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공장식 축산을 바꾸기 위해선

2023.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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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량입니다

전쟁 이후 탄생한 축산법

제 2차 세계대전은 세계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특히 유럽은 전쟁으로 온 땅이 폐허가 됐다. 삶의 터전이 사라졌고, 수 많은 사람이 죽었다. 살아남은 사람들조차 삶의 고난이 꾸준히 지속됐다. 전쟁이 고달픈 이유 중 하나는 음식을 제대로 먹을 수 없다는 점이다. 식량은 부족하고, 먹어야 할 사람은 많다. 해결책은 제한된 식량을 고르게 분배하는 것이다. 배고픈 만큼 먹는 게 아니라, 주어진 만큼 먹어야 한다. 배급제의 시작이다.

출처 : 핀터레스트

전쟁의 배급을 위해선 인간에게 줄 음식이 있어야 했다. 때문에 가축을 기르는 수를 제한해 인간이 먹을 식량을 확보해야 했다. 가축의 수가 제한 된 이유다. 또한 가축은 군인들의 식량으로 함께 전쟁터로 이동하곤 했다. 육류는 장기간 보관이 어려워서였다. 향후, 이런 부분에서 발전 된 것이 지금의 통조림이다.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가축 수 제한이 풀리자 축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치솟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선, 그에 맞는 생산 방식이 필요했다. 같은 공간에 1마리의 닭을 키우던 걸, 3마리, 4마리로 늘려서 키우고, 1개 우리에 1마리 돼지가 아닌, 1개 우리 5마리 돼지로 늘려서 키웠다. 그러자 수요를 맞출 수 있게 됐고, 새로운 축산 방식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바로, <공장식 축산>이다. 

1964년, 공장식 축산을 고발하다

공장식 축산은 최소 비용으로 달걀, 우유, 고기 등 축산물의 생산량을 최대화하기 위해 동물을 한정된 공간에서 대규모 밀집 사육하는 축산의 형태다. 이러한 축산 형태는 1964년 영국의 동물복지 활동가이자 작가였던 루스 해리슨의 책, <동물기계>에 의해 최초로 고발된다.

“나는 이 책에서 새로운 형태의 축산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바로 생산라인 방식의 축산, 공장식 축산이다. 여기서 동물들은 죽을 때까지 어둠 속에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햇빛도 보지 못한 채 살아간다.”*

그는 1960년 대 영국의 공장식 축산 현황을 사진과 함께 보여준다. 공장식 축산 농장에서 자라는 소, 닭, 병아리, 돼지가 어떻게 생활하고 고기가 되는지 이야기한다. 인간이 1년 동안 가장 많이 먹는 동물이 닭이라고 한다. 1960년 대, 병아리들은 닭이 되기 전에 이런 모습이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벽 안쪽에 더 많은 상자들이 쌓여 있다. 상자 하나에 열두 마리. 상자 안의 병아리들은 도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관람석에서 보듯 볼 수 있었다. (중략) 시간이 거의 다 됐다. 상자에서 꺼낸 병아리의 다리를 컨베이어 벨트에 거꾸로 매달아 묶는다. 조심스러운 동작으로 병아리들이 놀라지 않게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깃털을 잘 뽑을 수 없기 때문이다. 도축자의 손까지 가는 데는 컨베이어 벨트의 배치 방식이나 속도에 따라 1~5분 가량 시간이 걸린다. 병아리들은 컨베이어 벨트에 매달려 움직이면서 소리 없이 부리를 벌렸다 닫았다 한다. 모두 두려움에 질린 것이다.”*

2개 사진 출처 : farm sanctuary

닭들의 모습도 다르지 않았다. 작은 케이지에 수 많은 닭이 있다보니, 그 안에서 서열이 나뉘었다. 본래 닭은 서열이 있다. 높은 서열의 닭은, 낮은 서열의 닭을 쪼며 공격한다. 넓은 공터가 있고, 피할 곳이 있다면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 하지만, 좁은 케이지 안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먹이통이 모자라면, 쪼기 서열이 높은 닭들이 서열이 낮은 닭들이 먹이통에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지킨다. 약한 닭들이 영양실조에 걸릴 수 있다는 위험을 제외하더라도, 극도로 과하게 밀집한 환경은 깃털 쪼기와 카니발리즘이라는 악행을 발생시키는 데 이바지 한다.”* 그리고 당시 영국 축산업은 닭이 다른 닭을 쪼지 못하도록, 그들의 부리를 잘랐다.

