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속 농법의 전환,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요?
2023.05.01
기후위기 앞에 선 창작자들 / 윤은성
많은 이들이 기후위기 앞에서 시스템 전환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인간 활동이 지금까지 지구를 파괴해왔고, 향후 지구환경과 인류의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시대를 현재 살아가고 있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농업은 식량 공급을 담당하는 한편, 화석연료에 이어 주요 기후 생태 위기의 원인으로 꼽히는 분야로 관심의 재고가 필요합니다. ?식량안보, ?화학비료 사용으로 인한 토양과 수질 오염, ?기후변화에 대한 농업의 취약성 등의 문제를 기후위기 시대에 함께 고민해야할 지점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먼저 이에 대해 더 알아보고,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하는 농법은 무엇일 수 있을지 투표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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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안보 문제와 제도적 모순
코로나(COVID-19) 팬데믹 이후 식량안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부각되었는데요. (참고: “한국 식량자급률 20%도 안돼… 10년 안에 식량위기 겪을수도”) 국내 식량 자급률을 높여야함에도 현재로서는 제도적 모순이 있습니다. 관련해 최근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주목됩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값 폭락을 막기 위해 정부가 의무적으로 수매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참고: “8% 떨어져도 쌀 안 사겠다고? 농민 죽으라는 소리”) 하지만 쌀 소비량이 적은 현 시점을 반영해 쌀 의무 수매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입니다. 한덕수 총리는 식량안보와 관련해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거부의 근거로 “이미 자급률이 높은 쌀을 더 생산하는 것은 합당한 결정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참고: “韓총리 “양곡법, 남는 쌀 강제 매수법”… 尹대통령에 거부권 건의”)
하지만 농민단체들은 "우리나라는 쌀이 남아도는 나라가 아니고, 심지어 쌀 자급률은 92.8%로 100%를 자급하지 못하는데도 쌀이 남아도는 것처럼 생각하는 건 전체 쌀 소비량의 11%가 넘는 수입 쌀 때문"이라며 울분을 토했습니다. (참고: "양곡관리법 대치 속 수입쌀 막걸리 논란")
관행농가의 화학비료 사용으로 인한 환경 오염
한편 농업은 기계화, 화학비료와 농약의 사용으로 인해 편리하게 생산성과 품질을 제고해올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관행농업을 지속할 경우 그에 따른 환경문제가 큽니다. 관행농업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생존하기 위해 작물을 대량 생산하는 것을 목적으로, 효율적이고 일원화된 경작 루틴에 따라 토양을 경운하는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해 왔습니다. 또 흡수되지 못한 화학비료는 장기적으로 “지력감퇴, 토양유실, 연작장애, 아산화질소 증가, 지하수 오염 등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참고: “특집 l 탈(脫) 화학비료, 탈 농약 농업은 아직인가?")
기후변화에 대한 농업의 취약성
'21년 국가인권위원회 국민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47.5%가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가 가장 큰 집단으로 농어민을 꼽았습니다.(참고: "기후위기는 농민 인권의 문제") 기후위기로 인한 농업 피해가 전역에서 균일하게 나타나지 않고, 농법과 작물종에 따라 피해의 정도가 달라 크게 주목되지 않았는데요. 강풍, 이상저온, 태풍, 장마 등으로 인해 각종 작물의 피해가 심각하고, 한 해 농사를 망친 농민이 많음에도 국가 차원의 대책은 미흡한 상황입니다.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하승수 변호사는 "근본적으로는 기후위기로 인한 농업 피해는 사회 전체가 같이 책임지는 것이 옳다"고 말합니다. (참고: "기후위기 농업 피해, 국가가 책임져야")
이같은 상황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농업 방식으로 다음 두 경우를 들어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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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퍼머컬처 농업 확대
퍼머컬처 (Permaculture)는 ‘영원한, 영구적인’이란 뜻의 퍼머넌트(permanent)와 농업을 뜻하는 어그리컬처(agriculture) 두 단어의 합성어입니다. ‘영속농업’,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번역될 수 있습니다. 퍼머컬처는 좁게는 생태농업을 뜻하지만, 퍼머컬처의 ‘컬처(culture)’가 ‘문화’라는 것, 다시말해 ‘지속가능한 문화’, 즉 자연의 섭리에 따라 농사짓고, 생활하는 삶의 방식 전반을 의미한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참고 : 한국농정신문(http://www.ikpnews.net)
