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갈등'과 '반페미니즘'에 기생하는 정치
?작은공론장 ‘버터나이프크루 그 후, 우리가 나눠야할 성평등 이야기’에서 나눌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글을 읽고 아래에 댓글을 남겨주세요. 궁금하거나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남겨주시면, 9/23(금) 작은공론장에서 함께 논의 할 수 있습니다.
황연주(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사무국장)
1) 현황 : 에펨코리아 게시글 "버터 나이프 크루" 검색 결과 일부 및 국민의힘 정치인 SNS 게시글
- [2021. 7. 16] 여가부 청년 성평등 추진단 '버터 나이프 크루 3기' 모집
- "세금을 그냥 가져다 버리네 크루당 600만원 여가부 해체"
- 조회수 61,322 추천수 406 댓글 99개
- [2022. 6. 30] 여가부, 젠더갈등해소 '버터나이프크루 4기' 출범
- "(여가부 보도자료 첨부) 뭔 XX 죄다 페미 젠더 XX XX이네.. 먹버 맞는듯 ㅋ"
- 조회수 31,547 추천수 327 댓글 100개
- [2022. 7. 1] 여가부 버터나이프크루 멤버 페미위키에 대해 알아보자
- 조회수 18,834 추천수 133 댓글 35개
- [2022. 7. 1] 문성호 대변인 SNS
-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여가부의 <버터나이프크루>는 전 정부 때부터 예산이 편성되어 있어 부득이 추진되었으며, 내년부터 폐지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답변 받았습니다. 이에 알려드립니다.“
- [2022. 7. 1] 박민영 대변인 SNS
- “전 정부 때부터 확정되어 예산이 편성된 사업으로 부득이 추진되었으며, 내년부터 폐지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4기 활동 역시 대내적 활동에 국한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대외적으로 우려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유 불문, 공약 기조와 어긋나는 결정이었기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정부, 용산 관계자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피드백이 빠르게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2022. 7. 3] 이선옥작가: 성차별을 주도하는 여성가족부: 버터나이프크루 프로젝트의 예
- 조회수 15,154 추천수 199 댓글 28
- [2022. 7. 4] 권성동 페북 up! "버터나이프 크루 X까라. 여가부 폐지한다.“
- (권성동 의원 SNS 캡쳐) “제가 필리핀 특사로 파견되었을 때, 여성가족부가 지원하는 ‘성평등 문화 추진단 버터나이프 크루’가 출범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여러분으로부터 우려를 전달받았습니다. 이에 저는 여가부 장관과 통화하여 해당 사업에 대한 문제점을 전달했습니다.”
- 조회수 28,816 추천수 238 댓글 143
- [2022. 7. 5] 문성호 대변인 SNS
- “여성가족부로부터 ‘2022 청년 성평등 문화추진단(버터나이프 크루 4기)’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내용을 받았습니다. 동 사업의 젠더갈등 해소 효과성, 성별 불균형 등의 문제가 제기된 바, 이와 관련하여 사업 추진에 대해 전면 재검토가 결정되었다고 합니다. 저희가 잘못하면 꾸준히 비판해주십시오. 하나하나 고쳐나가겠습니다.”
2) 문제의식
① 정책 결정(폐기) 과정
〈버터나이프크루〉 정책 폐기 과정을 살펴보면 ‘남초’ 커뮤니티(에펨코리아)에서 시작된 ‘논란’을 국민의힘 청년 대변인(문성호, 박민영)이 수용하고 이들의 주장을 권성동 의원이 수용하여 여성가족부 장관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남초 커뮤니티 게시글들은 해당 프로젝트가 왜 문제인지 제시하고 있지 않으며, 페미니즘/젠더/성평등 정책에 대한 감정적 반감에 기인하고 있다. 남초 커뮤니티는 화를 낼 뿐, 이 정책이 왜 폐기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는 청년 대변인들과 권성동 의원이 제시하고 있다.
