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수익률 뻥튀기에 월세 먹튀까지… 피해자 두 번 울렸다 [유령타운의 비명 2화]
똑똑한 눈이 달려서 자기 자리를 알아서 찾아간다는 돈. 그 종착지는 언제나 건물주의 주머니였다. 서울 동대문・남대문에서 옷 장사를 하며 30대를 보낸 김용균(48) 씨의 경험에 따르면 그렇다. ‘건물주 되는 게 어렵다면, 점포 주인이라도 되자!’ 김 씨는 자영업을 접고 발전소 협력업체에서 석탄관리 일을 하면서도 ‘점포 주인’이란 꿈을 접지 않았다. 직장에 다니면서 부동산경매 학원에 다닌 것도 그 때문이다. 저금리 시대에 서울 아파트 값이 폭등하는 등 너도나도 부동산 투자에 뛰어들던 2017년. 직장 동료가 “상가 분양을 알아본다”며 김 씨에게 함께 임장(현장방문)을 가자고 제안했다. 마침 아파트형 공장, 지식산업센터 등 상가 분양이 유행을 타기도 했다. 그렇게 찾아간 곳이 인천국제수산물타운 분양사무실이었다. 인천국제수산물타운 사업지는 인천 서쪽 끄트머리, 중구 연안부두에 위치했다. 소월미도로 가는 항구 근처 공단 밀집 지역이다. 축구장 4개 크기로 지어진다는 인천국제수산물타운은 4개동 802개 호실의 대규모 상가였다. “압도적인 빅 체인지가 시작된다. 인천국제수산물타운”“희소가치가 높은 공실률 없는 특수상가”“인천구도심 재생사업 등 다양한 대규모 개발비전의 중심”“연 수익률 12.44%” 분양사무실에 놓인 홍보 팸플릿 문구가 김 씨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인천국제수산물타운 1.5평(전용면적 4.42㎡)짜리 점포 분양가는 1억 2000만 원. 홍보물에 나온 수익률을 적용하면, 월세로만 100만 원 이상 기대됐다. ‘홍보물이 다소 과장됐더라도, 월세 70~80만 원은 받을 수 있겠는데?’ 김 씨는 “꽤 괜찮은 노후 대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쉽게 뛰어들 일은 아니었다. 인천국제수산물타운 부지에서 약 800m 떨어진 인천종합어시장이 마음에 걸렸다. 김 씨는 다시 한번 발품을 팔아 인천종합어시장으로 향했다. 1977년에 지어진 어시장은 500개 호실로 규모는 컸으나 낡고 오래돼 이용이 불편했다. 특히 주차 시설이 좋지 않았다. 김 씨는 회를 사먹으며 직접 상인들을 인터뷰했다. 인천종합어시장의 월세는 최소 180만 원. “우리야 장사 잘되고, 월세 낮으면 얼마든지 가게를 옮길 마음이 있지!” 김 씨는 직접 만든 명함을 상인들에게 건넸다. 그는 “인천국제수산물타운이 준공되면 다른 곳보다 월세를 싸게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쯤 했으면, 현장조사는 끝. 김 씨는 2017년 11월 상가 분양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김 씨는 분양금 1억 2000만 원 중 4900만 원은 대출로 충당했다. 수산물타운 준공이 끝나면, 드디어 월세 내던 사람에서 받는 사람으로 전환. 꿈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동대문시장에서 도매 경험이 없었다면 상가 분양을 안 받았을 텐데… 이제 와서 많이 후회하고 있습니다.” 인천국제수산물타운은 802개 호실 중에서 512개만 분양됐다. 미분양률은 약 36%. 그 후유증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상가 대부분은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텅 빈 상태다. 상인도 없고 손님도 없고 물고기도 없으니, 그야말로 이름만 ‘수산물타운’인 셈이다.(관련기사 : ‘축구장 4배’ 유령타운… “어시장에 바닷물도 안 나왔다”) “인천국제수산물타운은 임차인 구해달라고 해도 저희가 중개를 안 해요. 이미 분양 단계부터 망한 자리예요.” 지난 6월 현장을 찾은 기자에게 인근의 한 부동산 중개인은 이렇게 말했다. “이 동네에 오래된 인천종합어시장이 있잖아요. 아파트단지 근처에 있어서 접근성도 좋잖아요. 누가 차 타고 거기(인천국제수산물타운)까지 나가겠어요.” 