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윤석열은 태종, 한동훈은 세종”… 더 읽기 힘들었다 [윤석열을 감옥으로 20화]
이 시국에 교보문고에서 <73년생 한동훈>(심규진, 새빛, 2023년)을 샀다. 비상계엄 사태 후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갔다” 말을 바꾸고, 총리와의 위헌적 공동 국정운영 발표를 한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그후 ‘인간 한동훈’이 더 궁금해졌다. 고난은 서점에서부터 시작됐다. <73년생 한동훈>은 조국 전 의원이 쓴 <디케의 눈물>, 참여정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가 쓴 <노무현과 함께한 1000일> 사이에 놓여 있었다. 표지에 ‘한동훈’이 새겨진 책을 사려니 괜히 주변 눈치가 보였다. 응원봉을 든 수만의 시민이 매일 밤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를 에워싼 채 “윤석열을 탄핵하라”, “국민의힘 해체하라”를 외치는 요즘 아닌가. 책을 집어들기 전 주변부터 살폈다. 보는 사람이 없는 틈에 <73년생 한동훈>을 들고, 재빨리 계산대로 향했다. ‘계산원이 이상하게 보면 어쩌지?’ 불온서적이나 ‘19금 도서’를 사는 것도 아닌데, 자기검열이 저절로 작동하다니. 망설이다 무인계산대에서 직접 결제하는 방법을 택했다. 책을 가방에 넣고 용산역 인근 스타벅스로 향했다. 지난 11일의 일이다. 여러 사람이 함께 이용하는 카페의 넓은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73년생 한동훈>을 올려놓자, 오른쪽에 앉은 20대로 보이는 여성이 내 얼굴을 쳐다봤다. 눈빛이 이상했다. 나는 재빨리 제목이 보지 않게 책을 뒤집었다. 이번엔 옆자리 20대 여성의 눈이 책 뒷표지에 적힌 문구에 고정됐다. “2024년 한국 정치 빅뱅, 신개념 신세대 보수 한동훈이 온다!” 진퇴양난. 난 목에 두른 목도리로 풀어 책을 덮고, 음료를 주문하러 카운터로 갔다. 커피 한 잔 시켜놓고 본격적으로 인간 한동훈을 탐구하는 시간. 서점에서의 난관, 옆 사람 눈빛에서 느껴진 난처함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진정한 난해함은 책에서 튀어나왔다. 저자 심규진 스페인 IE대학교 교수는 국민의힘 산하 여의도연구원 테이터랩 실장으로 일한 적 있다. 정치적 편향은 예상했으나, 윤석열-한동훈을 향한 찬양고무가 이 정도일 줄이야. 서두에 등장하는 ‘정치인 한동훈’에 대한 설명을 보자. “강남 8학군 출신이고, 경제적, 문화적, 지성적인 결핍 없이 유복한 환경에서 바른 가치관과 반듯한 매너를 체화한 듯 보이는 그의 배경은 분명한 강점이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의 최고 아웃풋이라고 할 수 있는 지덕체를 갖췄다는 것이다.” 내용은 이렇게 이어진다. “요즘말로 풀어보자면, 비판적 지성과 젠틀한 인품, 세련된 스타일 모든 면에서 빠질 것이 없는 ‘엄친아’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너무 좋게만 쓰면 오히려 거부감이 드는 법. 계속 읽어야 하나? 일단 페이지를 더 넘겼다. 찬양에 더해 이번엔 한참이나 빗나간 예측이 독서 몰입을 방해했다. 이 책은 2023년 12월 20일 세상에 나왔다. 한국 정치가 워낙 다이내믹해 정국을 예측하는 건 어렵지만, 전문가라면 이걸 감안해 발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책이 나온 그 즈음, 윤석열-한동훈의 브로맨스는 이미 파탄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책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한동훈은 최고 권력인 대통령과의 두터운 브로맨스 서사, 1970년대생의 젊음, 이준석이 보여줬던 어떤 말싸움에도 지지 않는 민첩한 언변, 오세훈처럼 신사 같은 매너와 태도, 그리고 홍준표와 같은 확고한 이념적 선명성과 대야투쟁력을 모두 겸비하고 있다. 아마 그 자신도 누구보다 자신의 강점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한동훈은 2024년 봄부터 ‘비윤계 핵심’으로 자리매김했고, 비상계엄 사태 후 홍준표 대구시장은 입만 열면‘한동훈 탈당’을 요구하고 있다. 발간 1년도 안 돼 책 내용이 ‘올드’해지고 말았다. 심규진 교수는 “세종은 과연 아버지 태종으로부터 안전하고 무탈하게 권력을 상속받은 것일까?”라고 물으며, 윤석열을 조선시대 태종, 한동훈을 세종에 비유하면서 권력의 속성을 설명하기도 한다. 심복은 물론이고 외척까지 ‘처단’한 태종의 결단과 덕에 세종이 강력한 왕권을 기반으로 성군이 됐다는 잘 알려진 이야기. 저자는 책에 이렇게 적었다. “사실상 보수진영의 적자, 윤석열의 후계자로 입지가 굳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동훈의 차기 집권은, 역사적인 전례를 찾아 보자면, 태종의 유훈을 물려받은 보수의 ‘세종시대’를 예감케 하기도 한다.” 