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빌 게이츠, 당신이 틀렸습니다
제번스의 역설 “석탄 사용량은 줄지 않는다. 오히려 늘어난다" 영국의 경제학자 윌리엄 스탠리 제번스(William Stanley Jevons)는 1865년에 ‘석탄 문제(The Coal Question)’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서 그 유명한 ‘제번스의 역설'이 등장한다. 제번스가 논문을 발표할 당시 영국에선 끊임없는 석탄 사용으로 석탄 고갈 문제가 대두됐다. 당시 영국 사회에서는 제임스 와트의 증기 엔진이 총 석탄 소비량을 줄일 것이라 생각했다. 증기 엔진은 당시 석탄 효율성을 높인 최신 기술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와트의 엔진이 총석탄 소비를 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정확히 이와 반대되는 일이 일어났다. 영국의 석탄 소비가 급증했다." 이를 통해 제번스는 "효율성 개선이 비용을 절감했고 자본가들이 절감된 비용을 재투자하요 생산을 확장했기 때문임을 발견했다."1) 이러한 사실을 기반으로 제번스는 논문을 통해 “기술 발전으로 연료를 절약해 사용하면 소비량이 줄어든다는 건 완전히 착각이다. 그 반대가 진실이다.(It is wholly a confusion of ideas to suppose that the economical use of fuel is equivalent to a diminished consumption. The very contrary is the truth)”라고 반박했다. 제번스의 역설은 기술 발전과 에너지 효율성 증가의 환경 비용을 생각하게 해준다. 효율성 증가는 분명 좋은 현상이지만, 그것이 절대적 총량을 증가시킨다면 환경 오염은 늘어나기 때문이다. LED, 기후변화를 해결할 100가지 솔루션 중 하나 미국의 환경운동가이자 사업가인 ‘폴 호켄(Paul Hoken)’은 2013년부터 ‘프로젝트 다로다운(Project Drawdown)’을 기획해 이끌고 있다. 드로다운은 기후 용어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최대치가 됐다가 떨어지는 지점을 말한다.  프로젝트 드로다운 팀은 온실가스량을 저감시킬 100가지 솔루션을 발표했다. 또한, 2050년까지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 배출을 막거나 없애는지, 실현에 필요한 비용 총액, 순비용, 절감 비용 등을 계산했다. 프로젝트 드로다운 팀이 제안하는 해결책 100가지 중 하나는 LED(Light Emitting Diode)다. LED는 전류를 흘리면 발광하는 성질을 지닌 반도체로, 전기 에너지를 직접 빛 에너지로 변환할 수 있어 에너지 효율이 우수하다. 또한, 백열전구보다 90% 더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소형 형광등에 비해서는 절반쯤 되는 에너지를 사용한다. LED 가로등은 최대 70%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이런 에너지 효율성으로 LED의 기후변화 해결책 순위는 가정용이 33위, 기업용이 44위로 중상위권에 속한다. 순위가 높을수록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높은 건 당연하다. 프로젝트 드로다운 연구팀은 LED가 2050년까지 가정용 시장의 90%를, 상업용 시장의 82%를 차지한다고 전제했다. 높은 효율성을 기반으로 저효율 조명을 대체함으로써 주거권에서 7.8기가 톤, 상업권에서 5기가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막을 것이라 분석했다.2) LED의 가장 큰 장점은 수명이다. 5만 시간의 수명으로 백열등 1,000~1,500시간을 최대 50배가량 상회한다. “미국 일반 가정의 조명 평균 시용 시간은 1.6시간이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42년간 사용할 수 있다.”3) 에너지 효율이 90% 높은데, 사용 가능 시간이 50배 더 길다면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에 엄청난 이득이다. LED의 소켓 포화도 오지 않았고, 사용량도 줄지 않았다 조명 산업에는 '소켓 포화 상태'라는 용어가 있다. 수명이 짧은 전 세계의 백열전구 대부분이 소켓에서 분리되어 내구성 좋은 LED로 교체되는 시점을 묘사하는 용어다.3) 2010년에 이 소켓 포화를 목전에 뒀지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유는 소비 증가 때문이다. LED 조명의 수명 증가와 효율성 증가는 동시에 더 많은 LED 소비를 불러왔다. 이유는 안도감 때문이다. 에너지 효율성이 증가했으니, 더 사도 된다는 안도감이다. 이 안도감이 더 많은 LED 조명 소비를 불러왔다. “스위스 취리히의 고급 상점가인 반 호프스트 라세 거리에서 2010년대 후반 5년 동안 전광판이 40배 이상 늘어났다.” 가정집과 마당에서도 장식용 조명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기했다.3) 사례는 또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 난징에 위치한 국제청소년문화센터다. 난징 국제청소년문화센터에는 LED 패널이 총 70만 개가 사용됐다. 불빛은 60층 건물의 외벽을 덮고 있으며, 지상에서도 이 건물을 향해 투광 등을 쏜다. 300m 높이에 달하는 국제청소년문화센터는 하늘로 수직 상승하는 특수 LED 조명으로 인해 더 높아 보인다. 또한, 건물 소유주는 마우스 버튼을 클릭하기만 하면 색상을 변경하고 멋진 조명 쇼를 만들 수 있다. LED 조명 시장은 앞으로 더욱 성장할 것 전 세계 LED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43.6%다. 또한, 연평균 11.4%씩 성장하고 있다. 또한, 2024년부터 2032년까지는 연평균 성장률 18.34%로 더욱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성장세에는 에너지 효율이 높은 조명 시스템에 대한 수요 증가와 비용 효율적인 솔루션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 증가가 크다. IoT 플랫폼과 통합된 스마트 조명 시스템도 인기를 끌고 있어 에너지 효율성과 사용자 편의성을 향상시키고 있어, 더욱 소비가 촉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요 증가로 값싼 제품 경쟁도 늘고 있다. 