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과연 학생인권조례는 폐지되어야 할까요?

2023.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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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페인즈 여러분, 처음 뵙겠습니다 ;) 저는 교육정책 분석가로 활동하고 있는 에디입니다. 

오늘은 '교육과 민주주의'의 차원에서 다룰 토론 주제로 "과연 학생인권조례는 폐지되어야 하는가?"를 들고 왔습니다.

2010년대의 교육계에서 가장 큰 변화가 무엇인가를 꼽는다면 그중 하나로 학생인권조례의 제정을 뽑을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의 교육 방식의 패러다임이 학생인권조례의 제정 전후로 나뉜다고 할 만큼 그 파장은 매우 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학생인권조례의 폐지냐, 보완이냐는 교육 분야에서 빼놓을 수 없는 토론 주제인데요. 오늘은 이 학생인권조례의 제정 배경 등과 관련 정책들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합시다.


1. 학생인권조례는 왜 제정된 것일까?

 

학생인권조례의 제정 이전에는 이런 것들이 체벌 수단으로 사용되었습니다.

학생인권조례의 제정 이전, 교사의 체벌 권한은 교사의 권위와 함께 당연히 부여되는 것이었습니다. 교사는 학생을 훈육하는 과정에서 벌의 일종으로 체벌을 활용했는데, 강력한 체벌에 대한 두려움은 학생의 일탈을 방지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 ‘무제한적인’ 체벌권한은 그 본질을 잊고 점점 변질되기 시작했습니다. 체벌은 그 강도가 점차 강해지면서 학생들을 교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기보다는 교사 자신의 권위를 뽐내고 공고히 하기 위해 사용되었고, 그 결과 사람을 때려서는 안 되는 흉기들로 학생들을 과도하게 때리는 사례까지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학생이 사망이나 중태에 빠지는 사고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고, 이 때문에 항상 제기되던 논쟁 중 하나가 ‘과연 체벌은 교화에 효과적인가’였습니다. 그리고 당시의 여론은 대체로 효과성에 부정적인 반응이었죠.

많은 교육이론 또한 체벌의 교화 효과성에 대해서 부정하고 있습니다. 어떤 학자는 일시적인 변화만을 유도할 뿐이라고 말하고, 다른 학자는 체벌은 결국 특정 행위를 못하게 하는 것뿐이지, 바람직한 행위를 유도하는 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느끼는 체벌은 학생들의 교화에 최소한 일정부분은 기여하는 바가 있는 것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교화 및 훈육 효과에 비해 발생하는 논란이 너무나도 심각했기 때문에 학생인권조례의 제정이 지속적으로 시도되어왔고, 결과적으로는 2011년 경기도에서 처음 시행이 됐습니다.

2. 학생인권조례, 그 이후

그렇게 경기도에서 최초의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지 어언 12년, 교육현장에는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먼저 제정됐던 당시의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내용의 핵심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① 제6조 제2항 “학교에서 체벌은 금지된다.”

② 제9조 제1항 및 제2항 “학생은 야간자율학습, 보충수업 등 정규교과 이외의 교육활동과 관련하여 자유롭게 선택하여 학습할 권리를 가지며, 학교는 학생에게 야간자율학습, 보충수업 등을 강요하여서는 아니 된다.”

③ 제11조 제1항 및 제2항 “학생은 복장, 두발 등 용모에 있어서 자신의 개성을 실현할 권리를 가지며 두발의 길이를 규제해서는 안된다.”

...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한 타 지역에서도 이 내용을 바탕으로 검토하고 지역 실정에 맞게 개정했습니다. 여기 적힌 조항들 외에도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는 다른 내용들이 있었지만, 학생들에게 가장 크게 와닿았던 것은 아무래도 ‘체벌 금지’, ‘야간자율학습 사실상 폐지’, 그리고 ‘두발 및 복장 자유화’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학생인권조례의 제정으로 학생에게는 많은 자유가 주어졌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자유를 누리기 위한 책임은 부여되지 않았습니다. 학생들에게 부여된 이런 형태의 자유는 즉각적이고도 부정적인 결과를 내지는 않았지만, 점차 학생인권조례가 하나의 문화가 되던 시기(2018년 이후)부터는 부정적인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소속 강득구 의원이 5일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강득구 의원실)

출처: 교육플러스 (https://www.edpl.co.kr/news/ar...)