저자는 윤석열(태종)의 담금질을 견뎌야 한동훈(세종)이 더 좋은 정치인으로 거듭난다고 주장하는 듯한데, 조선이 아닌 대한민국의 현실은 정반대다. 윤석열은 가족을 처단하긴커녕 “아내 한 명 지키려다 나라를 말아먹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니 말이다. 심규진 교수는 ‘리더십이란 스킨십, 배신을 당하지 않는 윤’이란 챕터에서 윤석열을 이렇게 평가한다. “윤석열의 인간미는 넉넉한 낙천성에서 나오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시 9수를 해도 낙천적이었고 친구들 술자리며 결혼식 함잽이까지 다 챙겼다는 일화들은 유복하고 화목한 가정에서 좋은 교육과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난 사람 특유의 ‘안정감’을 나타내는 것 같다.” 아직 ‘어, 이게 뭐지?’ 반문하기는 이르다. 내용은 이렇게 이어진다. “술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는 사람, 먹는 거 좋아하는 사람을 미워할 수 없는 한국적 정서도 무시할 수 없다. 시장통을 다니면서 유세를 하던 윤의 시장 먹방을 보면서 뭔지 모르게 힐링되는 느낌을 받았다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면 말이다.” 책에는 이런 대목도 나온다. “아울러 윤석열이 가지고 있는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은 요리 만드는 걸 즐기는 디테일한 감수성과 센스다. 보통 꼰대를 면치 못하는 구태 정치인들은 가부장적 사고에 젖어 있고 군대식 위계 질서에 익숙해 시대 트렌드를 못 따라간다.” 이쯤 왔으면 그만 책을 덮는 게 좋지만 진도를 좀 더 나갔다. 내란수괴 윤석열 때문에 한국의 위상이 땅에 떨어진 지금, 결국 책에서 이런 내용까지 보고 말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가장 높이 올라갔을 때는 미국 순방 당시 ‘아메리칸 파이’를 부르고 영어 연설을 했을 때였다. 윤 대통령의 정확한 딕션과 화통한 발성은 대중적 관심과 호감을 증대하는 매우 큰 요소이다. 평소 영어 콤플렉스, 미국 콤플렉스가 심한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드디어 노인 대통령이 아닌 큰 국제 무대에서 당당하게 기죽지 않게 멋진 연설을 하는 대통령을 보면서 ‘국뽕’이 찬 것은 당연한 일이다.” <73년생 한동훈>을 어느 정도 읽고 스페인에 있는 저자 심규진 교수에게 인터뷰 요청 메일을 보냈다. 답장은 오지 않았다. 심 교수는 페이스북에 ‘광기의 시대’ 등의 글을 올리며 윤석열 탄핵 반대 의견을 밝히고 있다. 윤석열-한동훈의 브로맨스는 오래전에 깨졌듯이, 심 교수의 한동훈 찬양도 오래 안 갈 듯하다. 심 교수는 윤석열 탄핵을 찬성한다는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을 비판하는 글을 11일 페이스북에 올리며 이런 말도 했다. “사실상 이성적인 판단이 불가한 군중의 광기가 흘러 넘치는 이 시점에 여론재판식의 탄핵몰이에 찬성하는 것은 정치적 원칙, 도의 그리고 정치적 신뢰에 어긋나는 일이라는 점..”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는 윤석열 탄핵 찬성 의사를 밝혔다. 국회의 14일 대통령 탄핵안 표결 이후, 태종과 세종으로 비견된 윤석열-한동훈은 어떤 길을 가게 될까? 정치가 유독 다이내믹한 한국이니 예측이 쉽지 않다. 하지만 <73년생 한동훈>을 쓴 심규진 교수라면, 단순하고 간단하며 아주 거친 예측을 해버릴 것만 같다. 틀리든 맞든, 내용에 깊이가 있든 없든 말이다. 박상규 기자 comune@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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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저들의 ‘질서’를 거부한다
저들의 ‘질서’를 거부한다 ― 무질서하게 퇴진하라, 우리가 ‘새 질서’를 만들 것이다 12.3 윤석열 내란 사건 윤석열이 내란을 일으키려 했다. 2024년 12월 3일 오후 10시 30분에 불법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 헌법기관인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쳐들어간 것, 이 과정에서 수많은 국민이 공포에 떨고 다친 것, 그 여파가 대한민국을 넘어 국제 경제와 정세에까지 미친 것 모두 내란 행위다. 내란(內亂)은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나라 안에서 정권을 차지할 목적으로 벌어지는 큰 싸움”을 말한다. 