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우촌초 회의 참석 이규태 회장… “남의 집 쳐들어온 것”[이상한 학교의 회장님 16화]
"남의 집에 쳐들어온 것과 마찬가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누가 남의 집에 쳐들어 왔다는 걸까. 지난 15일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행정사무감사(종합감사)에서 정효영 서울시교육청 교육행정국장이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74)을 겨냥해 한 말이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지난 13일 이규태 회장이 우촌초등학교(서울 성북구 소재) 운영에 부당 개입한 정황을 보도했다. 이 회장은 지난 3일 우촌초 교장이 주재한 부장급 긴급회의에 ‘초청’받아 참석했다. 안건은 사학수당 지급 문제. 학교가 사학수당을 교원 전원에게 주지 않겠다고 결정한 뒤, 내부 불만이 터져나온 터였다. 사학수당 지급 등 예산 집행은 학교장의 권한이다. 그런데 아무 권한도 없는 전 이사장 이규태 회장이 그 자리에 참석했다. 회의 이후, 사학수당은 공익제보자인 이양기(58) 교사를 제외한 교원들에게 전부 지급됐다.(관련기사 : <‘횡령 혐의’ 이규태 전 이사장, 우촌초 운영 개입 의혹>) 서울시의회 이소라 의원(비례대표,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이 회장의 우촌초 운영 부당개입 문제를 지적했다. “우촌초는 (이규태) 전 이사장의 손을 떠난 지 오래됐는데, 계속 학교에 출입하면서 운영 관련 부당개입을 한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 의원 말처럼, 이규태 회장은 우촌초 운영에 손댈 권한이 전혀 없는 사람이다. 이 회장은 2001년 우촌초를 인수한 후, 2010년까지 재단 이사장을 지냈다. 하지만 2015년 회계 부정 등의 이유로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임원취임 승인이 취소됐다. 심지어 이 회장은 2021년부터 우촌초 스마트스쿨 사업 비리와 관련해 교비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피의자’다. “(이 회장의 우촌초 회의 참석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 운영에) 개입해서는 안 되고, (이 회장은 학교) 주인이 아니라 그냥 ‘개인’입니다.”(정효영 서울시교육청 교육행정국장) 서울시교육청도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정 국장은 “감사실에서 인지해 민원 조사에 들어간 상황”이라며, “단언컨대 교육청에서 (이 회장이 우촌초 운영에 개입하지) 못하게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우촌초는 학교법인 일광학원이 운영하고 있다. 일광학원 이사회는 그동안 이 회장의 측근들로 구성돼 왔다. 하지만 2020년 서울시교육청은 이사회 임원 전원의 취임 승인을 취소했다. 일광학원은 즉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9월 10일에야 일광학원의 패소 판결이 확정됐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정상화를 위해 지난 10월 일광학원 임시이사 8명을 선임했다. 학교 정상화에 속도를 높여야 할 시점에, 여전히 이 회장이 학교 운영에 관여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과연 임시이사회가 의미 있게 운영될지 의문이라는 이 의원의 우려에, 정 국장은 “아직 학교 정상화 시작 단계이니 좀 더 지켜봐달라”며 “그런 일 없도록 철저히 지도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이날 종합감사에는 우촌초 최은석 전 교장(55)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2019년 우촌초 스마트스쿨 사업 비리를 세상에 알린 공익제보자들 중 한 명. 최 전 교장은 공익제보 이후 학교에서 쫓겨나 지인의 공장에서 일하기도 했고, 광주에서 기간제 교사로 일하다 지금은 인천으로 학교를 옮겨 일하고 있다. 우촌초는 서울시교육청과 소송 중이라는 핑계로, 2021년부터 계속 감사를 거부해왔다. 최 전 교장은 지난달 16~22일 성북강북지원청이 4년 만에 진행한 우촌초 종합감사에 대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상황에서 이규태 회장 측근 위주로 (학교 행정실이) 구성돼 있기 때문에 종합감사도 쉽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촌초에는 스마트스쿨 사업 비리로 이 회장과 함께 재판을 받고 있는 직원들이 일부 근무하고 있다. 그들은 우촌초 행정업무와 학교법인 업무 담당자다. 최 전 교장은 우촌초 감사를 제대로 진행하기 위해, 우촌초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공익제보자 또는 전임 서울시교육청 공익제보센터 시민감사관을 감사TF 구성원으로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우촌초는 감사 자료 제출을 잘 안 하고 파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시민감사관이나, 실제로 공익제보자 중 행정실에 근무했던 분들이 모든 일을 소상히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설세훈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은 “학교 운영과 관련해 전반적으로 볼 수 있는 실질적인 감사TF를 구성해 학교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답했다. 최 전 교장은 서울시의회에 마지막 부탁을 남겼다. 바로 구조금 기한 연장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에서 불이익을 받는 공익제보자에게 3년간 구조금을 지급한다. 