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 사이 오픈AI의 chatGPT(챗지피티), 구글 Bard(바드) 등 대형 언어 모델(Large Language Model, LLM)을 활용한 인공지능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개인과 조직은 chatGPT와 같은 인공지능 서비스를 접목해 새로운 업무를 빠르게 처리하기도 하고, 때로는 엉뚱한 결과와 잘못된 정보를 제공받는 등 크고 작은 문제를 마주하기도 합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건네는 답변에 관한 윤리, 논리, 학문적 비판 및 논란은 "인공지능" 캠페인즈 태그를 참고하면서, 이번 글에서는 인공지능을 학습시키고 대용량 데이터를 관리하는데 필요한 물 소비와 탄소 발자국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들어가며
- 탄소 발자국이란?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은 개인, 기업 또는 제품 등이 일정 기간 동안 특정한 활동을 통해 대기로 방출한 이산화탄소(CO2)와 기타 온실가스의 양을 측정하는 용어입니다. 이산화탄소는 가장 흔한 온실가스로, 주로 화석 연료를 태우는 과정과 산림 파괴와 같은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며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난 20년 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온실가스는 대기 상층에 열을 가두어 지구 온도를 올리는 역할을 합니다. 높은 농도의 온실가스는 곧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하고 해수면 상승, 녹아내리는 극지방 빙하, 폭염/가뭄/홍수와 같은 극단적인 기후 현상을 불러옵니다. 이러한 기후변화는 환경, 경제, 사회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며 인간을 포함한 전지구적 생태계에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후위기를 늦추고 회복하기 위해 에너지 효율적인 기술 도입, 재생에너지 보급, 탄소 배출 저감 방안 등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기업과 정부 뿐만 아니라 개인 차원에서도 에너지 절약, 대중교통 이용, 채식 실천, 제로웨이스트(쓰레기 없애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chatGPT가 탄소 배출이랑 무슨 상관이지?
쉼 없이 돌아가는 생산 공장, 도심을 꽉 채운 자동차 배기가스 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일상에서 매일 이용하는 온라인 검색, OTT 스트리밍, 인터넷 뱅킹, 이메일 사용, 심지어 전화 통화까지 모든 온라인 무선 활동에서 탄소 발자국이 발생합니다. 이는 전자기기와 각종 온라인 서비스를 사용할 때 와이파이, LTE, 5G 등 여러 네트워크를 통해 데이터센터를 반드시 거치기 때문입니다.
데이터센터에서는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 작업을 처리하며 안전한 데이터 보관과 송수신을 위해 적정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데이터센터의 서버를 냉각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전력 소모와 온실가스 배출이 동반됩니다.
“최근 발표된 스탠퍼드대 인공지능 인덱스 보고서에 따르면, 요즘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챗지피티(ChatGPT)의 기반인 거대언어모델(LLM) ‘지피티3’는 훈련 과정에서 1287MWh의 전기를 소비했다. 이로 인한 탄소 배출량 추정치는 502톤이다. 평균적인 세계인이 100년간 배출하는 양에 해당한다. 2020년 기준 한국인 1인당 탄소 배출량(11.6톤)의 43배다. (중략)
미국 리버사이드 콜로라도대와 앨링턴 텍사스대 연구진은 ‘챗지피티(GPT)’와 한 번 대화를 하는 데 물 500㎖가 소비된다는 계산 결과를 사전출판논문 저장소 <아카이브>에 발표했다. 한 번 대화에서 질문과 답변을 25~50개 주고받는 걸 기준으로 한 계산이다.” (한겨레, 2023-05-03)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친환경 경영(ESG)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빅 테크 기업에서도 이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 밝혔다. 친환경 경영은 이제 기업의 경쟁력 차원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시장은 친환경적이지 않은 산업이 판매에 제한을 받고 투자를 받기도 힘든 방향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기업이 디지털 탄소발자국을 줄이도록 정책적 개선도 필요하다는 뜻이다.” (동아사이언스, 2023.03.04)
함께 만드는 미래를 그려보기
캠페인즈에서 한편의 포스팅을 작성하기 위해 필요한 구글 검색, 기사와 연구 자료 클릭, 적절한 저작권 무료 이미지 찾기, 클라우드 서비스에서의 초안 편집, 캠페인즈 플랫폼 업로드 등 모든 시점에 네트워크와 데이터를 태우며 탄소를 배출합니다. 이 글이 여러분의 노트북과 스마트폰에 닿아 스크롤되는 순간 역시 그렇습니다. 저 역시 평소 현업에서 chatGPT를 적극 활용하며 업무에 실질적인 도움을 크게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이 끊임없이 물을 소비하고 탄소를 뿜어낸다는 사실을 알아도, 개개인이 한번 경험한 대형 인공지능 서비스를 거부하는 일, 콘텐츠가 넘치는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멈추는 일, 연동이 편리한 클라우드를 탈퇴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단순히 모든 생산과 소비를 멈출 수 없는 현대 사회에서 개인은, 연구자는, 기업은, 정부는 각각 어떤 책임과 자세를 가지면 좋을까요? 0과 1의 디지털 세상에서 탈(脫)기술이나 반(反)인공지능처럼 0으로 수렴하는 방향도 있겠지만, 현재 주어진 기술과 자원을 중심으로 1 너머의 대안을 찾을 수 있을지.
전 지구적 협력이 필요한 시대에 디지털 시민 광장에서 다양한 의견과 제안, 질문이 오가기를 바랍니다.
코멘트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