박민영 대변인은 〈버터나이프크루〉 사업에 예산이 편성되고 수행되는 것에 “공약 기조와 어긋나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성평등 문화추진단 사업은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기조와 어긋난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정한 양성평등’ 공약으로 여성가족부 폐지를 내세웠던 점, 구조적 성차별을 부인한다는 점에서 성평등 정책은 모두 폐기 대상이기에, ‘어긋난다’는 박민영 대변인의 말은 맞다. 그러나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는 주장, 여성가족부가 폐지되어야 한다고 드는 근거들이 모두 틀렸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틀린 주장이다.
“지원대상이 페미니즘에 경도되었다”, “과도한 페미니즘이 남녀갈등을 조장한다”는 권성동 의원의 말은 페미니즘에 대한 몰이해와 왜곡이 그대로 들어나는 표현이다. ‘남녀갈등’ 혹은 ‘젠더갈등’이라는 표현은 젠더에 기반한 차별과 폭력의 구조를 지우고 여성과 남성을 대립하는 존재로 두는 게으르고 잘못된 표현이다. 성평등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가치이자 국제 규범으로 자리 잡은 인권의 문제이다. 그리고 단 한번도 국가 정책이나 입법에서 ‘과도한 페미니즘’을 한 적이 없다.
성평등/페미니즘은 사회적 부정의(injustice)에 대항하여 평등을 지향하는 가치이다. 성차별과 성폭력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성차별과 성폭력에 저항하는 목소리와 페미니즘을 낙인 찍는 것은 가부장제 남성중심 질서에서의 기득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권성동 의원과 국민의힘이 안티페미니즘/성차별주의에 경도되어 있는 것이며, ‘젠더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것 또한 권성동 의원과 국민의힘 세력이다.
② 〈버터나이프크루〉 ‘그 후’? 반복되는 성평등/페미니즘 지우기
권성동 의원의 발언이나, 청년 대변인들의 남초커뮤니티 여론 수렴이나, 여성가족부 폐지 주장이나, ‘젠더갈등’을 운운하며 정책을 폐기하는 결정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 헌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일부 보수 혐오세력은 “양성평등 YES 성평등 NO” 프레임을 내세웠다. 이들은 성평등 개헌을 “동성애를 합법화하는 개헌”으로 규정짓고 반대하는데, 이때의 성평등은 개인의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 외의 성평등을 주장하는 근거들, 즉 성불평등과 여성권익 향상, 일과 가정의 양립 등의 내용은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 그 어디에도 ‘평등’의 개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들이 말하는 양성평등이란 남성과 여성의 혼인으로 이루어진 가정, 즉 전통적 이성애 가족만을 인정하는 것이다. 남녀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가정 안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가정 내의 폭력 및 차별들, 가부장제 하에서의 성역할로 인한 지속하는 여성과 남성 사이의 불평등 등의 문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여성이 겪는 차별과 폭력은 말끔하게 지워버린 채 “성평등=동성애” 공식을 만들어 현실을 왜곡했다.
“성평등=동성애 (옹호)” 공식은 나아가 여성가족부의 성평등 정책과 페미니즘에 대한 공격으로 발전한다.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 성평등 정책을 비판하며 성별영향분석평가법을 폐지하고 여가부를 해체하라고 주장하기에 이른다. 2017년 이후 평등 없는 양성평등을 외치던 보수 혐오 세력이 정부와 입법 기관을 흔들어 놓았던 것처럼 지금의 안티 페미니즘 진영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남성연대, 양성평등연대, 성평화연대 등 ‘평등’과 ‘평화’를 이야기하며 ‘젠더갈등’이 있는 사회가 문제라고 하지만 정작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활동들은 하지 않는다. 한축으로 “양성평등 YES 성평등 NO”를 외치는 동안 여성들과 여성운동이 만들어온 (양성평등기본법에 근거한) 양성‘평등’ 정책을 훼손시키며 평등 없는 평등을 외치고 있다.
