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심란하고 심난한 청년정책

2023.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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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기대되는 삶을 위해서 지금 문제로 보이는 것을 많이 얘기하고 공부하고 싶습니다.

지난 6월 4일, TV조선 특별프로그램으로 '2023 대한민국 청년정책 공모전'이 방영되었다. 40초짜리 짧은 클립영상에서 눈에 띄었던 장면은 '실망스럽습니다. 생각이 아니라 상상 같은데요' 라고 말하는 심사위원들, 그리고 심사위원들의 말에 '눈물을 흘리는 한 청년', '기뻐하는 청년들'이었다. 심란한 마음으로 뒤늦게 유튜브에서 방송을 찾아봤다.

"소울메이트의 손을 잡아주시겠습니까?" 정책 발표가 끝난 뒤 진행자가 심사위원의 점수를 확인하기 전에 하는 멘트다. 심사위원들이 매긴 점수는 악수하는 모양의 아이콘으로 표시한다. '당신에게 기회를 주겠다!'라는 의미를 아주 잘 표현했다.

출처 : 유튜브 TVCHOSUN - TV조선

중앙부처가 같이 만든 방송 프로그램이라면, 연출을 맡은 PD의 마음대로 작업을 했을리는 없을 것이다. 이 방송의 발주처가 청년을 어떤 시선으로 보고 해석하는지 잘 느낄 수 있는 방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23 대한민국 청년정책 공모전’은 국무조정실과 청년재단이 3월 1일부터 21일까지 접수를 받았고, 712건의 제안이 접수되어 총 2,000명 이상의 청년(3명이 1팀)이 공모전에 참여했다. 추후 총 3차에 걸친 심사를 통한 최종 과제를 선정, 전문가 특강 및 부처 정책담당자 멘토링 후 2차 심사를 거쳐 최종 심사가 방영되었다.(보도자료)


사실 2022년에도 '서울 청년정책 콘테스트'라는 이름으로 정책 오디션이 진행되었고, 그 이전부터 청년정책을 공모전 형식으로 제안 받는 사업은 늘 있어왔다. 시혜적인 관점으로 청년을 바라보는 청년정책이나 단기간 공모전 형식으로 청년정책을 만들어내는 일이 이번 정부에 새롭게 등장한 것도 아니다. 공모전 하나만 가지고 전체를 비판할 이유도 없다. 다만, 이러한 방식으로 청년을 호명하면서도, 청년 세대 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청년정책을 강화하지 않는 것에는 의문이 든다.

한겨례 공동기획 기사 [윤석열 정부 1년 ③불평등 청년예산]
윤석열 정부 청년예산, 저소득층 몫 줄이고 중산층은 늘렸다
연봉 2800, 적금 두 달도 버겁더라…목돈은 중산층 청년 몫
공공분양 목돈 들고, 공공임대 줄어…‘노크’ 못하는 저소득층
중소기업 청년 16만명 받던 교통비 지원 올스톱

정부의 의지는 말이 아니라, 정책에 실제로 투여하는 예산의 규모를 보면 알 수 있다. 지금 청년정책의 결정 권한을 가진 이들은 누구에게 악수를 건내고 있는걸까. 정부가 국정 과제로 제시한 390개 청년정책을 분석한 한겨례 공동기획 기사에서 "청년정책도 빈익빈 부익부인 것 같다"는 한 인터뷰이의 말에 크게 공감이 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청년 시기를 안정적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보편적인 청년의 삶에 필요한 기반을 만드는 노력이 잘 보이지 않는다. 심란한 마음으로 방송을 보러 왔다가, 심난한 미래를 상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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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문제·세대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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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사업만으로 전체 정책의 기조를 평가할 순 없지만 청년 정책을 오디션과 심사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게 정부가 가지고 있는 접근방식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대북정책, 교육정책, 경제정책을 같은 방식으로 다뤘다면 어떤 반응이 나왔을까요? 저는 ‘정부의 정책이 장난이냐’는 비판이 나왔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다양한 층위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시도는 필요합니다. 하지만 오디션 방식의 ‘청년정책 평가 대회’가 적극적으로 청년층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하려는 시도라는 생각은 들지 않네요.

흔히들 부르는 MZ세대, 청년은 정치계에 있어서 결국 이용당하는 느낌을 받는 건 부정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악수는... 참 이해하기 힘드네요. 방송을 보지 않아 제대로 평가내리기는 무리겠지만, 확실히 현 정부가 청년을 바라보는 시선이 상당히 왜곡되지는 않았는지 우려스럽습니다. 청년을 정책적 시혜의 대상으로 보는 건 아닌가 싶네요. 심지어 그 관심조차 '양극화'된 상태라면 더욱 심각한 문제겠구요. 좋은 문제제기 감사합니다.

청년정책의 결정 권한을 가진 이들은 누구에게 악수를 건내고 있는걸까, 라고 말씀 하신 부분에 돌덩이가 쿵 하고 내려 앉은 듯 합니다. 마음이 무겁네요. 매번 이런 사례를 접할 때 마다 맥이 탁 풀리는 경험을 하면서도 유독 이번에 힘이 더 빠지는 걸 보면 그래도 올해는 작년보다, 오늘은 어제보다 나아졌으리란 기대가 있어서 였나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을 살아내려면 할 수 있는 것을 해나가는 수 밖에 없으니 쓰린 속만 달래봅니다.

청년이 아닌 심사위원이 심사하고 손을 잡아줘야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게 청년정책이라는 느낌이나서 방송이 실망스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