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과 관련해 전세계적으로 다양한 정책적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은 전기차 중심의 로드맵을 펼치고 있습니다. 2021년 8월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절반을 친환경차로 대체할 계획입니다. 연계적으로 공공 전기차 충전인프라를 50만개로 늘리기 위한 예산 150억 달러를 의회에 요청했습니다. EU는 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에서 수입되는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일종의 무역관세인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2026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할 예정입니다. EU는 차량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도 크게 강화합니다. 2030년에는 디젤과 휘발유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차의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이 기존 대비 55% 강화됩니다. 5년 뒤에는 100%로 상향 조정할 계획입니다. 2035년이 되면 EU에 가입한 국가에서 내연기관차를 판매할 수 없습니다.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처럼 공격적인 기후변화 대응 로드맵 준비에 시간, 돈, 경제 인프라도 준비되지 않았습니다. 해당 정책은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에 경제적 종속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특히 유럽의 탄소배출권의 경우 여전히 제조업 기반에 갇힌 중국 및 아시아 국가들의 성장을 가로막는 '무역장벽'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한다는 대의명분은 있지만 결과적으로 개발도상국들이 경제와 산업 성장을 저해하는 모양새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에 산업혁명으로 발전한 선진국들이 ‘환경오염 책임’을 개도국에 전가한다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로 인한 전세계적인 문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요? 최근 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개도국의 기후위기 피해를 선진국이 보상해야한다는 내용을 담은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한 기금’ 조성을 위한 목소리가 모였습니다.
기후위기 피해, 선진국이 개도국 책임져야
파키스탄은 2022년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기는 대홍수로 1,717명이 사망했습니다. 또한 전체 인구의 약 15%인 3,300만 명이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아프리카 19개국은 올해 홍수로 500만 명 이상이 피해를 입었으며 농경지 약 100만 ha가 물에 잠겼습니다. 영국 일간지인 가디언에 따르면 나이지리아, 니제르, 차드에선 올 하반기 홍수로 수백 명이 숨지고 150만 명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처럼 기후변화로 인해 자연재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지난 100여 년간 선진국이나 부국들의 산업 개발과정에서 대량으로 배출된 탄소가 그 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반해 개발도상국(이하 개도국)은 상대적으로 탄소배출량이 적습니다. 개발도상국의 상황이 더 열악해 같은 피해를 입더라도, 받는 타격과 회복에 걸리는 시간이 더 크고 이를 위한 자원 마련도 쉽지 않습니다.
더 깊고 오래가는 개도국의 타격은 누가 책임져야 할까요? 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이하 COP27)에서 작은 실마리가 나왔습니다. COP27 의장 사미흐 슈크리 이집트 외교장관은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한 기금’ 조성에 대한 내용을 담은 총회 결정문이 당사국 197개국 합의로 채택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산업 개발 과정에서 대량 배출된 탄소로 인해 개도국이 지구온난화 피해를 본 것을 선진국들이 보상해야 한다는 취지도 담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20일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COP27 폐막 총회에서 해당 기금 조성의 내용을 담은 총회 결정문이 발표되었습니다. 6일 개막한 COP27은 18일 끝날 예정이었으나 기후변화 보상 문제 등에 대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견해차로 20일 새벽에야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이코노믹리뷰 2022.11.20)
(연합뉴스 2022.11.20)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한 기금’ 이후 방향성은 어떻게?
아직 구체적인 기금 운용방식은 향후 과제로 남았습니다. 기금 조성 방식과 국가별 기여방식, 기금을 받는 국가와 기금 운영 방식 등은 미정입니다. 또한 아직 선진국으로 분류되지 않은 중국과 인도 등 현재 주요 탄소 배출국이 보상제공을 얼마나 감수할지도 미지수입니다. 또한 COP27에선 ‘지구 온도 상승폭 섭씨 1.5도 제한’ 목표 달성을 위해 석탄뿐만 아니라 석유 천연가스 등 모든 화석연료 사용을 감축하자는 제안은 합의되지 못했습니다.
외신들은 이번 기금 마련 합의를 ‘획기적’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기후 관련 싱크탱크인 ‘파워시프트아프리카’의 모하메드 아도우 상임이사는 “처음에는 손실과 피해 보상 기금이 논의 대상에도 오르지 못했다”며 “우리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은 기금 의무부담국가 불포함입니다. 1992년 유엔 기후변화협약 채택 당시, 의무부담국의 범위를 선진국으로 정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COP27의 주요쟁점 중 하나는 ‘기후변화협약 채택 이후 크게 성장한 국가들이 손실과 피해를 부담해야 하는지’였습니다. 선진국 측은 “중국과 중동 산유국들은 협약 이후 경제적으로 크게 발전했기 때문에 손실과 피해를 함께 부담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중국 등의 반대로 합의까진 다다르지 못했습니다.
균형적인 시각의 고민, 좀 더 다양한 산업에서 필요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한 기금’은 과거 탄소배출에 대한 책임을 다양한 주체들의 관점을 담아 묻는 의제입니다. 계속적으로 과학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인공지능 같은 신기술들이 이후 비슷한 문제를 만들 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때문에 COP27이 균형적인 시각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꾸준히 살펴보고 다양한 문제에 적용하려는 생각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코멘트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