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과학기술은 정치적인가?

202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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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과 사회에 관심이 많은 연구활동가


*이 글은 캠페인즈에 올라온 '과학기술은 가치중립적인가?'글을 보고, 제가 이전에 얼룩소에서 작성했던 글이 떠올라 가져온 글입니다.


Unsplash image 'Dynamite' @Erik Mclean

 
'과학은 가치 중립적인가?'는 과학 기술에 대한 오래된 논쟁입니다.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발전하게 하지만, 동시에 전쟁 무기에 쓰이거나, 환경 오염을 일으키는 등 인간에게 여러 피해를 입히는 거로 보이기도 하니까 말이죠. 노벨이 발명한 다이너마이트도, 광산을 뚫어 주는 이로움과 전쟁에 쓰이는 양면적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저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주장합니다. '과학은 그 자체로는 가치 중립적이며, 이를 사용하는 인간에 의해 가치가 개입된다'. 과학이 가치 중립적이라고 한다면, 과학 기술은 가치 중립적일까요? 과학 기술은 정치적일까요? 


과학과 과학기술의 차이 

Unsplash image Wheel. @cartega

얼핏 생각하면, 과학과 과학 기술의 차이를 명확하게 구분짓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제가 앞서 과학의 가치 중립성 논쟁을 설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과학을 인간의 이익을 위해, 즉 가치 중립성을 깨뜨리며 사용하는 게 (과학)기술입니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드리면, 위에 첨부한 바퀴 역시 과학 기술의 산물입니다. 인간이 있기 전부터, 지구를 포함한 이 우주에는 물리학의 법칙이 작용했습니다. 지구에서는 중력, 마찰력, 힘의 분산 등 여러 물리학 법칙이 있었겠죠.
바퀴의 발명은, 자연 상태에서 인간의 이동 혹은 인간이 필요로 하는 물건 운반을 위해, 물리학적으로 인간이 직접 끄는 수레 혹은 여러 운송 수단 - 마차부터 시작해서 지금의 자동차, 비행기 이륙까지 - 을 수월하기 위해 인간이 자연 상태의 물질을 가공,발명,적용한 것입니다.

조금 더 많은 범위의 내용을 보기 위해,'과학(Science)'에 대한 정의를 살펴본 후, '기술(Technology)'에 대한 정의와 이를 분석하여 살펴보겠습니다.
과학에 대한 정의를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Britanica.com의 정의가 마음에 들어서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과학은 물리적 세계와 그 현상에 관한 모든 지식의 체계이며 편견 없는 관찰과 체계적인 실험을 수반한다. 일반적으로, 과학은 일반적인 진실이나 기본 법칙의 운영을 포괄하는 지식의 추구를 포함한다(science, any system of knowledge that is concerned with the physical world and its phenomena and that entails unbiased observations and systematic experimentation. In general, a science involves a pursuit of knowledge covering general truths or the operations of fundamental laws.)

즉, 과학이란 세계의 있는 그대로와 법칙을 탐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용한 사이트에서 저 아래부터는 다양한 과학 학문 분야들에 대해 말하고 있죠.

이와는 다르게, 기술의 경우 보다 인간의 개입이 들어갑니다. IGI라는 출판사에서 특정 단어에 대한 정의 부분만 긁어오는 기능을 제공하는데, 저는 이를 이용하며 'What is Technology'를 검색하였습니다. 제가 Technology로 검색한 이유는, 한국어의 기술은 과학 기술쪽 기술의 Technology와 게임이나 직업 기술을 말하는 skill 이 혼용되어 있다고 보고 분리하여 검색하기 용이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 분은 답글 부탁드려요!

그렇게 나온 약 200여개의 기술에 대한 정의빅카인즈 형태소 · 개체명 분석 툴을 이용해 분석하고, 이 중에 상위 가중치 단어를 가져와 보겠습니다. 기본적으로 Technology라는 단어와 'Learn more - 정의 검색 결과를 더 보여주는 링크 단어'을 제거한 분석 결과입니다.

빅카인즈 Technology 텍스트 분석 결과.

보시면 Knowledge, infromation과 같이 과학의 정의 부분과 비슷한, 정보나 지식과 같은 단어도 있지만, 'learning, Education'과 같이 교육에 대한 단어들과 'Use, application'과 같이 기술이란 결국 적용과 사용되는 것임을 보여주는 단어들도 있습니다. 인간을 뜻하는 Human도 있구요.