법적으로는 헌법기관이 일을 못하도록 폭력을 쓰거나 두려움을 일으키는 모든 행위라고 정의할 수 있다(형법 제87조, 제89조, 제91조 2, 대법원 1997. 4. 17. 선고 96도3376 전원합의체 판결). 이것은 ‘12.3 윤석열 내란 사건’이고, 윤석열은 내란 우두머리인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서울역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에 따라 직무정지하고 처벌해야 대통령은 형법에 의해 처벌받지 않는다. 다만 내란과 외환(外患: 외적을 돕는 것) 행위를 했을 때는 예외다. 내란을 일으킨 대통령은 처벌받을 수 있고,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윤석열이 아직도 대통령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그가 여전히 국군의 최고 지휘권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시라도 빨리 윤석열이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막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운명은 태풍 앞에 놓인 등불과도 같다. 대통령은 헌법을 파괴하려고 했지만, 대통령의 권한을 정지시키고 처벌하는 것은 헌법의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게 민주공화국이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이 헌법을 어겼을 경우 국회의원의 2/3 이상이 찬성하면 대통령을 탄핵하여 그 권한을 정지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2024년 12월 7일에 ‘대통령 윤석열 탄핵안’은 투표가 이뤄지지 않아 자동으로 폐기됐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안철수, 김예지, 김상욱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105명이 모두 투표하지 않고 퇴장해버렸기 때문이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국정 수습 방안을 담은 공동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탄핵 불발, 총리와 여당대표의 권력 찬탈 시도 탄핵안을 표결하기 전에 윤석열은 자신의 임기를 포함한 정국 안정 방안을 ‘우리 당’, 즉 국민의힘에 일임하겠다고 했다. 이것이 어떤 신호와 약속이었을까! 탄핵 찬반을 놓고 오락가락하던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끝내 탄핵에 동참하지 않기로 했다. 국민의힘도 당론으로 탄핵을 부결시키기로 했다. 다음 날이 되자 한동훈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가 공동 담화를 발표했다. “송구·겸허” 등을 말하며 시작했지만, 어김없이 “민생위기·내수 부진·경기 하방·국제정세의 불확실성” 등 무시무시한 말을 들먹이면서 불안감을 조성하려 했다. 마치 어떤 공식이라도 있는 것처럼, 끝맺음은 국민만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속마음이 훤하다. ‘권력을 내가 차지하겠다’는 것이다! 스스로 물러나지도 탄핵당하지 않은 대통령이 ‘2선’으로 물러나고, 국민이 선출하지 않은 총리와 여당대표가 공동으로 ‘1선’에 나서겠다는 것은 어느 나라 헌법인가! 의전서열 1위(대통령)가 내란에 실패하자, 의전서열 5위(국무총리)와 7위(여당대표)가 권력을 찬탈하겠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저들에게 대한민국의 권력서열 0순위인 ‘국민’은 대체 어떤 존재인가! 시민들이 8일 오후 국회 앞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손팻말과 형형색색의 응원봉을 들고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저들의 '질서'를 거부한다 저들은 말한다. 대통령이 탄핵되어서 헌정이 중단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고. 아니다! 헌법과 법률은, 대통령이 헌법을 위반하면 탄핵당하도록 했고, 대통령이 탄핵당하면 누가 행정권을 이어받는지 순서까지 정해놓았다. 헌법을 위반한 대통령을 2선으로 후퇴시키고 총리와 여당대표가 공동으로 통치하겠다는 것이야말로 헌법 위반이다. 저들은 말한다. 탄핵 말고 ‘질서있는 퇴진’을 하자고, 그것이 혼란을 줄이는 것이라고. 아니다! 내란의 우두머리를 단 한시라도 대통령으로 두는 것이 곧 혼란이다. 헌법을 무시하고 총리와 여당대표가 ‘갑툭튀’하는 것이 혼란이다. 결국 저들이 말하는 질서는, 권력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발악이자 뒤집기와 되치기를 할 시간을 벌겠다는 잔꾀다. 저들이 질서라고 말하는 혼란이 끔찍하고 지긋지긋하다. 