우촌초 공익제보자들도 3년간 구조금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학교로 돌아가지 못한 최 전 교장, 교직원 유현주 씨, 박선유 씨는 구조금이 끊겨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 전 교장은 기간제 교사로 일하고, 유현주 씨와 박선유 씨는 식당 서빙 아르바이트, 마트 캐셔, 택배 물류센터 일 등으로 5년째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관련기사 : <“무릎 꿇고 빌게 될 것” 회장님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저희가 (공익제보를 한 지) 5년 가까이 되고 있는데, 실제로 3년 동안 구조금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연장이 안 되기 때문에 서울시 조례가 개정돼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저희 같은 경우가 혹시나 또 생긴다면, 공익제보자를 위한 구조금 제도가 (복직) 소송이 끝날 때까지 진행되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소라 의원은 “의회 안에서 함께 논의하고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최은석 전 교장 말고도, 행정사무감사에 출석 요구를 받은 증인은 두 명 더 있었다. 바로 이규태 회장과 우촌초 A 교장. 두 사람은 지난 4일 서울시의회에 ‘불출석’을 통보했다. “공익 제보된 내용으로 형사 재판중이므로 참석하여도 진술을 할 수 없기에 부득이 불출석합니다.”(이규태 회장 불출석 사유서) “2024. 8.경 학교장으로 부임하여 업무 파악 중에 있으며 특히 공익제보(2019년)건에 대하여는 전혀 알지 못하는 관계로 부득이 불출석합니다.”(우촌초 A 교장 불출석 사유서) ‘서울특별시의회 행정사무감사 및 조사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 요구를 받은 증인이 출석하지 않거나 선서 또는 증언을 거부한 경우에는 300만 원 이상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이 의원은 “(이 회장과 A 교장의 불출석 사유가) 정당한 사유라고 볼 수 없다”며 “이런 식으로 불출석 통보하는 것은 온당치 못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조아영 기자 jjay@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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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 혐의’ 이규태 전 이사장, 우촌초 운영 개입 의혹[이상한 학교의 회장님 15화]
“설립자는 영원히 가는 거 아닙니까?” 우촌초등학교 이양기 교사(58)는 12일 학교장과 면담 자리에서 황당한 말을 들었다. A 교장이 사학수당 지급을 논의하는 긴급 교직원 회의에,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전 이사장’을 초청했다는 말이었다. 지난 3일, A 교장은 부장교사들을 대상으로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회의는 학교에서 열렸다. 4월, 7월, 10월마다 지급하는 사학수당을 교원 전원에게 주지 않겠다고 결정한 뒤, 내부 불만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사학수당은 전년도 예산 편성 금액을 기준으로 교원들에게 지급한다. 우촌초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일광학원 정관에 따르면, 학교 회계 집행 책임자는 학교장이다. 그런데 학교 예산 집행을 논의하는 자리에, 아무 권한도 없는 전 이사장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74)이 앉아 있었다.   우촌초는 서울 성북구에 있는 사립초등학교다. 대한민국에서 학부모 부담금이 가장 비싼 곳. 2022년 기준 1년치 학부모 부담금은 1480만 원이다. 이규태 회장은 2001년 우촌초를 인수한 후, 2010년까지 재단 이사장을 지냈다. 하지만 2015년 회계 부정 등의 이유로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임원취임 승인이 취소된 뒤, 학교와 관련된 직책을 갖고 있지 않다. 엄밀히 말해 ‘외부인’일 뿐. 심지어 이 회장은 우촌초 교비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피의자’ 신분이다. 이런 사람이 사학수당 지급과 같은 학교 교비 운영을 논의하는 자리에 있었다. 이 회장의 ‘부당 개입’은 이미 크게 문제 된 적이 있다. 2019년 서울시교육청은 이 회장이 우촌초 스마트스쿨 사업 예산을 부풀리고, 미리 섭외한 업체가 입찰에서 선정되도록 ‘옥중 지시’를 내린 사실을 적발했다. 그해 5월 최은석 당시 교장, 이양기 교감, 유현주, 박선유 등 교직원 6명이 공익신고를 하면서 세상에 알려진 것. 이외에도 학교장 업무방해, 학교 예산 횡령 등 각종 비리 혐의가 드러났다. 검찰은 2021년 이규태 회장과 학교 관계자 등 12명을 기소했다.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관련기사 : <“무릎 꿇고 빌게 될 것” 회장님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횡령 혐의’ 피의자 신분의 전 이사장을 학교 회의에 부른 사람. 지난 8월 새로 부임한 A 교장이다. 12일 이양기 교사와 A 교장의 대화다. 이양기 교사(이하 이) : “이번에 부장들 소집하셨다고 했잖아요. 그때 이규태 전 이사장을 초대하신 거잖아요.”A 교장(이하 A) : “(사학수당 미지급) 내용도 알지 못하고, 학교 설립자 분(이규태)이 계시니까 해명 좀 해주면 좋겠다고 설립자 분에게 내가 요청드린 거죠.” 이 : “권한 없으신 분이 와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A : “바로 (사학수당) 지급해야 되겠다고 제 뜻을 알려드렸던 거고, 그렇게 된 거죠. 설립자 분이신데 학교에 애착이 많은 분이신데.” 이 : “학교 이사장도 아니고 아무 직책이 없잖아요.”A : “설립자 분이시잖아요. 설립자는 영원히 가는 거 아닙니까? (…) 법에 (초대)하지 말라는 게 있습니까?” 이규태 회장의 부당개입 의혹이 더욱 문제가 되는 이유는, 현재 서울시교육청이 학교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은 2020년 8월 일광학원 임원 모두의 취임승인을 취소했다. 일광학원이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소송은 지난 9월 10일 일광학원의 패소로 끝났다. 