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5일 충북 청주 오송읍 궁평 2지하차도가 폭우로 침수되어 현재까지 24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참사와 관련해 도로와 시설이 과거의 강수 기준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에 극한 호우 같은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더 높은 수준의 방재시설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작년 서울 홍수 사태만 봐도 그렇다. 인구 천만의 도시에 비가 많이 와서, 반지하에 주거한다는 이유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있었다.
MBC 스트레이트에 따르면, 작년 침수 피해 이후 서울시가 6월까지 침수 방지 시설 설치를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시설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곳은 2만 8천여 가구지만 물막이 판과 역류 방지기 같은 시설이 설치된 곳은 9천5백 가구로 33%에 그쳤다. 서울시는 작년 8월 반지하 주민들을 지상으로 이주시키겠다고 했다. 또한, 공공임대주택 입주를 지원하고 2년간 한 달 20만 원의 주거 바우처를 지급한다는 대책도 내놨다. 하지만 이주한 가구는 전체의 1% 밖에 안 된다.
정부가 저소득층 주거 안정을 위해 지급하는 주거 급여는 서울 1인 가구 기준 월 33만 원이다. 그러나 지원 금액에 맞춰 집을 찾으면 억대 보증금으로 뛰기 때문에 반지하에서 벗어나기가 여전히 힘든 상황이다. 반지하 5천250 가구를 사들여 없애겠다는 대책이 있었지만 6월 27일 기준 125가구에 그쳤다. 주인이 여럿인 다세대 주택은 반지하 포함 건물 절반 이상을 살 수 있을 때만 매입 가능하다는 국토부 현행 지침이 있기 때문이다. 반지하 가구가 밀집한 서울에 다시 한번 극한 호우가 몰아친다면 작년과 같은 재난이 벌어지지 말란 법이 없다. 예산과 법 그리고 부동산 문제까지 겹쳐있기 때문에 해결을 위한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도 그런 것들이 필요할까? jtbc는 세 가지 내용을 짚었다. 첫째는 충청북도 매뉴얼이다. 지하차도 중앙이 50cm 이상 잠겨야 도로를 통제하는 규정. 50cm 수준으로 물이 차는 데 5분이 걸렸고 12분 뒤 수만 톤의 물이 쏟아지며 침수되었다. 약 20분 만에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 돼버리며 규정이 소용없게 되었다. 침수가 예상되는 현장에 직접 나가 통제를 하지 않는다면 규정인 50cm에 맞춰 도로 통제가 어렵다. 아무리 구체적인 규정이라 해도 적극적인 행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두 번째 원인으로는 배수펌프를 들었다. 오송 지하차도에는 4개의 배수펌프가 있었다. 하지만 물이 차오르면 전원이 꺼지는 설비였다고 한다. 전국 대부분의 지하차도 절반이 이렇다고 한다. 물을 빼기 위해 배수펌프를 사용하는데 물이 차면 펌프 사용이 불가능하다니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장비의 문제도 있지만 적절한 장비를 구비하지 못하고 관리하지 못한 사람의 책임이 더 크다.
세 번째로는 자동 차단 장치를 언급했다. 침수나 화재 위험이 있을 때 터널에 진입하지 못하게 입구를 막는 장치다. 오송 지하차도에는 하반기에 설치될 예정이었다고 한다. 장마 대비를 제대로 못한 것으로 봐야한다. 이런 점을 살펴보면 당장 기후 변화 대응에 맞서 규정도 바꾸고 예산도 적극적으로 투입하는 것이 합리적인 해결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것으로 해결될 것 같진 않다. 해결을 위해선 규정과 돈을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이 일을 잘 해야 한다.
*김영환 충청북도지사는 현장에 갔다고 해서 상황이 바뀔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고 발언했다.
재난안전법상 국민의 생명 보호 의무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진다. 그러나 충북도와 청주시가 관할 주체 문제를 거론하며 각 지역 침수 대응에 바빠 다른 관할 도로까지 챙길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 법만 가지고 보면, 직무유기로 처벌도 가능하지 않을까. 충북도 도로관리사업소는 금강홍수통제소가 보낸 홍수경보 문자를 받았다. 미호강 범람 위험을 알리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실무자 연락도 세 차례 받았지만 단순 참고만 했다고 밝혔다.
비가 많이 왔구나 정도로 참고했던 것일까. 다른 곳에 전파했다면, 또는 인력을 현장에 빨리 보냈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지 모른다. 충북도는 지하차도에 물이 얼마나 차는지 수위계로 원격 모니터링 중이었다고 한다. 20분 사이에 수만 톤의 물이 찼는데 원격 모니터링이 무슨 소용인가. 모니터를 켜두기만 한 게 아닐까. 모니터링을 하고 있었더라면 비가 많이 오고 있고 물이 어디선가 차오르고 있는 게 보였을 텐데 말이다.