김용균의 현장조사와 예측이 크게 빗나간 상황. 인천종합어시장은 지은 지 50년이 다 돼가지만, 아직 재개발 계획은 정해진 바가 없다. 설령 재개발한다 해도 그쪽 상인들이 모두 인천국제수산물타운으로 이전한다는 보장도 없다. 사실 김 씨가 분양사무실에서 들었던 “예상 수익률 12%”는 터무니없는 이야기였다. 시행사는 예상 수익률을 지나치게 부풀려 2017년 12월 공정거래위원회의 ‘경고 조치’를 받았다. 한마디로 허위・과장광고였다. 건물의 준공 예정일은 2019년 10월이었다. 하지만 건물 사용승인은 5개월이 더 지난 2020년 3월 27일에야 떨어졌다. 그런데 그때도 장사는 불가능했다. 어시장에 바닷물(해수)이 나오지 않았다. 바닷물 공급 펌프에 모터가 설치되지 않은 채 준공이 떨어진 거였다. 시설 공사는 2020년 12월에야 마무리됐다. 처음 약속한 준공 예정일에서 1년 하고도 2개월이 더 지나서였다. 김용균 씨는 임차인을 못 구해 골머리를 앓았다. 월세 수입은커녕 매달 대출금 이자만 내고 있다. 이른 시일 내 시장 정상화도 기대하기 어려웠다. 이때 시행사 대표가 김 씨에게 달콤한 제안을 했다. “분양받은 상가를 저한테 임대해주십시오. 제가 상가 정상화를 위해서 노력해보겠습니다.” 임대 조건은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54만 원. 첫 3개월 무상임차 단서가 있었지만, 김 씨에겐 거부할 일이 아니었다. 김 씨는 임대차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임대차 기간은 2020년 8월부터 2025년 8월까지. 시행사 대표는 법인 ‘인천연안수산시장농축산복합’을 만들어 4개 동 1층 수분양자들에게 점포를 빌렸다. 월세만 들어온다면 점포 주인들에게는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월세요? 지금까지 밀린 거 다 필요 없으니까, 시행사 대표가 빨리 (상가에서) 나가면 좋겠습니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김 씨가 분양받은 상가가 있는 인천국제수산물타운 A동으로 가봤다. 인천국제수산물타운의 유일한 수산물 판매업체가 영업 중이었다. 손님은 나 한 명이었다. 점심 때 한 번, 다른 날 저녁 때 또 한 번 방문했지만 사정은 똑같았다. 어쨌든 영업 중이니 분명 임대료를 낼 터. 하지만 여기에도 꼼수가 있었다. 수산물 판매업체는 시행사 대표와 임의로 이중 임대차계약을 맺고 들어왔다. 김 씨를 비롯해 상가분양 피해자들은 지금까지 2개월 치 임대료밖에 받지 못했다. 시행사 대표에게 임대료를 달라고 내용증명을 보냈지만, 돌아오는 답은 “상가 활성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코로나 때문에 힘들다” 등이 전부였다. 김 씨를 포함 상가분양 피해자 68명은 법원으로 향했다. 이들은 2021년 9월 시행사 대표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밀린 임대료를 지급하고 상가를 비워달라는 요구다. “(시행사 대표는) 이 사건 각 상가를 해당 원고들(상가분양 피해자)에게 인도할 의무를 부담하는 외에 미납 차임 및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 또는 손해배상을 할 의무가 있으므로 (…)” (건물 인도 소송 1심 판결문, 2022. 10. 14.) 상가분양 피해자들은 지난 5월 결국 승소했다. 대법원까지 2년 4개월이나 걸린 긴 싸움이었다. 하지만 시행사 대표는 여전히 임대료를 주지 않고 있다. A동 1층 수산물 판매업체는 지금도 영업 중이다. 허위・과장광고에 당한 상가분양 피해자들은, 시행사 대표에게 다시 한번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시행사 대표가 ‘알 박기’ 식으로 버티는 동안, 그의 아들은 시행사 명의 A동 4층 상가에 대형 카페를 차려 장사를 하고 있다. 상가분양 피해자들은 법원에 수산물 판매업체 카드 매출채권 가압류를 신청했다. 법원은 신청을 받아들였다. 