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알고리즘의 함정, 윤석열이 빠져든 유튜브 토끼굴의 수익 구조. 여러분의 생각은?
[슬로우데이터] 부정선거 음모론에 이태원‧제주항공 참사 조작설까지… 탄핵 반대 이슈 몰이로 성창경‧이봉규 등 월 억대 매출. “세계 최초로 알고리즘이 촉발한 내란 선동”. 뉴욕타임스가 인용한 홍성국(전 민주당 의원, 혜안리서치 대표)의 말이다. “윤석열의 가장 큰 지지자들은 태극기를 흔들면서 윤석열을 한미 동맹의 챔피언으로 미화하는 우파 유튜버들”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가 보기에 한국판 MAGA(미국을 더 위대하게, 트럼프 선거 슬로건) 같은 느낌이었을 수도 있지만 양상이 다르다. 오늘 슬로우데이터에서는 비상계엄 이후 한국의 보수 유튜브 채널의 동향을 살펴본다. 이봉규TV, 윤석열이 자면서도 본다는 채널. 이봉규(이봉규TV 운영자)의 주장이다.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가 자면서도 내 방송을 본다”고 주장했다. 김진표(당시 국회의장)가 이태원 참사 직후 윤석열을 만났는데 “이태원 참사에 관해 지금 강한 의심이 가는 게 있어 아무래도 결정을 못 하겠다”면서 “이 사고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윤석열이 극우 유튜브 채널에 빠져 있다는 말이 계속 돌았는데 그 채널 가운데 하나가 이봉규TV일 가능성이 크다. 이봉규TV는 구독자가 95만 명이다. 동영상을 1만2000개 올렸고 누적 조회수는 7억6000만 뷰다. (이하 유튜브 데이터는 1월7일 기준) 한 달 추정 수익은 1억5000만 원이다. 최근에는 제주항공 사고가 조작됐다는 의혹을 내보내기도 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북한이 개입했고 이재명(민주당 대표) 피습은 조작됐고 등등 온갖 지저분한 음모론의 온상이 바로 여기다. 윤석열 취임식에 초청받은 유튜버들. 이봉규TV, 시사창고, 시사파이터, 너알아TV, 짝찌TV, 애국순찰팀, 가로세로연구소, 안정권, 박완석 등이다. 자유청년연합과 자유통일당 관계자들도 초청을 받았다. 대부분 김건희 초청이었다. 보수 유튜브 전성 시대. 2018년부터 50대 이상 유튜브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보수 유튜브 시장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1세대 보수 유튜버가 문재인 정부 시절 정규재(당시 펜앤마이크 대표)와 조갑제(조갑제닷컴 대표), 신의한수, 황장수, 가로세로연구소, 뉴스타운TV 등이었다면 윤석열 정부 들어 성창경(전 KBS보도제작국장)과 이봉규(데일리안 TV본부장) 등이 치고 나왔다. 탄핵 국면에서는 홍철기TV와 김상진TV 등이 트래픽을 끌어모으고 있다. 정규재는 지난해 4월 총선 직후 “보수는 죽었다”고 선언하고 “틀튜브를 끊고 부정선거 음모론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극우 유튜브와 선을 그었다. 조갑제와 정규재 등이 그나마 전통 언론의 DNA가 남아있었다면 2세대 보수 유튜버들은 작정하고 음모론과 혐오, 분열의 메시지로 트래픽 장사에 나섰다. 1월7일 기준으로 주요 보수 유튜브 채널 가운데 진성호방송이 구독자가 185만 명으로 1위다. 신의한수가 159만 명, 배승희 변호사가 137만 명, 고성국TV가 117만 명 순이다. 배승희는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이 바로 계엄”이라는 등의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 성창경TV과 이봉규TV 구독자는 각각 102만 명과 85만 명이다. 유튜브 분석 업체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신의한수는 지난 한달 동안 슈퍼챗 수입으로만 1억5070만 원을 벌어들였다. 비교를 위해 살펴보면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같은 기간 동안 7816만 원이다. 조회수는 성창경TV가 압도적으로 높다. 한 달 동안 1억1791만 뷰를 기록했고 4억1812억 원의 광고 매출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성창경TV는 10분 남짓한 영상을 하루 10~20개씩 올리는데 최근 한 달 동안은 대부분 10만 뷰를 넘겼다. 슈퍼챗 수익은 신의한수에 이어 홍철기TV와 김상진TV 순이다. 진성호방송과 성창경TV는 라이브를 하지 않기 때문에 슈퍼챗 수입이 없다. 트럼프와 윤석열의 차이. 트럼프는 미디어를 잘 이용했다. 극우 포퓰리즘을 주류 담론의 영역으로 끌어와 중도를 공략했다. 