그로 인한 품질 문제도 있다. 켜지는 조명이 있고, 켜지지 않는 조명이 있는 것이다. 그로 인해 “중국인들은 어떤 것은 켜지고 어떤 것은 아예 켜지지 않을 것임을 알고서 LED 전구를 킬로그램 단위로 값싸게 구매한다."3) GFZ 독일 지질학 연구소의 물리학자이자 광공해 연구원인 크리스토퍼 키바(Christoper Kyba)는 “야외 조명을 전부 LED 조명으로 교체해서 에너지 효율을 높인다 해도, 광고와 투광 조명의 총량이 늘어난다면 세계 규모나 국가 규모에서는 실제로 에너지가 그리 절약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3) 라고 말했다. LED 사례는 전형적인 제번스의 역설이다. 에너지 효율성이 높아지고, 해당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결과적으로 에너지 사용 총량이 늘어나는 것이다. 빌 게이츠, AI 전력 사용량 줄어들 것 빌 게이츠는 영국 런던에서 진행된 ‘브레이크 에너지 서밋'에서 AI로 인한 에너지 사용량 급증에 대해 “현재 AI로 인한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이 증가했지만, 추후에는 “명백히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근거는 ‘그린 프리미엄'이었다. 그린 프리미엄은 친환경 제품과 서비스, 에너지에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다. 기술 기업들이 그린 프리미엄으로 인한 높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기술 개발과 보급에 나서고, 그 결과 에너지 사용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다. 미래는 알 수 없지만, 과거를 통해 유추할 수는 있다. 석탄과 LED 사례는 빌 게이츠의 주장이 틀렸다고 말한다. 개별 에너지 사용량은 줄어들 수 있을지언정, 전체 사용량은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인류는 이미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극심한 데이터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하루에 5엑사 바이트(1018) 그러니까 정보화 산업이 시작된 시기부터 2003년까지 생산된 모든 정보의 양에 해당되는 만큼의 데이터가 생산된다.”4) 끊임없이 생산되는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데이터센터의 증설이 필요해진다. 설령 데이터센터의 개별 에너지 사용량이 줄어든다고 한들, 전체 AI 사용량의 증가로 사용량은 더욱 커질 것이다. 권력은 소비자에게 넘어갔다 더 높은 기술의 효율이 아닌, 더 많은 소비자 행동이 필요하다 빌 게이츠와 같은 사람들은 기술 발전으로 인한 효율성 증가만을 외친다. 기술 발전과 에너지 효율로 단위당 에너지 산출량이 증가해, 같은 제품도 전력 사용량이 덜 하다는 걸 강조한다. 하지만, 어디서도  전체량이 증가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효율성 증가로 친환경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외친다. 즉, 에너지 효율만 되면 지금의 환경 문제를 만드는 소비를 건드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미국 노동부 장관을 지냈던 ‘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는 책, 『슈퍼 자본주의』에서 “권력은 소비자와 투자자 쪽으로 이동했다"5)라고 말했다. 그는 자본주의 문제가 소비자와 투자자에 의해 야기됐다고 본다. 자본주의의 문제가 투자자와 소비자만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문제 생산에 동조했음에는 동의한다. 권력이 소비자 쪽으로 넘어왔다면, 자본주의 속성인 끊임없는 성장과 소비의 추구 역시 소비자들이 관여해 해결할 수 있음을 뜻한다. 가장 강력한 소비자 행동은 무분별한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제번스의 역설은, 기술 혁신으로 인한 효율성 증가로 가격이 떨어지고, 그로 인해 더 많은 소비자들이 더 많은 소비를 해 전체 에너지 사용량이 증가할 것이라는 게 핵심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소비를 줄임으로써 문제 해결에 동참할 수 있고, 보이지 않게 소비를 촉진하고, 제품의 수명을 의도적으로 줄이는 기업을 감시해야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리버모어에 있는 제6번 소방서에는 현재도 꺼지지 않고 불을 밝히는 전구가 있다. “이 전구는 1901년부터 거의 계속 불을 밝히고 있다. 2015년에는 100만 시간을 돌파하면서 기네스북에 세상에서 가장 오래 켜져 있는 전구로 등재되었다.”4)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리버모어 소방서의 전구처럼 제품을 오래도록 사용하는 것이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무분별한 소비로 제품을 갈아치우고, 새로운 제품을 계속해서 소비한다면 에너지 효율이 아무리 높아져도 제번스의 역설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부디 소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소비를 줄여나가는 소비자의 행동이 나타났으면 좋겠다. ※참고 자료※ 1) 『적을수록 풍요롭다 : 지구를 구하는 탈성장』 (제이슨 히켈/ 창비/ 2021) p.208 2) 『플랜 드로다운』 (폴 호컨/ 글항아리사이언스/ 2019) p.279p~284 3) 『디컨슈머』 (J.B 매키넌/ 문학동네 / 2023) p.98, 103, 187, 193, 194 4)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 (기욤 피트롱/ 갈라파고스 / 2023) p.113 5) 『슈퍼자본주의』 (로버트 라이시/ 김영사 / 2008) p.31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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