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동물권과 관련 있는 다양한 이야기

2023.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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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철학 연구자. 일어/중국어 교육 및 번역. => 돈 되는 일은 다 함


1 갈색개 사건

영국의 최전성기를 상징하는 빅토리아 여왕(Queen Victoria, 1819~1901, 재위 1837~1901)은 동물 생체실험을 매우 싫어했습니다. 이 시기 영국에서는 동물 생체실험에 반대하는 법안이 통과되기도 하였는데 많은 사람들은 이런 법안이 왜 논의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불만을 품고 있었습니다. 특히 생물학이나 의학을 가르치는 학자들의 반대가 심했다고 합니다.

여왕이 세상을 떠나기 전인 1900년, 스웨덴 여성 리찌 린드 아프 하게비(Lizzy Lind af Hageby, 1878~1963)와 라이자 카터리네 샤르타우(Leisa Katherine Schartau, 1876~1962)는 프랑스 파리에 있는 파스퇴르 연구소를 방문해 상처 입고 병든 동물이 가득한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아 스웨덴 반 생체실험협회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생체실험에 반대하는 활동을 하기 위해 직접 의사가 되기로 하고 런던 여자 의예학교에 입학하게 됩니다.

1903년 2월, 런던대학 생리학 교수 어니스트 스털링(Ernest Henry Starling, 1866~1927)은 전기 자극을 통해 침샘 자극이 혈관 자극과는 별개로 움직인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이를 위해 몸무게 6kg 정도의 갈색 개가 실험대에 올랐습니다. 이 개는 의학도들을 위한 교보재로 이미 여러 번 개복이 된 바 있는 개였습니다. 그 개는 60명의 학생들 앞에서 생체실험을 당했고 마지막에는 학생 중 한 명인 헨리 핼릿 데일(Henry Hallett Dale, 1875~1968)이 췌장을 제거하고 개의 심장에 칼을 꽂아 사망케 했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 리찌와 샤르타우가 난입하면서 사건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를 갈색개 사건(Brown Dog affair)이라고 합니다.

(헨리 핼릿 데일은 훗날 세포간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을 발견해 신경은 전기 자극이 아니라 화학 변화에 의해 전달됨을 밝혀 노벨상을 받았다.)

리찌와 샤르타우는 동물생체실험에 반대하는 변호사 스테판 콜리지(Stephen Coleridge, 1854~1936)를 찾아갔습니다. 스테판 콜리지는 두 사람의 증언을 토대로 런던대학 생리학 교실을 ‘동물 생체실험을 했다’라며 고소했고 이는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지요. 콜리지는 이들이 살아있는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을 한 것은 위법이며 의학, 생물학 연구자들이 이 법을 지키지 않고 있으며 그 동안 런던의 의학/생리학 교실에서 행해진 생체실험을 날짜별로 기록해둔 리찌와 샤르타우의 일기, 그리고 사건 당일의 증언은 매우 확실해 증거 능력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어니스트 스털링의 매형으로 역시 생리학을 가르쳤던 윌리엄 베일리스(William Bayliss, 1860~1924)는 살아있는 동물이 아니라 이미 죽은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었으며 교실에 난입한 두 여성은 수업 전체를 보지도 않았으면서 자기들 마음대로 사건을 만들어 터뜨렸다고 주장했습니다.

1903년 11월 25일, 재판장 리처드 웹스터(Richard Webster, 1842~1915)의 주재 아래, 배심원들은 25분간의 회의를 통해 런던 생리학 교실에 대해 유죄를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윌리엄 베일리스는 피해 배상금 2천 파운드, 법정 비용 3천 파운드를 지불하라고 선고했습니다. (이는 재판 다음날에 어니스트 스털링이 모두 지불했습니다.) 이후 이 판결을 기념하기 위해 생체실험 반대 운동가들은 갈색개 동상을 세웠는데 의대생들은 끊임없이 몰려가 동상을 파괴하려고 했습니다. 의대생들의 계속되는 폭력행위 때문에 영국에서는 사회주의자, 여성주의자, 노동조합원, 자유주의자들이 연합을 해 동상을 사이에 두고 계속되는 물리적 충돌이 일어났는데 재판 이후 약 10년에 달하는 일련의 사건들을 전부 묶어서 갈색개 사건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동물권과 관련된 (거의) 최초의 운동인 갈색개 사건은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지금도 이런 식으로 동물을 학대해가며 교육을 하는 의대나 생물학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직도 동물 실험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 되고 있습니다.


2 생태사회주의(Eco-socialism)와 사이토 코헤이

환경 문제와 관련한 다양한 사상의 갈래를 담은 과거의 글입니다(https://campaigns.do/surveys/127). 시간 여유가 있으시면 한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생태사회주의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아무리 빨라도 68혁명, 보통은 1980년대 이후로 잡습니다만, 그 이전에도 사회주의와 생태계 사이의 문제에 대한 고민을 안 한 사람은 없습니다. 레닌(Влади́мир Ильи́ч Ле́нин, 1870~1924)이 그들을 싫어하고 숙청했기 때문에 조용히 사라졌을 뿐이지요.