무려 4년 동안 이어진 싸움이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일광학원 이사회 전원을 임시이사로 교체했다. 학교 정상화를 본격 추진해야 할 시점에, 이규태 회장은 여전히 우촌초 교직원들의 회의까지 참석하며 운영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낳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이규태 회장은 제3자입니다. 심지어 교비 횡령으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우촌초) 사학수당 지급을 논의하는 자리에 참석한 건 부당개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김범준 변호사,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실행위원) “학교 사무를 논의하는 자리에 아무 권한 없는 전 이사장이 참석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보입니다.”(홍민정 변호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자문변호사) 서울시교육청도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다. 서울시교육청 공익제보센터 감사관은 “현 이사들도 학교장 권한을 침해하면 안 되는 건데, 민간인이 침해하는 건 당연히 안 된다”고 밝혔다. 어떻게 대처할 거냐는 질문에는 “(현재) 임시이사들이 파견되고 정상화를 밟는 과정”이라면서도, “최근 (우촌초가) 종합감사는 받았지만, 민원조사에 응할지는 아직 불확실하기 때문에 민원조사에 응했을 때 (이 회장의 운영 개입 의혹도) 조사할 것”이라고 답했다. 우촌초는 서울시교육청과 소송 중이라는 핑계로, 2021년부터 계속 감사를 거부해왔다. 서울시교육청은 행정소송에서 승소한 뒤, 지난달 16일부터 22일까지 3년 만에 우촌초 종합감사를 진행했다. 지난 5일 서울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이소라 서울시의원(비례대표)이 우촌초 감사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교육 현장이 비리의 공간이 되면 안 된다”며, 서울시교육청에 감사TF를 구성해 철저한 감사를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애초에 이양기 교사가 A 교장을 찾아간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규태 회장이 참석한 회의는) 사학수당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결정에 내부반발이 있어서, 그걸 논의하는 자리였다고 합니다. 회의 다음 날 전원 사학수당을 지급했습니다. 저는 제외됐고요.” 이 교사는 2019년 공익신고 이후 해임당했다. 그리고 국민권익위, 교원소청심사위, 법원까지 이어지는 약 2년 반 동안의 싸움 끝에 2022년 복직했다. 지난 1월 학교는 이 교사에게 ‘경고장’을 내밀었다. 경고장에 찍힌 날짜는 2023년 7월 7일. 이 교사에게 통지한 날짜는 6개월도 더 지난 올해 1월 26일이었다. 징계 사유는 “학교장에게 인사・수당 관련 반복 항의 등”. 소명 절차는 없었다. 학교 측은 징계를 통지한 시점인 지난 1월 26일 부로 이 교사에게 10개월간 사학수당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경고장에 찍힌 징계일인 2023년 7월 7일 이후에도 정상적으로 지급되던 사학수당이, 징계 통지를 시점으로 갑작스럽게 끊겼다. 왜 하필 올해 1월이었을까. 공교롭게도 진실탐사그룹 셜록이 ‘이상한 학교의 회장님’ 보도를 시작한 날이 1월 15일이다. 16일에는 이 교사가 복직 이후 겪은 지속적인 불이익에 대해 보도했고(관련기사 : <2년 반 만에 복직한 학교… 그 교사의 책상은 없었다>), 17일 셜록과 참여연대는 학교 법인 전・현직 이사장을 고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4월 22일 학교 측에 “(경고) 처분은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경고 처분을 취소하고 (이양기 교사에게) 미지급된 사학수당 전액을 지급하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버텼다. 지난달 28일 국민권익위도 “이 사건(스마트스쿨 사업 비리) 신고로 인한 불이익조치라고 봄이 타당하다”며, 경고처분을 취소하고, 미지급한 사학수당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이 교사가 이달 초 교장을 찾아간 것은 국민권익위 결정문을 전달하고, 학교 측에 결정 사항 이행에 관해 묻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A 교장은 권익위 결정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며, “제가 (우촌초로) 오기 전 이뤄진 일에 대해 권한이 없다”고 회피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12일 우촌초 A 교장에게 입장을 물었다. 학교에 아무 권한이 없는 이규태 회장이 배석한 자리에서 교원 사학수당 지급을 논의했다는 의혹에 대해, “무슨 얘기요?”, “무슨 취재를 하신다고요?”라며 되물었다. 이어지는 질문에 “아니, 기자면 다예요? (이 회장이) 무슨 권한이 없어요?”라고 목소리를 높이고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이규태 회장에게도 13일 전화로 반론을 구했다. 이 회장은 첫 통화에서 기자 이름을 듣자마자 전화를 끊어버렸다. 바로 다시 전화를 걸자, “스토킹으로 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 회장에게 우촌초 사학수당을 논의하는 회의에 무슨 자격으로 참석했냐고 묻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다. 조아영 기자 jjay@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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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감사거부” 우촌초에 ‘모른다’만 반복한 교육감[이상한 학교의 회장님 14화]
