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함께 평화] 돈이 되는 분쟁, 돈이 되는 평화

2023.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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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슈를 모으는 것에 관심이 있습니다.

반복되는 국제분쟁을 바라보며, 우리 주변의 평화를 상상한 캠페이너들의 기록을 소개합니다. 

출처 : 필자 제공
출처 : 필자 제공

좋은 군용장비를 보면 멋있다고 느꼈습니다. 기계화부대에서 복무한 탓에 전차나 자주포 같은건 많이 봤지만, 소총이나 개인 보호구 지급은 빈약해서 그랬던 것 같은데요. 북한과 주변 국가들에 대응할 수 있는 최첨단 무기가 개발되면 국뽕이 차오르기도 했습니다. 로켓 발사 성공 이후 그곳에 핵탄두만 실으면 한국은 바로 막강한 핵무기를 보유하게 된다는 밈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했습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고 겹겹으로 열강이 감싸고 있는 지정학적 위치이니 이정야 괜찮겠다 싶었습니다. 이런 튼튼한 군사적 역량이 한국 경제와 일상을 안전하게 지켜주고 있다는 생각을 바탕으로요. 그런데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우리나라도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정계에서 쏟아져나왔습니다. 이와 동시에 나토 차원에서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무기의 빈 자리를 한국의 첨단무기가 채우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북한의 탄환이 러시아로 오래 전부터 제공되어 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전쟁없는세상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후 1년 동안 한화에어로스페이스(72%), 한국항공우주산업(75.1%), LIG넥스원(64.8%), 현대로템(74.8%) 등 국내 주요 방산업체의 주가는 급등했다. 이는 록히드 마틴(47.7%), 레이시온(현 RTX, 24.9%), 노스롭 그루먼(54.1%), 제너럴 다이내믹스(33.2%) 등 세계 주요 방산업체들보다도 훨씬 높은 증가율이라고 합니다. (2023.11.03 이로운넷) 한반도에서 잠시 동안 포탄이 오가지 않았을 뿐이지, 한반도의 무기가 대륙을 옮겨 대리전을 준비하는 꼴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들과 수다떨며 지나다니던 광화문 일대에 군용 장비가 다니는 열병식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이 순간 한반도가 아직 국제분쟁의 한가운데에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조금 더 풀어보고자 합니다. 저는 2015년 6월에 입대했고 8월에 자대배치를 받았는데요. 자대배치를 받자마자 유서를 쓰고 손톱을 잘라 편지봉투에 넣었습니다. 전입 신고식은 아니었고, 일명 ‘서부전선 포격 사건’이 발생한 시기에 전입 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자대 건물에 들어가자마자 사이렌이 울렸고, 한동안은 완전군장을 한 채 취침하며 부대는 출동 준비 상태에서 대기했습니다. 

오히려 고착화된 분쟁상황은 이런 시간적인 대기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외의 갑작스러운 침공, 쿠테타 등은 군인은 물론 민간인들이 대응할 시간을 확보해주지 않습니다. 또한  매 순간이 갈등 폭발 직전의 대기 상황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죽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누가 지금 평화가 가장 필요한 지역은 어디냐고 물어본다면, 매일 보도가 되는 팔레스타인 지방일지, 지금은 관심이 시들해진 우크라이나 지방 일지, 이제는 사람들이 잘 기억하지도 못하는 미얀마일지 저는 답을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얼마 전부터 정치인들에게 말하고 싶다고 주변에 이야기 하고 다니는게 있는데요. 바로 ‘져도 된다’는 것입니다. 지긋지긋한 정치 양극화를 마치려면 지는 결정을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말을 분쟁 지역에 있는 사람들에게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정치에서 지면 권력만 잃어버리지만, 분쟁과 전쟁에서 패배의 기미를 보이면 죽음이 따라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평화는 경제적이라구요. 한반도미래경제포럼 김지수 대표는 통일은 우리에게 1억 명에 달하는 한국어권 시장을 가져다준다고 주장합니다. 남한과 북한 그리고 물리적으로 이어질 동북삼성의 인구를 다 합친 시장이라면 가능한 숫자입니다. (통일이 무조건적인 평화를 의미하지는 않지만 상징적인 표현으로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한반도의 평화가 세계적으로 많은 영향력을 줄 수 있다. 이렇게 고착화되고 누군가에겐 이익이 되는 분쟁도 평화적으로 잘 해결할 수 있다고 떳떳하게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뺏어서 얻어질 이익이 아니라 합쳐서 지켜낼 공동체의 이익을 더 상상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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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59명
'져도 된다'라는 말의 의미를 계속 곱씹게 되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풀어내 주셔서 몰입해 읽었습니다. 전쟁이 돈이 된다는 게 참 무섭고 섬짓하게 다가오네요.
직접적인 폭력의 부재는 물론, 구조적 폭력까지 변화하여 '적극적' 평화가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그놈의 돈이 무엇인지..' 돈이 돼야지만 평화를 향한 힘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합니다. 글쓰신분의 말에 동의를 안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러니함에 대해 말하고자 함입니다.ㅠㅠ
평화가 어려운 이유는 좋지 않은 상상만 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평화를 이야기해도 상대방이 이야기하지 않으면 이야기했던 것들은 모두 무용지물이 된다고 상상하기 때문이죠. 마지막에 말씀해주신 경제적 이야기처럼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까 고민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