청주시 대중교통과는 차도가 침수된 시간에 우회로를 문의하는 버스회사들에 다른 차도로 가라고 안내했다고 한다. 하지만, 소방대원들이 침수 현장에 출동했고 청주시청 재난안전 상황실까지 상황이 공유된 상태였다. 청주시 대중교통과까지 전파가 안 된 것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평소 모든 과에 다 전파하지 않고 관련 부서에만 알린다고 설명했다.
흥덕구청 직원들끼리 위험정보 공유가 안 된 정황이 있다고 한다. 15일 흥덕구청 건설과는 금강홍수통제소의 위험 통보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강홍수통제소는 아침 6시 34분 흥덕구청 건설과에 통보를 했다고 한다. 이에 16일 흥덕구청은 직원 한 명이 위험 통보를 받았다고 확인한 사실을 밝혔다. 이 부분만 봐도 내부적으로 정보 공유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민의 생활 안전을 책임지는 공공기관은 제 역할을 1도 하지 못했다.
경찰은 어땠을까? 경찰은 행복청 감리단장으로부터 아침 7시 4분과 7시 58분 두 차례 신고를 받았다고 한다. 이를 흥덕구청에 알리고 침수된 탑연 삼거리 인근을 통제했다. 하지만, 궁평2지하차도에는 침수된 지 20분이 지나 도착했다. 충북경찰청은 흥덕 경찰서에 접수된 신고만 106건이라 가용 인력이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타 경찰서 인력도 대응에 나가 지원이 여의치 않았다고 덧붙였다. 10.29 참사 당시 이태원 한 골목에서 목 놓아 통제하던 경찰 한 명이 떠오른다.
이번 장마뿐만 아니라 7월 한 달 동안 강수량이 많을 거라고 대대적인 보도가 있었다. 예보도 있었다. 중앙 정부에서 별도의 지침이 없었다고 한들, 지방 정부 스스로 예방 가능한 사안 아니었을까 생각은 든다. 하지만, 지방 정부 스스로 예방할 수 없었다면 이를 방관한 중앙 정부의 책임도 크다. 하지만, 지방 정부가 각개 전투를 하는 동안 중앙 정부의 개입은 없었다.
오히려 책임자를 색출하고 있는 모양새다. 대통령실은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 수사 의뢰된 경찰 6명을 처벌하는 선에서 수사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무총리실은 112 신고 사건 처리 과정에서 중대한 과오가 있었고 사고 발생 이후 경찰 대응 상황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총리실에 허위 보고가 이뤄졌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책임자 처벌은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은 문제의 원인을 밝히는 것과는 다르다. 10.29 참사에서는 참사 책임자를 끝까지 찾지 않더니 이번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서는 적극적으로 책임자를 찾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참사를 대하는 태도에 진실하지 못하고 오히려 참사를 이용하는 모습으로도 보인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4대강 사업과 금강 범람을 연결 지으며 4대강 사업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참사는 일부 정치인들에게 국가사업을 시작하기 위한 발판으로 이용되는 것인가? 아니면 정말 그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렇다면, 이번 참사의 원인은 4대강 사업과 관련이 있을까? 오마이 팩트의 문재인 정부가 4대강 보 해체해 충남과 전라도에 물난리가 났는지에 대한 팩트체크에 따르면.
금강 유역의 세종보, 공주보, 영산강 유역의 죽산보 등 3개 보를 정부와 주민이 협의해 해체 시기를 결정했다. 단, 현재까지 4대강 보 가운데 해체된 건 한곳도 없다. 그러니까 4대강 사업을 복구할 필요가 없는 상태다. 아직 4대강 보는 건재하다. 정치권의 부정확한 말과 주장은 참사를 해결하기보단 참사를 지나치게 정치적인 문제로 만들 뿐이다. 정치권이 참사를 잘 해결하는 방법은 정치적인 이슈로 몰고 가는 게 아니다. 올바른 정치적 결단을 하는 데서 시작한다. 거기서부터 참사의 원인이 밝혀지고 미래의 사고가 예방되며 유가족들에게 조금의 위로라도 된다.
정리하면, 이번 참사는 시스템과 규정의 문제는 아니었다. 시스템과 규정을 제대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없었던 것이 참사의 원인이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실 발언을 보면 앞으로도 그런 사람들은 없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당장 대통령이 서울로 뛰어간다 해도 상황을 크게 바꿀 수 없는 입장”
각자도생의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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