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기초연금 확대, 근데 이제 연금정치를 곁들인.

2022.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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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철학을 하고 있습니다.

 연금이 이슈입니다, 또! ? 9월 말 민주당은 정기국회에서 쌀값 정상화법,  노란봉투법 등과 함께 ‘7대 민생 법안’ 중 하나로 ‘기초연금 확대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현재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월 30만원씩 지급되고 있는 기초연금을 모든 노인에게 월 40만원으로 지급하는 방향으로 확대한다는 것이 그 내용입니다. 


기초연금 확대, 이런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기초연금의 확대가 필요한 이유는 대한민국의 극악무도한 노인빈곤율에 있습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 노인 빈곤율은 40.4%, OECD 국가에서 가장 높습니다. 최근 경제 위기에 따른 물가 상승으로 노인 인구의 삶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초연금 확대가 요청됩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 국가 재정이 늘어나는 연금 지급액을 계속 감당할 수 있을지가 문제입니다. 현행으로 유지하여도 모자랄 판에 지급액과 대상까지 확대하면 그 돈을 어디에서 가져오냐는 것이지요. 복지 vs 재정, 클래식한 논쟁입니다. 또다른 클래식, 세대 형평성 갈등도 첨예합니다. 노인세대와 청년을 포함한 미래 세대의 세대 간 형평성, 기초연금 수급자와 비수급자의 세대 내 형평성 문제도 있습니다. 

여러가지 이해관계와 기존의 제도들이 엉켜 복잡한 매듭을 만들고 있는 연금 문제, 그런데 우리가 이러한 이야기들이 새롭지 않다고 느끼는 이유는 한국 정치에서 이러저러한 논리들이 때로는 여당의 입에서, 때로는 야당의 입에서 필요와 상황에 따라 입맛대로 사용되는 모습을 계속해서 봐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번 민주당의 기초연금 확대법 추진을 둘러싼 상황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출처: MoneyS 기사


민주당이 기초연금 확대를 이야기하고, 국민의힘에서는 맹비판을 쏟아냈습니다. ‘무책임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것이죠. 그런데,  


출처: 서울경제 기사


어? 

출처: 국제뉴스 기사

  

 ...뭐? (교수님 진도가 너무 빨라요) 

연금 문제, 언제까지 이벤트로?  

 이런저런 자기부정과 번복을 거치고 10월 7일 현재, 여야는 하나되어(?) 이번 정기국회에서 기초연금 확대를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선심성 정책이라 공격하던 국민의힘이 노인들의 반응이 좋지 않자, 지난 2일 노인의 날에 갑자기 40만원 인상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거든요. 이 뻔한 소동(?)을 보고 있있자면 우습긴 하지만 뭐, 그래도 민생을 위한 거라는데 필요하지. 암암.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하시는 선생님들께서 정말 민생을 위한 연금제도 개편과 개혁의 필요를 느끼신다면, 노인들이 힘드니 기초연금 확대하겠다는 말은 너무 쉽습니다. 

 여야가 함께 지속가능한 연금제도를 논의하라고 만들었지만 회의 한 번 열지 않은 연금개혁특위는 내버려둔채, 연금문제를 정당 정치 수단 또는 ‘효도 이벤트’ 정도로 여기고 있는 것 같은 광경을 보자면 정말 이 선생님들이 연금 문제 해결에 관심이 있는것인지 의문스럽습니다. 국민의 존엄한 삶과 권리 보장, 세대 간 정의로운 자원 분배의 문제까지 복잡하게 얽혀있는 중요한 연금 문제가 정치인의 혀끝에서 연금정치로 좌우되어서는 안될 겁니다. 




어려운 문제는 어렵게 풀어야 한다 

 노인 빈곤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실성있고 지속가능한 기초연금 제도 개정을 위해서는 생각보다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많습니다. 그 중에서 세 가지만 간단하게 정리해보겠습니다. (실제로는 이것보다도 훨씬 복잡한 문제이지만요.)

