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의 연주와 3분의 구호: 표현의 자유인가, 업무방해인가.
[광장에 나온 판결 274.] 업무방해죄로 처벌해야 하는가, 헌법상 표현의 자유로 존중해야 하는가. (이장희 교수)
2022년, 살상용 전쟁무기들이 전시된 ‘대한민국방위산업전(DX Korea)’에서 음악과 구호가 울려 퍼졌습니다. 평화를 위해 직접행동에 나선 이들은 장갑차 위에서 기타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전차 위에서 구호를 외쳤습니다. 단 5분의 연주, 단 3분의 구호였습니다. 하지만 2심 법원은 이들이 “위력을 행사함으로써 업무를 방해”했다며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헌법적 가치인 ‘평화’와 ‘표현의 자유’를 고려하지 않고, 전시회 업무의 보호를 우선시한 판결입니다. 평화를 위한 짧은 연주와 구호가 과연 견딜 수 없는 권리 침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이장희 국립창원대학교 교수가 비평했습니다.
지난 2024년 10월 10일 의정부지방법원 제1형사부는 ‘대한민국방위산업전 2022’ 전시회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이유에서 업무방해죄로 기소된 ‘전쟁없는세상’ 소속 사회운동가 등 8명에게 벌금 50만원 등을 선고하였다, 이 항소심 판결은 앞서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던 1심 판결을 파기한 것이었다. 형법 제314조 제1항은 신용훼손죄의 방법 또는 위력으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에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백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들의 행위가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평화를 위한 연주와 구호, ‘1심 무죄’ 뒤집은 ‘2심 유죄’
위 판결문에 따르면 피고인들은 2022년 9월 22일 고양시에서 개최된 전시회에서 ‘무기거래반대에 대한 입장 발표’ 등을 하기로 공모하였고 당일 입장권을 구매하여 다른 관람객들처럼 통상적인 방법으로 입장하였다고 한다. 이후 피고인 일부는 전시 중인 장갑차 위로 올라가 기타와 바이올린을 5분간 연주하였고, 또 다른 일부는 K2전차 위로 올라가 “방위산업체의 이윤=누군가의 죽음, STOP THE ARMS FAIR, 전쟁장사를 멈춰라”는 문구가 기재된 현수막을 펼쳐 든 채 “전쟁장사 중단하라”는 구호를 확성기 없이 육성으로 3분간 외쳤다.
이러한 행위에 대해 1심 판결에서는 피고인들이 업무방해죄의 위력을 행사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보았지만, 항소심에서는 전시회장 내에서 소란을 일으켜 행사 관계자들과 참여업체들에게 어느 정도의 불편을 끼쳤고 일반관람객들의 전시회에 대한 인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었을 것이므로 피해자 ‘대한민국방위산업전 2022 조직위원회’의 전시 업무를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하였던 것이다.
이처럼 항소심 판결은 원심판결의 결론을 뒤집어 유죄를 선고하였지만, 헌법을 중심으로 한 전체 법질서의 관점에서 볼 때 그것이 과연 기본권을 존중하는, 타당한 판결이었는지 의문이 남는다.
헌법적 가치인 ‘평화’와 ‘표현의 자유’ 고려했어야
첫째, 피고인들은 당시 전시회의 주제였던 방위산업전을 ‘전쟁장사’로 규정하고 그에 반대하는 의사를 표현하였다. 하지만 피고인들의 표현행위를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처벌함으로써 ‘반대 의사를 표현할 자유’라는 헌법 제21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기본권 행사에 적지 않은 위축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여지가 크다.
물론 의견이 엇갈리는 사회에서 반대 의사를 표현하다 보면 타인의 권리와 늘상 충돌할 수 있고 정도가 지나치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의사표현으로 다소간에 방해와 충돌, 소란과 혼란이 있었다고 하여 업무방해죄로 무분별하게 형사처벌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통한 개인의 인격발현의 가능성뿐만 아니라 다원주의적 민주주의 질서를 저해할 수 있다.
둘째, 피고인들이 “전쟁장사 중단하라”라고 외친 구호는 우리 헌법이 추구하는 ‘평화’의 가치에 부합한다. 헌법 전문에는 “평화적 통일의 사명”뿐만 아니라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한다고 밝히고 있다.
헌법전문은 헌법 중의 헌법으로서 헌법조항을 포함한 모든 법령의 해석·적용의 기준과 지침이 된다. 최근 전쟁이 빈발하는 국제정세에서 아직도 분단체제와 전쟁위험 속에 살고 있는 우리 국민에게 세계평화의 문제는 단순한 구호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일 수 있다. 항소심 판결 역시 피고인들의 행동이 무기 거래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하는 것으로서 그 목적이나 동기의 정당성은 일부 인정하였지만, 피고인의 주장과 표현에 담긴 평화의 헌법적 가치와 절실함, 그 현실적 중요성은 구체적인 사건을 다루는 법원의 판결에서도 충분히 고려될 필요가 있다.
추상적 위험범의 법리에 담긴 헌법적 문제, 그에 따라 기울어진 법원의 저울
셋째, 위력 여부에 대해 원심판결과 항소심 판결의 결론이 엇갈렸던 것처럼, 피고인들의 위 행위가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객관적으로 명확하지 않다. 장갑차 위에 올라가 5분간 악기를 연주하거나 3분간 구호를 외친 정도의 행위는 오히려 누구를 압박하기보다는 평화적인 퍼포먼스로 보일 뿐이며, 전시회 업무를 방해할 정도라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항소심은 업무방해죄의 위력이란 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현실적으로 제압할 것을 요하지 않고 또 업무방해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함을 요하지도 않는다는 추상적 위험범의 법리에 따라 피고인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런 식으로만 보면 어떤 행위가 위력에 해당하는지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라도 타인의 업무를 방해할 추상적인 위험만 있으면 언제나 형사 처벌할 수 있는 결과가 될 것이다.
