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법이란 무엇인가?

2023.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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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齊法)’은 법과 멀어진 대중들이 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제대로 된 법이 무엇인지 토론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출처: Unsplash의Tingey Injury Law Firm

 법은 우리의 삶에 매우 가깝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일상 속에서 법이 개입하지 않는 분야를 찾는 것이 더 어려울 정도입니다. 현대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입법의 요청이 있어왔고, 사회는 법의 지배에서 소외된 부분이 없도록 끊임없이 입법 활동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과연 법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신 적이 있나요? ‘법’이 무엇인지 알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파악하는 일은 중요합니다. 법의 본질을 알고 그에 맞는 입법 과제를 부여하는 것이 정의로운 법을 만들고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법이 무엇인지 그 개념을 하나로 정의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과거부터 수많은 철학자들이 법이 무엇인지를 말해왔지만 하나로 합의를 이루어내지는 못했습니다. 법을 정의하기 어려운 것은 법의 역할과 그 필요성, 나아가 인간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인간, 사회, 국가 등에 대한 입장의 차이는 법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로 나타납니다. 따라서 각자가 생각하는 법의 개념은 다 다를 것이고, 하나의 정답을 찾을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생각을 접하며 최선의 답이 무엇일지 각자가 고민해볼 수는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기존에 논의되어 온 몇몇 철학자들의 시각을 가볍게 소개해드리면서 법에 대한 여러분 각자의 정의를 내릴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법을 사회적 행위와 관련된 것으로 보고 공동선으로 정의하였습니다. 즉, 법이란 사회 구성원들이 공동으로 지향하는 목적이라는 것입니다. 범죄로부터의 보호, 의식주의 보장, 평화의 유지 등이 법의 목적이 됩니다.


 토마스 홉스법현실주의의 관점으로 법을 바라봅니다. 법현실주의는 법에 내재한 정의와 같은 이념보다 법 자체만 바라보아 법적 안정성을 중시하는 것입니다. 홉스는 자연상태의 인간을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상태로 보았습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이성을 통해 자연상태에서 벗어나고자 하였고, 그 결과 사회계약을 통해 국가가 탄생하게 되었으며, 이러한 국가의 주요 임무는 안전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홉스는 법을 국가가 개인의 안전을 보장하는 수단으로 봅니다. 이러한 생각은 안전을 위한 법이 필요하다는 결과를 도출하지만, 법의 내용이 어떠해야 하는지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칸트는 법을 특정 개인과 타인 사이의 관계와 관련된 것으로 보았습니다. 한 사람의 자유와 다른 사람의 자유가 조화될 수 있도록 하는 통제를 법으로 정의합니다. 그는 모두가 자유를 지향하므로 각자의 자의를 통한 자유 표현이 모두에게 동등해야 한다고 생각하였고, 따라서 법의 목적은 인간 사이의 평화로운 자유의 공존이라고 하였습니다.


 헤겔은 법의 토대를 정신, 자유로운 의지로 보았습니다. 즉, 법을 자유를 위한 조건, 나아가 자유의 창조로 보았습니다. 헤겔에 따르면 법은 변증법적 과정을 통해 발전하고 있어 완전하지 않고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그가 생각하는 법의 목표는 개인의 자유 보장입니다. 자유를 목표로 하는 점에서 칸트와 비슷한 입장입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법을 이데올로기로서 그 독자성을 부인하고 경제관계의 산물로 바라봅니다. 법을 지배계급의 지배 수단, 즉 도구로만 여깁니다.




 지금까지 다양한 학자들의 생각을 간단하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법이 무엇인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여 올바른 법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법치주의가 형식에 그치지 않고 그 내용이 정의로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 사회, 국가에서 작용하는 법은 우리의 생활 관계를 구속하고 기본권 보장 및 제한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므로 사회의 토대가 되는 법이 제 역할을 하도록 검토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발판이 될 것입니다. 이제 우리가 법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차례입니다. 물론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자유로운 토론을 충분히 거쳐 정해진 결론이 최선에 가깝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저희가 소개한 견해 중 선택하셔도 좋고, 새로운 주장을 해주셔도 좋습니다. 댓글을 통해 여러분의 생각을 자유롭게 나눠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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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와 엥겔스는 법을 이데올로기로서 그 독자성을 부인하고 경제관계의 산물로 바라봅니다. 법을 지배계급의 지배 수단, 즉 도구로만 여깁니다."


요것만 살짝 수정하고 싶은 마음이네요.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위와 같은 경향이 있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지만, 마르크스는 법 그자체라기보다는 '자본주의 사회의 법'이 자본주의 경제구조의 토대와 떼려야 뗄 수 없게 연결되어 있고, 그것은 자본에 의한 노동의 착취에 의한 이윤의 창출이라는 논리를 근본적으로 해결 할 수 없도록 만드는 구조적 힘으로 작동하게 된다고 분석한 것입니다. 토대로부터 떼려야 뗄 수 없지만 그 틀 내에서는 여러 다른 기제들의 영향 속에서 법 그자체의 독자적인 자율성을 지니고 다양한 가능성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구요.

저는 언급해주신 학자들의 생각이 융합될 때 비로소 법의 역할이 정리된다고 생각하는데요. 흔히 드라마에서 악역의 대사로 나오는 "법대로 하자"는 태도가 법치주의의 전부로 인식하면 안 되니까요. 언급해주신 것처럼 "법치주의가 형식에 그치지 않고 그 내용이 정의로"울 수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런 고민을 하고 계신 분이 있어서 좋네요.
토마스 아퀴나스의 정의가 와닿네요. 법이란 우리가 바라는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그 미래를 바로 만들 수 없기 때문에, 법은 미래로 나아가는 과정 중 일부이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