“미처 못 챙겼습니다.” “모르겠습니다.” “몰랐습니다.“ “아예 몰랐습니다.” “몰랐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이렇게 모르겠다는 걸까. 4일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 출석한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의 답변이다. 이소라 서울시의원(비례대표)은 행정사무감사에서, 학교법인 일광학원이 운영하는 우촌초등학교에서 발생한 비리에 관해 질의했다. 하지만 정근식 교육감에게선 아무것도 “모른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 위치한 우촌초는 대한민국에서 학부모 부담금이 가장 비싼 사립초등학교다. 1년 치 학부모 부담금은 1480만 원(2022년 기준). 우촌초는 ‘스마트스쿨 사업’ 비리로 얼룩진 과거를 갖고 있다. 2019년 서울시교육청은 전 이사장인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74)이 스마트스쿨 사업 예산을 부풀리고, 미리 섭외한 업체가 입찰에서 선정되도록 사업에 부당 개입한 정황을 적발했다. 그해 5월 최은석 교장, 이양기 교감, 유현주, 박현주 등 교직원 6명이 공익신고를 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 외에도 학교장 업무방해, 학교 예산 횡령 등 각종 비리가 밝혀졌다. 학교 측은 제보자들을 학교 밖으로 내쫓고, 무더기 고소·고발에 소송까지 걸었다. 긴 법정 싸움 끝에 현재 학교로 돌아간 교직원은 이양기 전 교감이 유일하다. 2020년 8월 서울시교육청은 학교법인 일광학원 임원 모두의 취임승인을 취소했다. 하지만 일광학원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지난 9월 10일 일광학원의 패소로 끝났다. 무려 4년 동안 이어진 싸움이었다. 우촌초는 그동안 감사를 거부해왔다. 서울시교육청과 행정소송 중이라는 핑계로 교문을 굳게 닫고 열어주지 않았다. 2021년 이후 해마다 실시하는 종합감사는 물론, ▲리조트 회원권 구매 건 ▲학교회계 약 48억 원 지출 건 ▲학부모 불법찬조금 모금 의혹 건 등 감사를 전부 거부했다. 우촌초와 서울시교육청의 ‘악연’은 이처럼 뿌리 깊다. 정근식 교육감을 대신해 이소라 의원의 질의에 답변한 감사관이 “대화가 안 된다”고 말할 정도다. 이소라 의원 : “셜록 보도에 따르면, 전 서울시교육청 공익제보센터 주무관이 ‘관할 교육청에 감사 거부 이렇게까지 하는 곳은 처음이다'(라고 말했고), 교육청 대리 변호사도 ‘감사 거부할 거면 학교가 아니라 학원을 해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 감사관 : “교육청 내부에 현존하는 (감사 거부가) 가장 심한 학교입니다. 교육청과 대화가 안 되는 학교였습니다.” 그런데 행정사무감사장에서 “모른다”는 답변만 다섯 번 연속 반복한 교육감의 태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물론 정 교육감은 보궐선거를 통해 지난달 17일 취임했다. 하지만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해하고 넘어가기에는 행정사무감사가 가지는 의미가 너무 크다. 행정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은 의회의 ‘존재의 이유’. 1년에 한 번 서울 시정 구석구석을 시민의 눈으로 살피고 따지는 행정사무감사는 서울시의회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지금 우촌초 정상화를 가로막고 있는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3년간 하지 못한 감사 문제 ▲공익신고자 복직 문제 ▲보복성 소송 철회 문제 등, 모두 정 교육감과 서울시교육청이 시급히 풀어야 할 숙제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한 정 교육감의 태도에 실망감을 숨기기 힘들다. 행정사무감사 전 시의회가 교육청에 요청하는 자료들을 통해서도 사전에 충분히 질의 요지를 파악할 수 있다. 게다가 이것은 정 교육감 개인의 ‘면접고사’가 아니지 않은가. 정 교육감 혼자 행정사무감사를 준비하는 게 아니라면, 다섯 번의 “모른다” 속에서 우리는 서울시교육청의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우촌초는 2021년 이후 서울시교육청의 모든 감사를 거부했다. 그럼에도 서울시교육청은 그에 대한 법적 조치는 따로 하지 않았다. 그에 대한 이소라 의원의 질의에,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이 대신 답했다. “(일광학원에 대한) 법적 조처를 검토했지만, 성북강북지원청에서 감사 거부를 이유로 형사고발한 사건이 무혐의로 처분됐습니다. 그런 사례로 비춰서 무리하게 법적 조처를 취하는 걸 조심하고 (학교 측에 감사에 응하라고) 요구를 했었습니다.”(감사관)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행정소송에서 승소한 후, 성북강북교육지원청은 지난달 16~22일 우촌초 종합감사를 진행했다.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종합감사는 2021년부터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우촌초 학교 업무 전반을 두루 살펴보는 목적의 감사다. 3년간 하지 못한 감사를 일주일 만에 해야 하기 때문에, 깊이 있는 감사를 기대하기엔 한계가 있다. 이 의원은 “교육 현장이 비리의 공간이 되면 안 된다”며, 서울시교육청에 감사TF를 구성해 철저한 감사를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은 “종합감사에서 의문점을 발견하면 추가 감사를 할 수 있다”며, “성북강북교육지원청과 상의해 만반을 준비를 하겠다”고 답했다. 조아영 기자 jjay@sherlockpress.com최규화 기자 khchoi@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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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촌초 제보자 복직 꿈 커진다… 재단 ‘최종 패소’[이상한 학교의 회장님 11화]
