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관저 차벽 농성 끝에 체포[윤석열을 감옥으로]
윤석열이 체포됐다. 현직 대통령 체포는 헌정 사상 최초다. 혐의는 내란 수괴(우두머리). 12.3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44일 만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 특별수사단으로 꾸려진 공조수사본부(공조본)는 15일 오전 10시 33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공조본은 당일 오전 4시 대통령 관저 앞에 도착했지만, 대통령경호처 차벽에 막혀 2시간 넘게 대치를 이어갔다. 공조본은 오전 7시 30분쯤 사다리를 이용해 경호처 차벽으로 구성된 1차 저지선을 통과했다. 공조본은 1차 저지선을 통과한 지 약 20분 만에 2차 저지선도 통과했다. 2차 저지선에 설치된 차벽은 우회하는 방식으로 통과했다. 이 과정에서 경호처의 별다른 저항은 없었다. 공조본은 오전 8시경 3차 저지선을 뚫고 관저 내부로 진입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부장검사를 포함해 검사들이 관저동 안으로 들어가 체포영장 집행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후 약 2시간의 대치 끝에, 오전 10시 33분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집행됐다. 공수처는 오전 8시 35분경 박종준 전 대통령경호처장 사퇴 이후 직무대행을 맡은 김성훈 대통령 경호처 차장도 체포했다. 김 차장은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조사를 위한 경찰의 수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해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이날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수십 명이 대통령 관저 입구 앞에 모여 ‘체포 저지’ 인간띠를 만들기도 했다. 국민의힘 국회의원 30여 명은 오전 5시 45분경 관저 입구 앞에서 5~6줄로 스크럼을 짜고 “불법 체포”를 외치며 체포 영장 집행을 방해했다. 김기현, 나경원, 윤상현, 박대출, 이상휘, 강명구, 조배숙, 조지연, 이만희, 성일종, 이철규, 정희용, 김정재, 정점식, 권영진, 이종욱, 강승규, 박성민, 구자근, 유상범, 장동혁, 김위상 의원 등이 모였다. 앞서 공수처와 경찰은 지난 3일 윤석열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지만, 대통령경호처와 약 5시간 30분 대치 끝에 집행을 중단한 바 있다. 공수처는 지난 6일 체포‧수색영장의 유효기간 연장을 법원에 재청구했고, 이에 유효기간은 오는 21일까지로 연장됐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세 차례 출석요구에 불응하자, 법원에 체포‧수색영장을 청구했다. 윤석열은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0시 30분경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국회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언론과 출판의 통제를 선언한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도 발표됐다. 무장한 계엄군이 국회로 진입했고, 군용 헬기가 국회의사당 상공을 돌았다. 국민 대다수가 이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윤석열의 혐의는 이미 상당 부분 드러났다. 검찰이 공개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공소 관련 보도참고자료에선, 피고인 김용현보다 윤석열이 더 많이 언급됐다. 피고인 호칭은 26번 언급된 반면, 대통령은 그에 두 배에 달하는 50번 정도 언급된다. 김용현의 공소장에선 ‘대통령 윤석열’이 100차례 이상 언급된다. 김용현 공소장에 따르면, 계엄 당일 윤석열은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를 막기 위해 치밀하게 움직였다. 먼저, 육군특전사령부(특전사),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 등 군인을 동원해 국회 출입을 통제했다.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수차례 전화해 이렇게 지시하기도 했다. “조 청장, 국회 들어가려는 국회의원들 다 체포해, 잡아들여, 불법이야, 국회의원들 다 포고령 위반이야, 체포해,” 윤석열은 아예 국회의원들을 본회의장에서 끌어내려 시도했다.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라”는 등 무력 진압도 서슴없이 지시했다. 국회 주변에서 현장을 지휘 중인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에게 전화해 이렇게 말했다. “아직도 못 들어갔어?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업고 나오라고 해.”“아직도 못 갔냐, 뭐하고 있냐, 문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된 이후에도, 윤석열의 위법한 지시는 멈추지 않았다. 윤석열은 이진우 사령관에게 다시 전화해 ‘2차 계엄’을 시사하기도 했다. “국회의원이 190명 들어왔다는데 실제로 190명이 들어왔다는 것은 확인도 안 되는 거고.”“그러니까 내가 계엄 선포되기 전에 병력을 움직여야 한다고했는데 다들 반대해서.”“해제됐다 하더라도 내가 2번, 3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는거니까 계속 진행해.“ 이뿐만이 아니었다. 주요 인물들에 대한 체포조 편성도 이뤄졌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방송인 김어준 등 14명에 대한 체포를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에게 지시했다. 대통령은 이들 주요 인사들을 체포하기 위해 홍◯◯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이렇게 지시하기도 했다.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 국가정보원에도 대공수사권 줄 테니까 우선 방첩사를 도와 지원해, 자금이면 자금 인력이면 인력 무조건 도와.” 방첩사가 이들 주요 인사들을 수방사 지하 B1벙커로 구금하려 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특히,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 3명을 최우선 체포대상자로 선정했는데, 최◯◯ 방첩사 수사단 소령은 이들을 수방사로 구금하기 위해 방첩사 출동조에게 “포승줄 및 수갑을 이용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사실도 밝혀졌다. 선관위 장악 시도도 있었다. 김용현 전 장관의 지시에 따라, 방첩사‧특전사 병력이 선관위로 출동해 서버 반출을 시도했다. 선관위 전산자료를 영장 없이 압수하려 시도한 것이다. 정보사 병력들은 선관위 직원들을 대상으로 체포도 시도했다. 이들은 선관위 직원을 체포하기 위해 송곳, 안대, 포승줄, 케이블타이, 야구방망이, 망치 등 무력을 사용할 수 있는 도구를 준비하기도 했다. 예상과 다르게, 윤석열은 12.3 내란을 치밀하게 준비한 걸로 보인다. 적어도 지난해 3월부터 비상계엄을 염두에 두고 군대 고위 간부들과 논의를 이어온 걸로 확인됐다. 윤석열은 2024년 3월경 삼청동 안가에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 여인형 방첩사령관 등을 만나 “비상대권을 통해 헤쳐 나가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같은해 5월경엔 “비상대권이나 비상조치가 아니면 나라를 정상화할 방법이 없는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같은 해 8월경엔 정치인과 민주노총 관련자들을 언급하면서, “현재 사법체계 하에서는 이런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비상조치권을 사용하여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내란 준비는 같은 해 11월경부터 시작됐다.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은 11월 24일부터 12월 1일까지 계엄 선포문, 대국민 담화문, 포고령 초안을 작성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군기무사령부 주도로 작성된 계엄령 문건과 과거에 발령되었던 비상계엄 하에서의 포고령 등을 참고했다. 검찰 12·3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는 윤석열의 행위를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인 국회, 국회의원, 선관위를 강압하여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국헌문란의 결과를 초래할 원인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공수처는 윤석열을 정부과천청사 5동 공수처 건물로 데려와 조사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체포 시점부터 48시간 안에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48시간 동안 윤석열 대통령이 구금될 장소는 경기 의왕시에 위치한 서울구치소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