 공영방송을 압박하기 위해서 이른바 '밥줄'을 끊는 방식을 내세우면 안 됩니다. 저널리즘의 개선은 재원을 줄여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주인이 될 때 이뤄질 수 있습니다. 수신료 분리징수가 아니라 공영방송의 주인을 시민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필요합니다.
법적인 근거들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KBS가 미디어 부문에서 사회적 인프라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 공적인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KBS가 미디어 인프라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하고 시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충분히 노력했는지에 대해서는 자성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KBS는 그간 공공성을 갖춘 뛰어난 프로그램들을 제작해왔지만, 제 주변 지인만 해도 KBS가 어떤 프로그램들을 제작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더군요. 시민과의 접점이 더욱 많았다면 분리징수 주장이 이렇게 커지지도 않았으리라는 아쉬움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