“내가 교육청에 가서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 선생님들 복직시킬 겁니다.” 이양기 전 우촌초(서울 성북구 돈암동 소재) 교감의 목소리에 여러 감정이 섞여 있었다. 기대와 의지, 그리고 여전한 경계심과 신중함. 해고된 우촌초 공익제보자들이 학교로 돌아갈 가능성이 열렸다. 지난달 28일 학교법인 일광학원 이사회 ‘임원취임승인취소’ 행정소송 2심이 선고됐다. 일광학원의 패소였다. 서울시교육청은 2020년 8월, 우촌초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일광학원 임원 모두의 취임 승인을 취소했다. 2006년 11월부터 2020년 1월까지 무려 13년 이상 이사회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광학원 이사회는 회의가 실제로 열리지 않았음에도 회의록을 허위 작성했고, 이사가 아닌 사람이 회의록에 대리 서명하는 방식으로 방만하게 운영돼왔다. 서울시교육청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이사회 임원의 선임도, 그들이 내린 결정도 전부 무효라고 봤다. 일광학원은 서울시교육청의 임원 취임승인 취소 결정에 불복해 즉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이 싸움은 4년 넘게 이어졌다. 일광학원은 지난 10일 ‘상고 포기서’를 제출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2019년 우촌초 최은석 교장, 이양기 교감, 유현주, 박선유 등 6명의 교직원은 ‘스마트스쿨 사업 비리’를 서울시교육청에 제보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74)이 스마트스쿨 사업의 예산을 약 24억 원으로 부풀리고, 미리 섭외한 업체가 입찰에서 선정되도록 사업에 부당 개입한 정황을 적발했다. 이 외에도 학교장 업무방해, 학교 예산 횡령 등 각종 비리가 밝혀졌다. 이규태 회장은 일광공영(현 아이지지와이코퍼레이션)을 설립한 ‘1세대’ 무기중개상이다. 그는 2015년 방산비리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이 회장은 우촌초 교직원에게 스마트스쿨 비리를 ‘옥중 지시’한 의혹을 받는다.(관련기사 : <“무릎 꿇고 빌게 될 것” 회장님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사실 이 회장은 학교에 어떤 일이든 지시할 권한이 없다. 이 회장은 우촌초 인수자이자, 우촌초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일광학원의 ‘전’ 이사장. 2015년 회계 부정으로 이미 임원취임 승인이 취소된 상태였다. 이후 일광학원 이사회는 이 회장의 지인으로 채워졌다. 스마트스쿨 비리 폭로 이후, 일광학원 이사회는 공익제보자들에게 ‘보복성 징계’를 내려 전원 해고했다. 학교에 돌아간 제보자는 이양기 전 교감이 유일하다. 나머지 공익제보자들은 5년째 복직을 기다리고 있다. 유일하게 복직한 이양기(58) 전 교감의 복직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일광학원에서 해임된 후, 국민권익위원회는 신분보장조치 결정을 내렸다. 그러자 일광학원은 ‘면직’ 카드를 꺼냈다. 다시 교원소청위원회에서 면직 취소 결정을 내렸으나, 일광학원은 행정소송으로 맞섰다. 2022년 6월 이양기 전 교감이 대법원 승소 판결을 받기까지, 2년 8개월이 걸렸다. 복직한 뒤에도 괴롭힘은 계속됐다. 학교 측은 과학전담교사를 맡은 이 전 교감에게 교무실 책상을 주지 않았다. 과학실에서 다른 교사가 수업을 하거나 방과후교실로 쓰이는 시간이 되면, 그는 늘 혼자 운동장을 돌았다. 누군가 그를 감시하고, “이양기 과학교사의 동향 추가 보고”라는 제목의 문서를 만들기도 했다.(관련기사 : <2년 반 만에 복직한 학교… 그 교사의 책상은 없었다>) “교무실에 책상을 마련해달라고 했더니, 자리가 없어서 안 된다는 거죠. 학교 입장에서는 최대한 다른 선생님들하고 접촉을 줄여야 하고, 제가 오가는 게 보이면 불편하기도 하니까, 그냥 (과학실이 있는) 별관에만 머물도록 근무 공간도 정해준 거죠.” 이 전 교감은 복직 이후 겪은 스트레스 때문에 수면장애가 생겼다. 설상가상 대상포진까지 발병했다. 결국 지난해 10월부터 두 달간 병가를 냈다. 지난 1월 병가를 마치고 복귀한 이 전 교감에게 학교 측은 징계 통지서를 내밀었다. 2023년 7월 작성된 ‘경고장’을 6개월이나 지나 통지한 것. 그는 ‘뒤늦은’ 징계 통지서를 근거로 사학수당 지급에서 제외됐다. 최은석 전 우촌초 교장(55)은 지난해부터 기간제 교사 일을 시작했다. 가족들은 서울에 남겨두고 일자리를 찾아 광주로 떠났다. 최근 경기 부천시로 학교를 다시 옮겼다. 최 전 교장은 교장직을 맡을 때부터 언젠가 평교사로 돌아갈 생각을 했지만 ‘이런 방식’이 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행정실장 직무대리였던 유현주 씨(46)의 상황도 녹록지 않았다. 징계를 받아 ‘해임’된 유 씨는 다른 학교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다. “(이 회장이) 학교에 찾아와서, (공익제보는) 없었던 걸로 넘어가 줄 테니까 (스마트스쿨 사업) 하라고 해서, 제가 안 하겠다고 했어요. 그때부터 저를 해고하고 학교 못 나오게 하고, 그다음부터 고소・고발을 하고….” 공익제보 이후, 이 회장과 일광학원은 유 씨에게 10건 이상의 보복성 고소・고발과 소송을 퍼부었다. 유 씨는 경찰서로, 검찰청으로, 법원으로 정신없이 불려다녀야 했다. 새로운 직장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 유 씨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 5년째 정신과 약을 복용 중이다. “제 40대 인생은 이 회장과 싸우면서 의미 없이 없어져버리는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 와서 포기할 수도 없고. 무조건 싸워야 하고, 무조건 직진인데, 정말 살 수 있게, 이기고 싶어요.” 심지어 유 씨는 집을 빼앗길 위험에 처하기도 했다. 2021년 일광학원은 유 씨가 허위 공익신고를 했다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고, 유 씨의 집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했다. 소송은 약 3년 만에 유 씨의 승소로 끝났다. 조만간 가압류 취소 신청서를 접수해 집 소유권을 되찾을 예정이다. 