노혜령(프레스온 대표)이 이렇게 분석했다. “다양한 관점을 가진 언론들이 백가쟁명 하면서 전체적 균형을 달성하는 새로운 언론 지형이 뉴노멀이 됐다. 여러 보도 양식이 경쟁하는 시대가 됐다.” 윤석열은? 극우 유튜브 채널의 세계관에 빠져들어 보수 진영 전체를 볼모로 잡았다. 미디어를 활용하기는커녕 잡아 먹힌 상황이다. 조중동 가운데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일찌감치 윤석열을 손절했다. 조선일보를 비롯해 지금 윤석열을 싸고 도는 사람들은 윤석열을 지키려는 게 아니다. 윤석열이 무너지면 잃을 게 많다고 보는 사람들이 시간을 끌고 있을 뿐이다. 극우 유튜버들이 “곧 뒤집어진다”고 사람들을 선동하는 건 그게 돈이 되기 때문이다. 김정하(중앙일보 논설위원)는 윤석열은 권력 중독과 유튜브 중독, 알코올 중독의 3중 중독에 빠져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신문‧방송은 국정 운영의 문제점을 꼬치꼬치 따지지만, 유튜브에선 이 모든 게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위협하는 종북 반국가 세력의 음모 때문이라고 시원하게 정리해 주니 얼마나 듣기가 편한가.” 한국의 특수성. 언론사 직접 방문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나라다. 언론사 웹사이트를 직접 방문해서 읽는다는 비율이 6%에 그쳤다. 한국은 유튜브에서 뉴스를 본다고 답변한 비율이 53%다. 43개국 평균은 30%였다. 한국은 어그리게이터(포털) 의존도가 매우 높은 나라다. 67%나 된다. 스스로를 진보나 보수라고 믿는 사람들일수록 뉴스에 대한 불신이 큰 것도 한국적 특성이다. 유튜브 보는 시간이 하루 평균 67분으로 TV(22분)나 TV 뉴스(6분)보다 압도적으로 길었다. 이게 의미하는 것은, 첫째, 뉴스와 뉴스가 아닌 것의 경계가 사라졌고, 둘째, 뉴스의 맥락적 소비가 잘 안 되는 환경이다. 셋째, 뉴스의 해석과 평가를 강력한 주장성 콘텐츠에 의존하는 시대, 무엇을 볼 것인가를 결국 알고리즘이 결정하게 된다. 주류 언론은 여전히 문제가 많지만 언론 전반의 신뢰가 무너질 때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검증되지 않은 훨씬 더 질 낮은 주장과 선동, 그리고 음모론이다. 보고 싶은 것만 골라본다. 위의 그림은 권오성(기후솔루션 팀장) 등의 연구에서 주요 채널 이용자의 정치적 성향을 분석한 것이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민주당 지지자가 97%인데 배승희 변호사 채널은 96%가 국민의힘 지지자다. 이보다 더 극단적인 유튜브 채널들이 이번 탄핵 국면을 거치면서 부상한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유튜브 알고리즘은 더 오래 머물고 더 많이 광고를 보게 만드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더 자극적이고 더 선정적인 콘텐츠를 더 많이 노출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뇌썩음 현상. ‘뇌썩음(brain rot)’. 지난해 옥스퍼드 랭귀지가 선정한 올해의 단어다. 숏폼 동영상을 과도하게 소비하면서 지적 능력이 퇴보하는 현상을 말한다. 원래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에 나오는 말이다. “영국은 썩은 감자(potato rot)를 치료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훨씬 더 광범위하고 치명적인 ‘뇌 썩음(brain rot)’을 치료하려는 시도는 왜 없는가.” ‘뇌썩음’은 단순히 숏폼뿐만 아니라 소셜 미디어와 유튜브 알고리즘 전반에 해당한다. 남 이야기가 아니다. ‘뇌썩음’에 빠지지 않기 위해 다음 몇 가지를 점검해 볼 것을 추천한다. 유튜브 자동 추천 옵션을 반드시 해지할 것. 주기적으로 스마트폰의 캐시를 초기화할 것. 토끼 굴에 갇혀 있지 않은지 돌아보고 스스로를 객관화할 것. 다른 생각과 의견을 차단하지 말 것. 알고리즘의 편향을 극복하려면 대화가 필요하다. 뉴스를 꾸준히 읽고, 밥 먹고 차 마시면서 가족이나 동료, 친구들과 폭넓게 의견을 듣고 교류할 필요가 있다. 이 기사 봤어? 하고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다. 커뮤니티가 해법이다. 함께 있는 사람들과 대화가 단절되면 토끼굴에 빠져들게 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윤석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