한국성평화연대나 ㈜신남성연대는 남성과 여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하며 ‘올바른’과 ‘건강한’을 외치고 있다. 차별의 구조에서 이 구조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구조의 해체와 반차별을 이야기하는 집단들을 ‘나쁜’으로 규정하고 자신들을 ‘바른/건강한’ 집단으로 규정한다. 이들은 동시에 ‘반페미’를 외치고 있다. ‘페미니즘=남성혐오’로 등치시키는 몰이해와 혐오놀이가 만나 ‘꼴페미’를 척결시키겠다는 ㈜신남성연대의 활동은 결국 남성의 인권을 위한 활동도, 평등도 아무것도 없이 오로지 ‘돈’만 남는다. 이에 기생하여 권력을 창출하고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국민의힘 일부 세력들과 이를 남성 유권자 결집에 이용한 것이 이준석 대표이다.
2021년 5월 집게 손가락이 남성혐오를 상징한다며 남초 커뮤니티 사용자를 중심으로 사기업과 공공기관에 대한 공격이 이어졌다. 언론은 이 주장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거나 비판하지 않고 ‘논란’을 그대로 받아써주며 사건을 키웠다. 경찰청, 국방부, 전쟁기념관 등 정부 주요 부처와 공공기관 등은 논란을 피하고자 이들의 주장을 들어주었다. 그 결과 남초 커뮤니티들은 더 활발하게 페미니즘에 대한 근거 없는 또는 날조된 주장을 펼쳤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혐오 발화를 그대로 써주며 ‘젠더갈등’이라며 이름 붙이는 언론과 더불어 정치권은 이 논란에 편승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남초 커뮤니티의 ‘논란’을 수렴하는 동시에 4.7재보궐선거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서 성평등 정책 질의에 대해 답변을 거부했을 뿐만 아니라 성평등 정책에 대한 반대의사를 내비쳤다.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의 서울시장 선거 패배의 원인을 ‘과도한 페미니즘’이라고 주장하면서(권성동 의원이 썼던 그 워딩) 더불어민주당의 (한 번도 제대로 실현된 적 없는) 성평등 정책 기조를 흔들고 공론장을 어지럽혔다. 젠더정책을 ‘여성우대정책’으로, 페미니즘을 ‘남성혐오’로 규정하며 여성도, 남성도, 청년도, 그 누구도 수혜자가 될 수 없는 경쟁 구도를 만들어냈다.
이준석 전 대표가 만들어 놓은 ‘이대남’ 전략과 반페미니즘 공세의 토대에서 박민영 대변인, 문성호 대변인, 최인호 구의원과 같이 남성 청년의 얼굴을 한 안티페미니스트 정치인들이 ‘활약’할 수 있었다. 이들의 의견은 ‘청년의 의견’으로 권성동 의원을 거쳐 〈버터나이프크루〉 폐기까지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이 일련의 흐름 속에서 국민의힘만의 문제일까? 이준석 식 공정을 받고 여성과 페미니즘을 지워버린 데에는 더불어민주당의 책임도 없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은 5년 전 대선에서 성평등 추진체계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는 이 공약을 5년 동안 철저하게 외면했다. 그리고 성평등/페미니즘과 거리두기를 하며 남성들의 눈치를 보았다. 김남국 의원 또한 디시인사이드 갤러리와 같은 남초 커뮤니티에 인증글을 남기는 등 선거 유세를 펼쳤다. 거슬러 올라가면 2019년 초 남성들의 민심을 듣겠다고 표창원 의원이 간담회를 주최하였고 그 자리에서 “성차별이 없는데 현 정권은 여성 중심 정책만 펼친다”는 등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차별과 폭력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에 대한 진단 없이, 모든 정책에서 성평등 관점을 담보할 생각이나 노력 없이, 여성가족부에게 외주 맡기 듯 여성/성평등 문제를 맡긴 결과 차별과 불공정의 문제로 신음하는 어떤 청년도 구제해주지 못하고 ‘젠더갈등’에 기생하여 공론장과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데 일조했다.