그러자 시행사 대표는 수산물 판매업체의 카드 단말기를 자기 아들 사업자 명의 기계로 바꿔치기했다. 상가분양 피해자들은 시행사 대표와 그의 아들을 ‘강제집행면탈’ 혐의로 2022년 고소했다. 강제집행면탈이란, 강제집행을 피하고자 고의로 재산을 숨기는 등 행위를 말한다. 경찰 수사 결과는 2년째 나오지 않고 있다. 이렇게, 상가주인이 되겠다는 김 씨의 꿈은 인천 연안부두 바닷가에서 침몰하고 말았다. “아이들과 우리 부부 노후를 생각해서 시작한 일인데, 제 공부가 부족했나 봅니다.” 인천국제수산물타운은 해결이 난망한 ‘부실 PF(프로젝트 파이낸싱)’ 현장이다. 대규모 미분양과 공실 사태, 물고기와 비린내 없는 축구장 4개 규모의 ‘유령타운’이 그걸 증명한다. 시행사는 2020년 인천국제수산물타운 미분양 상가 등을 담보로 제2금융권에서 약 480억 원을 대출받았다. 건축 과정에서 받은 PF 대금을 갚기 위해 추가 대출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대출금은 2022년 3월부터 연체됐다. 시행사는 지방세 등 6억 원가량을 체납했다. 시행사 소유의 일부 상가는 압류된 상태다. 하지만 시행사 대표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김 씨 등이 제기한 소송 외에도, 분양대금반환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가 더 있다. 그 소송 역시 시행사 측이 패소했지만, 위약금은커녕 분양대금 원금조차 갚지 않고 버티고 있다. 현행법상 분양 과정에서 허위・과장광고에 대한 형사 책임을 묻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연안부두 국제수산물타운 소유자 모임’ 커뮤니티에 가입한 피해자만 340여 명. 피해자는 이들만이 아니다. 세금 체납은 공공의 피해로 이어진다. 인천국제수산물타운을 담보로 수백억 원의 돈을 댄 금융권 역시 부실채권을 떠안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인천 중구청은 인천국제수산물타운의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구청 관계자는 “손님이 없어 공실 상가가 된 건 소비자 선택의 영역이다, 관에서 공실 상가에 대해 지원하거나 해결해줄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지난달 12일과 16일 시행사 대표의 반론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다.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인천국제수산물타운의 준공 인허가 과정의 문제와 예상 수익률 과대광고 등에 관해 묻고자 문자 메시지를 남겼지만, 답신 역시 없었다. 조아영 기자 jjay@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경제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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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 4배’ 유령타운… “어시장에 바닷물도 안 나왔다” [유령타운의 비명 1화]
서해 바다 위로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차를 달렸다. 도착한 곳은 인천 연안부두에 위치한 인천국제수산물타운(인천 중구 항동). 차를 몰고 A동 지하주차장에 진입했다. 지하 1층은 주차공간이 좁았다. 한 층 더 내려갔다. 곳곳에 주차 자리가 비어 있었다. 수상한 차량이 눈에 들어왔다. 번호판이 없는 외제차였다. 틀림없이 이런 차가 더 있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더 아래로 내려갔다. 지하 3층 주차장에 진입하자 마주친 건 빨간색 포르쉐 스포츠카. 역시 번호판은 없었다. 국적을 알 수 없는 외국인 여성이 스포츠카 옆에서 얄궂은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두 남성은 그 모습을 카메라로 촬영 중이었다. 