교육플러스의 한 기사에 따르면, 2022년, 강득구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교권보호위원회 접수 및 조치결과 현황’에서 2020년 1,089건이었던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 건수는 2021년 2,109건으로 1.94배 증가했다고 보고했으며, 이마저도 2022년에는 더욱 증가했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교육활동 침해 예방 및 대응 강화 방안 시안 (링크를 클릭하면 자료를 다운로드 받으실 수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교육부 교원정책과에서 작성한 ‘교육활동 침해 예방 및 대응 강화 방안 시안’(2022.09)이라는 자료를 보면 2022년 1학기에만 교육활동 침해 심의 건수가 무려 1,596건에 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놀라운 점은 코로나 시대였기 때문에 비대면 수업이 주로 이루어졌던 2020년, 2021년에도 매해 1,000건 이상 교권 침해 행위가 발생했다는 점입니다.

동일한 자료의 최하단을 보면 학생들이 교사를 상대로 일으키는 강력한 수준의 교권 침해 행위가 점점 늘어나고, 그 종류 또한 다양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고 그것이 학생들에게 널리 퍼진 후, 그 내용이 하나의 문화로 잡은 현재, 교권침해 행위는 매우 빈번하고 강도 높게 일어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3. 교사들은 어떻게 자신을 지켜야 했을까?

교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생기부의 기재 뿐이었습니다.

그럼 이에 대해 교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었을까요? 안타깝게도 ‘거의’ 없었습니다. 교사가 체벌이 없는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직접적으로 가할 수 있는 통제수단은 학생생활기록부(이하 ‘생기부’)의 기재뿐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수시의 강화와 학생인권조례의 정착이 거의 비슷한 순간에 이루어지게 되면서 이런 생기부 작성권한이 일종의 권력처럼 군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작성권한이 모든 교사들에게 있어서 방패처럼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은 아니었습니다.

생기부를 작성하는 교사는 크게 학급담임교사, 동아리활동 지도교사, 그리고 교과담당교사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3가지 중 하나에 속하지 못하는 교사는 생기부 작성권한이 없으므로 학생들을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사실상 없는 것입니다.

또한, 교과담당교사라고 하여도 학생의 진학 사항과 관련이 없는 과목을 맡고 있는 교사라면 학생이 그 기재사항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고, 기재사항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과목에 비해 학습 태도의 개선도 잘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거기에다가 생기부의 중요성이 올라갔다고는 하지만, 생기부를 통한 입시를 진행하지 않는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이거나, 아니면 초등, 중학생처럼 생기부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시기의 학생들이라면 생기부로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일 것입니다. 이 때문에 벌어지게 된 사건, 사고가 수도 없이 많습니다만, 대표적인 예시를 몇 가지 들어보겠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기간제 교사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제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서 일어났던 사건이 2015년의 ‘이천제일고등학교 교사 폭행사건’이었고, 최근의 사례로 본다면 2022년 6월에 수원시 초등학교 학생이 학교 복도에서 동급생과 몸싸움을 벌였고, 이를 발견한 교사가 학생 지도를 위해 학년연구실에 데려가자 교사 3명에게 욕설을 하고 실습용 톱을 던지면서 위협한 사례가 있습니다. 하나만 더 이야기하자면, 충남 중학교 학생이 교사의 지도를 무시하고 교단 위에서 수업 중인 선생님 옆에 누운 채 휴대전화를 충전하면서 조작하는 영상이 촬영되었고, 해당 영상이 무단으로 온라인에 유포된 사례를 들 수 있습니다.

 

4.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한 사람들은 이를 예상했을까요?

안타깝게도 초기의 정책입안자들은 이러한 현장 상황에는 무지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위에 올려드린 교육부 자료를 보면 2012년에 교권보호를 위한 수단으로써 ‘교권 침해 활동을 한 학생에 대한 선도 및 교육’을 교권침해 예방수단으로 적어놓았거든요.

2013년에는 ‘교권보호위원회’를 마련했고, 2016년에는 교육활동 침해 행위에 대한 보고를 의무화했으며, 2019년에야 학교교권보호위원회 심의를 거쳐 침해학생 조치, 특별교육 미참여 보호자 과태료 부과, 피해교원 특별휴가, 연1회 예방교육, 교육청이 수사기관에 고발조치 근거 마련 등의 조치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교권침해 상황은 더욱 더 활발히 일어나고 있죠.

물론 교육부가 교권의 강화를 위해서 일련의 조치를 시행한다고 하지만, 시행효과가 있을지는 아직 의문입니다. 교사의 생활지도 권한이 강화되고,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불응하여 교육활동을 심각하게 방해하는 행위 또한 교육활동 침해 유형 중 하나로 간주하여 교권을 강화하고, 가해 학생에게는 특별교육 이수 의무화 등의 수단으로 엄격한 제재를 가한다고는 하지만, 정작 핵심 내용인 ‘교권 침해 활동 사실 생기부 기재’의 경우에는 도입을 보류하고 검토한다고 이야기했기 때문이지요.