과연 이러한 식의 법리 적용이 정의로운 것일까? 아마도 여기서 정의의 여신이 들고 있는 천칭저울은 보호하고자 하는 업무와 방해원인이 된 행위 사이에서 처음부터 업무만을 보호하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상태라고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 방해원인들 중에는 헌법상 존중되고 보호되어야 할 기본권 행사도 있을 수 있다. 항소심이 원용한 추상적 위험범의 법리에만 따른다면 그것이 헌법상 기본권 행사든 뭐든 언제든 처벌의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여기서 헌법이 살아있다고 할 수 있는가? 그렇게 어떤 행위가 위력인지 여부가 의심스러운 데도 불구하고 업무방해죄의 유죄로 추정해 버려야 하는가?
‘5분’ 연주와 ‘3분’ 구호, 견딜 수 없는 권리 침해인가?
넷째, 항소심이 원용한 추상적 위험범의 법리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피고인의 표현행위를 헌법상 기본권 행사로 존중할 수 있으려면 형법 제20조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 즉 정당행위로 인정할 필요가 있었다. 그것이 업무방해에 관한 기존의 추상적 위험범의 법리를, 기본권을 존중하고 보호하려는 헌법적 이념과 가치에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매우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도 불구하고 이 경우 정당행위의 법리는 헌법상 기본권이나 헌법적 가치를 함께 고려하고 존중할 수 있는 정의 실현의 탈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다시 정당행위 성립 여부를 따져보자.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어떤 행위가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되기 위해서는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그리고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 간 법익균형성, 긴급성,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대법원 2002. 12. 26. 선고 2002도5077판결 등).
이 사건을 보면 피고인들이 외친 ‘전쟁장사 중단하라’와 같은 구호로 무기 판매를 반대하려는 목적은 헌법상 평화의 가치에 비추어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다. 또 장갑차 위에서 올라가 5분간 악기를 연주하고 3분간 구호를 제창한 것은 기본권 행사로서 용인될 수 있는 평화적 방법으로서 상당성이 있다.
그 표현행위로 인해 전시회 업무가 방해될 위험이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그 위험의 정도가 매우 경미하여 법익균형성도 충족한다. 또 무기 판매를 중단하라는 피고인들의 주장에서 알 수 있듯이 피고인들의 표현행위는 방위산업을 홍보하는 전시회가 열리는 바로 그 때 그 장소에서 하지 않으면 의미전달의 효과를 가지기 어려운 것이었으므로 긴급성이나 보충성 요건도 충족한다고 볼 수 있다.
다행히 항소심 판결 역시 피고인들의 행위가 목적의 정당성을 가지는 점은 인정하였다. 그런데 항소심은 피고인들에게 그 시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었다거나 위와 같은 행위를 할 수밖에 없었던 긴급한 상황이 있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들의 행위가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더구나 항소심 판결은 별다른 이유 없이 피고인들의 행위를 수인한도를 넘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집회나 시위라고 단정해 버리는 문제가 있었다. 항소심은 피고인들이 장갑차 등에 올라가 5분간 연주하고 3분간 구호를 외친 것이 왜 집회시위로서 수인한도를 넘는지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고, 혹시 타인의 권리와 조금이라도 충돌하기만 하면 언제나 수인한도를 넘는다고 보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품게 한다.
헌법 정신, ‘의심스러울 때에는 기본권에 유리하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헌법제정권자인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민주적 헌법국가라면 헌법이 살아 있어야 하고 우리의 일상뿐 아니라 개별 사건의 재판에서도 언제나 헌법이 존중되고 고려되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 헌법 제103조는 법관이 단순히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의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하지 않고,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사법적 판단에서 헌법이 존중되고 고려되려면 당연히 기존의 법리도 새롭게 살펴서 헌법의 정신이 잘 반영되도록 가꾸어 나가야 하지만, 개별 사건을 다루는 재판부에서도 기존 법률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과정에서 최대한 헌법의 정신을 고려하고 반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 사건의 재판부도 피고인들의 행위가 기본권 행사로서의 성질을 가지는 점, 다른 법익과의 충돌 정도, 행위에 따른 결과나 피해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 무엇보다 피고인들의 행위가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객관적으로 불명확하였다면 ‘의심스러울 때에는 기본권에 유리하게’라는 헌법 정신에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가 표현의 자유로 존중, 보호될 필요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했어야 했다.
따라서 기존에 업무방해죄의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성립을 허용하는 추상적 위험범의 법리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의 표현행위가 업무방해죄를 구성하는 위력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든가, 적어도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봄으로써 피고인들에게 업무방해죄의 무죄를 선고하는 것이 타당했을 것이다.
살상용 전쟁무기 수출, 국민에겐 따져 물을 권리가 있다
바야흐로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방위산업의 주인공으로 새롭게 부상하는 중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방위산업이 중요하고 필요하더라도 일차적으로는 우리의 안보를 위한 방어적인 무기가 되어야 함이 원칙이다. 우리 국민은 헌법이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규정한 바에 따라 혹시 우리의 방위산업이 그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거나 침략적 전쟁에 이용되는 것이 아닌지를 정부에게 따져 물을 권리가 있다.
헌법국가의 건강한 시민사회라면 그러한 의문을 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오히려 그러한 경미한 퍼포먼스조차 용인될 수 없는 사회라면 우리 국민이 살상용 전쟁무기 수출에 동조하거나 묵인하도록 강요받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