결국 Technology - 과학 기술이란 배우고 교육하고 사용하고 적용하는 것이며, 이는 모두 인간(Human)의 개입이 들어갑니다. 그렇다면 한번 더 생각해 봅시다. 인간은 과학 기술을 교육하고 사용할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결국 과학 기술은 정치적이라고 이야기하게 되는 부분입니다.

답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각 인간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과학 기술과 관련된 지식(Knowledge)를 배우고, 교육하고, 탐구합니다. 그리고 그 기술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Use,Application)하죠. 여기에서의 이익은 매우 포괄적 개념으로, 경제적 이익, 정치적 이익, 자아실현 이익이 모두 들어갑니다.

정치학자 이스턴.

그리고 이런 포괄적 이익 개념은 정치학의 기본 개념에도 들어 있습니다. 제가 여러 게시글에서 밝힌 바, 정치학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정치의 개념 중 하나는 '정치는 사회적 가치의 권위적 배분' 입니다. 정치인은 정치적 이익, 기업은 경제적 이익, 어떤 시민단체는 사회적 이익 등을 우선가치로 내새우며 더 많은 이익을 얻고자 노력합니다. 여기에서 권위란 권력에 따른 지위인데, 자세한 내용은 제 기술 권력 글을 참고해 주시면 이해가 편하실 겁니다!

정리하자면, 

과학기술이란 자연 그대로나 그 법칙인 과학을 인간의 이익에 따라 배우고 학습하고 사용하는 것이며, 이러한 이익들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현실의 권력이 작용하는 정치적 속성을 가집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사이트 비회원

저도 과학 자체는 누가 사용하기 이전에 끊임없이 탐구하는 영역일 뿐 가치관이 개입되어 있지 않다고 봅니다. (중립적) 그러나 누가 사용하느냐(이때 과학기술이 되겠네요)에 따라 인류애가 넘치는 자, 세계정복을 꿈꾸는 자, 돈을 많이 벌기 위한 자, 종교에 미친 자등 극단적인 예시지만 가치관이 개입된다고 봅니다.
과학에 있어서 가장 더 고려 할 부분이 있는데 과학이 돈에 매수되어 조작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연구 논문이나 연구발표에서 그래서 이해관계 유무가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게 되네요.

@손잡이 네, '기술'이라는 이야기가 붙으면 그렇습니다.


@생생이 사실 가치중립적인가에 대한 이야기는, 저는 '중립'이라는 이야기 자체가 상당히 성립하기 어려운 개념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독재자 아래에서의 발전 역시, 오히려 독재자의 아래에서 진행되는 과학 기술의 발전은 그 방향이 독재 정권의 입맛에 맞아야 하지 않은가요? 이래서 사실 제 글에서는 '과학'과 '과학 기술'을 구분하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과학 자체는 누군가의 편을 들지 않을 수 있겠지만, 이를 사용하는 순간 결국 인간의 이해 관계를 거치니까요.

과학기술이 정치적이냐나는 말에 앞서서 과학이 가치중립적일 수 없고 가치관련적이라는 말을 먼저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과학이라는 행위 자체가 인간의 인간의 자유와 평등 전제 속에서 이성에 입각한 믿을 수 있는 더 나은 지식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믿음의 행위였으니까요. 깊이 생각해보면 이것이 전제되어 있지 않다면 과학의 납득가능성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독재정권에서 과학자들이 복무하더라도, 독재자의 말이 진리가 아니라 과학자들이 연구를 통해 기제를 밝혀내고 다른 과학자들과의 공동 검증 및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립 속에서 과학이 발전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따라서 과학은 가치와 상관 없거나 있는 대상에 대한 가치관련적 행위라는 점에서 가치중립적이라는 말은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정치적'이라는 말은 또 다른 의미를 지니지만 논리적으로는 넓은 의미의 정치와 분리하기 어렵다는 관점으로 나아가게 될 가능성이 높겠습니다. 다만 현실 정치에서 이쪽 세력편이냐, 저쪽 세력편이냐 식의 의미라면 관련을 최소화하고 자연과 인간을 위한 과학의 발전이라는 중립(?)의 관점을 취하면 좋겠다 싶습니다.

기술을 이용하는 사람의 목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건 윤리적 사용이 더욱 중요하다고 해석할 수 있을까요?
'정치는 사회적 가치의 권위적 배분' 배우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