유 씨는 얼마 전 식당 서빙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고소・고발 사건이 대부분 혐의 없음 또는 불기소 처분을 받으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하지만 아직도 2건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행정실에서 함께 근무했던 박선유 씨(46)도 보복성 징계 탓에 다른 학교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처지다. 수사기관에 불려 다니고,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할 일이 많아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기 어려웠다. 박 씨는 지난해 8월부터 택배 물류센터와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박 씨는 올해 초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로 일광학원에 고소당했다. 학교에 7200만 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은 지난 6월 불송치 결정했으나, 일광학원은 다시 이의신청을 했다. 결국 지난달 검찰의 불기소처분으로 사건은 마무리됐다. 4년 만에 일광학원 측의 패소로 끝난 임원취임승인취소 행정소송. 서울시교육청은 일광학원 이사회 전체에 대한 임시이사 파견을 검토 중이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임시이사 선임을 결정하기까지 한두 달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임시이사들은 2~4년간 학교법인 이사회를 운영하며 학교 정상화를 추진하게 된다. 임시이사가 파견되면 공익제보자들이 복직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기존 이사회 임원 전원의 승인이 취소되면서 그들이 내린 결정도 없던 일이 됐다. 공익제보자들이 받은 보복성 징계 역시 무효화될 가능성이 크다. 공익제보자들은 행정소송 판결 소식에 ‘축배’를 들었다. 지난 4일 최은석, 이양기, 박선유 제보자를 만났다. 한층 밝아진 표정이었다. 하지만 복직에 대한 기대를 애써 감추려는 것처럼, 분위기는 비교적 차분했다. “신랑이 언제 복직하냐고 묻는 거예요. 내년 3월 신학기까지 복직 못하면 저도 학교로 돌아갈 마음은 접으려고요.” 기대가 크면 그만큼 실망도 크기 때문일까. 박선유 씨는 언제 복직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 지쳐 있었다. “앞으로 임시이사 선임이 정말 중요합니다. 복직 절차도 계속 알아보고 있어요. 하루빨리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왔으면 합니다.” 이양기 전 교감은 공익제보자들 복직에 마지막 힘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아직 복직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학교법인 정상화 절차를 잘 지켜봐야 한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두 가지. 이규태 회장을 포함한 12명은 스마트스쿨 비리 혐의로 2021년 12월 기소됐다. 1심 재판만 약 2년 9개월째 진행 중이다. 누구에게 어떤 잘못이 있는지 낱낱이 밝혀지고, 그에 합당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남은 하나는 공익제보자들이 학교로 돌아가는 일. 5년 동안 공익제보자들은 그날만을 기다렸다. 이양기 전 교감은 동료들의 복직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언젠가 좋은 시절이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셜록은 지난 1월 이 회장과 일광학원 측 반론을 듣기 위해 우편∙전화∙문자 메시지∙방문 등 23차례나 접촉했지만 아무 답변도 받지 못했다. 이 회장은 내내 무대응으로 일관하다가, 보도가 시작되니 지난 4월 기자를 고소했다. 사유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등’이다. 고소 사건은 지난달 ‘불송치(혐의없음)’결정으로 마무리됐다.(관련기사 : <이규태 회장은 셜록의 입을 막지 못했다>) 조아영 기자 jjay@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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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회장은 셜록의 입을 막지 못했다 [이상한 학교의 회장님 10화]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74)을 만났다. 지난 30일 이 회장은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우촌초 ‘스마트스쿨’ 사업 비리에 관한 업무상횡령, 강요죄 등 혐의를 받고 있다.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재판이 끝나고, 법정을 나서는 이 회장에게 물었다. “회장님이 고소하신 내용 무혐의 나온 거 알고 계시죠? 스마트스쿨 비리 보도한 기자들 계속 고소하시는데, 이유가 뭔가요?”“….” “반론 취재에 응하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까?”“….” 회장님은 침묵을 지켰다. 법원 건물을 나서자, 한 남자는 이 회장의 머리 위로 우산을 펼쳐 그늘을 만들었다. 회장님은 기자의 연이은 질문에도 오직 앞만 보고 걸었다. 회장님은 의전을 받으며 벤츠 마이바흐 차량에 탈 때까지, 기자의 질문에는 한 마디도 답하지 않았다. 이 회장이 늘 이렇게 말이 없었던 건 아니다. 이 회장은 지난 5월, 역시 서울북부지법에서 만난 나에게 경고했다. “(도를) 지나치지 마세요. 후회하지 마시고.” 그의 경고는 빈말이 아니었다. 이 회장은 나를 경찰에 고소했다. 사유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등’이다. 하지만 사건은 지난달 ‘불송치(혐의없음)’ 결정으로 끝났다. 고소장을 받은 지 4개월 만이다.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이 회장의 악연(?)은 지난 1월 시작됐다. 셜록은 ‘이상한 학교의 회장님’ 프로젝트를 통해 이 회장의 비리 의혹을 보도했다. 학교법인 일광학원을 설립하고 우촌초등학교를 인수한 이 회장. 