저들의 질서가 아닌 ‘새 질서’를 원한다. 그것은 헌법이 헌법답게 지켜지는 세상을 기초로 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우리 헌법 제1조 1항의 숭고한 가치가 지켜는 세상, 민주주의와 헌정을 파괴하려고 했던 내란의 우두머리를 자기들 잇속 때문에 대통령 자리에 당분간 머물도록 하자는 정당은 “그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므로 해산된다”는 우리 헌법 제8조 4항의 준엄한 가치가 실행되는 세상이다. 새 질서가 작동하는 새 세상에서,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고 누구나 균등한 기회를 얻어 자기 생긴대로 살며 자유와 권리를 누리고 책임과 의무도 감당하며 차별없이 고르게 평화로운 삶을 살 것이다. 저들의 질서에 이런 삶은 없다. 이것이 저들의 질서를 거부하는 이유다. ‘질서있는 퇴진’을 말하는 당신들, 매번 민생이니 국격이니 되풀이해서 말하는 당신들, 감히 지혜와 인내와 중용을 말하는 당신들, 이래도 다음에 다 찍어줄거라고 하는 당신들, 이와중에 슬쩍 부자감세법 처리하는 당신들. 무질서하게 퇴진하라, 우리가 ‘새 질서’를 만들 것이다! 박제민 / 녹색정치연구소 공동대표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녹색정치연구소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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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은 에스파, 뒤는 GD… “연말까지 인간트리 유지”[윤석열을 감옥으로]
국회의사당역 4번 출구를 빠져 나오자 K팝 세상이었다. 에스파의 ‘위플레쉬’가 귀를 때리고, 알록달록한 응원봉이 눈앞에서 춤을 췄다. 응원봉 모양과 빛깔은 제각각이지만, 구호는 동일했다. “윤석열 퇴진!”“국민의힘 해체!” 목소리의 주인공은 거의 20대 초중반 여성. 귀와 눈은 인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뇌에 전달했지만, 적응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오래된 정보로 가득한 내 40대 후반의 뇌는 에스파의 노래처럼 빠르지 않았다. 다른 세상에 뚝 떨어진 기분이었다. 2002년 미선-효순 촛불집회,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반대 촛불, 2008년 광우병 쇠고기 반대 촛불,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촛불 등 사안에 따라 촛불집회 분위기는 변했지만, 이번엔 달라도 너무 달랐다. 걸그룹 에스파 곡에 맞춰 탄핵 구호를 외치는 세상이라니. 구호 타이밍과 박자 맞추기도 어려웠다. 분위기 파악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집회 대열 끄트머리에선 지드래곤의 ‘삐딱하게’가 크게 울려퍼졌다. 이건 또 뭔가 싶었는데, 오히려 마음의 적응이 쉬워졌다. 에스파에 비하면 지드래곤은 ‘왕년의 가수’니까.  내란수괴 윤석열 탄핵이 불발된 이후, 새 주의 첫 월요일(9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선 어김없이 K팝이 큰일을 했다. 20대 여성이 주축이 된 집회 참석 시민들은 촛불보다 오래가고 바람에도 안 꺼지는 응원봉으로 무장했다. 여기에 더해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는 와이어 전구를 몸에 두른 ‘인간트리’도 등장했다. “지난 토요일(7일) 집회는 못 나왔는데, 뉴스로 보니까 너무 재밌어 보이더라구요. 저는 아이돌 응원봉이 없어서, 집에 있던 크리스마스 트리(전구)로 온몸을 감고 나왔어요. 어차피 연말이니까, 분위기 좋게 ‘인간트리’로 해보자고 했어요.” 대학생 고예림(23세) 씨는 나무처럼 두 팔을 펼쳐보였다. 머리부터 허리까지 감긴 작은 전구에서 알록달록한 빛이 점멸했다. 고 씨는 윤석열의 내란이 터진 지난 3일 밤, 인터넷 게임을 하고 있었다. “평화롭게 지내고 있었는데, 비상계엄 뉴스가 뜬 뒤로는 손에 아무것도 안 잡히더라구요. 저희는 계엄을 겪은 세대가 아닌데도, 뭔가 두려운 느낌이 들기도 했거든요.” 공포감은 같은 세대와 연결된 뒤부터 조금씩 사라졌다. “SNS(트위터, 현 X)에 들어가니까 사람들이 다들 놀라면서 분노하고 있더라구요. 모바일로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것도 민주주의 덕분인데, 이게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의견도 많았고. 나 혼자만 분노하는 게 아니라는 안도감도 들고….” 많은 사람들처럼 고 씨 역시 SNS에서 함께 분노하고, 공감하고, 결국 집회에 나가기로 결심했다. 9일 집회에 함께 참석한 친구 추예지(22세) 씨 역시 트위터에서 만난 친구다. 