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통일부
윤 대통령이 2일 통일부 장차관과 통일비서관 등 대북·통일정책 관련 주요 3보직을 모두 ‘비통일부 출신’으로 교체했습니다. 통일부 출범 후 처음으로 있던 이례적인 인사였습니다. 윤 대통령은 대변인을 통해 “그동안 통일부는 마치 대북지원부와 같은 역할을 해왔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며 통일부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습니다.
통일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신통일미래구상’의 핵심이자 통일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북핵, 인권, 북한이 호응한다면 경제협력 문제를 삼위일체로 묶어 논의하는 ‘한반도 헬싱키 프로세스’를 적극적으로 고려한다”며 앞으로의 통일부의 방향성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또한 통일부는 앞으로 교류와 지원 파트를 축소하고 북한 인권과 북한 정세 분석 및 정보 수집 등을 담당하는 조직의 인력 충원 및 기능을 강화하는 변화를 예고했습니다.
야당에서는 이에 과거 정부에서 해온 남북 평화를 위한 노력을 부정하는 행위라며 반발했습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3일 브리핑을 통해 통일부는 대북지원부서가 아니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하며 ”남북 대화 협력, 한반도 평화 구축에 앞장서온 통일부가 ‘대북선전부’나 ‘대북공작부’ 혹은 ‘제2의 국정원’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하기도 하였습니다.
정부조직법 제31조에 따르면 ‘통일부 장관은 통일 및 남북대화·교류·협력에 관한 정책의 수립, 통일교육, 그 밖에 통일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실제 통일부는 그동안 정권과 상관없이 남북 교류 협력이나 인도적 문제를 우선순위로 두며 활동을 해왔습니다. 부처의 본래 기능이 축소되거나 정체성이 모호해지면 이명박 정부 시절 외교부에 통일부를 흡수시키려던 위기에 버금가는 통일부 통폐합 트라우마가 반복되지 않으리란 법도 없어 보입니다.
또한 북한 인권과 북한 정보 수집은 북한 정권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용됩니다. 통일부마저 이러한 기조로 운영되고 계속 남북 강대강의 대결로 치닫게 되면 희미한 평화의 연결의 ‘고리’마저 사라질 위험에 처할 수 있습니다. 최근 현정은 회장의 방북 무산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현 회장 측은 고(故) 정몽헌 회장 20주기에 맞춰 금강산 지역 방북을 추진하기 위해 북한 접촉 신고서를 지난달 27일 통일부에 제출했는데요. 하지만 통일부가 대북 접촉 신고를 승인하기도 전에 북한이 외무성을 통해 ‘입국 불허’를 통보했습니다. 또 우리측 인사 방북과 관련되어 역할을 담당했던 통전부가 아닌 외무성을 통해 입장을 전달했는데 이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남북이 1991년 체결한 남북기본합의서에서 서로의 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 관계’라고 규정했습니다. 이에 우리 정부의 외교부가 아닌 통일부가, 북한도 외무성이 아닌 통전부가 서로 파트너 관계에 있었고, 남북은 서로 다른 나라가 아니라는 의미로 ‘입국’이란 단어 대신 ‘입경’이란 표현도 써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달라진 태도는 남과 북의 관계를 특수관계가 아닌 ‘남남’으로 보겠다는 강경한 의사표현인 셈입니다. 적대적 태도는 더욱 적대적인 태도로 돌아오기 마련입니다. 남북관계를 위해서는 평화를 위한 작은 창이라도 열어두어야 합니다. 정부가 강경하게 대응하면 민간의 역할도 축소되고 평화로 가는 문은 더 좁아지기 마련입니다.
악화된 남북관계와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통일부의 새로운 역할을 찾아가는 것은 의미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에서 만들어진 특수한 부서 ‘통일부’의 본래의 취지와 정체성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통일부는 물론 북한 지원부가 아닙니다. 헌법에 명시된 ‘평화적 통일의 사명’을 수행하려는 부서입니다. 실책도 있었지만 유의미한 성과도 있었습니다. 정부가 강조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하되 그 목적은 ‘평화’를 향해 나아가는 발걸음이 되야하지 않을까요?
상황에 따라 정부의 기조에 따라 변화하는 것은 분명한 방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도 보이지만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모호해져만 가는 통일의 정의와 가치에 대해서도 고민해 봐야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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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기사:
1. 통일부 장·차관 다 바꾼 尹 "北지원부 아니다...이젠 달라져야" / 중앙일보
2. 정부 “통일부 해체수준 개편”… 北인권 담당 조직 강화 예고 / 동아일보
3. 김영호 "북핵·인권·경협 삼위일체 논의 고려...통일부 변해야" / YTN
4. 北, ‘현정은 방북’ 계획에 “남조선 어떤 인사 입국도 불허” / 동아일보
코멘트
4위안부 피해자분들의 인권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과학적 사실과 관계없이) 불안에 떠는 자국 국민의 인권보다 북한 주민의 인권을 챙기려는 모습이 정말 감동적이네요.
평화적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과의 관계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적절하게 대응하면서도 지원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