퍼머컬처의 선구자라 불리는 모락 갬블(Morag Gamble)은 "미래의 농업은 재생농업이고, 소규모의 집약적 농업이 미래농업"이라며 "퍼머컬처가 전 세계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라고 말합니다. (참고: “'퍼머컬처'가 전 인류를 먹여 살릴 수 있을까?”) 텃밭과 생태마을, 소농과 자연농으로 대표되는 퍼머컬처는 농업생산성에 국한된 개념이 아닌 생태원칙들에 기반을 둔, 영구적이고 지속가능한 문화를 실행하는 데 필요한 틀을 제공해 주는 관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까지의 관행농업은 생산력을 높이기 위해 화학비료를 사용하고, 농기계를 작동하면서 화석연료를 사용했습니다. 기계화 농업이 시작되자 "토양 유기물의 40%"가 유실되기까지 했습니다. 또 산업혁명 후 대기중 더해진 탄소의 3분의 1이 경운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는데요.(참고: 녹색연합 누리집) 퍼머컬처 농업은 이에 역행하는 농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퍼머컬처에 기반을 둔 '무경운 농법'은 공기중의 탄소를 농장에 포집하여 ‘흙’을 통해 모아두는 농법입니다. 무경운 농법은 흙을 최소한으로만 갈거나 갈지 않고 훼손을 줄여 흙의 탄소를 보존하고, 작물의 잔여물을 남기며, 주로 풀 등의 유기질로 덮어두어(멀칭) 보수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이 방식을 통한다면 토양 미생물의 생체량이 늘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수확량이 관행 농법보다 많아지고, 작물의 영양도 역시 높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더 적은 에너지로, 더 높은 생산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입니다. (참고 : “트랙터 안쓰는 친환경 탄소농법이 기후위기 극복 대안농법 될 것”)
다만 기존 관행 농업 방식에 익숙한 농업인들이 생태 농법으로 전환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제주에서 생태농법을 시도하는 김지영 씨는 "소득이 플러스가 될 때까지 뭘 하든 버텨야 하는데, 기반이 없이 어떻게 버틸 수 있을지 문제"라고 토로합니다.(참고: "제주에서 생태 농사를 짓는 청년의 고민, '땅') 결국 국내 생태농법의 정착을 위해서는 정책의 뒷받침이 요구됩니다.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에 따르면 “?농민기본소득 등 저탄소농사를 위한 소득기반 제공, ?친환경농업직불금 제도에 저탄소농법 조건을 구체적으로 포함, ?벼농사 메탄 저감 방안 연구 및 대안 보급" 등이 친환경농업 실천 확대를 위해 필요한 정책으로 농민들이 꼽는 것이라고 합니다. (참고: “서로의 ‘연결망’ 만들고자 분투하는 친환경농업 실천주체들”)
생태 농업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최근 늘어나고 있는데요. 일례로 전국귀농운동본부는 '자립하는 소농학교', '자연농학교', '의식주 자립학교', '여름 생태귀농학교' 등 생태농업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지속 가능함을 추구하는 ‘문화’가 될 수 있도록 삶의 방식 즉 생태 친화적이고 이윤을 추구하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삶의 방식에 대한 시민사회와 정부의 적극적인 숙의가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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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스마트 농법 확대
한편 정부는 스마트농업 확산을 위해 임대형 스마트팜을 조성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농식품부가 내놓은 정책과제는 스마트팜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여 미래산업으로서의 농업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참고: 농림축산식품부 누리집) 스마트 농업은 현재 정보통신기술(ICT)과 사물인터넷(IoT)을 농업에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스마트 팜은 원격·자동으로 작물과 가축의 생육환경을 적정하게 관리할 수 있는 농장을 뜻합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 생육환경을 조성해 노동력과 에너지를 덜 투입하고도 생산성과 품질 제고가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기후가 변화함에 따라 그 영향으로 인해 고스란히 피해를 입어온 농민의 입장에서 스마트 팜은 대안으로 주목됩니다. 최은형 농민은 “해마다 기후변화 같은 환경 영향을 너무 많이 받았다”며, “노지에서 관행농업을 계속하다가는 망하고 끝나겠다 싶었다”는 것이 스마트팜 농법을 배우기로 결심한 이유라고 말합니다. 최은형 농민은 “스마트팜은 시설을 갖추려먼 돈이 많이 들지만 관행농업보다 좋은 품질의 농산물을 30~50% 정도 더 수확할 수 있다. 7년만 고생하면 초기 투자에 들어간 빚을 모두 갚을 수 있다”고 하면서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으로서의 스마트팜에 대해 농민 당사자로서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참고: “7년 고생하면 초기 비용 갚아요”…스마트팜에 푹 빠진 청년들)