  1.  한국 사회에서 기초연금의 성격과 그 정책적 지위를 명확하게 밝혀야합니다. 기초연금은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없었거나 가입 기간이 짧은 노인들이 기초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에서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소득 70%를 기준으로 지급 대상이 나뉘어진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소득재분배 성격을 가지는 것 같으면서도, 국민연금과 같이 보험료 납입에 관계없이 모두가 받는다는 점에서 기본소득과 같이 보이기도 합니다. 특히 민주당이 이번에 기초연금 확대법을 이야기하면서 제시한 100% 지급의 방향으로 갈 경우 기초연금은 그냥 노인 기본소득의 다른 이름일 뿐입니다. 기본소득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를 떠나서, 민주당은 이번 확대가 기초연금의 취지에 어떤 방식으로 부합하는지, 제도 개정의 근거가 어디에 있는지 명확하게 밝혀야 합니다. 정책의 성격과 목적, 근거가 모호하면 국민을 설득할 수 없고 그렇다면 지금도 심각한 국민 사이에서의 연금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입니다. 

  2. 기초연금 확대에 대한 재원 마련은 서로를 공격할 때만 반짝 등장할 문제가 아닙니다. 최근 OECD가 한국의 고령화에 따른 재정 부담을 지적하며 기초연금의 수혜 대상을 줄이고 선별 지원하되, 그 액수를 늘리라고 권고한 바 있습니다. 각 당은 국민들에게 기초연금의 재원 마련 방안을 구체적으로 소명하여야 합니다. 사실 애초에 이 방안을 마련해두고 기초 연금 확대 카드를 꺼내는 게 맞았습니다. 

  3. 긴 시간의 조사연구를 통해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관계를 제대로 설정해야 합니다. 사실 이것이야말로 정말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입니다. 현재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이 연계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을 쏙 빼놓고 기초연금 이야기를 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보험료의 문제로 잘못 건드렸다가 비난받을 게 뻔하니, (그나마) 말꺼내기 쉬운 기초연금부터 손보겠다는 건 근시안적입니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간의 형평성, 확대시에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연계운영 문제, 국민연금 이탈 문제 등…간단하게 정리해보아도 함께 가지고 가야 할 문제가 이렇게 많습니다. 일단 기초 연금 확대해놓고 나중에 연금개혁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잘 맞아떨어지게 할 작정이라면 성공적일 리 없습니다. 제도 간의 장기적, 지속적인 양립가능성을 고민하지 않고 일단 가장 쉬운 문제부터 빨리빨리 가시적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면, 장기적으로 국민연금을 포함한 공적연금 개혁 절차 전체에 비효율을 가져올 것입니다. 


민생을 위한다면 민주부터 

 노인 빈곤 문제가 심각한 것은 모든 국민이 알고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이야기는 죄다 빼먹은 채 업적 내세우기에 유리한 기초연금 확대부터 냅다 지르고 보는 건 연금정치이자 연금팔이일 뿐입니다. 연금을 팔아 지지를 결집하는 것은 오래된 정치 현상이자 전략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닙니다. 노인들의 삶의 불안정이 너무나도 심각해졌고, 경제는 위기인데다가 국가 부채는 어마어마하고, 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 문제가 해결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미래세대까지 설득해야 합니다. 모든 것이 위태위태한 상황에 그동안 좀 ‘통했다’고 연금정치를 했다가는 우리 다같이 표류하고 말거에요. 

 연금개혁은 지난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부담을 져야 합니다. 정말로 ‘미움받을 용기’의 문제인 것이지요. 그러나 어려운 문제는 어렵게 풀어야 합니다. 어려운 문제 중 가장 쉬운 문제부터 쉽게 푼다면 당장에 뿌듯할지언정 남겨둔 문제는 더욱 더 꼬여버립니다. 제가 이번 기초연금 확대의 가벼움을 걱정하는 이유입니다. 결국에 민주 정치에서 당연히 이루어져야 할 절차의 문제입니다. 국민에게 제도의 개정에 관한 사실을 투명성있게 알리고, 제도가 국민의 삶에 기여할 수 있도록 성실하게 정책 개발과 공적 합의에 참여하는 것 - 연금제도와 같은 문제야말로 민생을 위한다면 ‘민주’부터 제대로 세워야 합니다. 기초연금 확대를 시작으로 앞으로 난항이 예상되는 공적연금개혁. 이 과정에서 우리의 정치가 국민을 ‘표’로 보는 이러한 연금정치가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제발!)


 ?

함께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기초연금 확대, 섣부르다고 생각하시나요? 또는 신속한 확대가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기초연금 확대에서 어떤 것들을 더 고려해보아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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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금의 확대에 동의합니다! 더불어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연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점에도 매우 동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