추 씨 역시 온몸에 전구를 둘렀다. 20대 초반인 이들은 탄핵 집회에 또래 여성이 많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할까. “여초(여성들이 많이 이용하는) 커뮤니티, 트위터 등에서 그동안 사회적 이슈가 많이 논의돼 왔거든요. 저희도 거기서 정보를 얻고 의견도 교환했구요.윤석열 씨는 지난 대선 때부터 여성혐오 분위기를 만들어냈잖아요. 여성가족부도 없앤다고 했고, 최근엔 또 여대 문제도 있었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여성들의 분노가 많이 쌓인 게 아닌가 싶어요.” 추예지 씨의 말이다. 여기에 고 씨가 “20대 남성들의 집회 참여가 지난주보다 늘어나는 것처럼 보인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두 사람의 촛불집회 참여는 지난 금요일에 이어 이날이 두 번째. 집회에 대한 거부감이나 어려움은 없다고 했다. “SNS에서 봤을 때도 디게 즐겁고 재밌게 보였는데, 현장에 나오니까 더 신나요. 같이 노래 부르고 춤도 추니까요.”(고예림) 두 사람은 연말까지 ‘인간트리’ 콘셉트를 유지하기로 했다. 고 씨는 “대통령 탄핵이 될 때까지 계속 집회를 나올 예정”이라며 “우리는 될 때까지 싸울 것이기 때문에 시민이 무조건 이긴다, 탄핵은 올해 내에 마무리 될 것 같다”고 말했다. 9일 진행된 탄핵 촛불집회는 행진을 거쳐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를 포위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시민들은 당사를 향해 “국민의힘 해체하라”를 반복해 외쳤다. 집회는 오후 9시에 끝났다. 고 씨와 추 씨는 그제서야 늦은 저녁을 먹으러 현장을 떠났다. 몸에 두른 전구에서는 계속 반짝반짝 빛이 났다. 다시 멀리서부터 K팝이 울려 퍼졌다. 이번엔 로제의 ‘아파트’였다. 박상규 기자 comune@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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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이제는 우리가 ‘저항군’이 되어야한다
12월 3일 밤이였다. 나는 화장실에 가기 위해 잠에서 깨 거실로 나왔다. 그러나, TV에서 충격적인 광경을 보고 말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뉴스속보였다. 할 말을 잃었고 혈압이 올라가 나는 TV에 페트병을 던졌다.  순식간이었다. 국회에는 군대가 들이닥쳤고, 경찰은 국회를 봉쇄했다.  밤늦게까지 나와있다가 경악스런 소식을 들은 시민들은 직접 맞서기 시작했고, 국회의원들은 담을 넘어 들어가 계엄 해제를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절차를 강조하며 계엄 해제가 안건으로 상정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했다.  만약, 절차를 무시하고 너무 빠르게 처리했다가는, 나중에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이를 문제삼으며 물고 늘어질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계엄 선포 155분만에,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가결되었고, 그리고 6시간만에 이 초유의 사태는 종료되었다.  하지만…이 비상계엄은 대한민국에게 큰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국가 이미지와 위상은 하루아침에 추락했다.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라는 비상계엄은 명분자체가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의 폭거를 알리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이는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도 아니였고,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 긴급상황도 아니였다. ‘국민의 삶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탄핵과 특검, 야당 대표의 방탄으로 국정이 마비 상태에 있습니다.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서 국가의 사법 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는 말 자체가 명분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나: 야당 대표, 이재명의 방탄. 국민의힘과 그 지지자들 사이에서 수도 없이 나온 말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이재명의 방탄국회 조성에 대한 처벌이 먼저다. 