우리가 늘상 먹는 먹거리 중 많은 종류가 훗날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우리 식탁에서 사라지게 된다고 하는데요. “지구의 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쌀, 밀, 옥수수 등 주요 작물의 생산량이 최대 16%까지 감소”한다는 것입니다. (참고: “먹거리가 기후위기 문제 해결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스마트팜에서는 적정한 환경을 조성해 이상기후의 영향 없이 안정적으로 농작물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스마트농업이 확산된다면 고령화 된 농촌에 활력을 불어 넣을 청년농이 유입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농식품부는 전국 4개 스마트팜 혁신밸리에서 지능형농장 청년농을 육성하고, 임대형 농장과 지능형 농업 기술기업 제품 실증을 운영하는 등 스마트팜 지원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팜은 농업 종사자가 아닌 설비를 구축할 기업에 유리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박진도 전 농특위원장은 "스마트팜 짓고, 친환경 농자재 사라고 보조금을 주면 그 돈이 누구한테 가나? 다 유통하고 제조하는 사람들한테 간다."라고 지적했습니다.(참고: "'쌀값 대치' 사태, "정치가 정치이기를 포기한 일"") 또 한 스마트팜 농민은 “농식품부나 농진청 연구과제들을 살펴보면 농업계가 아닌 IT산업계가 모든 걸 주도해 나간다는 인식을 지울 수 없”으며, “스마트팜은 농사짓는 도구에 불과하다. 정부에서 지금 고도화된 스마트팜을 청년에게 제공해 농사를 잘 짓게 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데, 농사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나 노하우 없이 좋은 도구 쥐어 주는 것만으론 절대 청년 농민 농촌 정착이나 농촌 고령화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참고: “실효성 없이 ‘반복 또 반복’...스마트팜 R&D “도 넘었다””)
한편 식물종 다양성 보존을 위해서는 과학기술이 필요하지만, 생태 농업 철학을 경유해 이해할 때 스마트농업을 농업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됩니다. 김정열(비아 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국제조정위원) 농민은 “스마트팜 농업에는 토양이 없다”고 말합니다. 또 “사람 몸에 좋은지는 둘째 치고, 이걸(스마트 팜) 운영하는데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쓰이겠”는지 지적하며, “온실가스 배출하면서 이 자재들을 만들 것이고, 안에서 엄청난 전기 에너지를 쓸 게 뻔한데, 이걸 기후위기 대응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음을 던집니다. (참고: “스마트한 농업은 누구에게 이윤은 가져다 주나요?”)
지금까지 기후위기 상황에서의 우리나라 농업 현실을 알아보았습니다. 특히 농법에 초점을 맞추어 “1.?퍼머컬처 농업”, “2. ?스마트 농업”을 주목해보았습니다. 이와 같은 분류가 복잡한 농가의 상황을 정확히 반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이들의 숙의가 필요한 영역들임에는 분명해 보입니다. 여러분은 이 글에서 제시한 농업 방식 중 어떤 것에 더 정책의 집중과 시민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기타 의견을 포함하여 투표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투표]
1.퍼머컬처 농업 : 무경운 농법을 비롯, 토양에 기반을 둔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으로서의 생태농법으로의 전환 필요
2.스마트 농업 : 국가의 지원과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고품질의 농산물 생산 필요
3.잘 모르겠어요
4.기타, 추가 의견이 있어요 (댓글)
코멘트
4우선 퍼머컬처 농업을 선택하긴 했는데요, 이렇게 했을 때 기존의 생산량을 따라갈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이 드네요.
좀더 깊이 살펴봐야겠지만... 퍼머컬처농업과 스마트농업이 완전히 대립된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네요. 퍼머컬쳐의 관점에 따른 시도들과 스마트팜 차원에서의 시도들이 다양하게 고민되고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각 방법에서의 한계들을 조심하고 또 대응해 가면서요.
퍼머컬쳐 농업으로의 전환이 가장 이상적이고 뛰어난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기후적응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습니다. 기후위기 시대 속에서 안정적인 생산량을 확보하기 위해선 아무래도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스마트농업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되네요. 물론 이는 관련 분야에 무지한 저의 판단이므로, 퍼머컬쳐 농업의 기후적응력이 뛰어나다면 당연히 퍼머컬쳐 농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퍼머컬쳐 농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어떤 선택지가 좋을지 한참 고민했네요. 미래 시대를 다룬 영화들을 보면 식량난이 종종 등장하는데 이런 논의가 있어야 영화와 같은 미래를 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