부리가 잘리고 있는 병아리 출처 : UPC

본능을 자르는 공장식 축산

앞서 영국의 닭 사육 모습에서 알 수 있는 건, 공장식 축산이 동물들의 본능을 죽인다는 것이다. 또한, 인간은 그들의 본능 배출을 위해 가축장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본능 행동을 없애기 위해 가축의 신체를 잘라 버렸다. 신체가 잘리기 전부터 컨베이어 벨트에 매달려 두려움을 느꼈지만, 소용 없었다.

본능을 자르는 공장식 축산이 가능했던 이유는, 그 만큼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저렴한 비용에 많은 걸 생산해야 한다는 논리가 전제되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논리다. 저렴한 비용에 최대한 많은 걸 생산해야 한다는 논리가 동물에게 진행된 것. 동물이 생물이 아닌, 물건으로 취급 받았기에 가능한 방식이었다.

한편, 이러한 논리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60년대 공장식 축산에 대한 고발은 2023년 현재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6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음에도, 찬성과 반대가 끊임없이 이야기 되는 이슈다. 사람이 바뀌지 않고, 행동하지 않는 한 변화는 없다.

공장식 축산에 반대하지만, 구매는 하지 않는 사람들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이에 따르면, 국민 중 94.7%가 공장식 축산을 개선해야 한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실제 동물복지 인증 제품을 구매했다는 비율은 36.4%로 ⅓ 수준으로 집계됐다.

동물복지 인증 제품을 구매하지 않은 이유로는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라는 응답이 40.5%, ▲‘일반 축산물보다 가격이 비싸서 26.6%, ▲판매하는 곳을 찾기 힘들어서 21.1%, ▲일반 축산물과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아서가 14.1%로 나타났다.


출처 : 동물자유연대

한편, 동물복지 인증 계란을 구매한 비율도 7.1%로 나타났다. 현재 계란은 사육환경 표시지에 따라 계란 껍질에 1~4 숫자를 표기하게 되어 있다. 숫자 ‘1’은 닭을 방사해 기르는 사육환경, 숫자 ‘2’는 실내의 평사에서 기르는 환경, 숫자 ‘3’은 기존의 공장식 축산보다는 개선된 케이지, 숫자 ‘4’는 공장식 축산 방식의 좁은 케이지 환경에서 생산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 대중에게 표시제가 잘 홍보가 되지 않아서 구매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다. 실제 숫자 4라고 표시해놓고, 좋은 환경에서 자랐다고 판매하는 업체들도 있다. 잘 모르는 상황에서는 판매자가 말하는 방식대로 이해하게 되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공장식 축산 개선 동의가 높은데 반해, 실제 구매하지 않는 이유로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라는 응답이 40.5%, ▲‘일반 축산물보다 가격이 비싸서 26.6%가 나온 것은 주목된다. 이는 공장식 축산을 개선해아 한다는 응답이 일회성으로 그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방관이 공장식 축산을 키운다

“악한 일이 벌어지려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동조가 필요하다. 동물을 무한정 착취하는 체제는 경제 관계자들은 물론 이 같은 상품을 소비해 이에 동조하는 공모자들이 있기 대문에 유지가 가능하다. 이에 더해 사회적 방관이 이 체제를 키운다. 대다수 시민은 동물의 적이 아니라, 동물 착취를 못 본 척 방관함으로써 자신의 도덕성과 정신적 삶에 방어의 울타리를 칠 수 있는 개인들이기 때문이다.”**

“저렴하게 고기를 먹겠다는 사람의 욕망은 공장식 축산은 반대하면서 공장식 축산에서 나오는 저렴한 고기는 받아들임으로써 공장식 축산을 일반화한다.”**

프랑스 철학자이자 동물정치를 연구하는 코린 펠뤼숑은 책, <동물주의 선언>을 통해 우리 사회의 동물윤리가 어떤 점이 문제인지, 문제 인식을 넘어 실천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단호한 목소리로 말한다. 사견으로 동물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는 “동물의 삶은 지옥이고 이 지옥은 인류의 작품이며 인류가 저지를 수 있는 온갖 악행을 보여준다"**라며 동물에 대한 착취는 강대국이 약소국에게 하는 착취, 인간이 인간에게 하는 착취와 동일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동물이 행복하면, 인간 역시 행복해질 수 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실질적 변화를 만들기 위해선 변화를 시도할 때 저항을 이겨내야 한다고 말한다.