아마 가장 최근에 활동하고 있는 이름이 알려진 생태사회주의자 중에서 나이가 어린 축에 속하는 사람은 일본의 사이토 코헤이(斎藤幸平, 1987~)일 것입니다. 도쿄대학 이공계로 진학했다가 미국 웨슬리언 대학에서 정치경제학을 전공했고, 베를린자유대학에서 철학 석사, 베를린 훔볼트대학에서 철학 박사를 받고 지금은 도쿄대학에서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그가 이공계에 입학해 정치경제학으로 전공을 바꾼 데에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이 컸다고 합니다. 그는 동일본 대지진 때 종종 지적되었던 문제 ‘왜 도쿄 전력이 후쿠시마에 있는가’라는 질문에 주목하면서 도시의 전력 과잉 소비를 지탱하기위해 지방에 발전소를 떠안기는 현상에서 격차의 문제, 계급의 문제를 발견하고 전공을 바꿨다고 합니다. (好書好日.2023.02.09.)

사이토 코헤이는 맑스가 말년에 자연과학에 대해 깊이 공부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맑스의 노트에서부터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사이토 코헤이는 지구를 희생시키며 더욱 부유해지는 자본주의 그 자체에 대한 비판과 반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후 변화로 폭염과 폭한이 점점 심해지고 있지만 부유한 사람들은 빵빵한 냉난방 속에서 기후 변화를 느끼지 않고 있지요. 모든 피해는 부유하지 않은 사람들이 받고 있습니다. 사이토 코헤이는 이런 구조 속에서 자본주의의 한계가 다가오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차원에서 사이토 코헤이는 계급 문제와 환경 문제가 서로 부딪치지 않으며 이 둘을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노예주와 노예에서 자본가와 노동자로 이르기까지. 사이토 코헤이는 이런 경제 구조와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활동 전반이 인간 문명 이외의 주변부, 경계지역을 수탈하며 이루어져 왔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사이토 코헤이는 ‘녹색 성장’이라는 것도 이런 식의 착취, 외주화라고 보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탈성장’입니다. 일단 사이토 코헤이는 환경 문제 속에서 피해를 받는 모든 존재를 ‘환경 프롤레타리아’라고 합니다. 우리 환경 프롤레타리아들은 지루하고 어려운 싸움이 분명한 환경을 위한 탈성장 투쟁에서 단결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과정에서 친환경적인 생활을 하기 힘든 가난한 사람들에게 죄책감을 주지 말 것, 여유 있는 자들이 생활 방식을 바꿀 것, 각자의 위치와 상황에 따라 ‘지나친 부담이 없는 최저한의 생활’을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3 동물에게도 시민권을?

캐나다의 철학자 윌 킴리카(Will Kymlicka, 1962~)는 『주폴리스(Zoopolis, 2011)』라는 책을 통해 이전의 동물권 논의는 도덕적 영역에만 머물러 있음을 비판하고 동물 보호의 법적/정치적 성격을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구분했습니다.

1) 인간이 기르는 가축의 경우: 인간에 의해 사육되는 동물들에게는 그들의 관심, 선호가 최대한으로 고려될 수 있는 공동 시민권을 부여해야 한다. 인간과 똑같은 시민권은 아닐 지라도 동물들에게도 시민권을 부여하며 식재료, 의류 목적의 동물 사용을 금지할 것.

2) 야생동물의 경우: 야생동물에게는 그들이 사는 지역에 대한 주권을 부여해 번식과 생존을 보장해야 한다.

3) 1과 2의 중간인 경우 - 도시에 살지만 인간이 기르지는 않는 동물(비둘기, 쥐, 길고양이, 각종 곤충 등)은 그들이 인간 사회를 거부하고 있다고 간주하고 그에 맞는 권리를 고민해야 한다.

동물의 시민권과 주권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그리고 도시에 사는 비가축 동물들의 권리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4 후쿠시마와 동물

요즘 가장 이슈가 되는 뉴스 중 하나가 바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문제지요. 이와 관련해 어딘가에선 해산물을 못 먹게 된다, 어업 종사자들은 앞으로어떻게 살아야 되는 거냐고 이야기 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물론 그분들도 일차적인 피해자이지요. 이건 부인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일차적인 피해자가 있습니다 바로 피폭을 당하는 비인간 생물들입니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폭파 사고 직후, 사람들은 차마 동물들을 챙길 여유도 없이 몸만 빠져 나와 피난을 갔습니다.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은 물론 소 돼지 닭 같이 목적을 가지고 길러지는 가축들 모두가 후쿠시마에 방치되었습니다. 이런 동물들에 대해 일본 정부가 선택한 방법은 바로 전부 살처분이었습니다. 어차피 이 지역에서 길러진 동물로 고기를 가공해 판다고 해도 누군가가 사먹을리도 없거니와 이 지역의 농축산물을 다른 지역으로 판매 하는 것 자체가 이때는 금지 되어 있었습니다. 또 야생동물이나 농장에서 도망친 동물둘이 방사능 물질을 아주 소량이라고 해도 다른 지역으로 옮길 수도 있구요 그래서 일본 정부는 이 지역에 동물 전부를 순차적으로 살처분 하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일본의 사단법인 고향과 마음을 지키는 친구 모임(故郷と心を守る友の会) 회원으로 재난 지역의 버려진 동물들을 기르는 일을 하고 있는 타니 사츠키(谷さつき)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극한 상황에서 큰 피해를 입는 건 언제나 힘없는 약자잖아요. 사람은 피난이라도 갔지만 동물들은 영문도 모른 채 계속해서 피폭을 당한 거죠. 이 점에서 반려동물, 가축, 야생동물 모두 피해자입니다. (한국일보.2016.02.22.)