그는 우촌초 스마트스쿨 사업 예산을 약 24억 원으로 부풀리고, 미리 섭외된 업체가 입찰되도록 ‘옥중 지시’한 의혹을 받고 있다. 2019년 교직원 6명이 서울시교육청에 비리를 제보하면서 사업은 무산됐다. 하지만 제보자들은 보복성 징계를 받고 학교에서 쫓겨났다. 지난한 소송 끝에 유일하게 복직한 이양기 전 교감은, 복직 이후에도 크고 작은 괴롭힘에 시달리고 있다. 공익제보자들을 향한 불이익은 5년째 지속되는 중이다.(관련기사 : <“무릎 꿇고 빌게 될 것” 회장님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이 회장과 일광학원 측은 자신들에게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에게 ‘고소 공격’을 퍼부었다. 공익제보자들은 물론, 스마트스쿨 의혹을 보도한 방송사 기자들도 고소장을 피할 수 없었다. 이 회장은 서울시교육청 감사관도 고소한 바 있다. 이른바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허물을 감추기 위해 법을 무기 삼아 휘두르는 모습.언론 보도에서 비일비재하게 접하는 소식이다. 내게도 법을 들먹이며 경고를 날리던 ‘회장님’, ‘대표님’들은 이규태 회장 말고 더 있었다. 지난 4월 보도한 ‘사채왕과 새마을금고’의 주인공 김상욱.(관련기사 : <새마을금고 뱅크런의 진실, ‘사채왕 리스트’에 있다>) 지난 7월 그의 재판을 방청하러 갔다. 법정 밖에서 만난 그의 변호인은 말했다. “셜록 기자들, 고소했습니다!” 김상욱이 구속되기 전, 그는 셜록에게 “나도 피해자”라며 언성을 높이다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다시 통화를 시도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대신 문자 메시지 한 통을 보내왔다. 김상욱 일당의 ‘아지트’이자, 자기 아들이 운영하는 카페에 찾아온다면 “건조물 침입 등으로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인천국제수산물타운 상가분양 피해 문제를 알린 ‘유령타운의 비명’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역시나 비슷한 일이 있었다.(관련기사 : <‘축구장 4배’ 유령타운… “어시장에 바닷물도 안 나왔다”>) 인천국제수산물타운 시행사 대표의 입장을 묻기 위해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첫 번째 기사가 보도된 뒤, 시행사 대표는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기사를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언론중재위원회나,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을 운운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규태 회장도 마찬가지다. 지난 1월 이 회장과 일광학원 측 반론을 듣기 위해 우편∙전화∙문자 메시지∙방문 등 23차례나 접촉했지만 아무 답변도 받지 못했다. 이 회장은 내내 무대응으로 일관하다가, 보도가 시작되니 명예훼손으로 나를 고소했다. 혹시라도 조사 결과 기소라도 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것이고, 이번처럼 ‘혐의 없음’으로 끝난다 해도 이들에게는 손해볼 게 없는 장사다. 조사를 받으러 경찰서를 오고 가면서 ‘피의자’들이 받을 심리적인 압박만으로도 상대를 충분히 괴롭힐 수 있으니까. “일광학원은 공익제보자들에게 반복적인 부당징계를 내리고 민·형사고소를 진행했으며, 우촌초등학교를 감사한 서울특별시교육청 측에도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일광학원의 비리 사실을 보도한 언론사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는 등 집요한 보복행위를 반복해 왔다. 이번 고소 역시 공익제보에 대한 보복행위 및 입막음 소송의 일환으로 판단된다.”(지난 7월 10일 참여연대 논평) 다시 8월 30일 서울북부지법 법정 앞. 이규태 회장은 재판이 끝나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회장과 함께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한 우촌초 교직원이 말했다. “회장님, 어디로 가세요? 저 학교 갈 거니까 이렇게 같이 (가시죠).” 이 회장은 현재 일광학원이나 우촌초에 아무 직책이 없다. 2015년 임원취임 승인이 취소되면서 이사장직을 박탈당했다. 공식적으로 학교와 아무 관련 없는 ‘외부인’인 이 회장이 여전히 우촌초에 드나드는 걸로 짐작할 수 있는 대화다. 이 회장은 드나드는 학교에, 정작 ‘들어가야 할 사람들’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 바로 우촌초 공익제보자들이다. 최은석 전 교장, 이양기 전 교감, 전 교직원 유현주, 박선유 씨. 이 중 지금 학교로 복직한 사람은 이양기 전 교감이 유일하다.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행정소송이 진행되는 등, 다른 이들도 복직을 바라고 있다. 지난 7월 15일 시사저널은 이규태 회장을 인터뷰하고, <[단독인터뷰] 사학비리로 낙인찍힌 ‘클라라 회장’…”혐의 벗을 근거 있다”> 기사를 보도했다. “2018년 11월 출소 후 언론과 공식 대면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는 해당 인터뷰에서, 이 회장은 “학교를 믿고 따르는 구성원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억울한 부분을 소명하고 싶습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의 발언을 인용한 기사의 첫 문장은 이렇다. “사실 여부를 떠나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누구를 향한 사과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이 회장이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면, 그 말을 제일 먼저 들어야 할 사람은 분명히 정해져 있다. 아직도 온갖 소송과 재판으로 법원을 드나들며, 학교로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는 공익제보자들. 오늘(4일)은 우촌초 공익제보자들이 스마트스쿨 비리를 폭로한 지 1947일째 되는 날이다. 조아영 기자 jjay@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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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이규태 회장, 셜록 기자 고소는 입막음용” [이상한 학교의 회장님 9화]
