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기후위기를 극복할 새로운 사회로의 전환, 탈성장

2023.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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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 성장만을 추구하다 결국 기후위기, 인류문명의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었던 원인들을 살펴보았습니다. 대표적 성장 지표인 GDP가 늘어날수록 물질발자국이 늘고,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가면서 지구를 더 뜨겁게 한다는 점도 확인되었습니다.

결국 성장주의를 버려야 기후위기로 인한 인류문명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성장을 추구하지 않는 사회는 가능할까요?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탈성장’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탈성장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탈성장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그리고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많이 하는 오해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답하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탈성장이 아닌 것을 살펴보고, 이후 탈성장의 여러 정의,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 탈성장은 OOO이 아니다.

(1) 탈성장은 70년대로의 회귀, 동굴에서 풀만 먹고 살기, 생산활동 없음이 아닙니다.

- ‘탈성장’을 말하면 가장 흔하게 나오는 반응들입니다. 물론 현재 엄청난 규모의 기후위기를 막으려면 일정부분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보니 종종 예전에 우리나라가 못 살았던 시절을 떠올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기술, 제도 등 인류가 이뤄놓은 성과를 무시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이 위기를 인류가 이룩한 성과들, 역량을 총 동원하여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이전 글에서 지적한 것처럼 ‘CCUS’나 ‘지구공학’처럼 아직 검증되지 않았거나, 언제 상용화될지 모르거나, 현재 인류가 기대어 왔던 시스템을 성찰하지 못하게 하는 기술들은 경계해야 합니다.

 

(2) 탈성장은 수동적으로 인내를 강조하는 마이너스 성장과는 다릅니다.

탈성장은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능동적으로 선택한 것입니다. 달라진 경제상황이나 경제위기로 원치 않게 맞게 된 마이너스 성장과 같을 수 없습니다. 선제적으로 계획하고 준비하면 외부충격 등에도 잘 견디며 번영을 향해 갈 수 있습니다.

 

(3) 성장사회와의 결별이 의미하는 것은 다른 형태의 경제성장을 지지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야 할 점은, 한국을 비롯한 현재 많은 국가들, 특히 기후위기에 잘 대응하고 있다고 하는 국가들조차 ‘녹색성장’을 주된 방향으로 삼고 있다는 점입니다.

녹색성장은 한 마디로 온실가스 배출을 하면서도 성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이를 좀 어려운 말로 ‘탈동조화’ 또는 ‘디커플링’이라고 부릅니다. 독일이 탈동조화를 이룬 대표적인 국가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2019년 유럽환경국이 발표한 “<폭로된 탈동조화(Decoupling Debunked)> 보고서의 내용을 보면, 각국의 사례분석 결과 탈동조화가 되었다고 해도 상대적(relative)이거나 일시적(temporarily)이거나, 아니면 국지적(locally)인 수준에서만 확인되었고, 대부분은 상대적 탈동조화였다는 사실입니다. 절대적 탈동조화가 일어나는 경우에도 단기간이었거나, 특정자원에 국한되거나, 아니면 특정 지역에 한정하거나, 또는 매우 소소한 비율에 불과했다”고 보고서는 결론짓습니다. 한 마디로 절대적 탈동조화는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레디앙, 김병권)


(https://eeb.org/library/decoupling-debunked/)


그럼 탈성장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 탈성장은 OOO이다.

 탈성장(Degrowth)은 단순히 성장을 멈추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회의 전환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럼 여러 학자들은 탈성장을 어떻게 정의하고 표현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탈성정 개념어 사전』의 저자들은, “탈성장은 무엇보다도 성장에 대한 비판을 의미한다. 탈성장은 경제 지상주의의 언어로부터 공적 토론을 분리하고, 경제 성장을 사회의 공동 목표에서 제외하자고 주장한다. 또한 탈성장은 더 적은 자연 자원을 이용하고, 오늘날과 다른 방식으로 구성되는 사회에 대한 희망을 반영하기도 한다.”라고 설명합니다.

특히 “첫 번째는 성장에 대한 비판이고, 두 번째는 영속적인 성장을 필요로 하는 사회 구조인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라면서 이 두 가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2) 『디그로쓰』의 저자들은, 탈성장은 “물질 사용량·시장 거래량 증대를 억지하는 것, 그리고 경제성장 없이도 잘 살도록 새로운 개인, 관계, 제도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또한 탈성장은 “단순한 경제 축소가 아니라, 의미 있게 살아가고, 단순한 즐거움을 누리고, 다른 사람들과 더 많이 관계 맺고 공유하며, 더 평등한 사회에서 더 적게 일하기라는 프로젝트다. 탈성장은 삶의 행복을 개선할 수 있다.”라고도 말합니다.


(3) 『적을수록 풍요롭다』의 저자 제이슨 히켈은, 탈성장을 “에너지와 자원의 과도한 사용을 계획적으로 줄임으로써 경제가 안전하고 정의로우며 공정한 방식으로 생명세계와 균형을 이루게 하는 것이다.”라고 하며 이것이 탈성장의 핵심 원리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소득과 자원을 더 공정하게 배분하고, 사람들을 불필요한 노동에서 해방시키며, 사람들이 번영하는 데 필요한 공공재에 투자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라고 설명합니다.