5. 당시와 상황이 많이 바뀐 현재, 학생인권조례는 과연 유지되어야 하는가?

여기까지가 학생인권조례의 제정 이후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과 이에 관련된 정책이 어떻게 제정되고 유지되어 오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물론 지금도 이야기가 길지만, 교원지위법과 같은 지루하고 긴 여러 가지 말 못한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는 토론을 하는 여러분들의 즐거움을 위해 남겨놓도록 하겠습니다.

학생인권조례는 분명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제도고 실제로 그 제도의 시행으로 학교의 악습 중 하나인 과도한 학생 폭행 및 체벌이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그만큼의 반대 급부도 있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학생인권조례와 공존할 수 있는 여러 제도의 도입을 시도해봤지만, 결과적으로는 큰 효과를 보지 못했죠. 그러면 앞으로 우리나라 교육 정책 입안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고 다른 방안을 마련해봐야 할까요? 아니면 학생인권조례를 유지하면서 공존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을 찾아보는 게 좋을까요? 여러분들의 의견을 편하게 들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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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권보호가 교인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학생의 교육권과 인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교권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죠. 

학생인권조례와 학생의 일탈/비행은 별개의 문제 아닐까요...? 

밑의 두 분 의견에 동의합니다. 학생'인권'조례 자체를 폐지하거나 전면개정하는 건 지나치게 속편한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학생의 인권을 위해 교사를 향한 인권침해를 방치할 수도 없겠죠.

저는 교권신장의 필요와 학교폭력 피해학생에 대한 보호를 연결지어 제도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과 교사를 떠나 학교구성원 상호존중을 목표로 해야 1. 학생과 교사를 포함해 교직원과 다른 분들(급식아주머니나 경비아저씨, 학부모 등)의 입장도 반영할 수 있고, 2. 그래야 학교를 하나의 시설이 아닌 사회일부로 만들어 민주사회의 상호존중의 필요성을 익힐 수 있도록 만들 수 있고, 3. 학생vs교사 구도가 아닌 가해자vs비가해자 구도를 만들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말은 쉬워도 실제 '어떻게'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어려워 보입니다. 생기부만으로는 학교밖 청소년이나 아예 입시나 취업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학생들은 재제할 수 없는 문제도 있습니다.

어려운 내용입니다.
하지만 학생인권조례의 폐지가 능사는 아닐듯합니다.

교실 내에서 상호존중을 깨는 행위가 학생으로부터 발생하는 문제도 해결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방법으로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내세우는 주장엔 늘 의문이 들었는데요. 학생인권조례를 유지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을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글에서 언급하신 것처럼 학생이 교사를 존중하지 않는 행동과 학생인권조례의 발단이 된 교사가 학생을 존중하지 않는 행동들을 학교 내에서 서로 토론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토론을 통해 도출된 결과를 학생과 교사가 함께 정리해서 일종의 선언과 같은 걸 하게 된다면 서로 지켜야할 약속이 생기면서 문제를 조금은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물론 약속을 어기는 행동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겠지만요) 이런 과정을 매해 진행한다면 학생과 교사가 모두 참여하는 공론장을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학교 내 민주주의를 통한 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체감할 수 있지않을까 싶습니다.

학생인권조례는 이름 그대로 학생들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제정된 것입니다. 인권은 인간으로서 보장받아야 하는 최소한의 권리이구요. 인간이라면 말을 안 듣는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해선 안 되기 때문에 학생인권조례에서 이를 금지하는 것입니다. 학생인권조례는 연쇄살인을 저지른 범죄자에게도 폭력을 통한 처벌은 금지돼있는 상황에서 학생은 지각만 해도 폭행을 당하는 기이한 교육 현장을 바꾸었습니다. 하지만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된다면 심각한 학생 인권 침해가 다시 발생할 것입니다. 학생인권조례가 존재함에도 이를 지키지 않는 학교가 이미 다수 있는 현실을 생각할 때, 학생인권조례의 폐지는 예상보다 더 큰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물론 권리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미성년자에 대한 형사처벌의 범위와 정도를 더 강화할 수도 있고, 단순히 생기부 기재를 넘어 퇴학 조치 등 학업상의 불이익을 강화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학생의 인권을 무시하는, 즉 학생을 인간 이하로 보는 방식의 처벌은 옳지 않은 방향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