양아치 국회의원 겉은 이등이 정치계에 발 못붙이게 본보기를 보여야한다.’ 그러나, 이는 헌법을 망각한 시각이다. 우리나라 헌법 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했다. 이재명이 법 앞에서 예외가 될 수 없듯이, 김건희 여사도 법 앞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재명 방탄’을 말하면서, ‘김건희 방탄’을 하는 명백한 이중잣대를 보였다. 내 입장은 단호하다: 김건희 여사 처벌 없이는 이재명의 처벌도 없다. 둘: 민주당의 입법독재. 민주당은 입법독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지 민생을 챙기기 위해 애쓰는 ‘피해복구’ 작업에 나서고 있는 것이였다. 만약, 국민의힘이 정말로 선량하고 국민을 생각했다면, 무조건 반대만 하고 입법폭주, 입법독재라고 반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대안 및 법안을 제시했어야 한다. 드라마의 대사처럼 내가 대통령과 국민의힘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하나뿐: ‘당신들이 민생을 위해 해 준 것이 뭐가 있는데?! 뭐가 있냐고?!’ 셋: 종북 반국가세력. 김건희 특검을 외치던 민주당은 물론, 특검에 찬성하던 나를 포함한 많은 시민들이 ‘반국가세력’으로 보였다는 것이다. 이는 국민에 대한 명백한 선전포고였다.  언론들은 가만 있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 방탄을 비판하면서도, 민주당이 벌인 행동들은 어디까지나 헌정의 테두리 안에서 벌어진 일이며, 민주당이 무력 쿠데타를 시도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정치 현실이 마음에 안 든다고 난데없이 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와 정당의 활동을 중단시키려 한 것은 터무니없는 독재적 발상이며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도 민주당을 비판하면서도, ‘모든 일에는 합당한 선이 있다’고 말하면서, ‘민주당이 폭주한다고 해서 윤 대통령이 심야에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은 도를 심각하게 넘은 조치다. 어떻게 지금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상황인가.’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비상계엄 선포 이유로 야당의 잇단 탄핵 소추와 예산 삭감에 따른 국정 차질을 들었지만 ‘그런 국회 입법 권력의 독주가 헌법이 규정한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 병력으로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가 될 수는 없다’고 비판했으며,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국민에 대한 반역’이라고 비판했다. MBC와 JTBC는 더더욱 언론의 무서움을 보여주었다. MBC: 국민을 지켜야 할 대통령이 어젯밤 기습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해 한밤중 무방비상태의 국민들에게 총부리를 겨눴습니다. JTBC: 윤석열 대통령은 초헌법적 비상계엄령 선포로 우리 역사의 시계를 45년 전으로 후퇴시켰습니다. 소총을 든 계엄군 280명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를 짓밟았고, 21세기 서울에 군용헬기와 장갑차가 다시 등장했습니다. 영화보다 황당한 현실에 국민은 불안에 떨어야 했는데, 날이 밝으며 드러난 상황은 생각보다도 더 심각한 민주주의의 위기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나는 댓글들을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윤석열과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댓글은 충격적이었다.  '현명한 판단이었다. 말로는 안됨', '이재명 범죄공화국이 되면 일상이 무너진다', '민주당이 탄핵을 위해 국민을 '선동'하고 있다', '윤석열은 잘한 것이다. 이재명을 구속하라', '촛불시위는 북 지령 받았다' 등... 비상계엄이 해제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는 끝장이었다. 야간 통행 금지, 대학교 휴교, 일체의 집단행동 금지, SNS 활동 및 언론활동 검열 등... 윤석열과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댓글을 보면서 한 소리하고 싶었다.  '이게 너희들에는 지상낙원으로 보이는가?' 소닉 포시즈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곧 나는...