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방사능 오염수 방류에 대한 정부와 정치의 몹쓸 짓

2023.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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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정치, 시사, 영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7월 12일 윤석열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리투아니아에 방문하던 중 한일정상회담이 열렸다. 여기서 윤 대통령은 방사능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계획대로 방류의 전 과정이 이행되는지에 대한 모니터링 정보를 실시간 우리측과 공유하고, 방류에 대한 점검 과정에 우리 전문가도 참여토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즉각 방류를 중단하고 우리측에 그 사실을 바로 알려달라"고 덧붙였다.

정치의 목적은 문제 해결이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방사능 오염수 배출을 막기 위해 애써야 하는 것이 정치다. 일본의 정치와 한국의 정치가 그렇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애초부터 오염수를 해결하기 위한 생각이 없었다. 후쿠시마산 식재료를 먹어서 응원하자는 부흥운동을 했던 걸로 봐선. 그리고 지금은 방류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일본 정부가 아무도 모르게 방류한다면 막을 방법이 없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하기 위한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방사능 오염수에 대해 가지는 입장은 무엇인가? 

거름망으로 바닷물에 방류된 오염 물질을 거르면 마실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해진다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다. 일단 스위스 산맥 이름 같은 거름망 기술 ‘알프스’든 방사능 오염수든 덮어두고 상식적인 접근을 먼저 해보자. 사람은 아가미로 호흡하며 바닷물에 살지 않는다. 사람은 바닷물이 깨끗하든 더럽든 바닷물을 원래 마시지 않는다. 사람은 바닷물이 아닌 물을 마시며 생존해 왔다. 바닷물을 마시면 탈수 현상에 걸린다. 사람이 먹는 것은 해산물이다. 해양 생물들은 바닷물에 떠다니는 플랑크톤을 먹고 다른 바다 생물들을 먹으며 생존한다. 먹이 사슬 상위 포식자인 인간은 영향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네 정치권은 국민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였는가.

국민의힘 우리바다지키기 TF는 웨이드 앨리슨 옥스퍼드 명예교수를 초빙했다. 앨리슨 교수는 방사능 오염수를 몇 번이고 마실 수 있다는 이야기만 늘어놓았다. 도움 되는 이야기는 1도 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각 지역마다 방사능 오염수 방류 괴담이라며 현수막을 걸었다. 국민의힘 의원은 노량진 수산 시장 수조에 담긴 바닷물을 마시는 현대 예술을 보이기도 했다. 6월 15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노량진 수산시장을 방문해 생선 많이 먹자는 캠페인을 했다. 방사능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면 이런 행동들은 할 필요가 없는데 말이다. 이해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정치권의 행동과 달리 국민들은 적극적인 반대 의지를 몸소 보이거나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다들 알아서 먼저 하고 있었다. 지난 6월 21일 통영 이순신공원 앞바다에서 약 350여 척의 어선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을 규탄하는 해상시위를 펼쳤다. 전남 완도에서도 200여 척의 어선이 해상 시위를 했다. 그리고 수산물에 대한 불안이 확산되며 학교나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방사능 측정 장비를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휴대용 측정기는 표면 오염도 측정에 쓰이기 때문에 방사능 누적에 대해선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고도 한다. 국민들은 있지만 정부는 없다.

본인촬영
본인촬영

소금 사재기가 보도되었다. 살면서 처음 보는 모습이다. 소금 주문이 폭증해 한두 달 치가 밀려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해양수산부는 주문 물량은 늘었지만 소비자 1명이 많이 사는 게 아니기 때문에 사재기로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소금 가격 폭등은 생산 면적 감소와 날씨 영향이라며 방사능 우려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나는 살아오면서 마트에서 소금 수급 문제로 제한 판매하는 걸 처음으로 봤다. 