이를 위해 “급진적인 재분배, 세계 경제의 물질적 규모 축소, 보살핌, 연대 및 자율성을 향한 공통 가치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탈성장은 한 개의 대안 모델이 아닌 다양한 대안의 모태이다”라고 합니다. 따라서 “탈성장의 주체는 다양한 개인으로서의 모든 사람들이고 특수하고 구체적인 한 사람 한 사람”입니다. 이렇듯 탈성장 운동은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후위기 관련 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보고서인 IPCC 보고서에서 언급된 ‘탈성장’ 관련 내용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IPCC 보고서에 ‘탈성장’에 대한 언급이 들어간 것만으로도 매우 놀랍다거나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 전 세계적 흐름

 

○ 전 세계 과학자들의 움직임

“2018년 238명의 과학자들은 유럽의회에 GDP 성장을 포기하는 대신 인간의 행복과 생태적 안정성에 집중하라고 요구했다. 2019년, 150개 이상의 국가에서 1만 1000명 이상의 과학자들은 세계의 정부들에게 ‘GDP 성장과 과잉으로부터 벗어나 생태계를 지속시키고 좋은 삶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하는 논문을 발표했다.”고 전해집니다. (적을수록 풍요롭다, p56~57)

 

○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6차보고서

IPCC는 기후변화에 관한 전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있는 기관으로, IPCC 보고서는 총 3개의 실무그룹 보고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중 영향, 적응 및 취약성을 다룬 ‘제 2 실무그룹 보고서’에는 본문에 ‘탈성장’이 15회, 참고문헌에 12회, 총 27회 언급되고 있습니다(「IPCC 6차보고서에 담긴 탈성장과 정의로운 전환」, 민정희).

이 중 몇 가지 구절만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예방 원칙에 기반한 논거를 사용하여, 탈성장은 GDP와 이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의 의도적인 감소를 목표로 하며,(중략)” (1장: Point of Departure and Key Concepts, p.67~68)

 

• 대안적 지속가능성의 세계로서 탈성장

“탈성장, 포스트-성장과 기타 환경주의 학문은 포스트-발전과 같이 개발에 대한 비판에서 영감을 얻었다. 여기서 주장하는 것은 더 나은 지표가 아니라 기후 위기를 계기로, 체계적인 변화를 상상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자는 것이다.” (18장: Climate Resilient Development Pathways, p.21).

“탈성장은 경제 성장을 비판하는 것을 넘어 환경적 지속가능성, 사회정의, 행복 사이의 교차점을 탐구한다.” (18장: Climate Resilient Development Pathways, p.81-82).

 

• 지속가능 발전과 경제성장에 대해

“현재 상당히 많은 문헌들이 현재의 발전 패턴과 그 발전을 뒷받침하는 경제 시스템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하며(Washington and Twomey, 2016), 따라서 기후 변화의 영향을 줄이는 등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없다면 경제 성장이 반드시 무한정 지속되지는 않을 수 있다.” (18장: Climate Resilient Development Pathways, p.80)

단순하게 생각해봐도 자연에서 계속해서 성장하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인간 중에 성인이 되어도 계속해서 키가 크는 인간은 없습니다. 물리적으로 성장이 끝난 후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성장’이 아닌 ‘성숙’을 하게 됩니다.

지금의 위기는 예전과 달리 ‘결핍’이 아닌 ‘과잉’에서 온 것입니다. 이제 총량을 줄일 때가 되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고르게 분배하고, 자원은 적게 사용하며, 함께 사용해야 할 공공재와 커먼즈를 늘리고, 생태계와는 균형을 이루며 살아야 할 것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탈성장의 전략과 구체적인 사례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 자료>
1. [탈성장 개념어 사전] 자코모 달리사 외, 강이현 옮김, 그물코 (2018)
2. [디그로쓰] 요르고스 칼리스, 수전 폴슨, 자카모 달리사, 페데리코 데마리아, 우석영,장석준 옮김, 산현재 (2021)
3. [적을수록 풍요롭다] 제이슨 히켈, 김현우,민정의 옮김, 창비
4. 경제성장과 탄소중립, 같이 갈 수 있나? [정의로운 경제] 탈-탄소경제와 불평등 해소의 결합(정의정책연구소장 김병권)
5. 「IPCC 6차보고서에 담긴 탈성장과 정의로운 전환」, 민정희

 

*(이전 글) [토론] 성장주의와 인류의 생존, 두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가능할까? (시리즈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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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탈성장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적을수록 풍요롭다] 책은 정말 좋더라구요. 많은 분들이 읽어보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많은 분들이 '탈성장'을 하나의 가치가 정도로 생각 할 것이 아니라 피해갈 수 없는 기후위기를 극복할 필수적인 답안으로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https://www.aladin.co.kr/shop/...

'성장은 지속되지 않는다'는 말이 계속 머릿속에 남네요. 더 나은 성장을 이뤄내기 위해선 지속가능한 환경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했습니다. 비슷한 문제의식이 그래도 이전보다 늘어나고 있다고 믿습니다.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는 정부와 같은 단위에서도 이런 인식이 늘어나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 걱정이 앞서네요.

우리의 불편함을 이야기하며 외면할 수 있는 시기는 지난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에 대한 실천을 이야기하는 자리가 불편해서 외면하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죠. 의식이 바뀌길 기다리기보다는 여러각도의 적극적인 개혁 및 실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필요하다면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기도 해야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