5 해월 최시형

동학의 두번째 교주 해월 최시형은 경주 사람입니다. 어렸을 때 고아가 되어 종이 만드는 일을 하다가 철종 12년인 1861년에 최제우를 만나 동학에 들어가게 됩니다. 1863년에 최제우가 그를 동학의 다음 교주로 결정을 했는데 1864년에 최제우가 혹세무민의 죄로 처형을 당하게 됩니다.

최시형은 안동, 울진 등을 전전하며 숨어서 포교를 했는데 이 시기는 우리가 모두 알다시피 참으로 혼란한 시기였습니다. 동학 교인 중에 충남 홍주 사람으로 동학에 들어간 뒤 경남 진주, 경북 영해 등을 전전하던 이필제(1825~1871)라는 사람이 최시형의 말을 듣지 않고 황제가 되겠다는 야욕을 드러내며 충북 진천, 경남 진주, 경북 영해에서 농민운동을 일으켰습니다. 결국 문경에서 최제우의 신원 복권을 요구하며 봉기를 준비하다가 발각되어 능지처참을 당하게 됩니다. 최시형은 이 일로 또 숨어 살아야했습니다.

1892년부터 93년 사이에는 전봉준 등이 흥선대원군과 내통하며 고종을 폐위하고 새 왕을 세울 계획을 꾸몄는데 최시형은 동학이 대원군에게 이용당할 것을 우려하며 이에 반대했습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최제우의 신원 복권 요구, 즉 교조신원운동은 계속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1894년 고부 접주 전봉준이 중심이 되어 일어난 동학 농민 운동에 대해서도 최시형은 다소 부정적인 입장이었습니다만 후에 청나라와 일본 군대가 조선에 주둔하자 최시형은 모든 동학 교도들에게 외세와 싸울 것을 명했습니다. 우리가 잘 알듯이 동학농민운동은 공주 우금치에서 일본군에게 학살을 당하며 끝이 나게 되었지요. 이 일로 최시형도 숨어 다니게 되었는데 1898년 강원도 원주에서 동학교도 송경인의 밀고로 체포되어 사형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최시형는 최제우의 시천주 사상을 넓혀 각자 자기 안의 하느님을 기르라는 양천주 사상을 전개했는데 이 와중에 등장한 것이 ‘이천식천(以天食天)’, ‘하늘로 하늘을 먹는다’ 사상입니다. 최시형은 이 세상 모든 생명에는 하느님이 있다고 말하며 우리가 식물이나 동물을 섭취하는 것, 생태계의 먹이사슬은 ‘하늘로 하늘을 기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해월신사법설』「이천식천」) 하늘로 하늘을 기른다는 것은 우리가 먹고 활용하는 자연의 모든 것들이 얼마나 거룩한 것인지를 알고 그 하늘의 값을 늘 기억하라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하늘로 하늘을 기르는 것도 아니면서 자연의 너무 많은 것들을 희생시키고 있지는 않은지요.


읽어볼만한 책

1 사이토 코헤이(斎藤幸平), 『칼 맑스의 생태사회주의: 자본, 자연, 그리고 끝나지 않은 정치경제학(Karl Marx's Ecosocialism: Capital, Nature, and the Unfinished Critique of Political Economy)』, Monthly Review Press, 2017.

  - 한국에선 2020년에 『마르크의 생태사회주의: 자본, 자연, 미완의 정치경제학 비판』이름으로 번역되어 두번째테제에서 출간되었습니다(역자 추선영).

2 사이토 코헤이, 『인신세의 자본론(人新世の「資本論」)』, 集英社新書, 2020. 한국에서는 2021년에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라는 이름으로 다다서재에서 출간되었습니다(역자 김영현)

3 윌 킴리카(Will Kymlicka), 『주폴리스(Zoopolis)』, Oxford University Press, 2011. 아쉽게도 한국에는 번역이 없습니다. 대신 2023년에 책공장더불어에서 나온 『동물노동』이라는 책을 추천드립니다. 이 책은 2019년에 Oxford University Press에서 나온 『Animal Labour: A New Frontier of Interspecies Justice?』의 번역입니다.

4 『해월신사법설(海月神師法說)』「이천식천(以天食天)」. 한국에서는 천도교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천도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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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 시대를 가리지 않고 한가지 주제에 대해 잘 정리된 글이네요. 잘봤습니다!
갈색개 사건이나 해월 최시형 관련 정보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는데요. 읽으면서 동물권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조금씩 인식이 바뀌고 제도가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습니다. 이런 정보를 더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면 동물권을 존중하는 사회가 더 빠르게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