해양수산부 페이스북을 통해 해수부가 방사능 오염수 불안으로 인한 소비심리 진작을 위해 캠페인 수준의 일을 진행하고 있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필요할 수 있는 일이다. 단, 여기에 앞서 방사능 방류에 대한 반대 입장은 내놓았을까? 하다못해 일본 측에 항의 서한이라도 보냈을까? 공무원 집단이라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정부의 압박에 그러지 못했을까? 왜 이렇게 다들 수동적인 태도만 취하는 건가. 방사능 오염수 일일 브리핑에 대한 페이스북 게시물도 업로드했다. 내용은 충격적이다. 한국 정부 기관이 이런 내용을 발표했다는 걸 두 눈 뜨고 믿을 수 없다.

(사진 출처 : 해수부 페이스북)
(사진 출처 : 해수부 페이스북)

정부와 정치가 보여주는 모습이 개인과 집단이 보여주는 행동보다 못하다. 모두, 각자도생의 길에 놓여있다. 후쿠시마 방사능 유출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치권과 정부는 일본 정부에 항의는커녕 일본 정부가 해야 할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 브리핑을 자처하고 있다. 6월 26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일일 브리핑에서 박구연 국무1차장은 오염수 방류가 아닌 고체화 등 다른 대안이 없냐는 질문에 대해 과거 4년 동안 논란이 된 사안이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현재 방류 방식이 과학적 선례와 안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판단돼 확정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류에 대해 합리화하며 내놓을 입장이 한국 정부 인사 입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암담하다. 

국제원자력기구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국민의힘은 국제사회의 중추 국가로서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추 국가라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반대 입장을 강력히 피력하는 게 국제 해양 안전을 위해 중요한 태도 아닌가. 겸허하다는 의미는 스스로 자신을 낮추고 비우는 태도다. 우리는 그럴 필요가 없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연구와 국제적인 공동관리를 위해 설립된 기구다. 원자력 발전소 폭발로 인해 발생한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해 ‘감놔라 배놔라’ 할 자격 없는 기구다. 그들이 내놓은 보고서에 책임이 없다는 문구를 적어 냈다.

(사진 출처 : 국제원자력기구 보고서)
(사진 출처 : 국제원자력기구 보고서)

7일 한국 정부는 일본 근접 공해상 8개 지점에서 방사능 모니터링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눈에 보이지도, 걸러지지도 않는 방사능 물질이 모니터링을 실시하면 바다에 떠다니는 걸 막을 수 있나? 그 물질들을 해양 생물들이 섭취하는 걸 막을 수 있나? 그 해양 생물들이 우리네 식탁에 오르지 않도록 막을 수 있나? 처음부터 방류에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가용한 방법을 총동원한다면 될 일을. 모니터링하려고 앉아있다니 답답하다.

방사능 오염수 방류가 안전에 큰 문제 없다는 주장을 하는 많은 전문가들과 정치권 인사들이 있는데, 방사능 오염수를 눈으로 본 적 있는지 묻고 싶다.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한다는 것은 지구가 있고 나서 처음 발생하는 대형사고다. 한번 방류되면 후에 어떤 일이 펼쳐질지 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 아무도 경험해 보지 못했다. 일본 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 그리고 한국 윤석열 정부는 이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된다. 

   

정치는 일상이고, 우리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 관심을 가져도 이 모양이니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더 처참할 것이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일본이 자랑하는 다핵종제거설비 알프스는 국제원자력기구로부터 실제 성능 검증을 한 번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보도했다.

*오마이뉴스는 정부가 유튜브를 통해 후쿠시마 오염수 안전 광고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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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도생의 길이 펼쳐졌다는 데에 공감합니다. 해류 소개 저 그림은 처음보는데 정말 열불나네요. 방사능 수치가 안전하다는 게 아니라 해류가 멀리 돌아오니 4-5년 걸려서 안전하다는 설명을 하고 있다니요 ㅠ

대단히 크지도 않은 당장의 이익 때문에 백년의 대계를 그르치는 판단입니다. 윤 정부를 규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