정치의 역할은 갈등을 해결하고 조정하는 것이다. 실질적 성평등을 위해 노력해야 할 정부/공당/정치가 ‘젠더갈등’과 ‘반페미니즘’에 기생해 갈등을 증폭시켰고, 제 역할을 하지 않고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다. 정치인의 말 한마디의 파급력과 승인 효과는 생각보다 크다. 지지 집단을 결집시키기 위해 사용한 전략이 누군가의 존재를 지우고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지금의 정치는 갈등을 조장하고-20대 남성의 문제도 해결해주지 못하고-권력 창출, 기득권 유지에만 혈안이 되어있다. '이대남'에게도 '이대녀'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갈라치기 정치를 퇴출시키기 위해, 실질적 성평등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코멘트
10확실히 인터넷의 편향적인 이가 대표되는 언론이 아닌, 현실의 장에서 청년들이 느끼는 현 대한민국의 여성 인권 현주소와 페미니즘을 모르는 정치인들에 대한 개탄을 나누며 공감할 수 있는 장소라 정말 좋았습니다.
발제문 나눠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런 정치 정말 꼴보기 싫습니다.
성평등, 여성인권에 힘을 쏟는 정치인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들리지 않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그 목소리가 사회를 바꿔나가고자 하니.. 극렬하게 저항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각각의 이해를 위해 여론이 쉽게 주목할 수 있는 공간, 워딩에 집중하는 정치가 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실질적인 성평등 정치 실현"이라는 말이 멀게 느껴지네요.. 말씀대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젠더갈등과 반페미니즘에 기생하는 정치라는 표현보다 더 적절하게 묘사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구체적인 경위를 알 수 있어서 좋네요. 정리 감사드립니다. 사건을 잘 알아야지 좋은 논의를 할 수 있으니까요... 다른 의제와 이야깃거리, 사회문제가 참 많은 시대에 고작 정치인들이 부추긴 소모적인 '갈라치기'에 휘둘려야 하는 현실이 많이 슬픕니다. 더 나은 논의는 도대체 언제 할 수 있을까요?ㅠ
정치인들이 발전적인 의제, 생산적인 의제를 내놓지 못하고 표면적인 갈등에만 천착하는 세태가 한탄스럽습니다.
문제 해결을 위한 갈등은 필요하지만, 지금은 단지 이슈를 밖으로 돌리기 위해서 갈등을 폭증시키고 있는 것 같아요.
정치인들은 본인의 역할을 고민하고, 그 책임을 다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남녀갈등’ 혹은 ‘젠더갈등’이라는 표현은 젠더에 기반한 차별과 폭력의 구조를 지우고 여성과 남성을 대립하는 존재로 두는 게으르고 잘못된 표현"이라는 점, “'성평등=동성애 (옹호)' 공식"을 통한 혐오적 범주화에 대한 문제의식에 공감합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그에 편승해왔다는 비판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성평등/페미니즘은 사회적 부정의(injustice)에 대항하여 평등을 지향하는 가치"라는 점을 이해하고, 민주주의의 훼손이 아닌 심화, 갈등의 해결과 조정, 실질적 성평등 정치를 지향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도 동의하게 됩니다.
중간에 이 글의 핵심개념으로 등장한 것은 아니지만, '공론장'이라는 단어에 주목하게 됩니다. 제도정치의 반페미니즘적 종족주의적 양극화 경향으로부터 벗어나, 민주적 대화를 통해 공론을 형성해 나간다는 관점에서 실질적인 성평등이 무엇이고 그것을 위해 어떤 제도적 변화를 필요로 하고 무엇을 해나갈지는 점진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할 수는 없을까요?
적대를 통해 적을 절멸시켜야 하는 반민주주의적 정치가 틀린 것이고 우리가 시민으로서 민주주의 속에서 사회의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려면 그러한 관점이 필요할 것입니다. 여기에서 전제는 피억압주체의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안전한 가운데 자유롭게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수적으로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민사회 차원에서의 노력들도 필요하지만, 제도정치가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민주적 토의를 통한 공론의 형성 및 제도화는 제도정치 영역에서의 정치인들의 의무고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정치권에서 유권자를 어떤 존재로 생각하는지 낮은 인식수준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다른 담론을 생성하지는 못하고 성별로 세력화하는 수준 낮은 정치라고 생각합니다.