“일광학원 전 이사장(이규태 회장) 측은 지속적인 반론 취재 요청에도 응하고 있지 않다가 기자를 고소했다. 이는 언론에 대한 압박이자 입막음이다.” (참여연대 보도자료, 2024. 7. 10.)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74)이 진실탐사그룹 셜록 기자를 고소한 사건에 대해, 참여연대가 ‘불송치 처분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 회장은 ‘우촌초등학교의 스마트스쿨 사업 비리 행위를 지시하고, 이를 고발한 공익제보자들을 5년간 괴롭히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회장은 이를 보도한 셜록 기자와 프레시안 기자를 지난 4월 고소했다. 사유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등’이다. 참여연대는 이에 대해 “입막음용 소송의 일환”이라며, 불송치 처분 의견서를 9일 서대문경찰서에 제출했다. 이 회장은 서울 성북구 소재 사립초등학교인 우촌초 인수자이자, 우촌초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일광학원의 전 이사장이다. 우촌초는 대한민국에서 학비가 가장 비싼 사립초등학교로 유명하다. 2022년 기준 학부모 부담금은 연간 1468만 원에 달한다. 2019년 우촌초 최은석 교장, 이양기 교감 등 6명의 교직원은 우촌초 스마트스쿨 사업 비리를 서울시교육청에 제보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 회장이 스마트스쿨 사업의 예산을 약 24억 원으로 부풀리고, 미리 섭외한 업체가 입찰에서 선정되록 사업에 부당 개입한 정황을 적발했다. 이외에도 학교장 업무방해, 학교예산 횡령 등 각종 비리가 밝혀졌다. 이 회장과 일광학원의 비리를 세상에 알린 공익제보자들은 2022년 참여연대 ‘올해의 공익제보자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일광학원 측은 공익제보자들에게 반복적인 징계를 내리고, 고소와 소송을 진행했다. 공익제보자들은 5년째 이 회장과 일광학원 측의 보복성 소송에 시달리고 있다. 해고 이후 아직 학교로 복직하지 못한 이들도 있고, 힘든 법적 다툼 끝에 복직한 교직원은 또 지속적인 따돌림과 불이익에 시달려야 했다.(관련기사 : 2년 반 만에 복직한 학교… 그 교사의 책상은 없었다) 셜록은 지난 1월부터 공익제보자들을 향한 이 회장과 일광학원의 지속적인 괴롭힘을 보도해왔다.(관련기사 : “무릎 꿇고 빌게 될 것” 회장님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취재 과정에서 이 회장과 일광학원의 입장을 듣기 위해 23차례나 반론 취재를 시도했으나, 돌아온 답변은 ‘무응답’이었다. “형법 제310조는 “(명예훼손)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 그 보도 내용 역시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우촌초등학교 스마트스쿨 비리 관련 공익제보자들이 받고 있는 부당한 불이익조치에 관한 것이었기에, 이 보도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임이 분명하다.”(참여연대 보도자료, 2024. 7. 10.) 참여연대는 이 회장의 고소 사건이 명예훼손에 성립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기사는 서울시교육청의 감사 결과와 공익제보자들을 포함한 다양한 취재원과의 인터뷰, 관련 소송 공소장 등의 자료를 기반으로 작성된 점을 근거로 삼았다. 또한 공익제보자 보호라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작성됐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이 회장의 고소장 접수에 앞서, 지난 2월 일광학원은 셜록의 기사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한 바 있다. 일광학원 측은 ▲3000만 원의 손해배상 ▲해당 기사의 열람·검색 차단 ▲정정보도문 게재를 요구했다. 1차 조정기일에는 일광학원 측이 출석하지 않았고, 2차 조정기일 결과 ‘조정 불성립’으로 마무리됐다. “일광학원 비리 사실을 보도한 언론사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는 등 집요한 보복행위를 반복해왔다. 이번 고소 역시 공익제보에 대한 보복행위 및 입막음 소송의 일환으로 판단된다.” (참여연대 보도자료, 2024. 7. 10.) 이 회장과 일광학원이 언론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들은 2019년 우촌초 스마트스쿨 비리를 처음 보도한 방송사 기자들을 고소하고,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한 바 있다. 심지어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에게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일광학원의 패소로 끝났다. 참여연대는 “일광학원 및 전 이사장과 관련된 취재 및 보도가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두 기자에게 불송치처분을 내려줄 것”을 서대문경찰서에 요청했다. 한편, 셜록과 참여연대는 지난 1월 17일 학교법인 일광학원의 전 이사장 2명을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부패방지권익위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현재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조아영 기자 jjay@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부정부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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