차를 돌려 빠져나가기 위해 주차장 안쪽으로 더 들어갔다. 얼마 못 가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 막혔다. 주차장 통로까지 번호판 없는 차들이 빼곡히 주차돼 있었다. ‘수산물타운’ 주차장에서 목격할 거라곤 예상하지 못한 의아한 장면의 연속. “어디 찾아오셨어요?”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경계하며 물었다. 수산물타운에 왔다고 답하자, 남성은 인상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여기 차 못 돌려요. 후진해서 나가세요.” 번호판 없는 외제차들은 선적을 기다리는 수출용 중고차로 보였다. ‘수산물타운’ 주차장에 횟감을 사러온 손님들의 차량 대신 선적 대기 중고차로 짐작되는 차량만 가득한 상황. ‘국내 최대’를 자랑하던 인천국제수산물타운에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졌음이 틀림없다. 인천국제수산물타운은 축구장 4개 크기, 연면적 5만 7550㎡ 규모의 초대형 상가다. 지하 3층, 지상 4층으로 규모로 4개동, 전체 802개 호실로 구성됐다. 분양대행업체에 따르면, 건물 외형을 지어올리는 데만 약 1800억 원이 들었다. 그날 저녁 인천국제수산물타운을 찾아간 이유는 지난 5월 도착한 제보 메일 한 통 때문이다. “억울함과 허탈한 마음에 용기 내어 글을 작성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건물 준공이 완료됐지만 4년째 대부분 공실로 수분양자(상가를 분양받은 사람)의 고통만 남겨졌습니다.” 인천국제수산물타운?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그곳 이름을 넣어보니, 몇 년 전 발행된 기사들이 먼저 뜬다. <인천 항동에 들어서는 초대형 수산물 테마파크><국내 최대 어시장… 수익률 ‘살아있네’> 각동 1층에는 수산물 도・소매점, 2층에는 활어 전문 식당, 3~4층에는 노래방, 카페, 스크린골프장, 찜질방, 공연장 등이 생긴다는 소식이었다. 기사들은 하나같이 ‘장밋빛 미래’를 노래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보자 서희성(42) 씨가 이야기한 현실은 장밋빛이 아니라 잿빛이었다. “국내 최대 어시장”의 실제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인천국제수산물타운을 찾아갔다. 소월미도로 가는 항구 근처 공단지역. 인근에는 물류회사 간판이 붙은 컨테이너가 쌓여 있었다. ‘축구장 4개 규모’ 인천국제수산물타운은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거대했다. 건물을 한 바퀴 돌아봤다. 이상했다. 한 바퀴를 다 돌아도 비린내가 나지 않았다. A, B, C, D동으로 구분된 건물 내부 역시 대부분 불이 꺼져 있었다. B동 1층으로 들어갔다. 565평(1864.69㎡)이나 되는 상가 내부는 깜깜했다. 퀴퀴한 먼지 냄새가 풍겼다. 천장에는 “행사코너”, “제철코너” 등이 적힌 간판이 매달려 있었다. 수조와 수산물 판매대 위에는 먼지만 가득했다. 수조 뒤에는 에어컨 실외기 10대 정도가 놓여 있었다. 에스컬레이터는 아예 작동하지 않았다. 사람도 물고기도 보이지 않았다. 이번엔 D동으로 가봤다. 어두운 내부로 들어가자, 바로 왼쪽에 분양홍보관 사무실 위치를 알리는 가판대가 세워져 있었다. 이곳은 아예 장사를 했던 흔적조차 없었다. 상가 1층 바닥에는 구획을 나누는 흰색 선만 그려져 있었다. C동은 그나마 사정이 나았다. 1층에는 생선회를 떠와서 먹을 수 있는 식당으로 꾸며져 있었다. 캠핑용 의자와 고기 불판 설치가 가능한 식탁을 갖춘 텐트 약 20개도 보였다. 캠핑 분위기로 한껏 꾸몄으나, 여기에도 역시 손님은 없었다. 2층부터 4층까지 올라가 봤다. “주인 직접 임대, 010-XXXX-XXXX” 불 꺼진 텅 빈 상가 유리창마다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날 인천국제수산물타운에서 광어, 우럭보다 더 자주 만난 건 이런 안내문이었다. 