인정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제 대한민국은 '소닉 포시즈'와 같은 상황이 되었다는 것을. 세계의 99%를 지배했던 에그맨 제국처럼, 대한민국은 순식간에 군사독재에 넘어갈 위기에 처했고, 최후의 보루였던 국회는 무너질 위기였지만, 시민들, 그리고 의원들의 빠른 대응으로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이를 통하여 윤석열과 국민의힘은 '에그맨 제국'과 같은 악랄한 모습을 드러냈다.  5일, 국민의힘은 비상 계엄을 이유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추진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 "탄핵 남발을 막겠다"며 국회서 규탄대회를 여는 뻔뻔스럽고 악랄한 태도를 보였다.  '탄핵안 부결'를 당론으로 결정하고, 규탄대회까지 열고, '헌법을 무시하고 탄핵을 남용'한다니, 감히 무슨 자격으로 민주당을 비난하는가? 민주당을 비난하고, 대통령을 보호하려고 나선 것은 국민을 우롱한 것으며, 국민을 우습게 본 것이다.  결국, 경향신문은 '한동훈과 국민의힘은 역사의 죄인이 되려는가'라는 사설로 국민의힘의 태도에 대해 한탄했다.  -헌법과 민주적 질서를 파괴한 대통령을 여당이라고 해서 감싸고 지키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통령이 자신의 권력과 사익을 위해 국가 변란을 꾀해도 괜찮다는 말인가. 국가 정체성과 민주주의의 보루가 돼야 할 입법부의 책무를 저버린 행태 아닌가. 한 대표와 국민의힘은 진정 역사의 죄인이 되려는 것인가. -국민의힘 내부는 눈 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다. 친윤계 김민전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얼마나 무도한지 제대로 알리지 못해 계엄이라는 있어선 안 되는 일이 발생한 것”이라고 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민주당의 막가파식 폭거에 국회가 망가졌다”고 했다. 전날 밤 여당 지도부를 만나 “야당 폭거를 알리려 (계엄을) 했다”는 윤석열의 변명을 복창할 뿐이다. 야당이 계엄으로 몰았다는 남 탓을 어떤 국민이 납득하겠나. 야당을 척결해 국정을 맘대로 하겠다는 게 바로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독재임을 모른다는 말인가. -국민의힘은 윤석열 방탄을 도모하다 나중에 후회할 일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친위 쿠데타 동조자로 민심의 쓰나미에 쓸려가는 것은 물론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또 다른 국가적 불행을 막지 못하는 사태가 될 수 있다. 한 대표와 국민의힘은 민심과 역사 앞에 죄를 짓지 말아야 한다. 추가 계엄 가능성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계엄) 준비는 오래전부터 진행됐던 것이고, 이전에 의도했던 시기를 한 두 번 놓쳤다고 보고 있다”면서 “이번엔 조금 충동적으로 시기를 선택했고, 준비 무능이 결합돼 1차 시도는 무산됐다고 보고 있다”고 판단하면서, 추가적인 계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소닉 포시즈'에서 소닉과 그의 동료들로 구성된 '저항군(레지스탕스)'이 세계를 되찾기 위해 싸웠듯이, 이제는 우리도 '저항군'이 될 때가 온 같다.  방법은 많다. 후원을 하고, 촛불을 들며 시위에 참여하거나, 서명운동에 참여하는 등...'저항군'이 될 방법은 소극적이어도 가능하다.  나 혼자서는 약하지만, 서로가 힘을 합친다면...윤석열과 국민의힘의 오만한 질주와 권력놀음을 끝장낼 수 있을 것이다.  윤석열과 국민의힘이 '국민'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릴때, 나는 이제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감히 누가 맘대로 우릴 대변해 (집어쳐)' 다시, 진짜 '국민의 힘'을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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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령 지지’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에 사퇴·사죄 압박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에 지지를 호소해 논란이 된 서울시의회 박중화 의원(국민의힘, 성동구제1선거구)에 대한 사죄와 사퇴 요구가 터져나왔다. 