동물을 위한 사회에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동물에게 보다 정의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데 중요한 장애물 중 하나는 동물 착취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저항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이들의 반발이 정상적인 반응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현재 인간 사회는 동물을 도구로 생각하는 종차별주의에 기반하여 건설되었기 때문에 동물의 권익을 옹호하는 것은 사회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일이다. 따라서 동물의 권익을 옹호하고 동물에게 정의로운 사회를 원하는 사람은 사회 각층에서 일어나는 반발, 때로는 매우 폭력적일 수도 있는 반발에 놀라거나 분노하지 말아야 한다. 동물을 착취하는 것이 정당화되는 사회에서 자신의 기반을 마련해 온 사람들의 정체성, 삶, 역사가 문제화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들을 동물의 악독한 고문관이라도 되는 양 적으로 간주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고 새롭게 도래할 정의로운 사회에서 그들이 어떻게 자리잡을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한다.”**

그가 제시하는 실질적 방법은 공장식 축산 업자들이 자유 방목형으로 변할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만약, 이러한 지원조차 없다면 축산업자들은 경제적 논리로 인해 계속해서 공장식 축산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실제 축산업자 역시 경제적 지원이 뒷받침 된다면, 변화를 꾀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그는 도살장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동물에 대한 의무 교육을 실시하고, 이들이 미래에 새로운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는 모든 걸 싸게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노동력이라도 상관없다. 값싼 노동력에 의지하고, 그것만을 추구하는 한 공장식 축산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정리하면

공장식 축산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폭발하는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개발됐다. 그리고 그 수요는 점차 커졌고, 공장식 축산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자본주의 논리가 전제되어 있고, 값싸게만 생산할 수 있다면 그것이 생산되는 환경은 어떻든 상관없다는 인식이 지배하고 있다. 이 인식은 소비자의 행동까지 지배해, 공장식 축산이 잘못된 건 알지만 행동으로까지 이어지지 않게 한다.

아이러니하게 이 공장식 축산을 바꿀 수 있는 건 동일하게 경제적 논리를 펴서 축산업이 바뀔 수 있도록 지원하고, 방관이 아닌 응시와 직접적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만약, 이게 가능하다면 동물을 시작으로 우리 인간 사회에서 만연해 있는 착취의 시스템도 바뀔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인간이 동물을 착취하는 시스템은 인간이 인간을, 강대국이 약소국을 착취하는 시스템과 비슷하다. 그리고 동물에게 가해지는 공장식 축산은 그 모든 악행을 한데 모은 곳이다. 그 모든 악행이 모인 곳이 변화한다면, 어쩌면 조금 더 좋은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이 변화를 위해선 오늘의 행동이 필요하다.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동물기계>(루스 해리슨/ 에이도스/ 2020) p.13, 57, 58, 79, 80

**<동물주의 선언>(코린 펠뤼숑/ 책공장더불어/ 2019) p.15, 26, 94, 111,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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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관이 공장식 축산을 키운다'라는 말이 가슴에 크게 와닿습니다. 같은 생명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동료로서 보다 양심적이고 책임있는 태도로 살아야겠다고 다시금 다짐하게 되네요. 축산업의 변화가 중요한 만큼 저 개인의 변화도 더 늘려가야겠습니다.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는 말이 눈에 들어 옵니다. 아주 기본적인 부분에서부터 시각을 바꾸고 움직이면 조금씩 좋아지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당장의 이익이나 편함보다는 모두가 공존하는 세상이 되길 바래봅니다.
읽고나서 공장식 축산이 인간 중심으로 효율과 자본에만 초점을 맞춰서 만들어졌다는 게 더 명확해졌습니다. 부리를 자르는 등의 행동은 동물을 하나의 물건 정도로 취급한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하나의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선 다수의 관점과 인식이 변화해야 한다는 걸 또 느끼네요.
인간종의 비인간 동물종 착취 관행과 인간 종 내에서의 착취 문제를 연결해주신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추천해주신 <동물주의 선언> 꼭 읽어봐야겠네요. 날카로운 문장이 많은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