마지막으로 A동을 찾았다. 드디어 도다리, 아나고 등 물고기가 보였다. 인천국제수산물타운의 유일한 수산물 판매업체가 1층에서 영업 중이었다. 손님은 나 한 명이었다. 날짜를 바꿔 점심 시간에도 가보고, 저녁 시간에도 가봤다. 하지만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손님은 보이지 않았다. 제보자의 말 그대로였다. 불 꺼진 건물, 텅 빈 상가, 비린내 없는 어시장, 선적 대기 중고차만 가득한 주차장. 인천국제수산물타운은 거의 ‘유령타운’이었다. “시행사가 처음부터 판을 잘못 깔았어요!” 제보자 서 씨는 인천국제수산물타운을 만든 시행사 대표에게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국제수산물타운 건축 사업은 2017년 본격 시작됐다. 서 씨는 이때 지인 소개로 1.5평(전용면적 4.42㎡) 수산물 판매대 자리 한 칸을 약 1억 6000만 원에 계약했다. 이중 8500만 원은 은행 대출로 충당했다. 시행사는 연 수익률을 ‘12%’라 광고했다. 일부 분양대행업체는 수익률을 20%까지 부풀리기도 했다. 2017년 1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허위・과장광고로 보고 경고 조치를 했지만 광고는 달라지지 않았다. “공실률 없는 특수상가 프리미엄”이라는 광고가 무색하게도,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터졌다. 미분양률은 약 36%. 서 씨가 확보한 채권 관련 자료에 따르면, 시행사 소유 미분양 호실은 총 290개다. 전체 802개 호실 중 512개만 분양됐을 뿐이다(2024년 6월 기준). 건물의 준공 예정일은 2019년 10월이었다. 준공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시행사는 4개월 뒤인 2020년 2월부터 상가 입점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그조차 말뿐이었다. 건물 사용승인은 2020년 3월 27일에야 떨어졌다. 준공 예정일로부터 5개월이나 지난 뒤였다. 인천 중구청의 건물 사용승인 후에도 장사는 불가능했다. 바로 옆이 바다인데도, 어시장에는 바닷물(해수)이 나오지 않았다. 바닷물 없는 어시장이라니. 알고 보니, 바닷물을 공급하는 펌프에 모터가 설치되지 않은 채 준공이 떨어졌다. 해수 공급 펌프는 여전히 공사 중이었다. 서 씨는 2020년 5월 인천 중구청에 민원을 넣었다. “중구청에서 건축사무소의 감리 의견을 듣고 (건물 사용) 최종 승인을 해주는 것 아닌가요? 인천국제수산물타운은 아직도 해수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어시장의 제일 중요한 해수가 안 나오면 어떻게 장사를 하나요? 현재(2020년 5월)까지 4개 동 1층의 총 500여 개 점포 중 장사를 하는 곳은 없습니다.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사용승인을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인천 중구청은 “해수 사용 등에 대해서는 건축법상 정하고 있는 사항이 아니다”라며, “입점 등에 관한 사항은 계약 당사자 간에 해결해야 할 사항”이라고 답했다. 해수 펌프 등 인천국제수산물타운의 모든 시설 공사는 2020년 12월에야 마무리됐다. 처음 약속한 준공 예정일에서 1년 하고도 2개월이 더 지나서였다. 상가를 분양받은 사람들은 그동안 임차인을 구할 수도 없었고, 직접 장사를 할 수도 없었다. 대출을 끼고 상가를 분양받은 사람들은 1년 2개월간 아무 수입 없이 이자만 낸 셈이다. 수익률을 부풀린 허위・과장광고와 대규모 미분양 사태에 이어, 바닷물도 공급되지 않는 등 1년 2개월이나 지연된 공사. 그러는 동안 인천국제수산물타운의 성패를 좌우할 ‘골든타임’은 지나가 버렸다. 서 씨는 2020년 8월 시행사에 분양계약 취소를 요구했다. 