4일 오후 진보당 성동광진구위원회가 “반헌법적 불법적 계엄령을 옹호한 것은 명백한 범죄 동조행위“라며 박 의원의 사퇴를 요구한 데 이어, 5일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도 논평을 내고 “박 시의원의 행동은 내란행위 동조와 다름없음”을 밝히며 사죄를 촉구했다. 박 의원은 지난 3일 오후 11시 53분, 일부 서울시의원들이 모여 있는 ‘서울에너지공사 사장 후보인사청문회’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계엄령을 지지한다며, 지지 동참을 호소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서울시의원 박중화는 대통령 계엄선포에 적극 지지하며 모든 당원은 대통령 지지선언으로 힘을 모아주십시요.” 3일 오후 10시 30분경 비상계엄령이 선포되고, 1시간 20분이 지났을 무렵 발생한 일이었다.(관련기사 : <박중화 서울시의원, 의원 단톡방에 “계엄 적극 지지”>) 이때 국회에는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통과를 위해 일부 의원들이 담장을 넘어 본회의장으로 향하는 등 긴박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국회 정문 앞에서는 시민들이 계엄군을 막아섰고, 본청 안팎에는 국회의원 보좌진과 시민들이 총기를 소지한 계엄군의 본회의장 진입을 저지하며 충돌이 발생하고 있을 때였다. 셜록은 지난 4일 오전 박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계엄령을 지지한 이유를 물었다. 박 의원은 “대통령이 (계엄령 선포)한 거라 별 생각 없이 지지했을 뿐”이라면서도 “대통령이 잘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솔직한(?) 이유를 덧붙였다. 바로 본인이 다음 지방선거에서 당선되지 못할까 우려했던 것이다. “지난번에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당시 자유한국당이) 지방의회 선거에 실패했잖아요. 앞으로 지방선거에 문제 생겨서 ‘난 다음에 의원 또 못하겠구나’ 그 생각으로 (계엄령을 지지)했던 거니까.” 박 의원은 2014년 당시 새누리당 후보로 서울시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2018년에는 자유한국당 후보로 출마해 낙선. 4년 뒤인 2022년에는 국민의힘 후보로 다시 출마해 당선됐다. 대통령 탄핵 후폭풍으로 선거에서 낙선한 경험이 있다 보니,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계엄령을 지지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셜록이 박 의원의 계엄령 지지 메시지를 보도한 뒤, 4일 진보당 성동광진구위원회는 박 의원의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반헌법적 불법적 계엄령을 옹호한 것은 명백한 범죄 동조행위입니다. 별 생각 없이 했다는 변명은 의원 자격조차 없음을 실토한 일입니다.” 진보당은 서울시의회를 향해서 “내란동의 박중화 시의원을 즉각 파면하라”며 징계를 촉구했다. 5일에는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도 논평을 내고, 박 의원을 비판했다. “기습적인 심야의 계엄사태로 놀란 시민들을 안정시키고, 행정 혼란과 시민불편을 최소화시켜야 하는 비상상황에서 ‘계엄령 발동을 공개지지하고 당원들에게 참여를 촉구’한 박중화 시의원의 행동은 내란행위 동조와 다름없음을 분명히 밝히는 바이다.” 민주당은 박중화 의원에 대해 “서울시의원의 자격과 자질을 스스로 부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앞서 ‘사퇴’와 ‘파면’을 요구한 진보당보다 수위를 낮췄다. 민주당은 박 의원의 “공개사과”와 함께, 국민의힘에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4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은 의회 윤리위원회에 박 의원 징계를 요청할 계획이라 알려졌지만, 아직 윤리위원회 회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한편, 부산시의회 박종철 의원(국민의힘, 기장1)도 비상계엄이 선포될 당시 SNS에 지지선언을 해 사퇴 압박을 받았다. 박종철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님의 계엄령 선언에 적극 지지와 공감하며 종북간첩세력을 척결하고 자유대한민국 수호를 위해 행정부 마비는 막아야 한다”는 글을 작성해 논란이 됐다. 사퇴 압박이 거세지자 박종철 의원은 5일 입장문을 내고 “많은 분께 걱정과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조아영 기자 jjay@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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