계약서에 따르면, 확정 입점 예정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입점할 수 없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제가 (시행사 대표에게) 위약금도 필요 없으니까, 계약 취소하고 원금만 달라고 했어요. 그런데도 ‘법대로 하라’고 하더라구요.” 서 씨는 한 달 뒤 시행사를 상대로 분양대금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분양대금 약 1억 6000만 원과 위약금 1600만 원 상당을 지급하라는 내용이다. 서 씨는 시행사가 확정입점 예정일, 상가의 규모, 주차장 크기, 공실률 등을 기망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서 씨의 손을 들어줬다. 시행사가 서 씨에게 분양대금과 위약금을 전부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시행사는 대법원까지 사건을 끌고 갔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대법원 최종 승소까지 걸린 시간만 2년 3개월. 그런데 서 씨는 끝내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 “법대로 하라고 해서 법으로 이겼는데, 이번엔 ‘마음대로 하라’고 하더라구요.” 시행사는 2020년 미분양 상가 등을 담보로 제2금융권에서 약 480억 원을 대출받았다. 인천국제수산물타운 건축 과정에서 받은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금을 갚기 위해 추가 대출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대출금 상환마저 2022년 3월부터 연체됐다. 시행사는 지방세 등 약 6억 원의 세금도 체납했다. 시행사 소유의 280개 호실 상가 중 일부는 압류된 상태다. 인천국제수산물타운은 유령타운을 넘어 이제 ‘시한폭탄’이 돼가는 중이다. 폭탄이 터지면 수분양자들은 물론, 금융권과 지역경제가 줄줄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서 씨는 해마다 대출 연장 기한이 돌아올 때마다 가슴을 졸인다. 대출금 8900만 원을 갚을 방법은 없는데, 시행사는 분양대금을 돌려줄 계획도 없어 보인다. “시행사 대표는 이런 말도 하더라구요. ‘어머니뻘 되는 나이 지긋한 수분양자도 (시행사에게) 상가 다시 가져라고 울고 그러는데, 당신(서 씨) 분양대금을 어떻게 돌려주느냐’고요. 어떻게 그런 말을 하는지….” 피해자는 한두 명이 아니다. ‘연안부두 국제수산물타운 소유자 모임’ 커뮤니티에 가입한 피해자만 340여 명. 상가에서 들어오는 수익은 한 푼도 없지만 대출이자는 꼬박꼬박 갚아야 한다. 분양계약을 파기하고 대금을 돌려받고자 해도 시행사는 ‘마음대로 하라’며 배짱을 부리고 있다. 한마디로 진퇴양난의 늪에 발목이 빠져 있는 상황. 인천국제수산물타운은 네 곳의 업체가 분양을 대행했다. 한 분양대행업체 대표는 “우리 회사에서만 약 900억 원의 분양 실적을 올렸다“고 말했다. 인천국제수산물타운이 언제쯤 정상화될지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렵다. 현행법상 시행사 대표에게 형사적 책임을 묻기도 “애매한” 것이 현실이다. 피해자는 수백 명, 피해금액은 수백억 원 이상으로 추정되지만, 아무도 처벌받지도 책임지지도 않았다. 지난달 12일과 16일 시행사 대표의 반론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다.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인천국제수산물타운의 준공 인허가 과정의 문제와 예상 수익률 과대광고 등에 관해 묻고자 문자 메시지를 남겼지만, 답신 역시 없었다. 조아영 기자 jjay@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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